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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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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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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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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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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년 5개월차

DUMMY

월식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요 몇 년간은 기상 이변이 많았던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무력함에 스스로 질려버린 것일까. 왕은 그 또한 자신의 부덕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고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렸다.


“환곡과 군포를 탕감할 것을 명하라.”

“사형수를 제하고 모든 죄인을 석방하라.”


왕의 명은 따로 없었으나, 신하들이 전례에 따라 왕의 병에 대한 차도를 기원하며 몇 가지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보았으나 그 역시 효과가 없었다


쓰러진 왕의 병세는 심해져, 기침과 가래가 끓고, 음식을 삼키는 족족 토하고 물을 마시는 족족 설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께서 제대로 진지를 젓수시지 못하시므로, 맑고 연하게 끓인 생강차에 청심원, 소합원, 인삼 등등을 넣고 끓여 올리기도 하고, 미음을 올리기도 하는 등, 쓸 수 있는 처방은 모두 써보았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지금 탕제를 백방으로 써서 연속하여 드리는 때라 바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널리 구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정약용과 박제안이 의술에 정통하여 명성이 널리 퍼져있으니 약을 의논하는데 참여시키는 것이 합당하겠습니다. 청컨대 아울러 진연에 동참케 하소서.”


그러나 정약용을 부르는 것은 사실 다른 목적이 있었다.


“조선의 사정에 밝고 머리 또한 비상한 자가 이양선에 머무르면서 갖은 계책을 줄 수 있으니, 사전에 삭초제근을 하고 치는 것이 어떠하겠소이까?”

“정약용을 말하는 것이오?”

“정약용도 문제지만, 홍희근과 박규수도 문제지요.”

“정약용과 홍희근을 상께서 미령하심을 핑계로 하여 불러들이고, 이에 응하면 장수를 잡기 전 말을 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수월하게 저 이양선의 팔 다리를 끊어놓을 수 있을 것이외다.”

“박규수 또한 제거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박규수는 아마 불러도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오이다. 허나, 이번에 불러 보고 응하지 아니하면 그 또한 불궤를 도모했다 하여 칠 수 있으니, 어차피 손해볼 것이 없지 않겠소이까?”

“참으로 옳은 의견이오.”


그 의견에 따라 마량진에서 머물고 있다는 정약용에게 파발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출발하려 했으나, 그날 밤 우박이 심하게 쏟아져 파발이 출발하지 못하였다. 결국 마량진에 소식이 전해진 것은 열흘 후였다.


한편, 사영은 정약용, 박규수, 마량진 수군들과 함께 석탄 증기-가스 복합 터빈을 탑재한 소형 선박을 테스트해보고 있었다. 저번 왜구들의 침입이야 어찌어찌 콜레라 균을 뿌려 막아냈지만, 지금 배와 화포로는 작은 배들을 상대하기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 톤에서 수십톤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배들 다수를 상대로, 전함전에서나 쓸 법한 16인치 함포를 쏴 대는것은 화력 낭비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었다.


적 선단이 전함과의 대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번에야 요행 반 대비해둔 것 반으로 막아낼 수 있어서 그랬지, 다음번에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쳐들어 오기라도 하면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닐 것이었다. 작은 배를 잉요하여 고속으로 사방에서 접근하여 승선후 장기전을 벌이거나 흘수선 아래쪽에 폭약을 대량으로 터뜨리기라도 하면 치명적일 수 있었다.


“저만하면 어지간한 양선보다 세 곱절은 빠르겠소.”

“붉은 색으로 칠해야 하는 것 아니오?”


증기-가스 복합터빈을 기관차로 운용하고 있던 터라, 거기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목선을 베이스로 비슷하지만 증기만 쓰는 터빈 엔진을 올리고, 톱니바퀴를 통해 대형 황동 프로펠러를 이용해서 추진, 역추친, 좌우 회전을 할 수 있게 만든 20톤급 실험선은 생각보다 빠르게 잘 움직여주고 있었다. 비록 온도가 오르고, 충분한 압력이 걸리는데 까지 한시간 가까운 예열이 필요한 것은 단점이었으나, 속도가 워낙 압도적이고 힘이 좋았던 탓에 그런 것은 일단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워낙 추진 기관이 무거워 물살을 헤치고 배가 나아갈 수 있을까, 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 캐비테이션 현상이 일어나는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런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속 35km 정도는 나오겠군요.“


배를 몰고 있는 마량진 수군들은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시운전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배 한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한양에서 보내는 파발이 탄 배였다.

파발은 정약용을 급히 찾더니, 서찰 하나를 전했다. 정약용은 서찰을 단숨에 읽어내고 나서 말했다.


"상후(上候, 왕의 증상)가 심각하다고 해서 백약이 무효하다고 하오. 해서 내게 혹시 다른 처방이 있을지 알아보고자 찾으신다고 하니 바로 가보아야겠소. 혹시 배 한척과 저변 역질을 다스리는데 쓴 약제를 얻을 수 있겠소?"

"경구수액 말입니까? 설사가 심하신가요?"

"토사곽란에 객담, 기침 또한 심하시다 하오."

"구토, 설사, 기침, 가래, 호흡곤란입니까."

"나도 가서 뵙고 어떠한 상황이신지 보아야 알겠으나, 약원의 모든 인원과 유명한 의원들이 모인 상황일테니 아마 알려진 처방은 거의 쓰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오. 허나 저번에 그 수액이라는 것은 신묘하기 그지없었으니, 혹시나 알겠는가."

"열은 없습니까?"

"여기 써 있기로는 열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나, 아마 열도 나실 가능성이 높을 것이오."

"열까지 포함하면 감염에 의한 질병은 거의 확실한 듯 싶군요."

"저번에 이야기했던 그 세균에 의한 질병을 이야기하는것이오? 아니면 그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오?"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바이러스라면 현재 쓸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세균에 의한 것이기를 바래야겠지요."


사영은 저번에 배양하기 시작해 추출해둔 항생제 중 무엇을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네오마이신, 겐타마이신 중 네오마이신과 겐타마이신은 충분히 배양하는데 실패했고, 스트렙토마이신은 꽤 뽑아뒀으나 극성분자라 경구투여로는 거의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근육주사로 놓아야 할텐데.. 마땅한 주사기가 없으니 근육에 대바늘을 박아 피펫으로 넣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왕의 몸에 칼을 대거나 대침을 쓸 수 있습니까?"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상께서 환후가 심각하시다면 내가 목숨을 걸고 해 보겠소. 그 주사라는것을 써야 하는것이오?"

"그게 확실합니다만, 굳이 목숨까지 걸고 쓰실 필요는 없으시겠죠. 그럼 간단히 입으로 먹는 것으로 하시지요."


답은 그럼 페니실린이지. 페니실린도 위산에 의해 분해되긴 하지만, 그나마 경구투여를 해볼 만 한 약물이다. 페니실린 쇼크가 없는지만 테스트해보면 좋을텐데.


"이것을 많은 경구수액이나 죽 등을 드시게 한 후 한 포씩 드시게 하되, 먼저 피부를 소독하고 소독한 침에 살짝 묻혀 찔러보신 후, 붓거나 하지 않는다면 드시게 하십시오."

"알겠소. 참으로 감읍할 따름이외다. 주상 전하를 회복시켜 드리고 나서 얼른 돌아오도록 하겠소."

"네, 같이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이 무엇이 있으시겠소. 이 두가지 약제만 하더라도 기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거늘. 내 얼른 다녀오겠소. 여기서 보고 들은 것으로 깨달은 바를 마저 정리하여 그 윤전기라는 것으로 꼭 출판을 해야 하니, 금방 돌아오겠소."


그렇게 정약용은 시험용으로 몰던 증기터빈 선박으로 파발과 함께 한양으로 급히 떠났다.


그리고 한달여 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왕이 훙서하였다는 것이었다.


사영은 그러려니 했으나, 박규수의 말이 심상치 않았다.


”다산 선생께서 위험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왕의 죽음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기라도 한다는 뜻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배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동시에 공충 감사 홍희근마저 자리에서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록청이 설치되었고, 사관들이 그동안 기록했던 사초, 그리고 승정원일기와 같은 각 관청의 기록들을 모아 실록 편찬에 들어가야 하오. 그런데 나더러 실록 제작의 총괄을 맡으라고 하오. 내 이곳에서 머물며 이 곳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끝까지 보고 싶었소마는, 중책이 내려왔으니 또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라. 인연이 된다면 다시 보기를 바라오.“


공충 감사 홍희근은 실록청에서 동지춘추관사를 맡아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후임 공충 감사로는 김재삼이라는 사람이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량진 첨사도 새로운 사람이 내려오게 되었다.


심영이라는 자로, 바로 아기고개에서 박규수에게 산탄총으로 쏜 콩주머니를 중요한 부위에 맞고 쓰러졌던 그 자였다. 그는 무과에 합격했으나 인사적체로 임용되지 못한 자, 즉 선달이나 한량으로 불리는 자들 중 하나였다.


비록 세도가의 사병을 이끌고 키우면서 한양 유흥가의 왈자들이나 검계 집단을 부리고 더러운 일이나 처리하는 신세이긴 했으나, 홍패를 받고 품계가 있는 어엿한 무관이기도 했다. 전투용 활인 육량시를 당겨 240보 거리의 사람크기 목표를 맞추는 것만 하더라도 사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인데, 거기에다 철전, 편전, 기마사격, 조총, 편곤등도 능숙하게 다루어야 하는 무과에 다른 수 없이 당당하게 합격했다는 것만 하더라도 인간 흉기에 들기 충분한 자였다. 거기다 병법과 유교 경전까지 알아야 했으니, 원래대로라면 합격하기 더럽게 힘든 시험이 바로 무과 시험이었다.


문제는 뽑는 인원이 만 명에 가깝고 조선 전기와는 달리 시험에서 편법과 반칙이 쉽게 먹히는 터라, 자기 실력으로 붉은 패를 받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집안이 좋거나 돈이 있으면 받을 수 있는 것이 무과 홍패였기 때문에, 양반 자리를 유지하고 싶거나 돈 많은 자의 신분 상승을 위한 시험으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심영과 같이 돈도 집안도 없는 자들은 죽도록 노력해서 인간 흉기가 되어봤자 종사관이나 만호, 첨사, 부사 자리는 꿈도 꾸지 못하였으며, 발령이나 받으면 다행이었다. 심영도 워낙 무력이 출중하여 정 7품 품계를 받긴 하였으나, 관직을 받지는 못하였다. 결국 관직을 받지 못한 자들은 홍패를 들고 세도가의 보디가드를 하거나 사병을 키우는 자가 되거나, 기방이나 색주가의 뒤를 봐주며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가 아기고개에서 주요한 부위에 매우 말하기 어려운 심대한 손상을 입고 나서, 분노와 원한이 가득 찬 채로 마량진에 첨사로 부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세도가의 사병과 어둠의 자금줄을 관리하던 경력을 인정받은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미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대부분의 지방 관료들이 세도가에서 낙점한 자로 내려오던 상황이라 그 역시 첨사로 오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와 새로 온 감사가 마량진과 서산 일대 곳곳에 붙였다는 글을 박규수가 베껴 왔다.


"이양선이 내양에 출몰하는 것만도 이미 놀랄 만한 일인데, 공충 연안의 포구에 제멋대로 왕래하는 것은 또 근래에 없던 일입니다. 바다의 방비가 허술한 데 대해서는 진실로 말할 것도 없겠으나, 이러한 때에 단속하는 방도를 허술하고 느슨하게 해서는 더욱 안 되겠습니다.


연해의 각 고을과 진영에서 요망하고 파수하는 등의 일을 각별히 신칙하여, 혹시라도 안일함을 꾀해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해선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판국에 우리나라 사람이 화응하는 자가 없을런지 어찌 알겠습니까? 무릇 행동거지가 수상한 무리를 엄하게 기찰하고, 만약 현장에서 붙잡힌 자가 있으면 공초를 받은 뒤에 즉시 그 자리에서 효수하여 대중을 경계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정도라면 거의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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