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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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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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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파스키은

DUMMY

파스키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광맥가가 머무는 호텔로 들어섰다.가온의 중심부로부터 서쪽편에 위치해 있었다. 유리창에 초승달 모양의 도장이 보였다.


아이보리색 나무 바닥 위에는 푹신한 패브릭 소파가 놓여 있었고 맞은편에는 분홍색 일인용 소파 두 개가 높여 있다. 가운데 원목 탁자가 놓여 있다.


천장에서부터 탁자까지 전선이 늘어뜨려져 천장등이 바로 눈앞에서 빛났다. 브라운관 TV가 벽면에 있었고, 그 옆으로 꽃과 녹색식물을 심은 꽃명과 인테리어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베리칼라가 초췌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코잉밀은 눈물 자국이 난 얼굴로 베리칼라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맞은편에 슐레이반이 앉아 있었다.


간이탁자에 빈 술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파스키은이 긴장된 얼굴로 묻자 슐레이반은 말없이 리모컨을 들어 브라운관 TV를 켰다. 아트벽에 달린 TV가 켜지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유니스가 굳은 얼굴로 뉴스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어제 저녁 연설을 마친 사빌라밀 대공장장은 연단이 무너지는 사고로 추락사하였습니다. 사고조사단이 설립되어 사고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망의 원인은 연단 제작의 부유석 결함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황금뉴스에서는 대공장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이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비리 및 부패가 유착된 경우 철저하게 보도하여 시청자 여러분께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사빌라밀 대공장장의 영면식이 준비되는 데로 날짜와 시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유니스 알페렌이었습니다.”


“거짓말이지?” 파스키은은 화면에 흰 천이 덮인 시신의 윤곽을 보고 슐레이반과 베리칼라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화면에는 흰 천에 덮인 시신 대여섯구가 더 보였다.



“사실이야.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깔려 죽을 뻔했으니까. 그 인파에 쓰러졌으면 깔려 죽었을 거야.” 베리칼라가 힘없이 말했다.


“저 시신들 중에 사빌라밀 대공장장님도 있다고?” 파스키은은 믿을 수가 없었다. 베리칼라는 말할 힘도 없는지 고개만 끄덕였다. 파스키은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졌다.


“알도린은 어디에 있어?”


“한참 흥분해서 감정 주체를 못 하는 걸 진정시키느라 힘들었어. 지금은 방에서 지쳐서 자고 있어.” 파스키은은 코잉밀을 피해 베리칼라 옆에 앉았다.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아버지도 안계시는 데 도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파스키은은 혼잣말하듯 속삭였다.


“체사레가 대신하고 있어. 영면식이 끝나는 대로 대공장장 선출을 할 거야.”


“그건 위반 사항이잖아! 규정대로라면 부공장장이 대신해야 하잖아?” 파스키은이 허탈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부공장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황금은행장이 대신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어.” 베리칼라는 푸석한 머리를 빗어 가지런히 묶었다.


“말도 안 돼. 그러면 앞으로 우리들 만으로 선거를 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파스키은은 머리가 아파져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마사지를 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선거 준비해야 할 거 같아. 대공장장 선거 방식을 찾아봤거든. 공장가가 지원하면 각 공장가 대표의 표수에 황금 가중치가 붙어. 그러니까 지지하는 공장가가 많고 지원금이 많을수록 선거에 유리하대.” 베리칼라는 피곤한 기색과는 다르게 몇 시간 전부터 고민했던 것처럼 차분히 대답했다.


“결국은 보유한 황금이 많을수록 이길 확률이 높다는 거지?” 파스키은이 되물었다.


“맞아. 그 배경의 내력에는 선조 공장가들이 전쟁만을 일삼으니까, 중재안으로 내놓은 방식이었대. 전쟁 후에 피폐해진 대륙을 보면서 각 공장가 공장장들이 모였어.


그리고 중립적인 황금은행을 만들었고 황금은행이 중재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에 동의했어.


초기에는 잘 운영 되는 듯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 와서는 황금은행의 지배력이 강해공졌지. 공장가들은 황금으로 각 지대의 운영권을 얻어 낡은 대륙을 나눠서 통치하고 있어.”


“요약하면 실질적으로 황금은행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어.” 슐레이반이 요약해주었다.


“황금은행이 중립적이라고 해도 대공장장과 부공장장이 있는 광맥-밀알 동맹에서 철혈가를 감시해 왔잖아? 공증인에 의하면 철혈가가 보유한 항금은 30만 금화 정도 될 거야. 황금은행에서 빌린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테고.”


“맞아 철혈의 공증인의 밀지를 계속 받아왔으니까. 대공장장 선거는 무리 없이 우리 쪽이 이길 거야.” 베리칼라가 동의했다.


“우선적으로 각 공장가들이 황금 보유양을 토대로 계산을 해 봐야겠네.”


“우리가 140만 금화에, 밀알 80만 금화, 하얀 별 70만 금화, 철혈 30만 금화, 해 오름 30만 금화에 황무지 20만 금화가 있을 거야. 검은벗이 보유 10만 금화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어.” 파스키은은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그렇다면, 광맥가와 밀알가만 합치더라도, 220만 금화에 2표야. 440만 영향력이 있지. 하얀 별은 연락두절되어서 무효표가 될 것이고, 검은벗은 중립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해 오름가와 황무지가의 표야.”


“철혈가와 해 오름 황무지 가의 80만에 3표를 한다면, 240만이 되네. 산술적으로는 생각 보다 쉽게 이길 수 있는걸?”


“예전 통계로 보면 그렇긴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러. 우리 쪽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 코잉밀의 정신이 너무 불안정해. 내가 곁에 있으면 안정을 좀 찾긴 하지만 지금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걸로 보아 일시적인 실어증이 생긴 거 같아. 눈앞에서 어머니가 사망을 눈앞에서 봤으니 충격이 클 거야.”


“코잉밀이 철혈가에만 투표하지 않고 무효표로 계산해도 280만으로 추정되는데. 그래도 이기잖아?”


“금화 보유량은 추정일 뿐이니까. 해오름 공장과 황무지 공장의 다라리콘을 대공장장으로 밀어주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라리콘의 대공장장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네. 아버지가 돌아오는 동안만이라도 버텨 낼 수 있으면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야. 버티기만 하면 나머지는 아버지가 처리하실 거야.” 파스키은은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었다.


“해오름 공장은 저번에 철혈 하얀 별 연합 편에 가담했다가 중립으로 돌아섰던 터라 믿을 수 없어.” 슐레이반은 회의적인 목소리였다.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황무지 공장가와 거래를 해볼까?”


“광맥가와 밀알가의 황금을 황무지 공장으로 밀어주면 황무지가가 대공장장이 되는데 무리가 없을 거야. 그것도 방법이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 나라면 차라리 광맥가에 투표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베리칼라가 입술을 매만졌다.


“황무지 공장가와 해 오름 공장가가 우리에게 투표한면 좋지. 해 오름 공장은 부유석 관련해서 문제가 될 테니 면책 특권을 준다고 하면 우리 쪽으로 투표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파스키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그 콜라만 마셔대는 돼지 같은 놈에게 아부를 해야 하다니. 자존심 상하는군.” 슐레이반이 거칠게 불평했다.


다라리콘 칸타빌 공장가는 다른 공장가가 부유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비약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빈 공장가라는 낙인이 있었지만 닉시 콜라가 대륙을 히트하면서


대륙의 황금을 마치 빨대로 빨아들이는 속도로 성장한 공장가였다. 사람들은 콜라나 맥주 마시기로 하루의 끝을 보낼 정도로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다라리콘은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로 큰 야구공처럼 뚱뚱하게 살이 쪘고 쳐진 눈에 게으름이 묻어났다.


초점 없는 동공에는 먹는데만 반응할 것 같이 지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선거에서 이기려면 황무지 공장가의 기분을 맞춰줄 수밖에 없을 거 같아.” 베리칼라 목소리가 차츰 명료해졌다.


“그래 선거 일정 계획은 너에게 맡길게. 부유석 연단이 부서진다니.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졌을리가 없어. 중요한 연설을 앞두고 확인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아?” 파스키은은 생방송 시간에 맞추어 연단 사고가 의심스러웠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의심스러웠다.


“애초에 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살인이었다면?” 파스키은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과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낡은 대륙의 공장가가 모이는 대회의에서. 사고가 났으니 나도 의심스럽긴 해. 만약 계획살인이라고 하면 누가 이득을 얻을까?”


“철혈이나 하얀별이겠지.”


“그런데 하얀별은 여기에 없고 철혈가 뿐이잖아. 누가 봐도 명백하게 의심받을게 뻔한데 그런 계획을 짰을까?” 베리칼라가 되물었다.


“그 둘을 제외하면 남은 건. 황무지와 해오름가 뿐이야.”


“다라리콘은 욕심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해오름에서 굳이? 어차피 황금이 부족하기에 당선이 안 될 텐데. 한번 조사해 보기는 할게. 연단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보면 알게 되겠지.” 파스키은이 말했다.


“내가 찾아보지. 의심스럽긴 하니까.” 슐레이반이 구미가 당긴다는 듯 몸을 일으켜 세우다 풀썩 주저앉았다.


“삼촌은 다리를 다쳤잖아요. 거기다 왼팔이 눈에 띄어서 이목을 너무 끌게 될 거예요. 가온 시내를 돌아다니려면 차라리 제가 조사를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삼촌은 해오름 공장과 황무지 공장가를 방문해 어디에 투표를 할 건지 알아봐주세요. 대공장장 선거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여 큰 의심은 사지 않을 거예요.”


“알았어.” 슐레이반은 당장에라도 갈 것처럼 말했지만 다리통증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다시금 일어나보려고 비틀대다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슐레이반이 다리를 손으로 치며 욕을 내뱉었다.


“잠시 쉬면서 생각을 좀 더 해 보죠.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한숨 자고 나서 맑은 머리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게요. 전 좀 쉬어야겠어요.” 파스키은은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었다. 졸려오는 건 간신히 참으며 이야기했던 거였다. 베리칼라와 슐레이반이 있는 로비를 뒤로하고 2층 계단을 밟았다.


올라가는 동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사빌라밀의 죽음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사빌라밀이 인사 하며 웃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방 문을 열자 창 너머로 햇볕이 가득 비췄다.


파스키은은 눈을 찌푸리며 암막 커튼을 쳤다. 커튼사이로 아주 미세한 빚줄기가 반대쪽 벽이 비췄다. 파스키은은 이불을 들춰내지도 않고 킹사이즈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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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카트란 23.12.01 11 0 11쪽
29 29. 파스키은 23.11.30 9 0 14쪽
28 28. 베리칼라 23.11.29 8 0 10쪽
27 27. 스철케이드 23.11.28 10 0 11쪽
26 26. 파스키은 23.11.27 8 0 11쪽
25 25. 카트란 23.11.26 10 0 11쪽
24 24. 알도린 23.11.25 9 0 11쪽
» 23. 파스키은 23.11.24 10 0 11쪽
22 22. 팔라이네 23.11.23 10 0 12쪽
21 21. 스철케이드 23.11.22 10 0 14쪽
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1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4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0 0 13쪽
17 17. 파스키은 23.11.18 12 0 11쪽
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2 0 11쪽
15 15. 팔라이네 23.11.16 12 0 10쪽
14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3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4 0 13쪽
12 12. 알도린 크래프터 23.11.13 16 0 21쪽
11 11. 스철케이드 23.11.12 19 0 10쪽
10 10. 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11 21 0 11쪽
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19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3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2 0 15쪽
6 6.카트란 깁슨 23.11.07 39 0 12쪽
5 5.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06 41 0 12쪽
4 4.알도린 크래프터 23.11.05 68 1 14쪽
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98 1 17쪽
2 2.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4 20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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