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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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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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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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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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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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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파스키은

DUMMY

이틀 후, 스철케이드는 예정대로 떠날 채비를 끝냈다. 동이 트기도 전에 파스키은은 알도린과 함께 탑승장에 나와 있었다. 알도린은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을 비볐다.


병상에 누워 있는 슐레이반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베리칼라와 대공장장 사빌라밀과 코잉밀이 스철케이드를 마중 나왔다.


스철케이드는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 스철케이드는 온화한 얼굴로 파스키은을 품에 안고 꼭 끌어안았다. 파스키은은 스철케이드이 숨에서 약한 위스키향을 맡았다.


스철케이드는 알도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베리칼라의 볼에 입맞춤했다.


“잘 다녀오세요.” 베리칼라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래, 다녀와서 보자꾸나.” 스철케이드는 입에 미소를 머금었다.


스철케이드는 차례로 사빌라밀 데임과 코잉밀에게도 인사를 했다. 코잉밀이 품에서 수제 쿠키를 꺼냈다.


“가는 동안 입이 심심할 거 같아서요.”


“고맙구나.” 스철케이드는 수제 쿠키를 건네받았다.


스철케이드는 입술을 꾹 한번 다물고 말을 하려다가 말고 몸을 돌려 탑승장으로 향했다.파스키은은 거대한 흰수염고래 같은 여명 호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컨테이너가 갑판 위에 가득 쌓여 있었다.


고래의 수염같이 일렬로 달린 탐조등과 전조등에 불이 들어왔다. 파스키은은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렸다. 스철케이드는 갑판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파스키은과 알도린도 늦을세라 손을 들었다.


여명호의 주 날개에 엔진소리가 들리고 후면에서도 프로펠러가 돌아갔다. 움직일 거 같지 않은 거대한 여명호가 부드럽게 바닥에서 떠올랐다. 파스키은은 여명호에도 부유석이 들어갔음을 직감했다.


강철 함선은 전투에 강인했지만, 비행하기엔 너무나 무거웠다. 해오름에서 부유석을 발견한 뒤에 비행선 제작 방법이 강철에 부유석을 섞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부유석 제조 비율이 너무 과하면 강성이 약해 부서지기 일쑤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강철에 부유석을 덧대어 이중 합금을 만들어 함 내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아래쪽 먼지바람이 더이상 안보이고 프로펠러가 보일 정도로 여명호가 떠올랐다. 여명 호는 뱃머리를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꾼 후에 떠오르는 태양을 옆에 끼고 점점이 사라졌다.


파스키은은 여명호가 파란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와 같은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파스키은은 여명호가 완전히 사라지자, 알도린과 베리칼라와 함께 슐레이반의 병실로 돌아왔다. 슐레이반은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삼촌이 책을 읽는 모습이 정말 낯서네요.” 파스키은은 기운 없이 말했다. 전에는 꽉 찬 병실이 팔라이네와 콘마일 까지 떠나자 휑하게 느껴졌다.


베리칼라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알도린은 간밤 새 잠을 잘 자지 못했는지 하품하며 베리칼라 옆에 앉았다.


“몸이 아프지 않을 때는 독서보다 재밌는 게 많았으니까.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말이지.” 슐레이반은 책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의사 선생님이 푹셔야 된대요. 어디 갈 생각하지 말아요.” 베리칼라는 슐레이반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았다.


“슬슬 배가 고프네. 뭐 좀 시키자. 기다리기 힘들었어” 슐레이반은 책을 덮으며 두 팔을 베개 삼아 침대에 기대었다.


“그럼 그렇지. 파스키은 넌 뭘 먹을래? 특별히 내가 내도록 하도록 할게.” 베리칼라는 파스키은을 보며 말했다.


“그다지 배고프진 않은데? 차라리 난 알도린이 먹을 만 한 걸 시켜야겠어.” 파스키은은 빈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알도린을 보았다. 슐레이반은 파스키은에게 물었다.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고, 오후에 트로피 사냥이나 나가는 게 어때? 나도 가고 싶지만, 몸이 이래서 말이야.” 슐레이반은 베리칼라를 눈짓으로 파스키은을 가리켰다.


“그래 기분 전환하는 데는 사냥 만한 게 없지.”


“총을 발사할 때의 그 반동이란 남자를 흥분케 하지.” 슐레이반은 두 팔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해 보였다. 베리칼라는 못 말려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요즘 트로피 사냥은 실제 동물이 아니라 기계 동물이라 테이저 총을 사용하지만 말이야. 사실 실제 총을 사용하다가 어느 귀족이 죽었거든. 그 이후부터는 금지되었어. 사냥 갔다가 사냥당해서 죽어 버린 모양새가 구차했지.” 파스키은은 열여덟 살 때, 슐레이반을 따라 연습 삼아 트로피 사냥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파스키은은 슐레이반의 제안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온종일 우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병실에 벨이 울리고 주문한 음식이 들어왔다. 베리칼라는 접시가 세팅되는 걸 보며 파스키은에게 말했다.


“슐레이반 삼촌과 알도린은 내가 잘 보살피고 있을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슐레이반이 발끈했다.


“내가 알도린하고 같냐!” 베리칼라는 듣는 둥 마는 둥 어깨를 으쓱하고 식사했다.


파스키은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병실을 나왔다. 트로피사냥을 하려면 개별적인 차로 집회소로 이동하거나 집회소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야 했다. 낡은 대륙의 공장가라면 디젤차를 불러 이동할 수 있었지만, 파스키은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집회소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가면 공원의 실제동물을 만나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외관이 동물 뼈로 장식되어 기괴한 느낌을 주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파스키은은 맨 뒷자리로 이동하며 이 버스 외관 디자인을 한 사람의 미적 감각을 의심했다. 파스키은은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의 소녀가 연이어 버스에 탑승하는 걸 몰래 훔쳐보았다.


때 묻은 가죽장갑을 보니 해오름 공장의 노라 코로나 였다. 노라 코로나는 파스키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당당하게 파스키은이 있는 뒷자리까지 걸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파스키은은 뻘쭘함에 시선을 거두고 다음 탑승자를 보았다. 리포터 셀리나 헨델과 카메라 맨이 버스에 올라섰다.


“아. 이게 말이나 돼? 자기는 개인 차 타고 가고 난 이런 괴팍한 버스에 타라니.” 셀리나는 불쾌한 듯 신경질을 내었다.


“녹화분이 필요하답니다.” 카메라맨이 말했다.


“그런 하찮은 일은 인턴을 써도 되잖아. 유명한 리포터를 쓰는 건 자원 낭비야.”


“지금 녹화 중인데요?”


“뭐라고? 녹화 중이라고 미리 말했어야지! 지금 녹화한 건 지워 버려.” 셀리나는 땋은 머리매무새를 정리하며 화를 내었다.


카메라 맨은 앞좌석에 기대어 카메라 화면을 보고 방금 찍은 화면을 삭제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카메라맨은 카메라 무게 때문에 중심을 잡기 힘들어 보였다.


“녹화 시작할게요.” 셀리나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황금 뉴스 시청자 여러분, 저는 지금 트로피 사냥 순환버스에 탑승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트로피 사냥을 알고 계시나요? 사냥은 인간의 생존과 함께 발달하였는데요. 처음에는 실제 동물을 사냥하여 박제나 전시 그리고 기념품을 제작하였지만, 대기근 시대가 지나고부터는 기계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장 집회소에서는 인공 공원을 만들어 살아 있는 동물의 모습을 일부나마 볼 수 있습니다. 여길 보시죠.” 카메라맨이 차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파스키은은 철조망 밖으로 풀을 뜯는 사슴 무리를 보았다. 사슴 무리는 버스가 신기한지 버스가 이동할 때마다 꽁무니를 쫓아왔다.


“살아 있는 동물을 보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이번엔 트로피 사냥꾼과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파스키은은 세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셀리나는 녹화를 중지시키고 파스키은에게 말했다.


“트로피 사냥하러 가는 이유를 물어볼 거니까. 긴장할 거 없어.” 파스키은은 목젖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긴장한 채로 침을 삼켰다.


"다음은 너니까 미리 준비해 둬." 셀리나는 노라에게 시선을 옴겼다.


“한큐에 가자.” 셀리나는 카메라맨에게 눈짓했다. 카메라에 녹화를 알리는 빨간불이 점등했다.


“안녕하세요. 광맥의 파스키은 씨도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트로피 사냥을 왜 하러 왔나요?” 셀리나가 웃으며 마이크를 파스키은에게 넘겼다.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사냥하면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며서 총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트로피 사냥하면서,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버릴 수도 있죠.”


“다음 노라양은 어떤 일로 사냥에 참여했나요?”


“동물에 쓰인 보석을 얻으러 왔어요.” 노라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 또한 맞습니다. 기계동물을 사냥하면, 값비싼 보석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 보석을 팔면 한 번에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때요 시청자 여러분도 트로피 사냥에 참여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트로피 사냥하러 떠나보시죠!” 카메라 맨이 녹화를 중지했다. 셀리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서 앞쪽으로 이동해 의자에 앉았다.


“해오름도 금화가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보석까지 구할 필요가 있나?” 파스키은은 문득 노라에게 궁금한 게 생겼다. 노라는 반대편 창문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모르나 본데, 표범 어금니를 장식한 레드 다이아몬드는 10캐럿에 1000금화나 한다고.” 파스키은은 2금화가 보통 노동자의 연봉이라고 했을 때 1000금화를 계산해 보았다. 노동자 500명 분의 금화였다.


“그래도 너무 적은 걸? 공식적으로 해오름 공장이 보유하고 있는 금화는 100,000 개라고 알고 있는데, 터무니없이 작잖아. 트로피 사냥은 말 그대로 오락용이지.” 파스키은은 노라가 끼고 있는 손가락 없는 가죽 장갑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금화도 아닌 데 많으면 뭐 해 내 손에 들어온 금화여야 내 마음대로 쓰지. 가문의 돈은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야.” 파스키은은 노라 코로나가 세일라 코로나라는 계모를 어머니로 두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모든 계모는 똑같지 않는가.


“그 금화로 뭐 하려고?” 노라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비밀이지.” 파스키은은 다시 물어도 알려줄거 같지 않아 포기했다.


30분 정도 달리던 버스가 멈췄다. 셀리나 헨델과 카메라맨은 치즈처럼 축 늘어진 가죽의자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창밖으로 이른 시간에 흥분한 얼굴로 지프차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이드들이 사냥꾼의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돌아 갈 껄?” 노라가 새침하게 말했다. 파스키은은 버스 계단을 따라 지상에 발을 디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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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베리칼라 23.11.29 8 0 10쪽
27 27. 스철케이드 23.11.28 10 0 11쪽
26 26. 파스키은 23.11.27 8 0 11쪽
25 25. 카트란 23.11.26 10 0 11쪽
24 24. 알도린 23.11.25 9 0 11쪽
23 23. 파스키은 23.11.24 9 0 11쪽
22 22. 팔라이네 23.11.23 10 0 12쪽
21 21. 스철케이드 23.11.22 10 0 14쪽
20 20. 유니스 알페렌 23.11.21 11 0 13쪽
19 19. 베리칼라 23.11.20 14 0 11쪽
18 18. 파스키은 23.11.19 10 0 13쪽
» 17. 파스키은 23.11.18 12 0 11쪽
16 16. 스철케이드 23.11.17 12 0 11쪽
15 15. 팔라이네 23.11.16 12 0 10쪽
14 14.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5 13 0 10쪽
13 13. 카트란 23.11.14 14 0 13쪽
12 12. 알도린 크래프터 23.11.13 16 0 21쪽
11 11. 스철케이드 23.11.12 19 0 10쪽
10 10. 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11 21 0 11쪽
9 9. 팔라이네 크래프터 23.11.10 19 0 14쪽
8 8. 베리칼라 23.11.09 22 0 13쪽
7 7.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8 21 0 15쪽
6 6.카트란 깁슨 23.11.07 39 0 12쪽
5 5.스철케이드 크래프터 23.11.06 41 0 12쪽
4 4.알도린 크래프터 23.11.05 67 1 14쪽
3 3. 유니스 알페렌 23.11.04 98 1 17쪽
2 2. 파스키은 크래프터 23.11.04 20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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