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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489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22 19:05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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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DUMMY

“님 유저죠?”


두건을 두른 궁수가 다가왔다. 편안해 보이는 가죽옷을 입고 있는 그의 등 뒤에는 석궁이 걸려있었다. 성호는 그의 행색과 눈빛을 살피다 대답했다.


“네, 무슨 일이죠?”


성호의 경계에 그가 두 손을 내저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이제 곧 님한테도 산적 토벌 퀘스트가 뜰 텐데 같이 하자고요.”

“토벌 퀘스트요?”

“네.”


그의 말대로 NPC들 중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이 다가왔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셰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부탁이 있습니다.”


촌장은 주저리주저리 떠들다가 결국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부디 인근에 자생한 산적 놈들을 토벌해주십시오.”


띠링!


「산적 토벌

로톤 지방 초입의 셰림 마을은 최근 산적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계속되는 흉년에 좋지 않은 상황. 거기에 산적들이 약탈을 일삼으니 마을 사람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산적을 토벌해 그들을 안심시켜라.

* 난이도 : D-

* 산적 : 0/50

* 산적 대장 ‘카를로’ : 0/1

* 퀘스트 공유 가능」



‘산적 50명과 산적 대장만 잡으면 되는 퀘스트네.’


퀘스트 창을 닫았다. 보수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퀘스트로 적절할 것 같았다.


“어때요? 같이 하실래요?”


궁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 ‘그렛’님께서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그들은 총 네 명이었다. 궁수 두 명에 전사 한 명, 그리고 마법사 한 명. 하지만 이제 막 급조된 파티인 듯 서로서로 어색했다. 키 작은 마법사가 눈에 띄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법사라.’


와일드에서 마법사는 조금 특별대우를 받는다. 신앙으로 기적을 사용하는 사제와 다르게 마법사는 마법을 사용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제의 기적은 스킬창을 소비하지만 마법사의 마법은 스킬창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법사에게 마법은 따로 분류된다. 무슨 소리냐 하면, 다른 직업들이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면 스킬창을 소비하지만 마법사는 마법창을 소비한다는 말이다. 여러 스킬과 여러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 마법사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전직하는 게 까다롭다고 하지.’


마법을 가르쳐주는 NPC는 많지 않다.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이상, 일반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애초에 ‘마법세계’ 주인공도 돈을 내고 마법을 배웠다.

굳이 파티하고 싶진 않았다. 성호는 어디까지나 솔로 지향이었다.


“죄송합니다. 전 혼자 하겠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제안했지만, 성호는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파티 일행 쪽으로 돌아갔다. 성호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촌장의 손을 맞잡았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산적 놈들을 이 땅에서······.”


촌장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마음이 아파서라도 꼭 깨주고 싶었다. 촌장에게 여관까지 안내받고 대금을 치른 후, 방에 올라갔다.

여관 안은 눅눅했다. 습한 공기가 서려 있었다.


‘쾌적한 환경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좀 그러네.’


침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곰팡이 든 나무 식기를 보니 마을의 현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로그아웃 대신 여관을 이용한 건 이유가 있어서였다. 여관을 이용하면 여관 건물의 레벨에 따라 경험치 보너스와 아이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여관 레벨이 높을수록 다른 버프들도 생긴다. 게다가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는 짐이 따로 있어서 여관을 이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잠깐 사냥 좀 하다 갈까.’


타이머의 시계는 오후 8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금 로그아웃하면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눈칫밥 먹고 지내고 있는데 잔소리까지? 안 된다. 차라리 게임 속에서 밤을 새는 게 낫지.

와일드에선 날이 져물어도, 밝은 곳이나, 횃불이나 등불을 소지하면 사냥이 가능했다. 게다가 밖의 필드는 보라색 숲처럼 위험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충분히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었다.


‘흐음.’


입맛을 다시며 밖으로 나가 마을 안에 다른 퀘스트가 있나 찾아다녔다. 한 명밖에 없는 대장장이한테도 가보고 초라한 잡화상점에도 들렸다. 하지만 전부 심부름이나 잡일 말고는 다른 퀘스트를 주지 않았다.


‘정말 작은 마을이구나.’


적당히 돌아다녀 본 셰림은 정말이지 작은 촌락, 그 자체였다. 인구수가 적었고, 규모도 적었다. 예전엔 포도농장이 쫙 펼쳐져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말한 땅은 이미 황폐해진 땅이었다.


“예전엔 먹고 살만했지. 람톤에서 무역 꽤나 하는 상인들이 와서 우리 포도를 사서 갈 정도였으니까.”

“와인하면 셰림을 빼놓을 수 없었어.”

“우리 마을도 꽤나 번창했었어. 이렇게 작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전쟁이 있었던 후, 사람들이 점점······.”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안타까웠다. 악마들이 지나간 전장에 남아있는 것은 없었고, 비옥했던 땅은 메말라가고,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최근엔 니들산에서 온 산적들이 활개 치고 있다고 했다.

제국에서 구제해주거나 로톤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가 손을 써야 하지만 그들은 왜인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가 있는 거지. 바로 리치의 부활. 그 이유 때문일 거야.’


로톤 지방에도 악마들의 신도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로톤 성의 영주가 자신의 영지를 버릴 리 만무했다.

성호는 여관에 올라와 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상념에 빠져있을 때,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책을 덮고 창가를 내다보니 아까 입구에서 봤던 그 파티가 분주하게 사냥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굳이 이 시간에 사냥이라니······.’


전사가 횃불을 든 채 앞장서고 궁수 두 명이 양옆에 서서 보조한다. 검사 둘과 도적이 중위를 맡고, 맨 뒤에서 마법사가 따라가며 최종적으로 움직인다. 적절한 포지션이다.

파티 리더인 그렛은 초심자가 아니었다. 아까보다 인원이 많아졌음에도 파티를 통솔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역할 배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 나머지도 RPG게임을 해본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만 빼고.’


맨 뒤에 서 있는 키 작은 마법사가 망토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도 이 야생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듯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건 성호뿐인 듯했다.


‘조금만 따라 가볼까?’


괜한 호기심이 생겼다. 마법사가 안쓰럽기도 했고, 저 파티가 어떻게 사냥할지 궁금했다. 게다가 마침 사냥 갈까 생각 중이기도 했으니 움직일 명분은 있었다.


‘그냥 나도 사냥하는 거야. 따라는 무슨.’


스스로 합리화하며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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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4) 21.02.17 86 1 6쪽
49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3) 21.02.16 82 1 6쪽
48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2) 21.02.15 79 1 7쪽
47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1) +2 21.02.14 90 2 8쪽
46 6화 - 시련의 땅 (8) 21.02.13 89 1 9쪽
45 6화 - 시련의 땅 (7) 21.02.12 83 1 7쪽
44 6화 - 시련의 땅 (6) 21.02.11 83 1 7쪽
43 6화 - 시련의 땅 (5) 21.02.10 84 1 7쪽
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79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1 1 8쪽
40 6화 - 시련의 땅 (2) 21.02.07 83 1 9쪽
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7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5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1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6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7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4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0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4 1 7쪽
»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1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0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1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5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1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8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7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38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49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8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2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08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6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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