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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37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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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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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DUMMY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하아아암.”


더글라스는 기지개를 켜고 잠에서 일어났다. 눈을 비비고 피로가 가신 뒤에 시야가 돌아왔다. 그녀는 흠칫 놀랐다. 동굴 벽에 등을 기댄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밧줄에 묶여있는 남자는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왜요···. 왜 그렇게 보세요.”


그녀는 낯선 남자와 있다는 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성격이 소심하다는 소릴 자주 들었지만, 지금처럼 둘만 있는 상황에선 여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 자네.”

“졸린 데 자야죠······.”


남자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대체 뭐가 불만인지 알 수 없었다. 졸린 데 잠은 자야 하지 않겠는가.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고 싶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이름이라도 먼저 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먼저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생각을 다 끝냈을 때, 남자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이름은?”


간단히 이름을 물었을 뿐인데, 그 진중함에 그녀는 본인도 모르게 겁을 먹었다.


“네? 아, 전 신유정이요.”

“하. 아니 실제 이름 말고 게임 닉네임.”


남자가 한스럽게 본다. 그녀는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 이름을 묻는 줄 알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굳이 저렇게 말할 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참 퉁명스러운 사람이다.


“더글라스요. 성은 없어요. 그냥 더글라스.”

“게임인데 성이 왜 필요해.”

“요즘은 성 쓰는 게 유행이라서······.”

“후···. 됐고. 레벨은 몇이야?”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선 게임 닉네임을 서양식으로 짓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설명해도 믿지 않는 표정이다. 이 남자,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십육이요. 아직 좀 낮아요. 마탑에서 마법을 배우고 나오느랴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방호 마법이요. 그리고 몇 가지 공격 마법.”

“예를 들어?”

“전기 충격 정도?”


묶인 상태에서 손바닥을 펼쳤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노란 전기가 올라오며 안으로 응축했다가 밖으로 뿜어졌다. 작은 물풍선 크기 정도였지만······.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 방호 마법만 중점으로 배웠단 뜻이네.”

“네에······.”

“쓸모없기는.”


한심스럽다는 투였다. 기분이 팍 상했지만, 남자의 전투를 봤기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의 전투는 보는 내내 환상적이었고, 그녀로선 상상조차 하지 못할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구해줄 땐 멋있었는데, 진짜 아니다. 이 사람.’


그녀는 ‘대단하신 분이라 좋겠네요.’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곤 그를 찬찬히 올려다보았다. 커스텀마이징 때문일까? 아니면 동굴 안 분위기 때문일까? 참 곱게 생긴 얼굴이었다. 오뚝한 코에 횃불 빛을 머금은 브라운 헤어, 인상적인 눈동자. 뭐랄까···. 풍기는 아우라가 달랐다.


‘현실에선 분명 개찐따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남자의 말 하나하나에 신경 쓰여 오늘내일 기분이 별로일 테니까.


“잠깐. 너 방금 마법을 사용한 거야?”

“넵? 방금 보셨잖아요. 했는데욥.”


남자가 눈을 크게 떠서 말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끝말을 삼키듯이 말했다. 약간 창피했는데 남자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마법이 ‘시전 가능’하다라. 그럼 나한테 방호 마법 걸어봐.”

“그······. 대체 왜요?”

“말대꾸하지 말고 그냥 걸어.”


단호하고 고집스러운 그의 말에 그녀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대상을 향해 손을 살짝 펼쳤다.

방호 마법은 푸른 마나를 사용한다. 마탑에서 가르친 선생님께서는 상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력한 방호를 걸어줄 수 있다고 했다. 수호의 마법이며, 비호의 마법이다. 물론, 지금 저 남자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지만.

이윽고 남자의 전신에 푸른 방어막이 둘러졌다. 그의 몸을 감싸는 따뜻한 기운은 그녀에게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 정도면 괜찮네.”


그가 일어섰다. 그리곤 나무 철장 앞에 섰다. 그녀는 그가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알아차렸다. 심호흡을 마친 그가 눈을 부릅뜨며 강한 기합을 외쳤다.


“흐압!”


디딤발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다리 힘과 속도.


“크악.”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는 철책에 부딪히자마자 볼품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마치 큰 용수철에 날아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뒤로 꼬꾸라진 남자는 그대로 동굴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녀는 몰래 웃음 지었다.


“웃, 웃지 마!”


남자가 쪽팔린 듯 소릴 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본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이 아까와 달리 귀엽고, 순수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는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긴 한 듯 헛기침하며 먼지를 털고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철장이 단단하네.”


쑥스러움을 피하고자 그가 말을 돌린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나무 철장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부딪치면 바로 부서지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견고하고 오밀조밀했다. 허술하게 보이는 건 어두워서 그런 모양이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그녀의 웃음소리와 철장에 부딪혀 난 충격음 때문인지 저 멀리서 보초 두 명이 횃불을 들고 걸어왔다.


“그만 웃으랬잖아.”

“왜 저한테 화를 내요? 누구 때문에 웃은 건데.”


그녀는 입술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화를 냈지만, 이 남자한테는 왠지 화를 내도 될 것 같았다.


“그래그래, 화내서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어쩌냐. 보초를 끌어들였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생각 없냐?”

“탈출하게요?”

“그럼 탈출해야지. 넌 그냥 이대로 죽고 싶냐?”

“당연히 아니죠. 근데 어떻게 탈출하게요?”


남자는 머리를 매만졌다.


“시간을 끌어줘. 조금이면 돼.”

“시간이요? 하지만 전 방금 일어나서 어떻게 탈출하려는지 모르는 걸요.”


카를로한테 잡히고 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잠을 잤다. 이따 오후에 수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 뭐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거친 수염을 가진 산적 한 명이 횃불을 들고 철장 곁으로 다가왔다. 나머지 한 명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무섭게 생긴 산적들이었다.

보초들이 다가왔는데 남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랑 귓속말을 나누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산적들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을 잇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 속에서 사람 형태를 한 그림자가 나와 뒤에 있던 산적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뒤에 있던 산적이 신음을 뱉을 새도 없이 힘없이 죽어버렸다.


“뭐야? 왜 놀래? 빨리 말해. 뭔데?”


눈앞에 거친 수염을 가진 산적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조심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뭐? 대체 뭘 조심하라··· 커억.”


이어서 거친 수염을 가진 산적의 심장을 뚫고 서슬 퍼런 단검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튀어나온 단검을 가리켰다.


“네. 그거요. 그 단검 조심하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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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부 완 마치며... 21.02.19 92 1 1쪽
50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4) 21.02.17 87 1 6쪽
49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3) 21.02.16 82 1 6쪽
48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2) 21.02.15 82 1 7쪽
47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1) +2 21.02.14 91 2 8쪽
46 6화 - 시련의 땅 (8) 21.02.13 89 1 9쪽
45 6화 - 시련의 땅 (7) 21.02.12 84 1 7쪽
44 6화 - 시련의 땅 (6) 21.02.11 84 1 7쪽
43 6화 - 시련의 땅 (5) 21.02.10 86 1 7쪽
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80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2 1 8쪽
40 6화 - 시련의 땅 (2) 21.02.07 83 1 9쪽
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9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6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7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100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9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9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9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50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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