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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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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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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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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카트란

DUMMY

거대한 온실. 투명 채광창으로 아침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유리가 없는 것처럼 청명한 하늘이 보이게 말끔히 닦은 채광창이었다.


전 대공장장 사빌라밀은 이 온실 속에 작은 숲을 만들어 놓았다. 고향이 그리웠던 걸까.


‘고향이 그리우면 허수아비로 돌아가면 될 것을. 멍청하기는.’ 카트란은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실제 숲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걸을 때마다 흙먼지를 날리는 습기를 머금은 황토와 길 옆으로 허리까지 올라오는 관목들, 그 뒤로 피나무와 떡갈나무와 기사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다. 작은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트란은 손에 내려앉아 깃을 정리하는 노란 카나리아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철혈에서는 잦은 전쟁으로 숲이 황폐화되어 대다수의 동물이 멸종해 버렸다. 살아 있는 새를 보는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손으로 쥐면 죽어버릴 것 같은 가냘픈 작은 새였다. 카나리아가 발톱으로 손가락을 꽉 잡는 게 느껴졌다. 카트란은 손을 들었다.


카나리아는 고개를 까닥이며 카트란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 날개를 퍼덕이며 숲으로 날아갔다. 카트란은 새가 숲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나도 참. 향수병이라도 걸린 모양이야.” 이전에 욕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사빌라밀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임기 동안에 고향인 밀알 공장으로 가지 못한다면 도장을 고향처럼 꾸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거대한 철창에 갇혀 자유를 억압되면 죄수와 다를 바 없었다.


‘대의를 위해선, 작은 희생이 필요해.’ 카트란은 식사장소가 빠르게 다가 갔다. 싱그로운 나뭇잎의 풋내에서 사밀라밀의 고독이 느껴졌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식기 전에 이동하시죠.” 집사 비네마인이 카트란에게 다가와 안내했다.


비네마인은 언제나 그렇듯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복장이었다. 카트란은 심심할 때마다 비네마인이 의복에 실수를 하나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식물원의 길은 중심부를 향해 나선형으로 모이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네 방향의 입구 어느 쪽에서 들어오더라도 중앙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중앙에는 타원형 탁자가 놓여 있었다.


베어검과 제네트샤가 요리를 기다리며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카트란은 기품있는 동작으로 빼낸 의자에 앉았다. 탁자 위에 설치된 브라운관 TV에서 황금뉴스가 재방송 되고 있었다.


TV의 볼륨 소리를 높였다. 유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 새 대공장장 선거는 황무지가의 다라리콘 칸타빌님의 선출되었습니다. 투표결과가 예상한 바를 훌쩍 넘어버려 더욱 흥미진진 했습니다. 또한 다라리콘 칸타빌님은 선출 연설에서 딸 리케 칸타빌의 약혼자를 발표하였는데요. 약혼 대상은 철혈가의 베어검 깁슨입니다.” 카트란은 물을 마시다가 체할 뻔하였다. 물을 뿜으며 콜록거리다가 겨우 진정을 하였다.


“뭐라는 거야?” 유니스가 미쳐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네마인은 쉐프가 조리한 요리를 능숙하게 식탁 위로 놓았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베어검은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고민했다. 베어검의 성격상 알려줄 때가 되면 알려줄 터였다. 하지만 베어검은 돌석상처럼 묵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형이 체사레와 있는 걸 보았어.” 베어검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까지 다다른 제네트샤가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오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약혼식을 혼자 결정하다니?” 제네트샤는 격앙된 목소리로 거칠게 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었어. 내가 황무지가를 찾아갔을 때 갑작스럽게 나에게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동맹을 맺자고 물어보았거든. 뜸을 들이는 모습을 봤으면 우리 쪽에 서지 않았을 거야.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에서 결정한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약혼식일 뿐이야 결혼하는 게 아니야.”


베어검은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제나트샤의 화난 모습에 난처한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화면에 리케 칸타빌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래도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는 핑계로 늦출 수는 있었잖아. 엄마한테도 알려야 하고. 저 저 뒤뚱거리는 꼴 좀 봐 닉시 콜라를 얼마나 먹었길래 저런 모습이야. 저 돼지랑 친척이 되는 거라고! 용납할 수 없어.” 제네트샤의 말대로 리케는 과체중 때문에 골반이 부각되어서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걸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성격도 좋지 않다고 낡은 대륙에 소문이 나 있었다. 다라리콘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결혼을 거절당해 리케의 결혼 상대를 찾느라 고생 중이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여자 치마폭에 둘러싸인 남자로 봤을 거야. 내가 모든 결정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해.. 나라고 원해서 그런 결정을 했던 게 아냐. 내 마음을 이해하겠니 제네트샤?” 제네트샤는 리케 칸타빌의 얼굴을 보고 경기를 일으킬 것만 같이 얼굴이 흔들고 토라졌다.


카트란은 제네트샤가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 갈라진 손에서 노동자가 제네트샤의 옷을 실수로 만지자 제네트샤는 즉시 노동자의 뺨을 때리고 집을 돌라와 옷을 불질러 버렸다.


비네마인이 새 옷을 준비하러 간 사이에 몇 시간 동안 샤워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노동자를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여론을 의식한 비네마인이 가까스로 중재하여 노동자는 교화 교도소에 끌려가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카트란은 사실 교화 교도소를 갈 바에는 자결을 택하는 게 더 인간다운 죽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했다. 제네트샤는 한번 화가 나면 잘 풀리지 않고 짜증을 많이 내는 스타일이었다. 조용히 듣고 있는 카트란이 입을 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거야, 동맹도 동맹이지만 약혼식까지 하면서 황무지가를 우리 편에 서게 한 건 좋은데 왜 우리표까지 황무지에 주어서 다라리콘이 대공장장이 되게 만든 거야? 상식적으로 황무지가가 우리 쪽에 표를 주고 형이 대공장장이 되는 게 맞지 않아?”


“맞아!” 제네트샤가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라리콘의 권력욕을 만족하게 해주면 배신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 승리에 도취해서 약혼식까지 발표할 정도면 지능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바보일 거야. 우리에겐 확실한 동맹이 필요했어. 대공장장이라는 자리는 많은 권한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제약도 많아.


일례로 대공장장이 되는 순간 수도를 을 벗어나기 쉽지 않지. 나는 여차하면 전선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고. 물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나중에 다라리콘과 마찰이 생길 뭔가를 결정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카트란은 말하면서 사실은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았다. 분위기상 걱정된다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다라리콘하고 내가 의견이 다르면 일이 하는데 언쟁을 하기도하고 의견을 조율 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황금 은행장은 원하는 걸 얻게 될 거야. 다라리콘을 이 원하는 걸 얻었고 이제 우리가 원하는 얻으면 되는 거야.” 베어검은 냅킨으로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게 뭔데?” 제네트샤는 툴툴거리며 물었다.


“우리가 권력을 양보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만큼은 제아무리 아둔한 다라리콘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 하나는 무조건 들어 줘야 한다는 걸 알겠지. 1차 목표는 광맥-밀알 동맹의 괴멸이야.” 베어검은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 감정 없는 목소리였다.


“다라리콘의 약혼식 발표 때문에 광맥 놈들이 다 도망가 버렸잖아. 우리는 전쟁해야 할 거야.” 카트란은 퉁병스럽게 대답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어. 다리리콘이 갑작스럽게 발표할지는 예상하지 못했잖아.”


“갈라진 손에 메리나 님에게 전갈을 보내야겠군요. 약혼식에 참석을 하셔야 할 거 같으니까요.” 비네마인이 의향을 물었다. 베어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네마인 그래 주면 고맙겠어.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조금은 걱정스럽긴 하지만.” 베어검은 쓴웃음을 지었다.


“철혈가의 장남이 결정한 일이지 않습니까. 메리나 님 께서도 똑같은 결정을 하셨을 겁니다. 불만은 있을 수 없습니다.” 비네마인은 중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맞아. 어차피 결정된 이상 뒤바꿀 수 없어. 제네트샤, 카트란 미리 이야기를 못 해 줘서 미안 해.”


“으.. 입맛 떨어졌어. 그만먹을래?” 제네트샤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비네마인 제네트샤를 따라 백화점에 가는 게 어때? 요번에 신상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신상은 너무 비싸. 공장가에게도 비싸서 살수 없는걸.”


“부공장장이잖아 황금은 넘치고 넘쳐 선물로 하나 해 줄게 제네트샤.” 베어검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안 그래도 사고 싶은 게 하나 있었어. 가자 비네마인.”제네트샤는 의자를 밀어 넣고 기대어섰다.


“제네트샤 잠깐만 입에 뭐가 묻었어. 덜렁대기는.” 베어검은 제네트샤의 팔을 붙잡고 입가에 묻은 음식을 냅킨으로 닦아주었다. 제네트샤는 그제야 화가 좀 풀린 듯 입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나중에 뵙겠습니다. 베어검님.” 비네마인이 가볍게 인사하자 베어검은 손을 들었다.


제네트샤를 따라 비네마인이 사라졌다. 베어검은 중앙에 기니피그 구이의 몸통 부분을 나이프로 반으로 갈라 접시에 덜어내었다. 보기 좋게 껍질을 벗겨 내고 살 부분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걸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슐레이반을 포함해 한 번에 전부 인질로 잡을 수 있었는데.” 카트란이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카트란.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면 어떻게 전쟁을 시작하겠어.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 식사를 마치고 가도 늦지 않을 거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광맥 놈들은 자기네 열차를 타고 도망갔어. 디젤차로는 열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걸 알잖아.” 카트란은 태평한 베어검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왼손으로 고기를 잡고 오른손으로 칼을 쥐고 뼈를 발라내었다. 고기 한점을 잘라 입 안에 넣고 인상을 찌푸렸다. 간이 전혀 배어 있지 않았다. 고기접시를 밀어내고 한 켠에 쌓아둔 갓 구운 빵을 손을 집게로 집어 그릇에 담앗다.


“설마 그걸 쓸 생각이야?” 카트란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응. 내일 출발하더라도 광맥가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베어검은 카트란을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눈빛이 잔인하게 번뜩이는 걸 보고 카트란은 소름이 끼쳤다.


광맥가 사냥할 생각하자 식욕이 돋는 모양이었다. 이제는 구이를 통째로 가져와 살을 발라내고 있었다.


“그럼 이제, 광물 수집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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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파스키은 23.11.27 9 0 11쪽
25 25. 카트란 23.11.26 11 0 11쪽
24 24. 알도린 23.11.25 10 0 11쪽
23 23. 파스키은 23.11.2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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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스철케이드 23.11.22 11 0 14쪽
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2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5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2 0 13쪽
17 17. 파스키은 23.11.18 13 0 11쪽
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3 0 11쪽
15 15. 팔라이네 23.11.16 14 0 10쪽
14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5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5 0 13쪽
12 12. 알도린 크래프터 23.11.13 1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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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11 22 0 11쪽
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20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4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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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10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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