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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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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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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7.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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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1쪽

1년 7개월차 -3-

DUMMY

대영제국의 영광은 바로 바다, 저 바다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모든 바다는 영국의 것이고, 영국의 것이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해군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해군정책으로 유명한 2국 표준주의, 즉 해군력 2위와 3위가 연합하더라도 그 이상의 함대를 가져야 한다는 정책만 봐도 알 수 있듯, 영국은 누구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해군력 건설에 사활을 걸고, 전 세계의 제해권을 틀어쥐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찰스 엘리엇은 그 대영제국 해군으로 인생을 시작하여 여전히 대영제국 해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자였고, 엘리엇 가문 자체도 영국 하원과 해군, 동인도 회사 등등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집안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철로 이루어진 조선의 저 정체불명의 선박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것이었다.


“Bloody hell!”


일단 그 배는 어마무시하게 컸다.


“어느 정도 크기인 것 같나?”

“빅토리호(HMS Victory)보다 길이만 거의 대여섯 배는 되겠군요.”

엘리엇의 물음에 선장이 답했다.


그 배에는 돛대도, 돛도 없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매끈해 보이는 선체는 아무리 봐도 절대 나무는 아니었다. 배에 가까이 가서 보고야 알았지만, 그것은 마치 상어 가죽과 조개껍데기를 섞어 둔 것 같은 질감을 갖는 철이었다.


견시도, 선원도 없어보였다.


굴뚝으로 보이는 것이 배 중앙에 단 한 개가 있기는 했으나, 거기에서도 연기 대신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어느 쪽을 보더라도 동력원으로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굴뚝이 있는 것을 봐서는 증기 기관을 탑재한 것 같기는 한데, 노도 없었고 증기선이라면 선체 뒤쪽이나 옆쪽에 있어야 할 물레방아 모양 외륜(수차, Paddle wheel)은 또 없었다.


아마 선체 중앙에 외륜을 넣어두었거나, 아니면 기상천외한 다른 수법으로 배를 움직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면 장갑 부유 포대로서의 역할을 위해 만든 것일수도 있고.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측면에는 포 구멍이 1개도 보이지 않았으나, 갑판 위에 올라 앉아있는 회전식 포대들과 거기에 달려있는 멀리서 보기에도 거대한 포가 포구를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잡다한 포 여러가지를 두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포 1문씩만 배 중앙에 탑재하고 돌려가며 쏘는 방식인가···”


그 포를 보자 당장 엘리엇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도 수많은 배들을 타 보면서 포 깨나 쏘아보았고, 따라서 저 거대한 포가 가지는 의미를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단일 종류 포를 여러 문 장착하면 포의 제원이 거의 비슷해 질 것이고, 탄도도 거의 같을 것이었다.


작은 포 여러 문을 속사로 쏘는 것보다 사격 속도나 시간당 화력 투사량은 적겠지만, 대신 저 정도 포라면 상당히 원거리까지 포탄을 쏘아 보낼 수 있을 것이었고, 동일한 탄도를 지닌 포를 동일 목표에 동일 제원으로 발사한다면, 원거리에서부터 확률적으로 명중탄을 낼 확률도 커질 것이었다.


“저 배 중앙에서 약간 앞쪽에 높게 솟아오른 저 탑 모양 구조를 보건대, 분명 멀리서 탄착 관측을 해 가면서 쏘겠군.”

“철제 측장이니 100파운더 이상은 쏴야 먹히겠군요.”

“그 이상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해적들과 교전을 했었다는데 손상 흔적도 없는 것을 보니 68파운더는 흠집도 내지 못한 것 같네.”

“잡다한 포가 없으니 옆구리에 저렇게 철판을 바를 수 있겠군요.”

“그렇지. 저 크기면 상당하니 여유 배수량도 상당할 것이고, 배가 크니 저렇게 큰 포를 올릴 수 있었겠지. 불합리하군. 매우 불합리해.”

“어떤 경우에라도 교전은 피해야만 하겠군요.”

“그렇지. 우리는 흠집도 낼 수 없는데 저 포는... 아마 한 발에 한 척씩은 확정적으로 격침 가능할 듯 하니.”


선장과 엘리엇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해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 보았다.


아마 저 배에 올라 장갑 두께를 측정해봐야 알겠지만, 저런 배를 상대로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작렬탄은 장갑에 먹히지도 않을 것 같았고, 아마 원추형 솔리드 단일 탄체에 화약을 있는대로 때려박아야 뚫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런 배를 타고 여왕 폐하를 위해 싸운다면 두려울 게 없겠군.”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드레드노트.

두려움 없는 자.


16세기 이래로 드레드노트라는 이름을 가진 배들이 꾸준히 영국 해군에서 건조되었고, 하나같이 HMS Dreadnought로서 혁혁한 공을 남긴 바 있었다.


최초의 Dreadnought는 갈레온이었고, 칼레 해전에서 그 유명한 스페인의 무적 함대를 상대로 싸워 이긴 바 있었다. 이후 건조된 Dreadnought는 총 네 척, 규모는 다를지언정 하나같이 전열함이었고, 항상 격전을 거치며 영광스럽게 싸우고 퇴역한 바 있었다. 현재 드레드노트라는 이름을 가진 배 또한 2급 전열함으로 건조되어 그 유명한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 제독 휘하에 배속되어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을 맞아 격전을 벌인 바 있었다.


찰스 엘리엇이 병원선에서 근무할 때, 그 배 또한 격전의 후유증과 항구를 봉쇄에 동원되어 각종 사보타쥬에 시달려 배가 많이 상했던 때라, 군적에서 빠져 병원선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드레드노트라는 이름을 가진 배는 현재 영국 해군에 없었다.


“저 배, HMS 드레드노트를 붙이면 어떨까?”


일단 저 배의 주인을 만나 잘 설득을 해봐야겠지만, 청국도 아니고 조선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시골에 처박혀 저렇게 배를 썩히는 것 보다는 대영제국의 해군으로서 격전을 벌이며 치열하게 사는 것이 여러모로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함생이 될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엇은 백기를 올리고 배들을 이끌어 그 정체불명의 선박에 다가갔다.


사영은 부상자 치료와 전후 처리로 바쁜 와중에 또다른 세력의 방문을 받게 되어 좀 떨떠름한 상태였다.


영국 해군기라는 깃발을 달고 온 배에서 내린 찰스 엘리엇이라는 자는 단단한 몸을 검은 양복과 코트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멋들어지게 맨 40대쯤 되어 보이는 영국인이었다.


“승선을 허락해주셔서...fuck..”

“아...”


엘리엇은 승선을 허락해 준 사영에게 인사를 하려다 그만 욕을 뱉고 말았다.

사영이 사람이 아님을 알아 본 것이었다.


“그럴 수 있지요.”

“죄송합니다.”


엘리엇은 사영을 본 순간 흠칫했으나, 곧 승선을 허락해준 것에 감사하며 차와 술, 책 몇 권을 선물로 주며 능숙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 고위급 신사의 겉모습과 정중한 영국식 영어, 어조와는 달리, 그 내용은 한마디로 좆 같은 것이었다.



“이 배에는 국기가 없더군요. 국기도 깃발도 없던데, 소속이 혹시 없으신건 아닙니까?”

“청국과 왜국이 뒤를 봐주는 사략함대(=해적단)과 크게 싸워 이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리며 경의를 표합니다. 혹시 이로 인해 청국 및 왜국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 된 것은 아닙니까?”

“조선 또한 그대에게 적대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영국은 현재 세계 최고, 최대의 강국이며, 귀하에게 매우 호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배는 어느 국가의 소속인지, 조선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는 바로 제안 한 가지를 해온 것이었다.


“대영제국 해군에 이 배와 함께 입대하시죠.”


기계 위에 생체조직을 씌워 놓은 특성상, 사영의 표정이 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그 드문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이었다.

사영 그 자신의 생전 기억은 대부분 날아가 있었으나,

순간적으로 군생활을 했던 기억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아마 사영이 인간의 몸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얼굴이 시뻘개졌으리라.


“입대요?”

“네”

“영국 해군으로?”


사영의 심리 상태와는 별개로, 얼굴에 나타는 표정은 약했고 목소리 또한 크게 변화는 없었다. 그는 그래서 사영의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네. 솔직히 조선 소속이 아니시면서 조선인들을 구하고, 헌신을 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댓가가 무엇입니까? 이런 대우를 받는 바에야 대영제국 해군의 일원으로서 명예와 합당한 대우, 보상을 받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명예와, 대우, 보상이 존재하는 노예생활이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영국 해군은 좀 다른가?’


사영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물었다.


“그 명예와 합당한 대우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그러자 그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모든 대영제국 왕족과 귀족은 여왕 폐하를 위해 장교 훈련을 받으며,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은 귀족의 의무이자 특권입니다. 귀하 또한 여왕 폐하를 위해 복무한다면, 합당한 지위와 명예를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추천하겠다고 상신하겠습니다.”


왕족과 귀족부터 나가서 싸우고, 그것이 명예이자 특권이라니, 명예를 운운할 만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추천을 상신? 보장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군요.”


그러자 그의 표정이 바뀐다. 좋게 보면 최강대국의 귀족이라는 자신감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똑똑하시군요.”


순간 사영은 영국식 욕설이 무엇이 있던가 기억을 되살려봐야 했다.


사영은 일단 청 황제의 밀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기로 했다.


“그쪽에서는 인력과 예산, 물자를 무제한으로 지원하려 하고 있고, 그 바탕에는 아무래도 귀국이 청국에 팔아치운 아편 때문에 한판 붙기 전에 무기와 기술을 확보하려 그러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청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현 황제가 강도 높은 숙청과 체제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아직 모르시는 내용도 있으신 것 같군요.”

“뭡니까?

”조선 내부에 천주교도들이 이번에 크게 사고를 쳤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조선 내부에 있는 천주교도가 자신을 지목하여 이 배와 같은 배를 더 보내어 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청과 조선 조정 또한 그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공충도에 양이와 결탁한 역적들을 토벌한답시고 이 사단을 낸 것이군요.”


예전에 정약용에게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들은 적 있었다.

저번에도 황서영이라는 자가 비슷한 짓거리를 했다가 여럿 목이 달아났고, 본인도 그 난리에 휘말려 가족들이 변을 당하고 본인도 상당히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사영은 일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함내 방송을 켜고 외쳤다.


“박선비! 류헤이를 찾아 함께 빨리 올라오시오!”


한양으로 간 사람들을 빨리 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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