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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28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01 10:11
조회
173
추천
2
글자
9쪽

1화 - 첫 디딤돌 (3)

DUMMY

“저기 혼자세요?”


혼자서 쉽게 여우를 잡은 모습을 본 건지 한 무리가 다가왔다. 장검을 들고 있는 검사와 어깨에 화살통을 메고 있는 궁수, 예복을 입은 사제였다. 딱 봐도 아는 지인들끼리 파티를 맺은 것 같았다.


“사냥하는 거 잠깐 보니까 굉장히 익숙하신 거 같은데 같이 사냥하실래요?”


검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 ‘미남’님께서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성호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전리품은 확실히 나눌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악수를 받는 순간 파티 가입이 처리된다. 친구 추가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성호는 악수를 거절했다.

너무 노골적이다. 사람을 감정하는 듯한 시선, 경직된 웃음, 허영심 가득한 어깨, 뒤에 여자들이 있으니 가식 떠는 것이다. 잘 보이기 위해서. 그 더러운 마음씀씀이에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다.


“죄송요. 혼자가 편해서.”


고개를 저어 확실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남성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쓴웃음을 머금곤 여자들을 쳐다봤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뒤에 있던 여자들이 애교를 떨었다.


“오빠, 그냥 가요. 저희끼리 사냥해도 충분하잖아요.”

“맞아요. 그냥 가요. 저런 싹수없는 애는 무시하고.”

“하지만 이놈이 사람을 무시하잖아. 이런 새끼는 정신 차리게 해야 해.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그는 이제 막 다음 여우를 잡은 성호의 어깨를 잡았다.


“야.”


어깨에 느껴지는 손아귀 힘에 사냥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허세 가득한 얼굴이다. 멍청하긴. 성호는 이런 부류의 사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조용히 아이디를 클릭하고 결투를 신청했다.


- ‘윌’님께서 결투를 신청하였습니다. 받아드리겠습니까? [Y/N]


“하, 이 미친놈이.”


성호의 결투 신청에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다.


“좋아. 결투를 받아드리지.”


[결투가 성사되었습니다. 조건은 충분합니다. 불가침 영역이 생성됩니다.]


결투는 조건이 성사된 공간에서 일정 영역까지 결투 장소로 선포되며, 다른 이의 침범이 불가하게 된다. 또한, 서로 간의 공격이 허용된다. 간단히 말해 1:1 싸움이다.


가운데 빨간 깃발이 박히자 둘은 멀찍이 간격을 뒀다.


성호는 상대를 주시했다. 빛바랜 장검과 낡은 가죽 갑옷. 적어도 5레벨은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초보자 사냥터에서 레벨은 중요치 않다. 레벨보단 숙련치다. 어느 정도 가상현실에 익숙하냐가 관점이다.

입가가 씰룩거리는 걸 참았다. 몇 달만인지 모르겠다. 와일드로 갈아타기 위해 물건을 사재기하고, 돈 되는 단기 알바만 골라서 했다. 그 기간만 석 달이다. 이런 긴장감이 대체 얼마 만이란 말인가.

상대방의 기색은 어떠한가? 표정은 사납고 비웃음기 가득하다. 약간 긴장한 듯 하지만 성호의 행색을 훑어봤는지 자신감이 넘쳐 있다. 머리 위로 ‘미남’이라는 검은색 굵은 글씨의 아이디가 번들거린다. 좋은 상태다. 상대가 흥분할수록 실수가 발생한다. 그래, 그는 지금 스스로 덫을 팠다.


“오빠! 힘내요!”

“가볍게 끝내버려요!”


뒤에서 응원하는 여자들이 신경 쓰였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작은 무시에도 쉽게 도발 걸리는 저런 소인배와 친하게 지내는 그들도 멍청할 뿐이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서로 검을 겨누었다. 성호는 숫자가 0이 됨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성호의 돌진에 그는 깜짝 놀란 듯 뒤로 물러서며 검을 치켜들었다. 중단을 가르는 성호의 검은 그의 검에 막혔지만, 그로서 성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사람, 초보다.’


고수는 자세부터 다르다. 고수는 견실한 발동작과 꽉 잡힌 중심.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공격과 방어가 무섭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자는 기본부터가 글렀다. 어정쩡한 스텝을 봐라. 한심하고 볼품없기 짝이 없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결투를 받아드렸단 말인가.

과감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저 상대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상대는 반격조차 못 했다.

몇 합을 나눴고, 그가 성호가 가상현실에 익숙하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어만큼은 나쁘지 않네. 하지만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


그의 수비는 꽤 집중력 있었다. 하지만 차분함과 인내는 검사의 기본 소양이다. 저렇게 흥분 상태에 빠진 초보자가 그걸 알 턱이 있을까?

한참을 참던 그는 결국 참을 수 없었는지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그 빈틈을 놓칠 성호가 아니었다. 바로 숙여 피하고 그의 옆구리를 강하게 찔렀다.


“크악!”


치명타가 터졌다. 그의 표정이 강하게 일그러졌다. 이어지는 추가타. 그의 몸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이제 마무리 공격이면 충분하다.

그가 거친 호흡을 뱉는 동안, 성호는 땅에 검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를 중심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았다. 최후를 앞둔 검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적어도 검을 들었다면 명예롭게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빠···.”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두 여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생쇼를 하고 있네. 오빠는 무슨.’


그들이 도울 수 있는 건 없다. 결투는 말 그대로 결투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세웠다. 최대한 쓸데없는 행동은 안 하는 편이었지만 이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사실,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결국 결투를 받아들인 건 그니까.

성호의 행동인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그의 눈빛이 잠시나마 살아났다. 기회를 노리는 맹수처럼 눈이 조용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좋아, 이 느낌이야.’


성호는 목 언저리에서부터 묘한 흥분을 느꼈다. 과연 그의 마지막 발악은 무엇일까? 최후의 기회를 노리는 그의 반격은 무엇일까?

너무나 궁금하다. 기대된다. 일종의 정신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극도의 환경이 주는 쾌락이 그리웠다.

턱을 내리고 그를 주시했다. 그의 두 팔이 보인다. 뒤로 검을 뺀 자세. 기다리고 있다. 새끼 살쾡이처럼 발톱을 숨기고 있다.

성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발끝에 힘을 끌어모아 폭발적으로 돌진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노란빛으로 빛나는 그의 검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덕에 무슨 기술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벼락 베기!”


공기를 가르며 내려오는 아름다운 궤적. 그의 검은 성호의 두부를 향해 벼락처럼 꽂혔다. 정말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만약 성호가 벼락 베기 스킬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충분히 당할 공격이었다.

벼락 베기는 수직으로 찍어오는 단순한 공격이다. 하지만 스킬 레벨을 찍을수록 그 속도와 공격력이 상당히 올라가 충분히 쓸만한 스킬이었다.


‘단, 초보자 사냥터 한정으로 말이지.’


몸을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하고, 단숨에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죽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의 몸이 재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 ‘윌’님께서 결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허공에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울렸다. 성호는 격한 숨을 내몰며 허공에 뜬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짜릿한 기분이 전신에 맴돌았다. 땀은 나지 않았지만 몸이 잔뜩 고양되어 있었다. 상대를 이겼다는 승리감 덕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투 시작 전에 무언가를 걸지 않았다는 점 정도?


‘방어구 하나라도 걸 걸 그랬나.’


결투 시스템 상 이기거나 져도 보상이나 패널티는 없었다.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결투 시작 전에 뭔가를 걸지 않는 이상 목숨뿐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시선을 돌렸다. 여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멀뚱히 서 있었다. 성호의 시선에 그들이 흠칫하며 놀랐다. 묘한 기류가 흘렀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있는 힘껏 줄행랑 쳐버렸다.


‘무슨 짓을 할 것도 아닌데 피해망상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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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2) 21.02.15 81 1 7쪽
47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1) +2 21.02.14 91 2 8쪽
46 6화 - 시련의 땅 (8) 21.02.13 8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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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80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1 1 8쪽
40 6화 - 시련의 땅 (2) 21.02.07 83 1 9쪽
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9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6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8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49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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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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