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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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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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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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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년 7개월차 -2-

DUMMY

1812년, 포 40문을 탑재한 영국 해군 소속 프리깃 알세스트호와 리라호는 공충도 마량진 일대를 탐사하고 비교적 정확한 해도를 작성한 적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이후, 동인도 회사 소속 로드 애머스트 호는 황해도 앞바다를 거쳐 남하하다 마량진 앞에 닻을 내리고, 조선과 직접 통상을 요구하며 한달여 간 머무른 적 있었다.


그들의 기록은 동인도 회사와 청국에 주둔중인 모든 영국 선박에게 뿌려진 바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지금 찰스 엘리엇의 손에서 펼쳐져 있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엘리엇은 조선으로 항해하며 같이 타고 있는 고급 사관들과 한창 회의중이었다.


“길이 160피트(약 50m)짜리 애머스트호가 크다고 놀랐던 것이 조선인들이라고 했으니, 예의 그 배가 조선에서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소문의 그 큰 배는 어느 나라에서 보낸 것일까요?”

“조선인들은 그 배를 ‘strange western ship(이양선)이라고 했다니, 분명 동양에서 건조된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조선 내에 있다는 천주교도들은 나한테 배를 더 보내어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편지를 썼다고 했으니, 그 배에 타고 있다는 ’사람을 닮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것은 백인일 가능성이 높겠군.”

원래 청국놈들은 말을 부풀리기를 좋아하니까 수십만톤짜리 철제 선박이라는 것도 사실 전열함 정도 되는 배 옆에 동판을 둘러친 것을 보고 오인한 것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 전열함이 조선까지 간 이유는 뭘까?“


그렇게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할 법한 미지의 선박에 대해 짐작해보며, 그는 설레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만들어 진 괜찮은 배라면, 나포해서 영국 해군 소속으로 쓰는 것도 좋겠군.“


애초에 지금 들고 있는 조선 해도를 작성한 HMS 알세스트 호도 원래 이름은 미네흐브(Minerve)로, 프랑스 해군이 제작한 것을 영국이 나포하여 새로 이름을 짓고, 영국 해군 소속으로 넣은 것이었다.


”소문의 그 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기동 불능 상태로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조선 앞바다에 머물러 있다니, 돛대가 나갔거나 조선 특유의 뻘밭에 좌초되었거나 했겠군.“

”수리하려면 꽤나 시간 걸리겠는데요. 예인이 가능할까요?“

”일단 가서 보세나. 좋은 배는 한 척이라도 아쉬우니.“


사실 지금, 어지간한 유럽 해군은 모두 비슷했지만, 자랑스러운 대영제국 해군도 배와 선원의 조달 방법은 그리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배는 물론 건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건조하는 것 만으로는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었다.


영국의 바다는 넓었고 지켜야 할 것들 또한 많았다. 배는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배를 털어 적당히 만져준 후, 이름을 부여하면 그게 바로 HMS(Her Majesty's Ship), 곧 여왕폐하의 선박이 되는 것이었다.


”배가 보이면?“

”털!자“


선원 또한 고급 장교를 제외한다면, 육지에서 현지 조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군대 좋아서 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겠지만, 최소한 끌려가는 자리라면 급료, 음식, 피복, 잠자리는 잘 챙겨주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먹을 것으로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애초에 영국 음식이 제대로 된 것이 있을 리 없었고, 짬밥이 맛있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영국 짬밥이라면?


당시에는 냉장고도 영양학적 지식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수병에게 보급되는 식사라는 것은 미이라화 된 가축의 시체 조각을 소금에 절인 것, 집어던지면 해골을 쪼갤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커다란 판 모양 비스킷, 곰팡이와 세균 부유물이 떠다니는 럼을 섞은 물이었다.


잠은 보통 오십여평 정도의 공간이라면 백여명에서 많게는 5백명이 해먹을 걸고 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 체온만으로도 한겨울을 따뜻하고 눅눅하게 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니 평시에도 1년에 1개 소대 기준 1명은 죽어나가는 생지옥이 바로 영국 해군 생활이었던 것이었다.


오죽하면 영어에 impressment라고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였는데, 그 뜻은 강제 징집과 조직적 납치를 섞은 오묘한 것이었다. Impressment를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충실하게 무장을 한 선원들이 해안 마을이나 근처 도시를 습격하여 사람을 잡아다 두들겨 배에 태우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는 18~55세 사이의 영국 남자들만 수병으로 징집할 수 있었으나, 애초에 납치로 군인을 시키는 시스템에서 그따위 법률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었다.


아니, 현재 유럽에서 해군 좀 키우고 있다 하는 국가들은 대놓고 사략 면허, 즉 해적질에 대한 면허장을 발급한 지 오래였으니, 해군이 곧 국가 소속 해적인 시대였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략선 출신들은 각국 해군이 “impressment”하는 1순위 인재인 시대였고, 해적들도 각국 해군 출신 경력자를 우대하는 시대였던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의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 무관 박연, 벨테브레조차 전직 사략선원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엘리엇의 상식으로도 일단 쓸 만하겠다 싶은 배는 나포하고, 쓸 만한 사람은 납치 후 징집했다고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엘리엇이 행복회로를 돌리는 동안, 엘리엇을 태운 배는 청 해안선을 따라 북상한 후, 산둥반도에서 동쪽으로 쭉 직진하여 마량진 앞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소문의 그 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들어 배를 본 엘리엇은 저도 모르게 한 마디 내뱉었다.


“Bloody bastard!”


배는 소문처럼 수십만 톤에 몇 킬로미터나 되는 크기는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최소한 3층 갑판에 포 104문을 갖춘 1급 전열함에 동판으로 장갑을 두른 것을 착각해서 보고했을 것이라는 그의 예상보다는 훨씬 큰 것이었다.


그리고, 배에 타고 있던 것 또한 백인일 것이라는 그의 기대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못 털겠는데요?”

“그래. 저건 어떻게 털어야 할지 감도 안 온다. 백기를 올리고, 승선해서 정찰이라도 해 보자.”


한편 사여은 마을 사람들과 토벌대에서 발생한 부상자들과 병자들을 치료하고, 주조한 철제, 황동제 탄피에 면화약과 격목, 각종 탄두를 물려 산탄을 재생하고, 푸른곰팡이와 방사균을 배양해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을 추가 생산하고, 경운기 엔진에 방적기와 직조기를 물려 목화에서 실로, 실에서 면직물로 자동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시험가동해보고, 난리통에 식어버려 사실상 폐로가 되어버린 용광로를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용광로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그 와중에 박규수의 아이디어로 지금 조정에서 내려온 토벌군과 한양에 올라간 어르신들-정약용, 홍희근 등등-의 신병을 교환하는 계획을 짜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정약용이 서울로 가기 전 집필해던 민방위 서적 “민보의”에 나와 있던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각종 부비트랩은 효과가 굉장했다. 조선에서는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훈국과 어영청이 포함된 순무영 인원 천여명 남짓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상 전투 의지와 실질 전력 모두를 박살내어 놓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뒤처리였다. 일단 부상을 입은 사람을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기절하거나 발, 다리가 손상된 사람은 자력 이동이 불가능하니 적어도 한명, 많으면 네 명에서 여섯 명은 달려들어야 부상자 한명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오염된 무기를 통해 감염된 조직은 제대로 된 외과적 처리를 받지 못해 걷잡을 수 없이 세균 증식이 시작되었고, 파상풍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나 봉와직염(연조직염)이 심한 사람은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증상이 매우 심각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구 투여된 페니실린이나 고약에 버무려 때려박은 스트렙토마이신 덕분인지 상처 감염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으나, 외상 자체가 이번엔 또 문제였다. 줄기세포나 다혈소판혈장(PRP), 랜덤하게 쪼갠 DNA(PDRN, PolyDeoxyRiboNucleotide), 아니면 하다못해 계란 안쪽 껍질같은 급속 재생을 하게 해 주는 것들을 추출하거나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런 것들을 이용하기에는 아직 기술 수준이 한참 먼 것이었다.


20세기 중후반 수준의 화학과 기계공학, 전기기술 정도를 갖추어야 하니 부지런히 일하고 갖추어도 시간이 모자란데.


“욕하고싶다.”


사영은 가능하다면 막걸리라도 한 통 마시며 누워버리고 싶었다.


“전쟁이라는 개뻘짓으로 날려버린 시간과 자원, 그리고 아까운 인명 손실...”


1년 넘게 공들여 온 많은 것들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거기에 쓸 자원과 노오오력을 가지고 사람 모으고 테크를 올려 기억을 찾고자 했는데 왜 이리 태클이 많은 것인지.


겸사겸사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먹고 사는 문제도 좀 해결해 주고, 병도 조금 치료도 해 보고, 기계로 노동을 보조도 좀 해 주면서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도 조금 주고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온 효과였을 뿐이었다.


사영의 목표는 기억을 찾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로그를 열어보고, 기억과 지식, 기능을 100% 다시 완벽하게 하는 것이었다. 오직 그 목표를 향해 달릴 뿐이었는데 모처럼 움직여 온 조선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겨 버렸다.


그렇게 사영은 짜증과 분노, 회한 등 각종 부정적인 감정이 잔뜩 섞인 채로 부지런히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면서 쌓인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류헤이와 박규수도 한양으로 정약용과 홍희근의 구명을 위해 떠난 상태라 말이 통하는 자는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던 그의 카메라에 새로운 배가 접근중인 것이 보였다.


“또 뭐지. 청나라 밀사단인가 하는 놈들인가..”


저번에 다녀갔던 청 황제의 밀사단이라는 그들인가 싶어 보고 있으니, 배의 형태나 달려 있는 깃발이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흰색 천을 붉은 선으로 가로 세로 한줄씩 그어 4등분하고, 그 왼편 위쪽 칸을 다시 붉은 선 4개로 8등분하고 파란색을 채운 깃발이 걸려있었다.


’청국 밀사단이면 앞으로는 포섭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조선 조정을 움직여 뒤통수치는 것이 무슨 짓거리인지 항의나 해보려 했는데, 새로운 세력의 등장이라니.‘


사영은 급한대로 이제 갓 생산된 장군전 다발을 1번 포탑에 급히 장전하고 포를 돌리기 시작했다


“포가 이쪽으로 돕니다!”


단 한문이긴 하지만, 그 거대한 포가 이 쪽을 향해 선회하는 것을 본 엘리엇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백기 빨리 올려!”


다급히 올린 백기를 본 것일까. 그 거대한 포는 이 쪽을 향해 조준을 마쳤지만, 다행히 발포는 하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던 엘리엇은 천천히 배를 예의 큰 배 옆에 붙이고, 정중하게 승선 요청을 했다.


그리고, 영국 군함 몇 척이 마량진으로 향했다는 보고는 청 황실에도 급히 전해졌다.

청 황실 안에 인적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던 있던 프랑스와 미국, 독일도 영국 군함이 상무총감을 태우고 조선을 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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