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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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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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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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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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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4화

DUMMY

“방금 그거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는 필살기잖아, 잘 안 통한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해?”


정우진이 기습 데미지 뱅크 공격을 버텨낸 것을 보며 서연이 그렇게 말했다.


“너 혹시 정우진 스파이니? 밑천 다 털린 걸 꼭 그렇게 알려줬어야 해?”

“하하하하! 그런 멍청한 걸 달고 다니는 네 잘못이지! 빨리 버리는 게 좋을 거다!”


정우진의 비웃음에 서연은 크게 놀란 듯 숨을 들이쉬더니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사과했다.


“미,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이고, 뭐 겨우 이거 가지고 진심으로 사과까지 할 건 없는데.

서연은 정우진의 말대로 내가 진짜 자신을 버릴까 덜컥 겁이 난 것 같았다.

흠, 괜한 말을 했나, 딱히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는데.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안 통한 것도 아니야, 저거 봐.”


나는 유쾌한 척, 여유로운 척 낄낄거리고 있는 정우진의 흉부를 가리켰다.

그는 숨을 쉴 때마다 어딘가 쿡 찔리는 느낌을 받는지 숨을 쭉 들이쉬지 못하고 급하게 뱉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한 번에 죽이진 못했지만 적어도 죽음으로 이끌 조건 하나는 갖춘 셈이다.


“그리고 이건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내가 정우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짓하자 서연은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그런 서연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닥였다.

정우진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들으려 눈을 가늘게 뜨며 귀를 살짝 이쪽으로 기울였지만 너무 작게 말해 제대로 듣지 못했고.


“으어?”


내 속닥임을 들은 서연은 놀라며 미소를 되찾았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저거 꼬라지 보니까 잘하면 그 전에 끝낼 수 있을 것도 같고.”

“응, 알았어.”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고 하지만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하나, 서연에게 내 작전을 알린 나는 메이스를 집어넣었다.


“⋯뭐 하는 거지?”


내가 무기를 거두자 정우진이 물었다.

안 그래도 싸우는 내내 온갖 이상한 짓을 다 했는데 갑자기 무기를 내리니 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쫄지 마, 이번엔 별거 아니니까.”


- 쩌저적!


그리고 내가 하려는 건 진짜 별것 아니었다.

그냥 무기를 좀 바꿔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메이스를 집어넣고 만년빙으로 검을 하나 만들었을 뿐.

메이스는 어쨌든 휘둘러 후려쳐야 위력이 나오는 무기라 나보다 훨씬 빠른 정우진을 상대하기엔 영 아니었다.


“별 희한한 잔재주를⋯!”


검을 만든 내가 자세를 잡자 정우진도 따라서 자세를 잡았고 우린 다시 격돌했다.


- 촤악! 카가가각!


그와 검으로 합을 나누며 든 생각은 역시 메이스보단 검을 사용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었다.

메이스로는 제대로 된 방어도, 반격도 되지 않았는데 검을 사용하니 정우진과 좀 얽혀서 싸우는 그런 감각이 있었다.

거기다 단검을 든 그와 싸우다 보니 또 드는 생각이 재현이가 단검을 주무기로 쓸 때 아린이가 왜 그렇게 뜯어말렸는지도 이해가 갔다.


- 캉! 카각!


정우진은 빠르고 또 강하다.

하지만 보통의 검보다 리치가 몇 배는 짧은 단검을 쓰다 보니 그만큼 더 가까이 붙어서 크게 휘둘러야 하다 보니 자신의 최고 강점인 스피드를 그만큼 스스로 갉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단검 자체가 날이 짧고 무게가 가볍다 보니 나보다 강하다 한들 무기에 실을 수 있는 위력이 제한적이라 나보다 강하다는 이점조차 갉아먹고 있었다.


- 푸욱!


이것처럼.

정우진은 내 방어를 뚫고 내 목에 칼날을 박고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평범한 검 같으면 머리와 몸을 충분히 분리해 일격에 즉사시킬 정도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날이 짧은 탓에 내 목은 반밖에 잘리지 않았고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목은 금방 들러붙었다.

아린이의 말대로 정말 단검은 짧고 가벼워 부무장으로 들고 다니기 용이한 것 외엔 딱히 장점이 없었다.


- 서걱!


‘⋯오?’


아린이가 으레 하듯이 검을 높게 들고 위에서 아래로 찍어누르듯 날을 집어넣자 정우진은 짧은 단검으로 날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목과 어깨 사이를 꽤 깊게 베였다.

물론 정우진의 살가죽이 질기고 만년빙 검이라 날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주르륵 피가 흘러나올 정도의 깊이는 베어냈고 놀란 그는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크으⋯.”


정우진은 상처를 손으로 만져 깊이를 확인하곤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걸로 보였다.

데미지 뱅크에 맞은 충격도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목 부근을 베이기까지 하니 갑자기 맥이 축 풀렸나 보다.


“하아⋯ 그래, 좋아.”


- 땡그랑!


“⋯?”


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공격하려는데 이번엔 정우진이 돌연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땅에 버렸다.

뭐지, 갑자기 항복이라도 할 생각인가?


“지금쯤이면 써도 되겠지, 마지막으로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혼자 피식 웃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뭔가를 하려는 모양이다.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내버려 둬서 좋을 건 하나도 없겠지.


나는 움찔거린 탓에 정우진이 강화제를 투여할 시간을 틈을 줬던 과오를 씻기 위해 이번엔 무식하게 돌진을 감행했고 서연도 나를 따라 정우진을 향해 돌진했다.


“으아아아아!”


- 콰지지지지지직!


하지만 늦었다.

내 검이, 서연의 발차기가 닿기 직전, 정우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격을 방출했다.


“⋯!”


저건 맞으면 진짜 죽는다.

나 말고 서연이가.

그런 오싹함이 든 나는 급히 서연을 끌어안으며 만년빙으로 우리 둘을 알처럼 감싸 몸을 보호했다.


“후우⋯ 살아있어? 심장마비 온 거 아니지?”


가까스로 전격에 정통으로 노출되는 건 막았지만 내 반응속도가 그리고 만년빙이 생성되는 속도가 전기보다 빠를 순 없었다.

나와 서연은 어쩔 수 없이 감전당했고 감전 저항 특전을 찍은 나조차 상당한 데미지와 함께 몸이 마비될 정도의 전격이었으니 과연 서연은 멀쩡할까, 나는 우선 그녀의 안위부터 확인했는데.


“⋯짜릿해.”

“감전돼서 그래.”

“그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코가 닿을 정도로 나와 가까이 얼굴을 대고 있는 서연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 와중에 그런 말을 하고 싶니?”


순간 서연과 몸을 완전히 밀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 나는 조금 떨어지려고 했지만 나나 서연이나 아직도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결국 우린 경직 상태에서 벗어날 때까지 한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


- 콰앙! 쾅!


몇 초 정도 지났을까, 슬슬 몸이 움직여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밖에서, 아마도 정우진이 만년빙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좋은 거 있으면 같이 먹지 어디서 이렇게 힘이 솟아나는지 무서운 기세로 만년빙을 때려 부쉈다.


- 쩌저적!


그에 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만년빙을 보강하며 말했다.


“야, 서연아.”

“응?” “넌 이제 이쪽 말고 미즈키를 도와줘. 꼭 정우진을 네 손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너랑 나는 한 몸이야, 네가 죽이면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어.”


평소라면 그냥 한 몸 같은 파트너, 라는 말로 듣고 말았을 텐데 몸을 맞대고 있는 지금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묘한 소리로 들렸다.

뭐, 어쨌든 이상한 데서 고집을 피우는 스타일은 아니라 다행이지, 나는 이쯤에서 서연을 정우진과의 싸움에서 빼기로 했다.


지금 밖에서 느껴지는 정우진의 힘은, 더 이상 서연이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느껴졌다.

나라고 감당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죽음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럼 지금 얼음 깰 테니까 넌 곧장 미즈키 쪽으로 도망쳐, 알았지?”

“응.”


말은 잘 들어서 참 좋다.

나는 갑옷 속을 미리 만년빙으로 충분히 보강해 전투를 준비했고.


- 파아아앙!


폭발시키듯 만년빙의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정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 뭐야 저게?!’


그런데 정우진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그는 사람의 형체만 겨우 보일 정도로 전신에서 엄청난 전력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반대로 마치 전기가 모여들어 사람의 형태를 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 콰아아아아!


하지만 몸에서 뭔가를 뿜어내는 건 내가 원조다.

나는 몸에서 전격을 뿜는 정우진에게 점화를 발동해 맞불을 놓았다.

완전히 인간화력발전소와 그냥 인간발전소의 싸움이구만.


“⋯⋯⋯⋯.”


나는 2 페이즈에 돌입한 정우진을 잠시 탐색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정우진은 먼저 가볍게 한 발짝 앞으로⋯.


- 퍼버벅! 콰앙!


“끄억⋯!”


그가 가볍게 발을 내미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몸이 바닥에 처박히고 뒤늦게 통증이 느껴졌다.

가슴에 흉부에 두 방, 복부에 한 방.

나는 정우진이 칠 걸 다 치고 지나간 뒤에야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할 수 있었다.


‘미친, 무슨 속도가⋯!’


인지를 초월한 속도.

정우진은 S급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초고속의 움직임을 보였다.


“허억⋯ 허억⋯.”


내장에 다 터져나가는 고통을 삭힌 나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스파크로 인해 발광하듯 빛나고 있는 정우진을 향해 섰다.


“⋯!”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가 싶은 순간 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정우진이 특별한 기술을 쓴 건 아니다.

그저 빠르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날 치고 지나갔을 뿐.

하지만 힘이라는 게 질량과 가속도를 곱한 것이지 않은가.

아무리 작고 가벼운 주먹이라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와 때리니 한방, 한방의 위력이 미사일처럼 내 몸에 퍽퍽 꽂혔다.


- 콰직!


“컥⋯!”


정우진의 펀치는 갑옷과 만년빙을 단번에 뚫고 들어와 뼈와 근육과 장기까지 모조리 터트려놓았다.

A급치고 너무 만만하다 싶었는데 이놈도 나름대로 이런 필살기를 숨겨놓고 있었던 건가.

이런 종류의 스킬의 특징이야 마력 소모가 심하고 지속시간이 짧다는 큰 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S급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스킬이다.

A급과 S급은 사이에는 내가 익히 보아왔듯이 등급상으론 한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그 한 단계 사이에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힘의 격차가 있으니까.


‘이런 건 예상에 없었는데⋯.’


- 쾅! 쾅! 콰앙! 쾅! 쾅!


정우진은 정신없이 나를 치고 지나갔고 나는 하나도 반응하지 못해 여기서 맞고 저기서 맞고 무력하게 한참 두드려 맞으며 생각했다.

뭘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 빨라서 물리적으로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온몸에 최대한 만년빙을 둘러 죽지 않을 만큼의 데미지를 입는 것이었다.


“큭⋯! 크윽!”


체력이 바닥을 쳤다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정말이지, 이런 건 예상에 없었다.

예상에 전혀 없는⋯ 호재다!

이제 남은 건 최대한 집중해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는 것뿐.


- 쩌저저적!


이제 나는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두꺼운 만년빙을 내 몸 주변에 둘러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정우진의 저 스킬은 위력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지만⋯.


- 콰앙! 콰앙! 쾅! 쾅! 쾅⋯ 콰앙!


역시, 정우진은 벌써 스킬을 유지하기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


그런 낌새를 눈치챈 나는 눈이 터질 만큼 집중해 정우진의 속도를 따라갔다.

여전히 빠르긴 빠르지만⋯ 보인다!


- 터업!

- 콰가가가가각!


나는 순간적으로 만년빙을 해제하며 나를 향해 돌진한 정우진의 몸통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의 어마어마한 속도를 몸이 버티지 못해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지만 만년빙으로 내 손과 그의 몸 사이를 얼려 접착제처럼 사용해 겨우 떨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 콰과과과과과광!


내가 자신의 몸에 들러붙자 정우진은 번개 같은 연속펀치로 내 몸을 완전히 아작내놓았다.

하지만 유일한 장점은 오직 맷집뿐.

나는 그의 주먹을 버티며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꽉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그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적중률은 100%


[데미지 뱅크 Lv.2]


- 입은 데미지의 20배까지 축적해 폭발시킵니다.

- 재사용 대기시간 : 12시간


[축적 데미지 615000 / 615000]


나는 그의 복부에 댄 주먹을 통해 완충된 데미지 뱅크를 터트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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