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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32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31 19:05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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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DUMMY

***



“성호 씨. 좋은 일 있었어요?”

“네?”


[ALL마트]라는 형광 네온사인이 빛나는 창가 뒤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홀로그램 체킹을 하던 성호는 카운터 쪽을 바라봤다.


“아니, 표정이 좋아 보이길래.”


그녀는 턱을 괴고 한눈으론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쇄골까지 내려오는 진한 흑백의 머릿결에 빛나는 듯한 우윳빛 피부. 나현은 [ALL마트]의 점장이자 사장님 딸이었다.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 있었죠.”

“무슨 일인데요?”


발주 체크와 오류 여부를 끝낸 그녀는 상당히 지루한 눈치였다. 30분 뒤에 사장님이 온다고 했지만, 무인으로 돌아가는 마트다 보니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별일 아니에요.”

“뭔데요? 말해줘요.”

“그냥 게임 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을 몇 명 만나가지고요.”

“그래서요?”

“어···. 음. 나쁜 놈들도 물리치고 도망치기도 했죠.”

“무슨 게임인데요?”


그녀는 그제야 흥미를 보인 듯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성호를 지그시 바라봤다. 성호는 그녀 같은 미인이 바라보자 상당히 부담되었다. 게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현실에서는 느낌이 달랐다.


“혹시 와일드 아세요?”

“알죠. 밖에 광고판만 봐도 알 걸요? 얼마나 홍보를 때리는데. 성호 씨, 와일드 해요?”

“네. 출시하자마자 샀어요.”


그 말에 성호와 함께 옆에서 장비를 체크하던 여 알바생도 귀를 쫑긋했다. 민희는 여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가장 어린 친구였다.


“언니, 저도 그 게임하고 있어요.”

“정말? 나도 할까? 재밌어? 그 게임?”

“네. 진짜 재밌어요. 같이해요. 상국아. 언니오빠들이랑 같이 할까?”


매장 바닥을 훑던 금발 머리의 남 알바생은 고개를 들었다.


“같이 하자고?”

“다 같이 모여서 게임하면 재밌잖아. 파티 사냥하자! 거기서 회식도 하고.”


민희가 손뼉을 쳤다. 상국이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게임에서 회식하고 싶냐.”

“뭐 어때. 같이 즐기는 게 중요한 거지. 안 그래요, 언니?”

“재밌긴 하겠다. 그럼 나도 시작할게. 어디서부터 하면 돼?”


나현은 웃으며 성호를 쳐다봤다. 성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시선을 민희에게로 돌렸다.


“저랑 상국이는 포르타 지방에서 시작했어요. 성호 오빠는요?”

“난 라힘.”

“라힘? 거기가 어디예요?”

“있어. 작은 마을. 조용한 동네야.”

“으음. 오빠도 곧 수도로 와요?”

“난 좀 걸릴 거 같은데.”

“그럼 저희는 언니랑 먼저 만나서 하고 있을게요. 언니! 언니도 포르타 지방 쪽으로 시작해요.”


민희는 신이 난 듯 목청을 크게 말했다.


“그래그래. 알았어. 근데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데?”

“그거는요······.”


민희가 설명하는 동안 성호는 상국이를 바라봤다. 그는 성호보다 2살 어린 대학생이었는데, 민희를 보며 못 말린다는 표정이었다. 성호는 그를 보며 웃었다.



***



알바를 끝내고 성호가 다시 접속했을 때, 실링과 더글라스는 여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글라스가 손을 흔들었다.


“여기예요.”


테이블 위로 호밀빵과 포도, 치즈, 우유, 다양한 육류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성호는 자리에 앉았다.


“요새 알바 해?”


실링이 잔을 건네며 물었다. 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에 술을 따랐다.


“매장 알바하고 있다.”

“운 좋게 하나 구했나 보네. 그보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난 여기에 볼일 없어. 내 퀘스트하러 가야지.”

“네?”


듣고 있던 더글라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드 안으로 보이는 얼굴이 조밀조밀했다.


“그 고생을 하고 와서 빤스런이라뇨.”

“빤스런은 무슨. 그 정도 했으면 됐지. 넌 우리 셋이서 뭘 할 수 있다고 보냐?”

“그건 아니지만 복수해야죠.”

“복수는 개뿔.”


그 말이 화가 됐는지 더글라스가 두 손을 앞으로 들었다. 빵을 베어 물던 성호는 먹지 못했다. 푸른 방호 덕에 씹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너···. 이 자식.”

“복수해요. 저희.”

“너 혼자 해. 난 안 해.”


성호는 호밀빵을 내려놓았다.


“왜요. 화 안 나세요?”

“내가 화날 게 뭐 있어?”


성호는 시선을 피했다. 더글라스는 성호를 매섭게 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갈게요. 구해주셔서 고마웠어요.”

“더글아.”

“실링님. 고마웠어요. 나중에 연락해서 커피라도 한잔해요. 그럼.”


더글라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관을 나갔다. 실링이 성호를 바라봤지만, 성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혼자라도 복수할 생각이던데 정말 안 도와줄 거야?”

“시비 붙어봤자 득 될 게 없어. 레벨 업하기도 벅찬데 내가 왜 도와야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사람이 좀 그러네.”

“뭘 그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안 하는 건 죄야. 너도 알지? 나도 가본다.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나 비싼 몸이야. 이리 와달라 저리 와달라 하지 마라. 이번엔 내가 근처였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안 왔어.”


실링은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성호는 실링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혀를 내밀었다.


“비싼 몸은 무슨.”


성호는 나머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여관방으로 올라갔다. 실링과 더글라스가 사라지자 방 안에는 왠지 모를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잠깐 서 있다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안 볼 사이야.’


다시 보지 않을 사이. 앞으로 만날 인연이 없는 사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쾌한 감정이 자꾸 올라온다. 오롯이 짜증 난다.


“스탯창.”


「이름 : 윌 나이 : 23

성별 : 남 레벨 : 35

생명력 : 170 마나 : 110

기력 : 51

직업 : 무 칭호 : 함정 대가

공격력 : 152(+25) 방어력 : 70(+15)

힘 : 70(+1) 민첩 : 80(+1)

지능 : 10(+1) 운 : 10(+1)

기력 : 50(+1)

남은 스탯 포인트 : 5」


어느덧 레벨은 35. 그리고 기력이라는 스탯이 생겼다. 기력 스탯은 말 그대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운의 총량이었다. 현재 성호의 기력은 51. 즉,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운의 총량이 절반 정도 남아있다는 뜻이다. 기력을 다 사용하면 넉다운. 쓰러지고 만다.

이 스탯의 중요성은 스태미나의 총량을 알 수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사냥이나 전투할 때, 기력량을 보고 얼마큼 싸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벤토리창.”


아이템은 저번과 달라진 게 없었다. 산적들을 잡고 나온 잡템들이 있었는데 아직 처분하지 않았다.

밖을 보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알바를 갔다 왔으니 저녁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시간엔 셰림 밖의 산적이나 날짐승들을 사냥할 생각이었지만,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옵션창을 켜서 로그아웃 버튼을 클릭했다.


[정말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온 성호는 시나리오를 벗었다. 현실의 칙칙한 냄새가 코를 통해 들어온다. 방을 점령한 오래된 냄새는 이제는 무뎌진 익숙함의 상징이었다.


“젠장.”


성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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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부 완 마치며... 21.02.19 92 1 1쪽
50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4) 21.02.17 86 1 6쪽
49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3) 21.02.16 82 1 6쪽
48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2) 21.02.15 81 1 7쪽
47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1) +2 21.02.14 91 2 8쪽
46 6화 - 시련의 땅 (8) 21.02.13 89 1 9쪽
45 6화 - 시련의 땅 (7) 21.02.12 84 1 7쪽
44 6화 - 시련의 땅 (6) 21.02.11 84 1 7쪽
43 6화 - 시련의 땅 (5) 21.02.10 86 1 7쪽
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80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1 1 8쪽
40 6화 - 시련의 땅 (2) 21.02.07 83 1 9쪽
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9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6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7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9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9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50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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