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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페이드 아웃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31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14 19:05
조회
118
추천
2
글자
8쪽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DUMMY

***



카릴프의 대장간을 나온 성호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하. 산소에 오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시간은 벌써 오후, 하필 태양이 가장 강렬한 시간대였다. 잔뜩 물오른 더위에 짜증이 났지만, 추리 소설 같은 수수께끼를 빨리 끝내고 보상을 받고 싶었다.


“후우-”


카톨프의 무덤은 라힘 남쪽에 있었다. 작은 산이었는데, 초입 부근의 조그마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산을 타고 오르니 짙은 수풀이 뒤덮인 언덕에 공동 묘지가 보인다. 마을 사람들의 공동묘지였다.


「레놀라이 아놀드 524 – 591

내가 가는 길엔 끝이 없을지니」


산 중턱 쯤에 작은 봉분과 함께 짧지만 굵은 글씨의 오래된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레놀라이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바로, 이자가 정말 죽었느냐다.


“내가 가는 길엔 끝이 없을지니라······.”


간단한 문구. 하지만 성호는 이 문구에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챘다. 죽어서라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그의 욕망이 엿보이지 않는가. 아니면 죽지 않았거나.

짧게 웃으며 허리를 폈다.


‘어디 보자.’


무덤 주위를 돌며 수상한 장치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비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나!’


무덤 좌측 작은 봉분에 미세한 홈이 하나 파여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흙으로 뒤덮어 막은 흔적. 흙과 잡초를 뽑아 홈을 넓히자 적당한 크기의 레버가 드러났다. 웃음이 나왔다.


‘던전인가. 아니면 은신처?’


이런 유의 패턴은 뻔하다. 레버를 당기면 무덤의 가장자리부터······.


‘그렇지!’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갈라졌다. 이윽고 지하로 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흙먼지가 피어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쾌감과 성취감이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다는 게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긴장과 고양감으로 뒤덮인 몸을 추스르며 인벤토리에서 횃불을 꺼냈다. 횃불에 불을 붙이자 화악-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내려가기 전, 계단을 살폈다. 발자국 같은 건 안 찍혀 있었다. 성호가 처음이라는 소리.


‘여기서부터 긴장해야 해.’


낯선 곳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를 방어할 줄 알아야 한다. 이곳은 누군가의 무덤이자 던전이다. 어떤 적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함정과 트릭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긴장하고 예민해져야 한다. 그것이 야생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계단에 발을 올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성호를 반겼다.


띠링!


- 미발견 던전 ‘레놀라이의 무덤’을 발견하셨습니다.

* 72시간 동안, 추가 경험치를 소폭 획득합니다.

* 72시간 동안, 아이템 발견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 지도가 완성되지 않은 곳입니다. [M]키를 누르시면 지도 제작 화면에 들어갑니다.


화면 왼쪽 하단에 있는 M키를 누르자 반투명한 창이 뜨며 던전의 지도가 표시됐다. 하지만 시작 지점을 제외하고 전부 어두웠다. 직접 걸어가서 길을 개척하라는 소리. 그야말로 모험이었다.


‘생각보다 어둡네.’


지하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횃불 주위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정말 의지해야 할 건 손에 들린 횃불뿐이었다. 그때였다. 드르륵-소리를 내며 무덤의 봉분이 닫히기 시작했다. 어어, 하는 순간에 지상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계단 밑은 끝이 안 보이고, 주위는 전부 어둡다. 까마득한 어둠이 세상이 뒤엎은 공간 같다. 또 발자국 소리는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귀 옆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얼 야생이다. 게임 한번 정말 잘 만들었구나.’


다시 한번 와일드 제작진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내며 계속해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계단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어진 지하통로였다. 다만 내려올 땐 사방이 흙이었는데, 지금은 벽돌이었다. 누군가 임의로 지은 곳이란 소리. 마치 무언가를 숨겨놓거나 감추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면 뭔가가 봉인되어 있거나.’


괜스레 드는 불안에 입맛을 다셨다. 불안을 떨치기 위해 서둘러 전진했지만, 주위는 여전히 고요했다.

공포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두운 방안, 혼자서 공포와 조우하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고 긴장된다는 걸. 성호도 지금 그런 기분이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밟았다?


뭔가가 발동되는 소리. 심장이 철렁였다. 침을 삼켰다. 쌔애액-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통로를 가르며 무언가 날아오고 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을 스치고 무언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뒤에서 쿠웅-하는 굉음이 들렸다.


‘대화살?’


대화살은 일반 활이 아닌 대궁에서 쏘아지는 엄청난 크기의 화살이다.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힘들고 기관이나 장치의 힘이 필요한데, 지금 이건 분명 기관의 효과였다.


‘방금 맞았으면 분명 죽었을 거야. 한 방이야. 단 한 방. 미친.’


앞으로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지금 있는 곳은 던전의 초입이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침착하자. 침착해.’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개소리였다. 심장이 두근댄다. 손이 땀에 흥건히 젖어있다. 던전의 난이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 초보자가 살아남을 수 없는, 그런 난이도다.



***



대학교를 관둔 지 벌써 수일이 흘렀다. 그동안 성호는 부모님이 있을 땐, 와일드에 접속했고,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현실로 나왔다.

현재 성호는 의자에 등을 기대앉아 거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텅 빈 집안에서 즉석 라면을 끓여 먹고 생각에 잠기면 뭔가 나른한 기분이 들곤 했다.

가끔 친구들의 안부 연락이 왔지만 받지 않았다. 받아봤자 대학을 왜 관뒀느냐는 똑같은 질문이었으니까. 물론, 친했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아무리 친한들 성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성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성호와 같은 처지에 빠진 사람들뿐이었다. 게임이 이 세상에 전부인 사람들.

그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돈이 부족해.’


대학교에 다닐 땐, 부모님에게 용돈을 원조받았고, 다니면서 ‘전쟁세대’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처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았던 돈이 떨어졌고, 수입은 없었다.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와일드만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알바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용돈이라도 벌 수 있다.

성호가 상념에 빠져있을 때, 벌컥-하며 문이 열렸다. 일을 끝내고 온 엄마가 돌아온 것이다.


“다녀왔다.”


장을 보고 왔는지 봉지에 과일들이 보였다.


“다녀오셨어요.”

“오랜만이다, 아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냉장고에 음식들을 넣었다. 성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게요.”

“그럼 게임 좀 적당히 하지그래? 대학교도 관둔 마당에 뭐 하려고.”

“저도 생각해둔 게 있어요.”

“알지. 아는데, 보여주는 게 없잖아. 알바라도 구하는 게 낫지 않아?”

“구하려고 했어요.”


정말 정확한 잔소리다. 짜증이 날 정도로.


“그럼 됐다. 밥 먹었어?”

“방금 라면 먹었어요. 배불러요.”


그녀는 ‘그러냐.’라고 말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성호는 이번에도 머리를 긁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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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80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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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9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6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9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9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50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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