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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2,278
추천수 :
9
글자수 :
800,193

작성
23.11.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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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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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DUMMY

“안녕하십니까. 귀빈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빅게임! 기계 마상시합이 시작됩니다. 이번엔 철혈가의 베어검님과 광맥가의 슐레이반님의 시합이 있는데요. 가문의 명예를 건 승부네요. 과연 누가 이길까요? 이제 막 떠오르는 신성과 노련한 싸움꾼의 대결! 저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누가 이길지 정말 흥분됩니다.”


검은색 크레파트에 짙은 녹색 브로치가 빛났다. 엉겅퀴 문양을 새긴 양복을 입은 사회자의 모습이 브라운관에 비췄다.


사회자는 고조된 목소리와 과장된 제스쳐로 관중들을 고무시켰다. 사회자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손을 뻗을 때마다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팔라이네는 엄지손가락으로 철 수세미 같은 턱수염을 만지며 까끌까끌한 감촉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경기장의 중앙은 편평했지만 관객석으로 갈수록 반원구 모양으로 감싸 올라왔다.


관람석 위로 포도 넝쿨처럼 타고 올라온 기둥은 다시 중앙으로 떨어져 내리며, 공을 잡은 손처럼 스카이박스를 잡고 있었다. 팔라이네는 입에 파이프를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 무리를 따라 시선이 천정을 향했다. 팔라이네는 스카이박스를 잡은 구조물이 마치 악마의 손처럼 느껴졌다.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점차 팔라이네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다른 사내들처럼 기계 마상시합이라든지, 트로피 사냥이라든지, 황홀한 몸매를 가진 여자와 입맞춤을 하며 춤을 추는 거 같은 말초신경의 끝단까지 짜릿함을 즐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짝짓기하는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 암사마귀처럼 정신을 갉아먹히 기분이었다.


“여러분도 승리자를 맞춰 보시죠!” 카메라가 경기장을 비췄다. 카메라는 상기된 관중들의 얼굴을 천천히 보여 주었다.


팔라이네는 흰색 대리석으로 장식한 10평 남짓의 공간 중앙의 가죽의자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을 베리칼라도 이번만큼은 경기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유리 벽에 가까운 의자에 앉아서 경기장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유리창 위에 달린 큼지막한 TV 브라운관에 몸을 풀며 준비 중인 슐레이반과 베어검의 모습이 잠깐 비췄다. 붉은 스웨이드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스철케이드가 독특한 레드와인을 들고 왔다.


“명경기에 술이 빠질 수는 없죠.” 팔라이네는 와인을 유심히 살폈다. 원추형 유리병에 붉은 와인이 진공 포장되어 움직일 때마다 천천히 출렁거렸다.


스철케이드는 원목 탁자에 와인병을 올려 두고 팔라이네와 나란히 앉았다. 팔라이네는 몸을 숙여 와인병을 집고 이리저리 살폈다.


“병따개 없이는 마시기 힘들겠어.” 버드나무 원목에 음각으로 새긴 글자를 읽었다. 펜폴드 암폴레. 밀알 고랭지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명품 와인이었다.


"소믈리에가 올 거예요.” 스철케이드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팔라이네는 스철케이드와 함께 앉아 있으면 우울한 감정이 좀 덜했다.


광맥가 특유의 각진 턱선이 두드러진 스철케이드의 얼굴을 볼 때면, 열정과 패기가 연리지 나무처럼 서로를 붙잡아 세우며 타고 올라가 생명력이란 열매를 맺어내었던 중년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팔라이네는 불편한 미간이 간지러워 안경을 매만졌다가 들었던 와인을 탁자 위에 다시 올렸다. 병 안의 와인이 모래시계처럼 출렁거렸다.


“누가 이길까요?”


“당연히 슐레이반 삼촌이지!” 파스키은은 베리칼라 옆에 앉아 있었다.


스툴에 다리를 올리고 소파에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고개만 돌려 물었다. 대각선 쪽 의자에 앉아 있던 알도린이 슐레이반의 이름을 외쳤다.



팔라이네는 파스키은과 베리칼라 알도린을 보니 마치 한가족을 보는 것 같았다. 검은 머리칼과 적갈색 머리칼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를 둔 한 가정 말이다. 핏줄이 같아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몰랐다.


파스키은과 베리칼라가 같은 혈통이 아니었으면,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았다.


“슐레이반은 왕년에 기계 마상 실력은 뛰어났지, 팔을 다친 이후에는 시합을 못 나가긴 했지만 말이야. 그새 실력이 녹슬었어도 관록을 무시할 수는 없지. 어지간한 사내는 이길 거야.” 스철케이드가 이어서 말했다.


“철혈의 창백한 애송이는 상대도 안 되겠지.” 팔라이네가 거들었다.


“베어검도 요즘에 뜨는 신예라고도 하더군요. 잡지에서 본 것 같아요. 새하얀 얼굴 때문에 책만 읽는 샌님일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예요.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콘마일은 각 가문의 엔트리 선수의 순서나 특기를 줄줄이 외우고 있을 정도로 기계마상 시합에 푹 빠져 있었다.


“자! 승리 예상을 해볼까요. 누구의 승리에 더 많은 배팅을 했을까요. 광고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관중들이 아쉬움의 탄식 소리가 들렸다. 콘마일은 야유하는 관중들을 구경했다.


“룰이 어떻게 되죠?” 사회자의 행동에 감칠맛이 나서였을까. 베리칼라가 파스키은을 따라 몸을 돌렸다.


“처음에는 창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고무탄 총으로. 머리나 가슴을 맞춰서 유효 공격으로 항복을 받아 내면 이기게 되지. 고무탄에 맞아도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만큼 아프다고 들었어.” 파스키은이 입을 열었다.


“급소에 맞으면 죽을지도 몰라.”


“남자들이란..” 콘마일이 덧붙이자 베리칼라는 얼굴을 찡그렸다.


“자. 확인해볼까요! 47:53으로 철혈가가 우세하다고 나왔네요!”


브라운관에 슐레이반과 베어검의 사진이 보이고, 그 밑에 숫자가 올라갔다. 철혈가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머저리들” 팔라이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팔라이네는 황금은행의 영업력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돈을 쓰는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게 교묘하게 황금을 벌어들이는 방법에 기가 막힐 때가 많았다. 황금 조금이라도 더 빨아들일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 작자들이었다. 소믈리에가 와인을 오픈하고 디캔딩했다. 팔라이네는 관리인을 불렀다.


“철혈가에게 질 수는 없지. 55:45으로 맞춰. 금액은 알아서 적어넣고.” 팔라이네는 품에서 백지 수표를 건넸다. 관리인이 사라지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사회자는 소리쳤다.


“네! 전광판의 숫자가 55:45 으로 바뀌었군요.” 이번에는 광맥가를 지지하는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팔라이네는 반대편 스카이박스에서 카트란의 모습을 보았다. 땅딸막한 절름발이는 귓속말로 관리인에게 속삭이는 게 보였다. 전광판의 숫자가 50:50으로 바뀌었다.


팔라이네는 카트란의 시선을 느꼈다. 카트란은 팔라이네를 보며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저놈이 팔 하나까지 절고 싶은 모양이로군.” 팔라이네는 와인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산딸기향과 벌꿀. 자몽, 자두에 다크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오크통의 오크 향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자.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유효 공격으로 머리나 가슴을 맞춰서 떨어뜨리거나 항복을 받아 내면 됩니다.” 슐레이반과 베어검이 반대편에서 등을 보이고 서서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경기장에서 함성소리가 울렸다. 슐레이반은 큰 바퀴가 달린 이륜차에 올라탔다. 엔진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에 몸이 달달 떨리는 게 보였다. 베어검은 부양석으로 만든 이륜차에 앉았다.


베어검의 무게에 이륜차가 구름을 타는 듯이 부드럽게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자연스럽게 다시 올라왔다. 슐레이반과 베어검은 곡괭이와 망치 문양을 새긴 안면 투구와 왼손 팔뚝에 작은 방패를 끼우고 오른손에 나무 창을 들었다.


팔라이네는 숨을 죽이며 기다리는 파스키은과 알도린, 베리칼라와 콘마일을 보았다. 전광판에 숫자가 떴다. 3.2.1 시작을 알리는 경적소리가 울렸다.


슐레이반은 창을 바짝 당기며 방패를 낀 손으로 브레이크를 잡고 엑셀레이터를 밟았다.시꺼먼 연기가 배기구로 나가며 이륜차가 공회전을 하였다.


“자 시작입니다!” 슐레이반은 창을 바짝 당기며 속도를 더내어 베어검에게 돌진했다. 베어검은 곧바로 방향을 틀어 등을 보이며 달아났다. 관객들이 야유를 내뱉었다.



“꽁무니를 빼는군.” 스철케이드는 안줏거리를 씹으며 말했다.


“남자답지는 못해. 철혈 놈들은 비열한 수로 이기는 걸 좋아하죠.” 파스키은은 경기에 집중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슐레이반은 베어검을 뒤쫓아서 방향을 틀었다. 모래 경기장에서 모래 먼지가 바큇살 밖으로 흩어졌다.


파스키은은 알도린은 침을 삼키며 경기를 관람했다. 슐레이반은 베어검을 거의 따라잡을 무렵, 베어검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뒷부분이 바닥을 할퀴며 쇠가 마찰하는 소리와 흙먼지가 일었다.


그 바람에 슐레이반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베어검의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렸다. 슐레이반은 왼손으로 얼굴을 닦아내었다. 반대편에서 베어검이 고개를 돌려 슐레이반을 보고 씩 웃었다.


슐레이반은 인상을 구기며 다시 베어검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베어검도 핸들을 돌렸다. 슐레이반이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베어검은 반대편에서 슐레이반을 향해 바로 섰다.


베어검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능숙하게 이륜차를 몰았다. 적어도 운전실력은 슐레이반보다 앞서는 게 분명했다. 슐레이반은 열이 받았는지 얼굴이 상기되어 소리쳤다.


베어검은 비웃음을 지었다. 슐레이반이 베어검을 쫓기 위해 속도를 내자,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서 베어검은 또다시 핸들을 틀어 도망쳤다.


“계속해서 쫓고 쫓기는 경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회자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베어검은 반원형의 경계면까지 속도를 내었다. 탄력을 받아 이륜차가 경기장과 관람객을 가로막은 유리 벽까지 타고 올라갔다. 이어서 슐레이반도 유리 벽을 타고 올라갔다.


유리 벽에 이륜차 타이어 자국을 보고 관중들이 묘기에 탄성을 질렀다. 알도린은 몰입했는지, 스카이박스 유리 벽에 딱달라붙어 슐레이반을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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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파스키은 23.11.30 11 0 14쪽
28 28. 베리칼라 23.11.29 9 0 10쪽
27 27. 스철케이드 23.11.28 11 0 11쪽
26 26. 파스키은 23.11.27 9 0 11쪽
25 25. 카트란 23.11.26 11 0 11쪽
24 24. 알도린 23.11.25 10 0 11쪽
23 23. 파스키은 23.11.24 11 0 11쪽
22 22. 팔라이네 23.11.23 11 0 12쪽
21 21. 스철케이드 23.11.22 11 0 14쪽
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2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5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2 0 13쪽
17 17. 파스키은 23.11.18 13 0 11쪽
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3 0 11쪽
15 15. 팔라이네 23.11.16 14 0 10쪽
»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5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5 0 13쪽
12 12. 알도린 크래프터 23.11.13 17 0 21쪽
11 11. 스철케이드 23.11.12 21 0 10쪽
10 10. 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11 22 0 11쪽
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20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4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4 0 15쪽
6 6.카트란 깁슨 23.11.07 41 0 12쪽
5 5.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06 44 0 12쪽
4 4.알도린 크래프터 23.11.05 71 1 14쪽
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109 1 17쪽
2 2.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4 2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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