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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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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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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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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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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년 8개월차 -2-

DUMMY

군의관은 아니었으나 병원선 선장으로 근무하면서 꽤 많은 부상을 봐 왔던 엘리엇의 상식으로는, 저 정도로 뭉개지고 감염이 시작된 상처에 대한 처리는 그 윗부분을 자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썩으면서 독기를 몸으로 끌어들여 팔이나 다리 한 쪽 간수하려다 목숨을 잃는 것이 백이면 백 확실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차 마스터라는 노인...70이 넘었다고 했지.”


강건하고 젊은 군인이라도 도저히 회복이 어려울 듯한 부상이었다. 몽둥이에 맞아 정강이 뼈가 몇 조각으로 부러지고, 그 위쪽 피부는 당연히 너덜너덜해져 뼈가 보였으며, 감염이 시작되어 주변 조직이 검붉게 부어오르고 진물이 흐르는 상처.. 게다가 분명 심장이 멎기까지 했었다.


“어떻게 한 것일까.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면 되살릴 수 있는 건가?”


그는 같이 온 군의관의 의견도 물어보았다.


“어찌 생각하는가?”

“현재 의학 기술로는 불가능한 치료입니다.”

“시간은 너무 적은데, 알아봐야 할 것이 너무 많군. 일단 이 부분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도와주겠나?”

“알겠습니다.”


엘리엇이 벌써 여기 머문 것도 한 달 반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엘리엇은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청국 주재 상무총감의 일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기에 돌아가야했다.


무엇보다도, 저 청 황제가 이 배의 기술을 탐하면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지 않은가. 물론 청국의 도발 징후야 알고 있긴 했으나, 징후를 아는 것과 직접 듣는 것은 또 다른 무게가 있었다.


그는 마침내 사영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청국이 귀하에게 제의한 것 이상의 제안을 갖고 돌아올테니, 부디 청국의 손을 잡는 일은 없길 기원하겠습니다.”

“드디어 가시는군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지원해주신 금과 물자는 일단 잘 받겠습니다. 추후에도 좋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엘리엇은 산탄총 한쌍, 탄약 삼십여 발, 섬광화살과 활 한 묶음, 항생제와 경구수액 약간, 그리고 조선식 건조식량과 물을 받았고, 기관이 설치된 5톤급 포함도 그대로 갖고 가기로 했다. 실물이 있으면 상부에 건의를 올리고 설득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그는, 금과 포 16문짜리 슬루프 한 척을 주고 갔다.

찰스 엘리엇은 돌아오는 배 안에서 그 배에 머무르며 기록한 것들을 바탕으로 본국에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러하여, 전체가 철로 만들어진 동력선의 경우, 고작 2문의 대구경 포 외에는 가용한 무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거의 없이 1백여 척이 넘는 목제 전투함들을 압도하고, 대부분을 태워 없앨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영제국 해군도 앞으로 철제 전투함을 대대적으로 제작하여 건조와 운용 노하우를 획득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이야기하였던 바와 같이, 청국과의 전쟁이 사실상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점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포격을 할 수 있는 프리깃의 건조를 요청드린 적 있었습니다. 그 배가 아직 건조 전으로 알고 있는 바, 증기기관을 싣고 외륜을 돌리는 프리깃으로 계확한 김에 철제 장갑을 달고, 포는 최대한 줄이되 배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2연장 32파운더를 가지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포탑(turret)을 몇 개 설치하고, 그 주변을 1인치정도의 철판으로 둘러 사수를 보호한다면, 배의 크기에 비해 강력한 화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강 양쪽에서 가해질 강력한 화포 사격에 대해서도 갑판 위 전투원의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현측 장갑에 뚫린 취약점이 없을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소수의 배를 가지고도 청국의 수상 물류를 완전 봉쇄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부족한 포문 수는 단기간에 화력을 쏟아붓고 빠질 수 있는 콩그리브 로켓 다연장 발사대를 갑판 바로 아래 몇 문 배치하였다가, 필요시 갑판 위로 바로 올려 쏘고 갑판 아래서 재장전 할 수 있게 준비한다면, 배의 무게를 줄이면서도 순간 화력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 쓰던 엘리엇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분명 청 황제가 밀사단을 보내어 그 배와 먼저 접촉을 했었고, 그들도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다고 했었다. 기술이 부족해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없을 뿐이지. 그렇다면 그들이 더 크기 전에 미리 밟아두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또한, 청국, 조선, 그리고 자신까지 그 배와 접촉했던 자는 여태까지는 세 나라가 전부였으나,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또 그 배와 접촉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혹시 다른 나라, 예를 들어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러시아, 네덜란드나 미국이 그 배와 접촉하여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그 조건에 혹하여 그 배와 그 사영이라는 자가 그쪽으로 넘어간다면? 그 전에 그 배를 완전히 포섭하거나 아니면...


그 존재 자체를 지워야 하나?


그러나 그 배를 없던 것처럼 지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아니, 아까운 것도 아까운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배를 지울 수 있는 수단도 방법도 없었다.


현재로서는.


“...적어도 그 배와 동급이나 더 나은 배를 건조할 준비를 해야 하겠군.”


그렇게 생각한 엘리엇은 보고서에 글을 덧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그 배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것, 두려울 것이 없는 배, 드레드노트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추후에는 목제 프레임에 철판을 붙이는 방식으로 건조된 배가 아닌, 통짜 쇠로 만들어진 선박과 그 추진 기관에 대해 제작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보니, 기존의 증기 기관과는 다르게 석탄의 연소 가스와 증기 모두를 이용하는 터빈이라는 장치를 쓰는 엔진이 있었습니다. 또한, 오일을 연료로 하여 작동하는 작은 피스톤 엔진도 있었는데, 디젤 엔진이라고 합니다. 그 작은 크기에 비해 10마력이라는 대출력을 낼 수 있는 것이었으니, 대형화하고 적합한 연료를 찾아 쓴다면 선박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보고서를 쓰던 엘리엇은 자신이 원하는 배가 어떤 모습인지 대략 상상할 수 있었다.


“존나 큰 철선! 거대한 배와 거대한 포, 강력한 엔진, 강력한 장갑. 큰 덩치! 내구력도 존나게 크겠지! 어떤 배든지 찢고 죽인다!”


말 그대로 드레드노트, 두려워 할 것이 없는 배가 되리라.


그렇게 잠시 흥분했던 엘리엇은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그 기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강제로 얻어내다시피 한 산탄총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디젤이니 피스톤이니 하는 용어들을 보니 분명 조선에서 자생한 기술은 아닐 것이었다.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 혹은 식민지 어디에서인가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자가 있을텐데... 그의 귀에 한 번도 그런 기술을 가진 지역에 대해 들어온 바가 없었던 것이다.


“앞선 기술을 가진 어떤 문명이 망해 없어진 것인가? 아니면 입막음을 당해 어딘가에 묻혀 있을까?”


그런 기술력을 가진 집단이라면 무력이 약할 리 없지만, 숫자가 한 줌도 안되는 집단이었다면 또 쓸려 없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럴 만한 힘을 가진 자가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사영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들도 아이디어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단지 기술이 없었을 뿐이지요.”


그 아이디어는 어디서 누가 갖고 있던 것이었을까. 그와의 대화를 생각하다 보니, 그 ‘차 마스터’라는 사람이 기억났다. 그 또한 차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알고 있었으나, 조선 조정에 잡혀가서 소식이 끊겼다고 했던가.


사실 그는 왕의 질병을 고쳐보고자 한양에 갔던 것이었으나, 엘리엇은 조선 조정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그를 납치해갔다고 오해했다.


엘리엇 스스로도 차의 제조법이나 차나무 재배법을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애썼으나 청 조정의 방해로 매번 실패했으니, 그럴 오해를 할 법도 했다. 그는 얼마 전 차 장인 한명을 어렵게 포섭하여 그 가족들까지 함께 생계와 목숨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거의 영입하는데 성공했었으나, 그들이 몰살당하는 바람에 목표를 수정했어야 한 일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일이 생각난 순간, 찰스 엘리엇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나도...위험하겠군.’


자기 자신도 청국이 껄끄럽게 여길 만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설마 청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대영제국과 일전을 불사하고 자신을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또 모르는 일이었다. 최근 황제의 행보에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 또한 아편 금령에 대해 영국 상인들을 설득하여 아편을 곱게 내놓지 않았던가.


비록 지금은 상무총감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전쟁터에서 먹은 짬밥, 그것도 악명 높은 영국 해군의 짬밥을 먹은 지도 거의 20년이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 그것은 거의 맞아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당번병을 불러 자신의 보고서를 필사할 것을 명했다. 또한, 각 배의 선장들에게 평소보다 경계 수준을 올리고, 수병들 단속을 엄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 명령이 가져올 후폭풍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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