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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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훌리카를 타고 정령 나메이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거의 다 왔다.]
그곳은 푸른 꽃이 가득한 곳이었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 사이에 작고 아담한 집이 지어져 있었다. 집 앞에는 길이 나 있었는데, 산 초입부터 이어진 길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상단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나메이카. 있느냐.]
훌리카는 나메이카를 불렀다. 나메이카는 마차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성호와 훌리카는 상단 마차로 갔다. 상단 주인은 훌리카의 존재를 보더니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아, 또 무슨 일이야.”
정령은 훌리카를 보자 대뜸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이 아이의 말을 들어보거라.]
“나 지금 바쁘거든. 여기 인간들 안 보여?”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뭔데, 그래. 야, 너 뭔데 내 애완견을 타고 온 거야.”
정령은 까탈스러운 목소리로 성호에게 말했다. 성호는 고개를 숙였다. 훌리카를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정령이다. 당연하게 깍듯이 대하게 되었다.
“정령님을 뵙습니다.”
“모험가님. 어떻게 저런 존재와 함께······.”
상단 주인이 곁에 다가와 묻는다. 그는 훌리카를 보며 두려워 떨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성호도 그랬으니까.
성호는 정령과 상단 주인에게 훌리카와 만난 과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얘기해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정령을 팔짱을 꼈다.
“왜 날 봐? 이 마력의 돌이 뭔지 궁금해?”
“그렇습니다.”
정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네 생각이 맞아. 이 돌은 리치의 파편이야. 조용히 봉인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데.”
정령은 리치의 파편을 봉인하여 이 존재를 세상에서 숨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호의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이 바뀐 듯 했다.
“야, 인간. 이 리치의 파편을 파괴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좋아. 넘겨줄게. 대신 확실히 파괴해야 해. 뭐, 사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난 그냥 이 숲에 결계를 치고 조용히 살면 되거든. 하지만 파편을 잃는 순간, 이 세상은 파국으로 치달을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명심해. 야, 늙은이. 이놈한테 넘겨.”
“넵? 아, 넵넵.”
상단 주인은 작은 상자를 성호에게 넘겼다. 상자에선 성호로선 보지 못했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이템 설명을 읽으려고 했지만, 아이템 확인조차 먹히지 않았다.
“이제 세상은 네 손에 달렸어.”
정령은 말했다. 성호는 그녀인지, 그인지 모를 존재의 말을 새겨들었다.
띠링!
-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는 ‘고대 사자 훌리카를 죽여라.’에서 ‘리치의 파편을 점성술사 세스에게 전달해라.’로 바뀌어 있었다.
“내려가 보겠습니다.”
“오야. 조심해.”
만남은 짧게 끝났다. 성호는 베이지 상단 주인과 함께 깊은 산에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자신이 만났던 존재들과 이 세상의 운명. 그리고 리치의 파편이 가진 능력까지. 모든 게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바라던 리치의 파편은 성호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성호가 안심하고,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숲에서 검은 구체가 날아왔다.
그건 검은빛이라고 느껴지는 동그란 물체였다. 천천히 날아와 성호는 이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뜨겁다고 느낀 순간, 검은 구체가 빛을 머금으며 터졌다.
“윽.”
성호는 눈을 가렸다. 그리고 나타난 건 검은 후드를 쓴 인영들이었다.
“누구냐!”
성호의 외침에 검은 인영들은 그저 말없이 손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상단 주인은 잡혀서 목이 베였다.
“도, 도망치십시오.”
상단 주인의 목에서 피가 역류한다. 성호는 늑대 장검을 뽑았다. 그러자 검은 인영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름 박성호. 나이. 스물셋. 직업은 없고, 얼마 전에 대학을 자퇴했네?”
“너, 너 뭐야! 시발!”
자신의 신상 정보를 읊자 성호는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검은 인영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넌 실수했어. 무슨 실수냐고? 우리 BK길드를 건드린 최악의 실수.”
“BK길드?”
성호의 눈이 커졌다.
“리치의 파편을 내놔.”
“어떻게 리치의 파편을?”
“네가 알고 있는 걸 우리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냥 내놓을래, 아니면 죽고 내놓을래? 척살령을 받고 싶은 건 아니겠지?”
성호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 시발. 이런 고민하는 것도 사치다. 그냥 죽어라. 앞으로 계속 죽어줄 테니까 각오해.”
검은 인영은 칼을 들었다. 그에 따라서 나머지 인원들도 검을 들었다. 성호는 늑대 장검을 쥔 손에 힘을 풀었다. 이 인원은 이길 수가 없다. 젠장.
“네놈 이름은?”
성호는 늑대 장검을 집어넣고 물었다. 검은 인영이 잘게 쪼갰다.
“나? 죽는 와중에 이름을 물어? 왜, 복수라도 하게?”
“다시 묻지. 네놈 이름은?”
“시발. 키키키. 진짠가 보네. 알려줄게. 크라켄이다. BK길드의 사천왕 크라켄. 잘 기억해두라고. 애송아.”
뒤이어 복부를 가르고 검이 들어왔고, 성호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사망하셨습니다.
* 부활 대기 시간 : 0시간 59분 57초
1부 완 – 성호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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