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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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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33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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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추천
2
글자
9쪽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DUMMY

***



쿠-아니르는 괴성을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가고일이었지만 홀 자체가 넓었기 때문에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었다. 그 머리와 날개가 홀 천장에 닿을 정도.

돌날개가 강하게 펄럭인다. 엄청난 기세와 함께 돌풍이 불며 돌과 먼지, 파편들이 흩날렸다. 손으로 앞을 막았지만 거센 바람에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이게 뭐야. 벌써 오 퍼센트나 줄어들었잖아.’


성호는 거대 가고일의 위용에 주춤하며 서둘러 프리셋에 설정해놓은 물약을 마셨다. 단순한 바람 공격에 생명력이 이렇게 줄어든다면 다음 공격은 어떨지 상상도 안 됐다.


‘움직인다.’


공중을 날고 있던 쿠-아니르의 눈이 번뜩였고, 지상으로 쏘아지며 들고 있는 대낫을 휘둘렀다. 단순히 내려오며 낫을 휘두르는 것뿐인데 엄청난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대경실색하며 재빨리 뒤로 굴렀다.


띠링!


- ‘구르기’ 스킬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하도 많이 구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승한 구르기 레벨.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낫이 날카로운 기색으로 성호를 향해 휘둘러졌다. 바닥이 갈라졌고, 파편이 튀었다.

가까스로 피한 성호는 서둘러 자세를 가다듬었다.


‘다행히 공격 후 딜레이가 있네.’


처음 상대할 때는 막연했지만, 공격을 두 번 정도 받고나니 알 수 있었다. 이 가고일 괴물은 한 번 공격하고 나면 쉬는 시간이 길었다. 제대로 피하기만 한다면 반격을 넣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쿠-아니르에게 달려갔다. 공격 후 경직에 걸려있는 쿠-아니르는 휘두른 그 자세에서 팔을 당기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발목을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늑대 장검의 공격력 덕분에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쿠-아니르의 생명력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었다.

쿠-아니르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발을 들어 성호를 향해 내리밟았다. 뒤로 굴러 피했다. 발이 지면에 닿자마자 다시 달려들었다.


‘이 패턴만 계속하면 좋겠는데.’


상대하기 쉬운 패턴이다. 먼 상태에선 대낫을 휘두르지만, 아래쪽으로 들어가면 발을 굴러 공격해온다. 전형적인 대형 몬스터의 패턴. 하지만 패턴이 이 두 가지일 리 없다. 공격하면서 주의 깊게 살폈다.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달라지면 바로 대피해야 한다.



***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말이 몇 시간이지 성호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성호의 공격은 쿠-아니르에게 조금밖에 데미지를 주지 못했고, 쿠-아니르의 공격은 한 방만 맞아도 죽기 때문이었다.

몇 번 쿠-아니르의 대낫에 스쳤는데 그때마다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 죽음을 옆에 두고 싸우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호의 공격에 쿠-아니르의 생명력이 절반까지 떨어졌다.

쿠-아니르는 괴성을 지르며 뒤로 점프하곤 공중에 떴다.


‘그럼 그렇지. 패턴이 이게 끝일 리가.’


서둘러 뒤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성호는 당황했다. 쿠-아니르가 숨을 들이켜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브레스?’


돌로 된 가슴이 크게 부푼다. 입을 오므리고 날개를 활짝 편다. 무시무시한 순간이다. 성호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브레스를 피할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쿠-아니르는 화염의 숨결을 토해냈다. 금방이라도 모든 걸 태워버릴 것 같은 이글거리는 화염이 가고일의 부리에서 시작해서 전방을 감싸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젠장.”


계속해서 뒤로 뛰었다. 브레스의 영역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아니,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저 정도의 광역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는다면 목숨을 부지 못할 것이다.


“크윽.”


성호의 빠른 반응에도 불구하고 브레스의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조금이었지만 어느새 다리를 감싸버렸다. 몸이 뜨거워지며 화상 데미지가 올라왔다. 생명력이 순식간에 반피까지 떨어졌다.

결국, 기초 회복 포션 대신 중급 회복 물약을 마셨다. 하급 회복 물약보다 상위인 중급 회복 물약은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때까지 아끼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화상 상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다행히 조금씩 화염 데미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쿠-아니르는 놀고 있지 않았다. 브레스를 뿜고 잠시 텀을 둔 뒤에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맨 처음에 본 대낫을 휘두르는 패턴. 지체 없이 땅을 굴렀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생명력이 급감했다.


‘망할.’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물약을 빨았다.

성호와 쿠-아니르는 계속 치고 받고 싸웠다. 성호가 쿠-아니르의 발밑으로 가서 다리를 공격하면 쿠-아니르는 뒤로 날아 브레스를 뿜었고, 성호가 물약을 마시고 있으면 대낫을 휘둘렀다. 성호도 집요했다. 브레스는 물약으로 버텼고, 대낫 공격은 구르기로 피했다.

계속 이 현상을 유지하며 쿠-아니르의 생명력을 조금씩이나마 줄어갔다.


띠링!


- 거대 가고일 ‘쿠-아니르’를 쓰러트렸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한참 동안 이어진 공방의 승자는 성호였다. 성호는 벅차 포효를 내질렀다.

드디어 끝이 났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폐허가 되어버린 홀 바닥에 누웠다. 등에 돌과 파편 느낌이 났지만 지금은 쉬고 싶었다. 누운 채로 물약을 얼굴에 들이 부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힘든 상대였다. 체력도 많았고, 패턴도 짜증 났다. 전부 광범위 데미지라 쉬이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4레벨이나 오른 걸 보니 기분은 좋았다.


‘처음 들어올 때 받은 경험치 버프 때문인 것도 있어.’


왼쪽 하단 상태창에 아직 경험치와 아이템 버프 아이콘이 남아있다. 레벨이 이 정도로 많이 오른 것 그 때문일 것이다. 스탯을 분배하고 느릿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아니르가 있던 자리에 빛나는 아이템 두 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 레놀라이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 가고일의 대낫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놀라이의 열쇠는 지금 앞에 있는 문을 여는 열쇠 같았고, 가고일의 대낫은 방금 쿠-아니르가 사용한 대낫 같았다. 대낫을 들고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 확인.”


「가고일의 대낫 : 내구도 100/100. 공격력 35-40


가고일의 거짓된 제왕, 쿠-아니르가 사용한 대낫이다. 돌과 비슷한 광석으로 만들어진 이 대낫은 날 부분을 제외하고 전부 코멜에서 나는 예리한 청강석으로 되어 있다. 그 날에는 가고일의 기운이 서려 있으며, 날에 스치면 사기와 생명력이 줄어든다.

무게 : 40

추가 능력치 : 힘+5, 민첩+35,

사용 제한 : 40레벨 이상, 힘 120 이상,

옵션 : 무」


제한 조건과, 사용 레벨 대비로 봤을 때, 그렇게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리치가 길고 내구도가 높아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나중에 경매장에 올릴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제 가볼까.’


열쇠를 문구멍에 넣고 돌리자 문이 열렸다.


‘뭐야, 여긴?’


조금 큰 방이었다. 전부 석재로 만들어져 있는 방. 벽면에 이상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정면에는 해골이 받치고 있는 제단이 보였다.


‘오컬트 느낌이 확 나는데 점성술사가 꾸민 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들어가자 옆에서 누군가의 신음이 들렸다. 벽에 한 사람이 기대있었다.


‘점성술사!’


점성술사 세스였다. 그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빠른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복부에 상처를 입고 옅은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성호는 그보다 이 개고생을 하게 한 그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빠르게 그의 멱살을 잡았다.


“보상 내놔, 이 자식아!”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의 몸체가 흔들렸다.


“내가 너 때문에, 어? 이 개고생을 했단 말이야.”


하지만 의식이 흐린 상태로 보아 위험한 상황. 성호는 이런 NPC를 위해 자신의 물약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쓰라린 배를 움켜잡으며 인벤토리에서 물약을 꺼냈다.


“자, 이거 마시고 보상 내놔라.”


생각해 보면 이미 보상을 받고도 모자랐을 상황이다. 성호는 아무리 잘해주려고 해도 그가 밉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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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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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7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9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9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9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50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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