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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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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87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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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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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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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화 - 프레 레이드 (7)

DUMMY

너무 타성에 젖어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방심했던 것이다. 이제는 완벽하다고 생각한 공략이 허술했던 것이다.

프레는 2개의 단검을 튕겨냈고, 짐승 소리를 내며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피하라는 실링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하지만 힐함은 마법 방패를 준비하느라 한 박자 늦은 상태였고, 성호만이 그 옆에 있었다.

성호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생각해. 생각해.’


힐함을 잃을 수 없다. 딜러, 탱커, 지원가, 전위, 후위, 메즈. 모두가 중요하지만 힐러만큼 중요한 역할은 없다. 그는 파티의 중심이자 핵심이었다. 그를 잃으면 이번 레이드는 분명 실패였다.


‘침착. 침착해.’


시야를 넓히고 모든 상황을 예측해라. 전방에서 질주해오는 프레. 좌우로 빠지는 실링과 라울. 스스로 늦었음을 알고 있는 힐함. 선택의 시간이다.


“힐함형! 나한테 힐!”


성호의 선택은 프레였다. 검을 땅에 긁힐 듯 말 듯 늘어트리고 프레를 향해 땅을 박찼다. 실링과 라울, 힐함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금세 성호의 판단을 이해했다.


‘흐읍.’


프레에게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그 거대한 몸이 마치 산처럼 다가온다. 허나 두렵지 않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나약함이다. 확신 없는 움직임, 떨리는 손끝, 머릿속으로 프레의 공격을 피할 확률을 계산하고 있는 자신. 공포를 버려라.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하는 순간에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바람을 가르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프레의 앞발이 좌측에서 치고 들어왔다. 휘두르는 범위로 보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증거다. 과연 자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나?

성호는 땅을 박차고 스킬을 시전했다.


‘전력질주.’


단순한 도약이 아니었다. 공중으로 전력질주를 사용했다. 처음 응용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궁중에 떠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프레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성호는 착지하자마자 프레의 아랫배로 뛰어들어갔다.

작은 생채기라도 충분했다. 살이 많은 곳에 검을 휘둘러 상처를 냈다. 프레가 울부짖는다. 성호는 뒤를 돌아봤다. 파티원들은 이미 힐함에게 모여 있었다. 성호는 한바퀴 돌아 프레의 시선을 끈 뒤 힐함에게 달려갔다.

이윽고 힐함이 실링에게 눈치를 줬고, 실링은 그대로 남은 마지막 단검을 던졌다. 생명력이 50%로 떨어지자 프레가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힐함이 영창을 외쳤다.


“성스러운 방어막이여, 적들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소서. 마법 방패!”


다소 낯 간지러운 주문이었지만, 마법 방패는 시전 시간도 짧았고 그 효용성도 좋았다. 땅 아래에 마법진이 생기며 불투명한 방패가 올라온다. 프레의 광역기가 그대로 마법 방패를 직격했다.

고막을 때리는 금속 마찰음. 마법 방패가 찌그러졌다.


“워우, 이거 자세히 보니까 좀 무섭게 생겼네.”


찌그러진 방패 뒷면에 새겨진 프레의 이빨 자국을 본 라울이 웃으며 말했다.


“감탄할 시간 없어요. 바로 가죠.”


성호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이렇게 대화할 시간이 있다는 건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다.


“먼저 갑니다.”


달려나간 실링이 재빨리 단검으로 프레의 턱을 가르며 어그로 수치를 높였다. 성호와 라울도 늦지 않게 프레에게 달려갔다.


“집중해라, 아그들아! 공중 도약이다!”


성공 분위기에 입이 째진 라울이 소릴 질렀다.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말대로 프레가 공중 도약 스킬을 썼지만 성호 파티는 어렵지 않게 피했다. 이대로라면 곧 네 번째 페이지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번엔 앞발이다!”


라울이 계속해서 브리핑을 해주었다. 덕분에 고민할 필요 없이 피하기만 하면 됐다.


‘이십칠 퍼센트. 이제 곧인데······.’


줄어든 프레의 생명력이 보인다. 약 27%를 간당간당하게 유지하고 있는 프레의 생명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다음 패턴이 걱정이다. 다들 웃고 있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긴장을 덜기 위해서 라울이 저렇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윽고 프레의 생명력이 25%에 이르렀을 때, 성호 파티는 서둘러 힐함에게 모였다. 혹시라도 마법 방패를 쓸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띠링!


- 보라색 숲의 늑대 우두머리, 프레가 분노합니다.

* 프레의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프레의 공격이 추가 방어구 관통력을 가집니다.

* 프레의 공격이 추가 공격력을 가집니다.

* 프레의 공격이 두 번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 프레의 공격에 최대 체력에 비례하여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버프!

차트 아래로 나열되는 프레의 공격력 버프는 누구나 놀랄 정도의 버프였다. 프레의 몸이 더 거대하게 변했고, 분노로 털들이 마구마구 움직였다. 하지만 성호 일행은 전부 씨익 웃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에겐 실링이라는 최고의 회피 탱커가 있었기 때문!


“이거이거, 회피 탱이 최고의 전략이 될 줄이야. 라울아, 넌 천재였다!”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라울.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그의 회피 탱 전략은 그야말로 베스트였다. 실링도 기분 좋게 웃었다.


“뒤 좀 봐주세요. 이대로 무난하게 갑시다.”


그녀는 단검을 이리저리 휘둘렀고, 성호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 분노에 휩싸여 보랏빛 안광을 뽐내는 프레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이제 곧 아이템과 전리품으로 변할 생각을 하니 더 좋았다.


“갑세다!”


성호도 기분 좋게 검을 꼬나 쥐며 라울과 함께 옆으로 치고 들어갔다.

프레는 여전히 무서운 공격으로 실링을 위협했다. 허나 이미 성공 분위기에 젖은 실링의 몸놀림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녀가 맞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프레의 생명력은 줄어만 갔고, 성호의 마지막 공격에 쓰러졌다.


띠링!


- 보라색 숲의 늑대 우두머리, 프레를 처치하셨습니다.

-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 미확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라라라라!”

“야호!”

“깼구나. 깼어.”


그들은 저마다 승리에 겨워 환호성을 질렀다. 잔뜩 오르는 레벨과 추가 스탯, 그리고 아이템 보상.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 쓰러진 프레의 고귀하신 육체가 빛난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는 모습도 이렇게 예쁠 수가. 곱구나! 고와.’


프레는 인원과 직업에 맞춰 단검, 지팡이, 방패, 장검을 하나씩 떨어트렸다. 실링은 단검을, 힐함은 지팡이를, 라울은 방패를, 성호는 장검을 가졌다. 다들 자신이 원하던 무구류가 나와 기뻐했다. 돈은 인원수대로 나눴다.


「늑대 장검 : 내구도 50/50. 공격력 20-25


프레의 송곳니로 만든 장검이다. 보라색 숲의 음산한 기운과 서늘함이 담겨있으며, 그립 부분에 프레의 그림이 음각으로 장식되어있다. 과거, 프레의 주인인 클로젯이 라힘의 대장장이 카톨프에게 부탁하여 만든 검으로 튼튼한 내구력과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주 사용자 클로젯의 영향으로 검 자체에 저주가 깃들어있다.

무게 : 25

추가 능력치 : 힘+10, 지능+10,

사용 제한 : 20레벨 이상, 힘 50 이상,

옵션 : 공중 도약 스킬 사용 가능, 오래 사용 시 석화에 걸림」


높은 공격력과 훌륭한 내구도. 저주가 걸리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무기였다. 스위칭용이나 사냥용으로는 충분히 쓸 만했다. 그것보다 성호는 자신에 손에 담긴 목걸이를 매만졌다.

가운데 보라색 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투명한 구슬이 박힌 목걸이.


‘이건 도대체······.’


아이템 드랍할 때,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아이템을 하나 더 먹었다는 기쁨에 능력치를 확인하려 했지만,


- 현재로는 아이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문구가 뜨며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감정 스킬이나 아이템 탐색 마법이 필요하다는 소리. 뭐, 나중에 대도시에서 감정하면 된다. 어깨를 으쓱하며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야, 뭐해? 빨리 가자. 형이 한턱 쏜다!”


한참 아이템에 정신이 팔려있자 라울이 성호의 등을 치며 손짓했다.

성호는 피식 웃었다. 저 앞으로 실링과 힐함이 기쁜 얼굴로 자기 아이템에 대해 자랑하며 떠들고 있다. 라울과 함께 서둘러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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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5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7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4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0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4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0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0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1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5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1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8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7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38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4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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