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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26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03 19:05
조회
139
추천
1
글자
6쪽

2화 – 프레 레이드 (3)

DUMMY

***



검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등줄기가 차가웠다. 긴장 때문이다. 분명 긴장 때문이다.


‘뭐지, 뭐가 나오려는 거지?’


성호는 감각을 곤두세웠다.

프레의 생명력이 절반까지 떨어진 상황. 이제 곧 세 번째 페이지로 돌입할 것이다. 첫 번째 페이지는 고속 이동, 두 번째 페이지는 공중 도약. 그렇다면 세 번째 페이지는? 분신이라도 쓰려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드디어 프레가 움직였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프레의 보랏빛 안광이 환하게 빛났고, 성호는 나무에 부딪히고 있었다.


“커억!”


전신을 충격이 강타했다. 사지가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띠링!


- 사망하셨습니다.

* 부활 대기 시간 : 0시간 59분 57초


귀를 때리는 알림음과 선명하게 나타난 사망 표시.

어두웠던 화면은 금세 빛을 되찾았다. 하지만 숲속이 아닌 고글에 비친 책상이었다. 그제야 공간 감각이 돌아왔다. 오래된 책장이 보였고, 어디선가 칙칙한 홀아비 냄새가 났다. 그의 방이 확실했다.

성호는 고글을 벗었다.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프레의 공격은 시전시간 없이 즉발로 꽂혔다.


‘충격파? 충격파가 맞나? 아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어. 그런데 그럴 수 있나? 게임 시스템인데 육안으로 보지도 못한다고?’


허탈하다. 하지만 죽은 건 죽은 거다. 프레는 강했고, 성호는 패턴을 알지 못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고글을 책상에 올려두고 의자에 편하게 기댔다. 기지개를 켜자 피로가 조금 풀렸다.

와일드는 이제 막 출시한 게임이다. 보스 몬스터에 대한 공략이 조금씩 올라오는 중이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대륙과 수많은 던전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는 어떤 아이템을 드랍하려나. 그걸 독점하면 돈이 될 거야.’


MMORPG의 기본은 모험과 탐험 그리고 경쟁이다. 유저들이 직접 탐험하고 개척해나간다. 더 강한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얻는다. 그것이 기본 공식이다. 그리고 그 공식 아래, 많은 유저가 영상을 올려 돈을 벌거나 지도를 배포해 이득을 얻고 있었다. 물론, 아이템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성호라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근데 만약 삼 일 안에 못 잡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 파티는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분명 잡을 수 있어.’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으로 가 저번에 부모님께서 가져온 라면 상자를 뒤적였다. 여러 라면이 있었지만 가장 매운 라면을 골랐다. 물을 붓고 라면을 끓이니 곧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읏차.”


TV를 켜고 다 끓은 라면을 식탁에 올렸다.

딱히 재밌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게임 프로그램은 죄다 와일드를 찬양하기 바빴고, 특집으로 꾸려진 방송은 연예인병에 걸린 연예인들이 자기중심적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니 부활 시간이 지났다. 서둘러 고글을 착용하고 와일드에 접속했다.



[와일드, 그 거대한 야생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눈을 뜨니 초보자 마을 라힘의 모습이 보였다.

장사꾼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고, 농부들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옆을 지나가는 전사. 검을 갈고 있는 검사, 행복한 표정으로 길을 걸어가는 궁수 커플. 유저들이 조금씩 차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왔냐? 한 사십 분은 기다린 것 같네. 지루해 죽을 뻔했다.”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동문 앞 돌계단에 라울과 힐함이 턱을 괴고 성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본인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네요.”

“다시 가야지?”


라울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온 힐함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 ‘힐과함께라면’님께서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물론이죠.”


- ‘윌’님께서 파티에 참가하셨습니다.

* 현재 파티 인원 3/4

* 파티장 : 힐과함께라면


그들은 마구간 앞 울타리에 몸을 기댔다.


“이제 실링만 오면 되네요.”

“오겠지.”


라울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성호도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오리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너네 같이 죽었냐? 부활 시간 똑같아?”


라울이 먹고 있던 육포를 내밀며 물었다. 성호는 육포를 받아들며 대답했다.


“네, 말씀드릴 게 많아요. 오, 근데 이 육포 맛있네요.”

“당연하지. 얼마짜리 육폰데. 10펠링짜리야.”


10펠링이면 3개 묶음 기초 체력 포션을 살 수 있다. 공복도 없는 게임에서 육포를 사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저라면 안 사요. 맛은 있는데, 효율성이 떨어지잖아요. 효율성이.”

“비싼 값하는 거라고 해두자. 그게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니. 아, 저기 온다.”


라울이 저 앞을 가리켰다. 멀리서 실링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만연한 웃음이 번져있었다.


“다들 제 무빙 봤어요? 쩔지 않았어요?”


다가온 그녀는 호호-소리를 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베스트 플레이어는 그녀였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프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


“암, 봤지. 이제 네가 탱이다. 회피탱. 하하하.”


라울은 호탕하게 웃으며 맞장구쳤고, 힐함은 쑥쓰러운 표정으로 실링을 쳐다봤다. 성호는 한숨을 내쉬며 숲을 가리켰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죠.”


성호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일러야 오늘 안에 두 번 정도 더 시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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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3) 21.02.16 82 1 6쪽
48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2) 21.02.15 81 1 7쪽
47 7화 - 고대 사자 훌리카 (1) +2 21.02.14 91 2 8쪽
46 6화 - 시련의 땅 (8) 21.02.13 89 1 9쪽
45 6화 - 시련의 땅 (7) 21.02.12 84 1 7쪽
44 6화 - 시련의 땅 (6) 21.02.11 84 1 7쪽
43 6화 - 시련의 땅 (5) 21.02.10 86 1 7쪽
42 6화 - 시련의 땅 (4) 21.02.09 80 1 7쪽
41 6화 - 시련의 땅 (3) 21.02.08 81 1 8쪽
40 6화 - 시련의 땅 (2) 21.02.07 83 1 9쪽
39 6화 - 시련의 땅 (1) 21.02.06 79 1 10쪽
38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8) 21.02.05 76 1 13쪽
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14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1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8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49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3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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