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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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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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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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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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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년 11개월차 -2-

DUMMY

평양성


한때 고구려의 수도였으나 폐허가 되었던 것을 고려시대에 다시 성을 쌓고, 수도에 준하는 중요한 곳으로 여겨 방비를 철저히 했던 곳이었다.


“다섯 번째로 말하기를, 짐은 삼한 산천의 드러나지 않는 도움을 받아 대업을 성취하였다. 서경(평양)은 수덕(水德)이 순조로워 우리나라 지맥(地脈)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계절이 넘어갈 때마다 행차하여 100일이 지나도록 머물러 나라의 안녕을 이루도록 하라.”


고려 태조 왕건이 훈요십조, 즉 후대 왕들에게 이르는 열 가지 조항의 제 5항에 직접 이르렀으며, 이후 고려 왕들은 1백일 넘게 머물러야 했던 곳이기에 사실상 수도와 다름 없는 방어를 해 둔 곳이기도 했다.


이는 조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아, 역시 행정과 방어의 중심지로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곳이었다.


평양은 고구려 때부터 이미 축성에 축성을 거듭하고 방어 구조물을 여기저기 세워 둔 곳이었다. 천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수도로, 혹은 수도에 준하는 도시로 존재해 왔던 만큼, 그 방어구조는 보통이 아니었다. 잘 방비된 곳은 무려 3겹의 성을 뚫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에, 북동쪽에는 산과 보통강, 남쪽으로는 대동강이라는 자연 해자가 둘러쳐진 곳이었다.


성 둘레만 해도 17km에 달했으니, 한양도성 둘레 18.6km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규모이기도 했다.


성의 구조만 우수한 것이 아니었다.


“수성전에 필요한 물자는 충분한가?”

“화약, 탄환, 조총 모두 충분하오이다! 화포는...좀 오래 되기는 하였사오나, 수효만큼은 역시 충분하오이다.”


성과 강 뿐 아니라, 비록 만들어진 지 오래 되기는 하였으나, 조총과 화포, 장창은 수효가 충분했다. 그 외에도 수성병기인 거마(기병을 저지하기 위해 날카로운 창을 여러 개 묶어 세워놓은 것), 녹각목(나뭇가지를 사슴 뿔 모양이로 뾰족하게 깎아 만든 것), 철질려 등등은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꽤나 많았고, 석회가루와 분포(똥물을 쏘는 물총)등의 화학무기도 어느 정도 보유한 상태였다.


“군량은?”

“흉년이 계속되어 법도만큼 넉넉하지는 아니하오나, 그래도 한달은 너끈히 버틸 수 있사옵니다.”


또한, 재물과 군량 넉넉한 편이었다. 서북 지방을 차별하던 것은 평양도 마찬가지라 머리 깨나 있다는 자들은 애초부터 상업에 진출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개경과 평양은 돈과 물자로만 따지자면 한양에 비벼볼만큼 풍족한 도시였다. 괜히 '평안 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나왔겠는가.


게다가,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거두어 들이는 조세는 북방의 위협에 대비하고 사신들의 접대에 쓰이는 등등의 여러 이유에 따라 군량미와 영업비(?)로 쓰였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쓸 수 있는 재정이 매우 넉넉했다. 따라서 평안감사가 어지간히 썩어빠진 인물이 아닌 한은 평양에 쌓여 있는 식량과 재화는 항상 넉넉한 편이었다.


자연과 인간이 합심하여 구축한 방어진지와 풍부한 물자, 한양 다음으로 많은 인구까지 더해졌으니 아마 한양 다음으로 뚫기 힘든 곳이 평양성이었으리라. 그래서 청국군이 성을 포위했음에도 평양성의 사기는 높았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 그러니까...성벽 위를 여러 구획으로 나누고 각 구획을 ‘타’라고 하고 다섯 타마다 타장 1명을, 25타마다 성장(城長) 1명을, 50타마다 치총(雉總) 1명을 세운다... 치총은 어떤 자를 맡겨야 하는가? 성장은?”


“일단 몇 타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록이 없는가?”


“우리 성은 3중이지 않습니까? 똑같이 배치하기 보다는 가장 외성에 방비를 집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성은 길고 크니 내성에 사람을 집중하고, 외성에는 허수아비를 세워 허장지계를 써서 적을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무를 서는 시간과 순번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런데말입니다, 타라는 것이 어느 정도 길이입니까?”


“성과 거리에도 요충지가 있을 텐데, 그런 곳에는 반드시 책임자를 따로 세우고 인원을 증원해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날래고 용감한 자들을 뽑아 척후를 몰래 보내어 적의 허실도 알아봐야지요.”

“그건 누가 가려고 하겠습니까?”


평양성에 제대로 된 무관이 없었던 것이다.


문관들이 무관직까지 겸임하는 체계가 된 지 이미 백여 년. 수성전을 제대로 해 보았거나, 적어도 이론에라도 익숙한 자가 없었던 것이었다.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둔 것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그 수성 매뉴얼이라고 있는 것도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어 그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수성 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람을 3교대로 경계근무를 서게 하고, 무기를 분배하였으나 이 때도 문제가 있었다.


“조총을 잘 쏘는 자는 거수하라.”

“.......”


“조총을 쏘아 본 자는 손을 들어라.”

“제가 좀 쏴 봤습니다.”


"장창을 다루어 본 자는 없는가?"

"......“


“으음..그렇다면 활을 다루어 본 자는 있는가?”

“활은 자신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도!”

“저도 그러하옵니다!”


조총은 쏘아 본 자가 거의 없었고 장창도 다루어 본 자가 없었다. 결국 관원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대부분 익숙했던 활을 택하였고, 성벽 위에 올라선 자들 중 조총을 든 자는 열에 하나, 창을 든 자는 스물에 하나가 채 되지 않았다.


화포를 다룰 줄 아는 자는 더욱 적어, 불랑기와 홍이포의 배치 수량보다 적은 인원만이 포를 다룰 줄 안다고 하였으므로, 다른 화포는 아예 쓰지 않는 쪽으로 정했다.


“이 홍이포로 말하자면, 훈련도감에서도 같은 것을 쓰고 있는데 탄환 도달 거리는 10여 리가 되니, 이는 실로 위급한 시기에 사용할 만한 것입니다.”


”사거리가 10여리라 함은 내성에서 쏘아도 대동강 너머까지 충분히 닿겠구려. 헌데, 녹이 슨 것 같은데 제대로 쏠 수 있겠소?“


”사금파리와 지푸라기, 모래를 가지고 문질러 닦으면 됩니다.“


물론 청동에 슨 녹을 문질러 닦는다는 것은 현대 화포 수입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개노가다였으나, 어차피 아랫것들이 닦을 것이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아랫것들“이 실제 화포를 운용해야 하는 자들이었는데, 그들이 녹슨 화포를 봤을 때 심정은 좀 달랐다.


”이거 화약 제대로 넣고 쏘면 터지겠는데?“

”그럼 좀 적게 넣고 쏩시다. 어차피 법도대로 넣으면 10리나 날아간다면서요.“

”그럽시다.“


무기만 문제는 아니었다.


병적 기록부 상 성 안의 군사와 민병은 합하여 5천 명이 조금 안 되었으나, 실제 인원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그 인원을 셋으로 나누어 성가퀴에 배치하였으나, 인원과 조가 분명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성 위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배치된 곳이 대부분이었고, 드물게 빽빽하게 배치된 곳도 있었으며 때로는 꽤 긴 성벽 위에 한 사람도 없기도 하였다.


또한,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계절, 근무를 3교대로 하게 하였으니 야간에 당첨된 자들은 하루 근무를 서 보고는 불만이 대단하게 되었다. 말뚝으로 8시간 야간 근무를 섰던 사람 치고 멀쩡하게 내려올 수 있었던 자가 드물었던 것이었다. 개중에 멀쩡한 자들은 몰래 근무지를 이탈하여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던 자들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양성을 청국군이 포위하고, 항복을 권하는 문서와 거부하는 문서가 오가고 난 사흘뒤 첫 교전이 일어났다. 해가 떨어질 무렵, 청국군이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먼저 포와 조총으로 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이에 평양성에서도 활과 조총, 홍이포와 불랑기로 반격을 가했다.


”방포하라!“

”뽕!“

”어?“

"화약을 너무 적게 넣었나?"


그러나 평양성의 크기에 비해 피어오르는 연기나 불꽃이 너무 적었다. 그나마도 포탄 몇 발과 탄환 몇 개가 날아들긴 했으나, 강 건너편까지 오는 것은 한 발도 없었던 것이다. 화살은 꽤 많은 수가 날아가긴 했으나, 화포만큼이나 멀리 날지는 못했다.


10리를 날아간다는 홍이포조차 강을 건너지 못했다. 포가 터질까 두려워 화약을 법도보다 절반만 넣어 쏘긴 했지만, 그래도 5리는 커녕 500보도 채 날아가지 못하고 포탄이 속력을 다 잃은 것이었다.


불랑기는 더 심했다.


”방포하라!“

”피슉!“

”으아아아악!“


미리 자포에 화약과 탄환을 재어 두고 모포에 연속해서 걸어 쏘는 것이었으나, 만들어 진 지 오래 되어 녹슬고 제대로 폐쇄가 되지 않은 포는 사방으로 가스를 뿜어대며 제대로 탄을 밀지 못하였다. 심지어 포탄이 20여보도 채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있었다. 화약이 연소되며 나는 불꽃과 가스가 포 앞보다 뒤쪽으로 더 많이 새어나오는 바람에 사람이 여럿 상할 뻔 하기도 했다.


그나마 포가 터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이를 본 청국 지휘부는 혼란에 빠졌다.

분명 전투 의지는 높은 듯 하고, 인원도 적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조선측의 화력이 너무나 약했다.


”평양성에 꽤 실력 좋은 지휘관이 있는가봅니다. 화력이 약한 척 속여 일부러 강 가까이 끌어들여 섬멸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성벽 위에 사람이 적어보이던데, 기록에 의하면 평양성의 인구도 상당하고 방비도 단단하다 하였습니다. 만력조선전쟁(임진왜란)때도 왜가 점령했던 평양성을 재탈환하기 위해 피를 꽤 뿌렸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냥 훈련도가 떨어지고 병장이 썩은 것 아니겠소?“


"그걸 알 방도가 없지요. 아니면 탐색전을 조금 더 벌여볼까요?"


계급이 폐지된 청국 노농적군은 장교들도 직위가 다 똑같았고, 지휘부 내에서 격론이 오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중 최고의 권위를 갖는 정치지도장교가 있기는 했으나, 그는 군에 대해 잘 모르는 자였다. 청국군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지금 파견나온 정치지도장교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는 잘 끼어들지 않는 자였다.


”그러지 말고 평양성을 포위하고 말려 죽입시다. 평양성 안에는 우물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 정도 큰 성에 우물이 없다구요?“


”평양은 대동강에 뜬 배 형상의 지역이라 우물을 파기 위해 땅을 뚫으면 배에 구멍을 뚫는 형세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강물을 먹는다고 하였습니다.“


”허.. 그런 미신이 먹혀든다니. 역시 황제폐하의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들은 우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평양성 안쪽으로 흘러드는 물을 모두 차단시키고, 말려 죽여봅시다. 어차피 큰 성이니 물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겁니다.“


그렇게 청국군은 평양성 주변을 돌아보며 성 안쪽으로 들어가는 물줄기란 물줄기는 죄다 틀어막기 시작했다.


”평양을 죽음의 성으로 만들어라.“

"굶주림은 버틸 수 있어도 목마름은 버틸 수 없는 법이다. 저들은 곧 뛰쳐 나올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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