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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용
작품등록일 :
2016.07.21 13:28
최근연재일 :
2021.02.19 00: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0,527
추천수 :
988
글자수 :
182,335

작성
21.01.06 19:05
조회
131
추천
2
글자
8쪽

2화 – 프레 레이드 (6)

DUMMY

***



- 보라색 숲에 진입하셨습니다. 공기가 차갑게 느껴집니다.

* 낯선 인간들의 기척에 숲의 짐승들이 더욱 예민해집니다.

* 흉포해진 동물들 무리 중 늑대 무리가 날뜁니다.

* 늑대 우두머리가 숲 어딘가에 있습니다.

* 파충류 우두머리가 숲 어딘가에 있습니다.


보라색 숲은 여전했다. 빽빽이 뻗어있는 고목들과 까끌까끌한 흙바닥이 성호 일행을 환영했고, 숲의 음산한 기운이 장막을 드리우듯 덮쳐왔다. 햇빛이 드는 낯인데도 불구하고 산림 자체가 그늘져 있어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바스락-소리를 내며 죽은 잎들을 밟고 지나갈 때면 어디가 어딘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였다. 올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성호는 레이드가 진행되고, 일상이 무너졌다. 하던 운동도 안 하고, 즐겨보던 TV프로도 보지 않게 되었다. 그저 프레가 우선이었다. 프레를 잡아야 이 가슴 속에 진, 알 수 없는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았다. 일종의 자존심 비슷한 아집이었다.

보라색 숲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 성호 파티는 잠시 휴식했다. 서로의 스킬을 확인하고, 장비와 소모품을 점검했다.

라울은 방패를 닦으며 물었다.


“내구도는?”

“오기 전에 대장간 들렸어요. 충분해요.”


성호는 장검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검은?”


이번엔 실링이 대답했다.


“지금 장비하고 있는 단검 두 개를 포함하면. 음, 총 아홉 개요. 충분할 것 같은데요?”

“조금 부족하지 않냐?”

“어제 여섯 개로 일 퍼센트 깎았잖아요. 충분해요. 단검 하나에 얼만 줄 알잖아요.”

“마나 물약은 몇 개야?”


이번엔 힐함형이었다. 힐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

“몇 갠데?”


라울은 파티원들의 모든 걸 체크했다. 적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했지만, 아군끼리 서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레이드 전에 항상 체크를 강요했다. 이러한 그의 버릇은 전쟁세대 때부터 생긴 것 같았다.


“오케이, 좋아. 준비 완료다. 출발하자.”


다시 진용을 갖춰 움직였다. 숲을 헤쳐 나갈수록 몸을 파고드는 차가움이 깊어졌지만, 지금은 전진만이 답이었다.

끈적거리는 듯한 차가움에 성호는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이제 곧 있으면 프레가 있는 깊은 곳이다. 긴장하고, 또 긴장해라.

마지막으로 스스로 점검 할 겸, 스탯창을 열었다.


“스탯 창.”


이름 : 윌 나이 : 23

성별 : 남 레벨 : 20

생명력 : 150 마나 : 110

직업 : 무 칭호 : 무

공격력 : 115(+5) 방어력 : 50(+15)

힘 : 50 민첩 : 55

지능 : 10 운 : 10

남은 스탯 포인트 : 0


레벨은 어느새 20을 넘었다. 레이드 도전시마다 보라색 숲 깊은 곳까지 가야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벨 업을 한 것이다. 지금은 21레벨 되기 직전이었다.


“퀘스트 창.”


「보라색 숲의 거대 늑대 ‘프레’를 죽여라

라힘 최고의 점성술사 세스는 운명을 점치는 장인이다. 비록 장사치기도 하지만 그의 점궤는 틀린 적이 없었다. 사냥으로 단련된 운명의 길. 그 길을 걷기 위해선 힘의 증명이 필요하다. 보라색 숲, 깊은 곳에 있는 거대 늑대 ‘프레’를 죽여 그 힘을 증명하고 그 전리품을 그에게 보여줘라.

* 난이도 : C-

* 프레 0/1

* 남은 시간 : 3일 2시간 23분 37초

* 최대 4인 파티 가능

* 퀘스트 공유 불가능」


저번에 받은 시각으로부터 사흘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지금 남은 시간은 사흘하고 2시간 정도.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성호는 아직 희망의 밧줄을 놓지 않았다. 퀘스트를 실패하더라도 프레만큼은 깨고 싶었다.


“다 왔다. 준비해라.”


잡념을 깨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넓은 공터가 보인다. 성호는 자연스럽게 검을 뽑았다.

여기서부터가 전장이다. 사흘 동안 밤을 지새우며 싸우고 연구한 성호의 전장. 피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긴장감과 함께 침착함이 끓어오른다. 울려라, 어서 울려라!


띠링!


- 보라색 숲의 늑대 우두머리 ‘프레’가 출현했습니다!

* 온 몸의 사기가 빠져나갑니다.

*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갑니다. 방어력이 소폭 감소합니다.


알림음이 귀를 때렸다. 레벨이 올라 공격력 감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알림음 따위는 이미 뒷전이었다. 성호의 몸은 이미 프레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앞에 잘 봐! 먼저 던진다!”


뒤에서 따라가던 실링이 단검을 빼 들어 프레의 눈을 향해 던졌다.

프레의 첫 페이지는 고속 이동 패턴. 그녀가 먼저 공격한 이유는 탱커 역할이어서기도 했지만, 고속 이동 공격을 자신이 받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성호와 라울은 프레의 뒤를 점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래, 라울도 알고 있다. 이젠 익숙하다. 어그로가 끌리면 프레는 전방에 있는 탱커를 향해 선공한다. 그 틈을 이용해 최대한 뒤쪽 발에 데미지를 넣어야 한다.

한쪽 발에 일정량의 데미지를 가하면 고속 이동 공격은 봉쇄된다. 그것이 성호 파티가 노리는 첫 번째 공략이었다.

예상대로 프레는 실링에게 고속 이동 공격을 했다. 실링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점프했다. 성호와 라울은 놓치지 않고 프레의 뒤쪽 발에 달려가 최대한 데미지를 넣었다.


“집중해!”


얇지만 날카로운 실링의 목소리가 성호와 라울의 경각심을 부각했다. 그녀 말이 맞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나오면 프레가 범위 공격을 한다. 그렇게 되면 프레의 패턴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고속 이동을 한 뒤 공터를 삥 돌아 먼저 눈에 띄는 적에게 공격한다. 그러면 실링의 움직임도 제한적으로 변하고 어그로를 끌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성호와 라울은 최대한 신중해야 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집중했다.


띠링!


- 스킬 ‘집중’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생성을 알리는 알림음. 허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프레와 실링의 움직임을 쫓기도 바빴다.


“점프한다! 뒤로! 뒤로!”


어느 정도 딜이 누적되자 프레가 점프했다. 공중 도약 패턴이다. 라울은 이미 멀찍이 달아나있었다. 성호도 늦지 않게 도망쳤다. 그나마 이 패턴이 가장 쉬웠다.


‘윽.’


다만 이 패턴은 도약 후 튀는 흙이나 모래, 자갈, 돌 파편에 맞아 생명력이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가끔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힐함의 힐이 즉각 들어와 별다른 건 없었다.


“피해요! 왼쪽 앞발!”


실링이 외쳤다. 프레에 접근하려던 성호와 라울은 재빨리 뒤로 빠졌다. 프레의 왼쪽 앞발 후에는 오른쪽 앞발이 이어진다. 이 패턴은 늘 똑같다.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안 보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까진 실수도 없고, 별다른 것도 없어.’


실링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프레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힐함이 어그로를 잘 조절하며 치유를 넣어주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휘두르기와 물어뜯기를 두어 번 정도 피하면 삼 페이지까지 갈 수 있었다.


“도발!”


라울이 간간이 도발을 걸어 프레의 어그로를 끌어주었다. 물론 그때마다 성호는 잠시 빠졌다가 다시 공격했다. 굉장히 희망적인 상황이었다.

이윽고 프레의 생명력이 51%에 다다랐을 때, 모두 힐함에게 붙었다.


“던져라, 실링아.”

“네.”


실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단검을 던졌다.

그녀도 그리 느꼈던 것일까? 이번 도전은 깰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너무나 무난하게 진행되는 레이드에 자신감이 상승했고, 근거 없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 기분을 무참히 깨버린 건, 역시나 이제껏 본 적 없는 난이도의 보스 프레였다.


“튕겨냈다고?”


실링의 경악한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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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7) 21.02.04 74 1 10쪽
36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6) 21.02.03 82 1 8쪽
35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5) 21.02.02 87 1 7쪽
34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4) 21.02.01 99 1 15쪽
33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3) 21.01.31 96 1 8쪽
32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2) 21.01.30 106 1 12쪽
31 5화 - 산적대장 카를로 (1) 21.01.29 99 1 8쪽
30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7) 21.01.28 106 1 7쪽
29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6) 21.01.27 99 1 9쪽
28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5) 21.01.26 101 1 7쪽
27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4) 21.01.25 96 1 7쪽
26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3) 21.01.22 102 1 8쪽
25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2) 21.01.21 114 1 9쪽
24 4화 – 약탈의 지방, 로톤 (1) 21.01.20 111 0 11쪽
23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8) 21.01.19 118 2 9쪽
22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7) 21.01.18 122 2 8쪽
21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6) 21.01.15 126 2 8쪽
20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5) 21.01.14 118 2 8쪽
19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4) 21.01.13 121 2 8쪽
18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3) 21.01.12 125 2 7쪽
17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2) 21.01.11 129 2 8쪽
16 3화 - 사라진 점성술사 (1) 21.01.08 131 1 6쪽
15 2화 - 프레 레이드 (7) 21.01.07 132 2 9쪽
» 2화 – 프레 레이드 (6) 21.01.06 132 2 8쪽
13 2화 - 프레 레이드 (5) 21.01.05 138 2 8쪽
12 2화 - 프레 레이드 (4) 21.01.04 158 2 8쪽
11 2화 – 프레 레이드 (3) 21.01.03 140 1 6쪽
10 2화 – 프레 레이드 (2) 21.01.02 143 2 10쪽
9 2화 – 프레 레이드 (1) 21.01.01 149 2 8쪽
8 1화 - 첫 디딤돌 (7) 21.01.01 159 2 8쪽
7 1화 - 첫 디딤돌 (6) 21.01.01 157 2 8쪽
6 1화 - 첫 디딤돌 (5) 21.01.01 151 2 8쪽
5 1화 - 첫 디딤돌 (4) 21.01.01 171 2 9쪽
4 1화 - 첫 디딤돌 (3) 21.01.01 173 2 9쪽
3 1화 - 첫 디딤돌 (2) 21.01.01 210 2 10쪽
2 1화 - 첫 디딤돌 (1) 21.01.01 260 3 7쪽
1 프롤로그 – 게임 중독 21.01.01 329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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