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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30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05 19:05
조회
138
추천
2
글자
8쪽

2화 - 프레 레이드 (5)

DUMMY

***



와일드의 날씨는 좋았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하다. 다만 마음이 울적할 뿐이다.


“크으.”


현재, 성호는 여관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목젖을 타고 흐르는 진한 맛에 절로 신음이 나왔다.

점심부터 웬 술이냐고 하지만 오늘로 벌써 3일째였다. 프레 한 마리를 잡겠다고 3일을 날린 것이다. 만약 오늘 성공하지 못한다면 퀘스트는 고사하고 파티원들이 떠날지도 몰랐다.

그런 답답하고 초초한 마음을 가지고 파티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성호는 스킬창을 확인했다. 눈앞으로 반투명한 창이 떴다.


- 착용 중인 스킬 -

[회피(패시브) Level 3]

[발도(패시브) Level 1]

[상단 베기(액티브) Level 2]

[구르기(액티브) Level 1]

[전력질주(액티브) Level 1]


- 미착용 스킬 -

[무]


스킬은 최대 열 개까지 장착 가능하며, 최종 레벨은 스킬의 종류마다 달랐다. 원래라면 효율 좋은 직업 스킬로 무장하고 있어야 하지만 직업이 없는 성호는 죄다 공용 스킬뿐이었다.


‘그것도 하나 빼고는 레이드하면서 습득한 스킬이지.’


전력질주는 실링의 소개로 도둑 길드에서 배운 스킬이었다. 대신 조건이 은근 까다로웠는데, 반나절을 꼬박 뛰어다녀야 했다.


“후우-”


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드의 거듭된 실패, 실링의 잔소리 타임, 어떻게든 말렸지만 난감했던 힐함형의 탈주 선언, 화가 난 라울형의 정모 발의. 실패를 거듭할수록 파티원들 간의 호흡이 늘고 유대감이 성장했지만 프레라는 벽이 점점 높게만 보였다.


‘지친다, 지쳐.’


분명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라울의 도발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피 탱으로 실링을 내세운 전략은 예상외로 먹혔다. 다만 힐함의 힐량을 조절하는 게 우선 과제였는데, 힐 어그로를 집어내기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겪었다. 그러니까 즉, 세 번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3번째 페이지에서 난항을 겪었다. 프레의 즉발기는 피하기 힘든 광역기였다. 피하려고 시도했다가 2번 더 죽었다. 그리고 그 공격이 마법 데미지라는 걸 알아내는데 3번 더 죽었다.

개인에게 모두 적용되는 마법 데미지. 결국, 그 마법 데미지를 막기 위해 힐함형이 ‘마법 방패’ 스킬을 사서 배웠다.

마법 방패를 실전에 적용하는 것도 어려웠다. 시전자의 전방으로 방패가 생성되기 때문에 프레의 체력을 51%까지 만들고 전부 힐함의 뒤로 숨었다. 나머지 1%는 실링이 단검을 던져 체력을 깎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이틀을 소비했다.


‘문제는 네 번째 페이지를 보지 못했다는 거야.’


3번째 페이지를 넘긴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4번째 페이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다시 시작된 레이드에서 각자 실수했다. 실링의 회피 실수, 힐함의 힐링 미스, 라울의 뒤늦은 합류. 거듭되는 실수에 멘탈이 날아갈 것도 같았지만 이젠 퀘스트고 나발이고 프레를 한 번이라도 죽이고 싶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점심 먹고 모이기로 했으니 이제 곧 올 때가 되었다. 때마침 라울과 힐함이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늦었다. 뭐야, 술 마시고 있었어?”


그들의 장비는 저번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힐함은 예복이 아닌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고, 라울은 둥근 한 손 방패를 장착하고 있었다.


“술이 땡기더라고요.”


침울한 성호의 표정에 라울은 성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집에서 맥주 한 캔 원샷 때리고 접속했다.”

“술기운 있으면 접속 안 되잖아요.”


고글을 착용한 사람은 알코올 기운이 남아 있으면 접속이 불가능했다.


“메디시안 알지? 그거 먹고 왔다.”


알코올을 단번에 해독시켜주는 약이다. 가격이 조금 나가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쉽사리 사먹지 않는 약이었다.


“실링은 아직 안 왔네?”

“네. 오면 바로 출발해야죠. 오늘은 꼭 성공하고 싶네요.”

“짜식이, 형만 믿어. 오늘은 깨고 만다. 우리 이제 세 번째 페이지까진 완벽하잖아.”


믿으라는 말만 10번은 넘게 들은 것 같다. 성호는 피식 웃으며 놀렸다.


“네, 그래서 어젠 합류 못 해서 그렇게 허무하게 짤리신 거예요? 마법 방패 뒤에 숨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야! 내 이동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잖아. 그건 감안해줘야지.”

“수치상으론 저희랑 별 차이 없잖아요.”


라울은 갑옷의 어깨부분을 툭툭-건드렸다.


“아니, 너도 체인 갑옷 껴봐. 이게 무게가 미세한 것 같아도 엄청나다니까? 알잖아? 프로 단계에선 미세함이 완벽함을 만든다는 거. 그런 거야.”

“아, 예. 그 미세함 덕에 어제 클리어 각 놓쳤네요.”


한 번 더 놀리자 라울이 성호의 목을 졸르며 머리를 때렸다.


“아니, 그건 이속이 느려서였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해. 그리고 왜 내 탓만 하냐? 실링이랑 힐함은? 게네들은 뭐 실수 안 했어? 사람이, 응? 실수도 할 수도 있고, 인간적인 면도 있어야지. 언제나 완벽할 순 없잖아.”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실수를 반복하고, 그렇기에 인간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성호는 라울을 놀리는 게 재밌기만 했다.


“이건 진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정말로, 정말로 프레가 이상한 거야. 저렙 구간 레이드 중에서 가장 어려워. 정말이야. 프레는 진짜라니까. 대악마 팔로크보다 어려워.”


대악마 팔로크.

대악마 팔로크는 전쟁세대 구 확장팩에 나오는 최종 보스였다. 일반-영웅-지옥-신 난이도가 있는데, 신 난이도를 깬 파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유저가 신 난이도의 팔로크를 깨기 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건 오바죠. 뭐가 팔로크보다 어려워요. 팔로크 패턴만 해도 몇 갠데.”

“아니, 전쟁세대랑 와일드랑 같냐. 완전히 다른 게임이잖아.”

“비슷하죠. 다르긴 뭐가 달라요.”

“뭘 그렇게 싸워?”


성호와 라울이 투닥거리는 동안, 어느새 실링이 다가왔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다투냐는 표정이었다.


“왔냐? 밥 뭐 먹었냐?”


성호는 라울의 속박에서 벗어나 목을 쓰다듬으며 물엇다.


“나? 명절날 남은 음식.”

“아, 그래. 맛있었겠네.”

“넌 뭐냐? 점심 먹고 학교 가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뭐, 무슨 서류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끼리 사냥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하루 정돈 늦춰도 돼. 아직 여유 있어.”

“어제도 미뤄놓고.”

“어제는 어제고. 노상관이야.”

“그래라 그래. 그건 그렇고 뭐로 싸운 거야?”

“그건······.”


하지만 성호가 미처 말하기도 전에 라울이 조용히 술을 홀짝이고 있는 힐함의 어깨를 치며 일어섰다.


“야 댔다. 그만하자. 네가 이겼다. 형이 더 열심히 할게. 가자, 가. 뭐하냐, 힐함아. 출발해야지. 뭐야, 아직도 다 안 마셨냐. 이럴 거면 술은 왜 시켰어. 짜식아.”


힐함은 괜히 자신에게 역정을 내는 라울의 행동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성호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괜히 시비 거는 라울과 투덜거리는 힐함, 그걸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이는 실링. 역시 재밌는 조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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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9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50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4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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