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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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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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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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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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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 팔라이네

DUMMY

슐레이반은 방향을 틀어 경기장 중앙으로 돌아왔다. 베어검은 큰 반원을 그리면 반대편에 섰다.


“관중들의 기대감도 올라갔겠다. 이제야 제대로 할 모양이군.” 팔라이네는 지루한 참에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번엔 베어검이 속도를 내며 달렸다. 슐레이반도 지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 각자 슐레이반과 베어검의 머리를 향해 창을 높였다. 카메라는 위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내가 서로의 목에 창을 겨누고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창이 방패에 가로막혀 부서졌다. 나무창 파편들이 경기장 바닥에 흩뿌려졌다. 슐레이반은 경기장 반대편에가서 핸들을 꺾었다.


검은 재킷에 파편을 털어내었다. 베어검은 반대편에서 이륜차를 돌리고 다시 속도를 내었다. 반쯤 부서진 창 때문에 상대를 공격하려면 더욱 가깝게 달려야 했다.


“아무리 시합용 나무 창이라도 저 파편에 목을 잘못 찔리면 죽겠죠?” 파스키은이 팔라이네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기계 마상 시합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콘마일이 브라운관을 보며 대신 답했다.


“뭔데?”


“죽기도 하는 격렬함이야. 시합에서 죽은 선수가 적어도 수십 명이지. 중상을 입고 경기장에선 내려온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진짜 죽는다구요? 그런 멍청한 짓을.” 베리칼라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남자들은 어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죽음을 뒤로하고 펼치는 아슬아슬한 경기야말로 관객들이 원하는 거라고. 단순히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야.” 콘마일은 변명하듯 말했다.


“어디까지나 시합 중에 치명상을 입었을 때 이야기야. 평소라면 죽지는 않아.” 스철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베어검은 슐레이반과 창을 치받으려는 순간에 핸들을 슐레이반 방향으로 꺽고 반대편으로 뛰어내렸다. 슐레이반의 기계 이륜차가 베어검의 이륜차에 부딪치며 박살 났다.


부서진 앞바퀴 가이드와 바퀴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슐레이반은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공격에 경기장 바닥을 몇 번이고 굴렀다.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을 잃은 이륜차들이 관성 때문에 경기장 바닥을 휘저으며 먼지를 일으켰다. 먼지가 가라앉자 검은 재킷이 눈에 들어왔다. 슐레이반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나왔는데요. 슐레이반님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슐레이반님의 얼굴이 좋지 않습니다. 부상당한 모양이에요!” 사회자는 카메라를 이동시켜 슐레이반의 모습을 비췄다.


“저건 반칙이야!” 알도린은 유리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베리칼라가 알도린을 제지했다.


“정말 수단을 가리지 않네.” 콘마일이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파스키은은 얼굴을 찌푸렸다.


“슐레이반을 경험면에서나 기술 면에나 이기지 못할 테니까 꼼수를 쓰는군.” 팔라이네는 와인에 취해 붉은 기가 올라오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훝으며 빈 잔에 와인을 더 따랐다.


“어쩌면 현명한 걸지도.” 스철케이드가 몸을 기울였다. 경기장 바닥에 바퀴가 빠진 이륜차가 아직 먼지를 일으키며 헛바퀴를 돌았다. 충격이 없는 베어검이 자세를 낮추고 등에 멘 총을 꺼네 슐레이반을 겨냥했다.


“베어검님이 총을 꺼냈습니다. 슐레이반님이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경기에서 지게 되겠는데요?” 관객석에서 슐레이반에게 피하라는 함성이 들려왔다.


“삼촌 빨리!” 알도린이 소리쳤다.


베어검은 슐레이반의 얼굴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슐레이반은 경기창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가 함성소리에 고개를 돌려 자기를 겨냥한 베어검의 모습을 보고 방패로 얼굴을 가렸다. 고무탄 몇 발이 방패를 맞고 튕겨 나갔다.


“고의적 의도가 다분하군. 얼굴을 조준하다니.” 스철케이드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시합을 핑계로 죽일 생각이군.”


“슐레이반 삼촌도 예상하고 있을 거야!” 알도린이 경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슐레이반님이 가까스로 방패를 들었습니다. 실제 전투하는 것처럼 치열하군요.” 베어검이 쓰러져 있는 이륜차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베어검은 어깨너머로 슐레이반의 동향을 설피며 탄환을 장전하였다. 그 사이에 슐레이반도 땅을 박차고 일어나 재빠르게 다른 이륜차를 등지고 숨었다.


베어검은 총구를 내밀자 슐레이반이 방아쇠를 당겼다. 베어검은 몸을 다시 숨겼다. 탄환이 이륜차에 맞고 튕겨 나갔다. 베어검이 다시 몸을 기울여 슐레이반에게 사격했다.


슐레이반은 미끄러지듯 주저앉으며 빈탄창에 탄환을 삽입했다. 탄환이 이륜차에 맞고 튀어 나가는 게 보였다. 주먹을 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슐레이반이 등에서 총을 꺼내 베어검이 나올 곳을 예측해 겨냥했다. 방아쇠를 당기자 불꽃이 튀었다. 헛방이었다. 슐레이반은 총알을 장전하고 베어검이 있는 이륜차로 뛰어나갔다.


“갑자기 엄폐물에서 나오면 무방비 상태가 되는데 슐레이반님이 무슨 생각하는 걸까요? 너무 무모합니다!” 사회자가 탄식을 내뱉었다.


베어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륜차로 달려오는 슐레이반을 향해 총을 쏘았다. 슐레이반은 왼쪽 팔과 방패로 최대한 상체를 가리고 몸을 낮췄다.


고무탄에 맞을 수 있는 곳은 정강이 부분과 왼쪽 어깨뿐이었다. 베어검의 탄환 몇 발이 방패에 튕겨 나가고 몇 발은 왼팔에 맞아 튕겨 나갔다.


“좋았어!” 슐레이반의 왼팔이 기계 팔로 보조하고 있다는 점을 잊고 있었다. 경량화했어도 강철은 강철이었다. 슐레이반은 베어검이 나올 곳을 미리 겨냥하였다.


베어검이 튀어나오다가 손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탄환에 손이 맞은 모양이었다. 베어검은 총을 놓치고 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슐레이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다가가 몸을 던져 베어검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베어검의 상체를 깔고 앉아 저항하지 못하도록 눌렀다. 왼팔로 얼굴을 때리려다가 심판이 제지하자 마지못해 오른손으로 베어검의 얼굴에 주먹을 몇 차례 꽂아 넣었다.


베리칼라는 예상치 못한 폭력적인 장면에 눈을 질끈 감았다. 화면에 베어검의 입술이 터져 피가 경기장 바닥에 흩뿌려졌다. 슐레이반의 오른손이 핏물로 물들었다.


카메라에 베어검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웃는 모습이 담겼다. 슐레이반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왼손으로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왼쪽 허벅지에 박힌 작은 칼이 보였다.


베어검은 얼굴을 맞으며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칼을 꺼내 허벅지를 찌른 것이었다. 슐레이반은 있는 힘껏 베어검의 안면을 때리자 베어검이 칼손잡이를 놓으며 기절했다.


“끝났군.”


팔라이네는 질척거리는 진흙탕 경기를 볼 때면 혓바닥에 씁쓰름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말 철혈하고는 화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을 거 같아.”


“내심, 싸움 능력을 뽐낼 수 있고 치열한하기도한 남자다운 게임을 원했는데. 이기려고 발버둥 치는 걸 보니 예상대로 비열하네.” 파스키은은 베어검의 경기를 보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 어때, 경기는 경기일 뿐이잖아. 이겼으면 된 거지.” 콘마일은 탁자로 돌아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철혈가와 전쟁이야기는 지긋지긋해. 언제적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는 거야.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만 하면 증오를 더 키울 뿐이야. 철혈가와 광맥가 사이에 어느 누구 하나 손을 내밀지 않으면, 낡은 대륙에 대립 관계를 바꿀 수가 없을 거야.” 콘마일은 썰어놓은 과일 하나를 집어 입에 가져가며 회의적으로 말했다.


“나도 네 말에 동감이야.” 베리칼라가 콘마일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그런 말이 나와? 베어검의 비겁한 수에 삼촌이 다쳤다고. 삼촌 앞에서 철혈가를 옹호하는 소리하다가는 따로 잡혀가서 몇 시간이고 훈계를 들어야 할 거야.” 파스키은은 콘마일의 말이 터무니없다는 목소리였다.


“우리는 전쟁 세대가 아니야,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세계를 살고 있어.” 콘마일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철혈이랑 친구를 먹을 셈이야. 너는?”


“난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우리의 지식이 편협하다고 느꼈어. 인간은 어느 곳이나 비슷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실제로는 같은 사람인 거야.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관계가 삐그덕대긴 하겠지만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못할 것도 없지 않아? 전쟁보다는 평화가 더 낫잖아?” 콘마일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파스키은은 그 말을 듣고 혈압이 오르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못 본 사이에 겁쟁이가 다 됐구나? 그렇게 전쟁이 무서운데 어떻게 비행 함선의 장교가 됐는지 모르겠네.” 파스키은이 비아냥거리자 콘마일이 눈을 치켜들어 파스키은을 보았다.


“겁쟁이는 너겠지. 과거에 사로잡혀 전쟁만 고집하잖아. 과거를 용서할 용기가 없는 거겠지.”


“뭐라고? 난 전쟁을 하자고 한 적이 없어.” 파스키은이 콘마일을 한 대 칠 것처럼 다가 갔다. 콘마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해라. 짜증 날 만한 경기를 봐서 짜증 난 것뿐이야.” 스철케이드는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다가 파스키은과 콘마일을 떼어놓았다. 파스키은과 콘마일은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지만 별말 없이 각자 자리에 가서 앉았다.


베리칼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긋지긋해. 남자들이 저렇게 피나고 다치는 경기를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깐.” 콜로세움 안에서 함성이 일었다. 슐레이반은 심판이 다가와 제지하자 베어검을 놓아주었다.


“승리자는 광맥가의 슐레이반!” 함성이 더욱 커져 콜로세움을 가득 메웠다. 슐레이반은 엉거주춤 일어나 오른손을 들어 세레모니를 했다. 알도린이 두 손을 들며 만세를 외쳤다.


”삼촌이 이겼어!”


“오늘은 파티를 열어야겠군.” 팔라이네가 품에서 또 다른 백지수표를 꺼내 광맥가를 바라보며 흔들었다. 철혈가에 쪽에서 배팅한 황금을 모조리 가져온 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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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2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5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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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3 0 11쪽
» 15. 팔라이네 23.11.16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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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카트란 23.11.14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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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20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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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카트란 깁슨 23.11.07 41 0 12쪽
5 5.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0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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