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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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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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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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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년 6개월차

DUMMY

왕이 죽었다.


약원에서는 역대 왕이 죽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관례대로 석고대죄를 시행하고자 했다.


"신 등이 모두 의약의 이치에 어두웠는데도 오랫동안 보호의 소임을 욕되게 하여 마침내 이러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만났으니, 신들의 죄는 만 번 죽더라도 속죄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직 원하건대, 빨리 형장을 입게 하여 몸으로서 순장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삼가 이에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을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석고대죄).“


보통 이렇게 청하면 일반적으로는 약원의 잘못으로 인해 왕이 비명횡사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망극하다. 대죄하지 말라.“ 라고 하면서 석고대죄를 말리고 장례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혹은 가까운 곳에 처벌을 빙자한 유배를 보내 잠시 쉬게 해 주었다가, 다음 왕이 사면해서 복직시켜 주는 것이 그 다음 흔한 일이었다.


유일하게 왕을 치료하다 골로 간 경우는 효종때 신가귀라는 어의가 침을 잘못 쓰는 바람에 왕을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한 번 뿐이었으니, 이번에도 응당 아무 일 없이 장례 절차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이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제조가 대행 대왕이 편찮으셨을 때 보호의 책임을 맡고 있는 몸으로서 유명한 의원을 널리 모집하여 침과 약을 함께 의논하였고, 또 시약청을 설치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비록 죄를 지은 적 있으나 신묘한 의약과 기술을 알고 있는 정약용을 불러들이려 하였으나, 그는 부름을 받고도 한달 여 가까이 지체하여 마침내 치료할 시기를 그르쳤습니다. 이에 신민 모두가 분개를 느껴 죄를 정약용에게로 돌리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바라건대, 왕법으로 보아 결코 한 시각도 용서할 수 없으니 서둘러 참하시옵소서.”


“허면, 도제조와 제조, 부제조의 처결은 어찌 해야 하겠습니까?”


“도제조께서는 하실 일을 마땅히 하셨소이다.”


“어찌 의원과 초야에 있던 선비에게만 죄를 씌우려 하시오. 전례를 보건대, 약업은 의원이나 유의(儒醫, 유학자이면서 의술을 익힌 자)에게만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시약청의 도제조와 그 수하들에게도 물어 삭탈 관직이나 유배를 보내는 것이 도리이거늘!”


“옳소이다. 게다가 때 아닌 우박과 폭우에 길이 끊겨 정약용을 부르러 가는 데에만 열흘이 넘게 걸렸다 하니, 한달여 만에 왔다고 한들 어찌 그것이 일부러 기일을 끌어 불궤를 도모하려 했다고 하겠소이까?”


정약용과 그 일당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했던 김문과 조문은 생각 외로 반발이 거세자, 일단 정약용을 의금부에 가두어 두었다. 물론 곱게 가두어 두지는 않았고, 뒤로 밀명을 내려 천천히 고문해 나갈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왕은 세상을 떠나고 왕세손이 왕위를 계승하는 중이었다.


왕세손 나이는 이제 고작 열 살. 친정하기에는 아직 한참 이른 나이이니, 당분간 왕대비 김씨가 수렴청정을 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일이었다. 효명세자가 살아서 그대로 왕권을 이어받았다면 좋았으련만, 지금 세손의 어머니이자 이제 조 대비로 불리게 된 사람은 풍양 조씨의 일원이었다. 왕대비 김씨는 바로 그 유명한 김조순의 딸이었고.


그래서 국상을 치를 준비를 하느라 한창 바쁜 조 브라더스, 즉 조인영, 조만영 형제의 마음은 붕 떠있었다. 김조순이라는 거목이 쓰러진 후, 우왕좌왕하던 안동 김문의 약점을 잡고 이제야 거의 대등하게 세력을 키워 권력을 도모해보나 하던 것이 저 이양선의 도래와 이어진 청국의 개입으로 일이 크게 꼬여버린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 청국의 개입으로 국왕이 쓰러지고 결국 이렇게 상을 당하고 말았으니, 속이 안 상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이리라.


“대행 대왕께서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소이다.”

“김문과 청국, 그리고 양선을 적당히 충돌시켜 상잔케 하려 하였더니, 뜻은 사람이 세워도 이루는 것은 하늘의 뜻인가 보오.”

“일단 김가놈들과 만나 봐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조문과 김문은 다시 모여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면, 저 양선의 손발을 끊는 것은 어찌 하오리까? 일단 보류하오리까?”

“보류해야 되지 않겠소?”

“허나 이미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 형세외다. 시간을 끌면 저 이양선도 다시 방비를 단단히 할 것이 아니오?”

“그렇다고 국상을 당한 이 때 움직이는 것은 또 신하된 도리로서 못 할 짓이외다.”

“쯧. 언제부터 그리 충신이 나셨다고..”

“그쪽보다야 우리가 훨씬 충신이긴 하외다.”

“......뭐 이러다 의만 상하겠소.”


서로 긁어대고는 있으나, 그들도 서로 자제를 하고 있었다.


외부의 큰 일이 난 시점에 내부에서 서로 싸우다 지쳐 누군가에게 어부지리를 주거나 쭉정이만 남은 조선을 갖게 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권력을 다투는 것은 결국 가문의 영달을 위한 것도 없지 않으나, 이제 다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개인적인 욕구가 남은 바 얼마나 되었겠는가.


특히 형인 조만영은 늦은 나이에 벼슬자리에 나아가 암행어사로 전국 팔도를 돌면서 안동김문의 세도정치로 인한 삼정의 문란이 얼마나 조선을 말아먹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왔던 인물이었다. 오죽하면 암행어사로서의 짬밥이 좀 쌓인 이후에는 ‘두들겨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모든 아전을 공평하고 평등하게 뚝배기를 깨고 다녔을까. 그 중 단 한명도 썩지 않은 자가 없었으며, 백성들이 열광하고 칭송하니, 그 명성이 쌓여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물론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자신의 가문 사람들을 요직에 끌어올리고 낙하산으로 내리꽂으며, 딸을 세자빈으로 밀어 넣는데 성공하기까지 그도 어두운 길을 전혀 걷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조 브라더스는, 적어도 저 안동 김문놈들과는 떳떳하다 자부했고, 반드시 저들의 손에 조선의 실권이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수단과 방법이 다소 과격하더라도 말이었다.


일단 안동 김문의 일족들과도 당분간은 휴전과 협력을 하기로 약조한 터였기에, 일단 서로 으르렁대던 것을 접고, 국상과 큰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협업중인 상황에 있었다. 허나, 휴전은 곧 깨지고 말았다.


이번에 약원의 건의로 상경하여 입궁한 정약용을 보자, 조브라더스는 떠오르는 것이 무언가 있었다.


“이양선에 있는 그의 이름이 ‘사영’이라 했던가?”


‘사영’이라는 이름이 무언가 친숙하다고 느끼고, 정약용의 죽은 형 정약종을 떠올린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쯤 전, 신유박해가 있은 직후, 천주교 신자 황사영이라는 자가 청국 북경에 있는 탕사선 주교에게 편지를 보내려다 걸려 피바람이 분 사건, 흔히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알려진 그것이었다.


그 사건이 있었던 시기 시대적 배경과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그때와 비슷했다. 그 사건이 벌어졌던 것은 얼마 전 죽은 왕이 아직 어리던 시절,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할 때였고, 이번 왕도 고작 열 살이었으니 왕대비 김씨가 수렴청정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국내에서 청국으로 전해지는 서신 중, 풍양 조문이 뿌려둔 정보망에 걸려드는 천주교 신자의 서신들도 종종 있었으며, 개중에는 문제시 될 만한 서신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국가가 엄금하고 있는 서학을 가르칠 선교사나 사제를 파견해 달라거나, 교황에게 조선에서 일어나는 탄압을 고해달라거나, 혹은 좀 더 나아가 서양의 강국이라는 법국이나 영길리의 개입을 요청하는 편지도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입에 담기에도 참람한 무부무군(無父無君), 즉 ‘아버지도 없고 군주도 없다’라는 말로 악명을 떨친 것이 바로 천주교였다. 그때는 선교사나 신부가 들어왔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천주실의를 비롯한 천주학 책 몇 권을 북경으로부터 사 온 것을 공부하다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제사를 금한다.”라는 명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진산에서 제사금령으로 인해 최초의 사건이 터졌다.


신주와 위패를 훼손하는 것은 곧 부모와 조상님을 훼손하는 것과 동격으로 취급되던 조선에서, 모친상을 당한 신자가 무려 신주와 위패를 태우고 상복을 입지 않고 조문객을 받지 않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조선 입장에서 이것은 패륜이었다.


“도대체 어떤 가르침이 부모의 상을 치르면서 신주를 세우지 않고 위패를 불태우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냐?”

“신주와 위패는 귀신이 붙은 물건이라, 섬기는 것은 그 자체로 우상숭배가 되오이다.”

“미친놈. 그 더러운 입을 다물라!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법이 있고 예가 있기 때문이거늘, 한낮 금수만도 못한 자가 되려는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극형에 처하리라!”

“제게는 천주님이 법이요 예입니다. 천주님을 위해 죽는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그렇게 그와 그에 관련된 자, 그리고 다른 신자 수십여 명이 참수형을 당한 사건이 있었던 터라, 조선에서는 아직까지도 천주교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 당연히 박해가 이어졌는데, 그 박해로 새로운 사건이 터지게 되었다.


황사영이라는 자가 저 박해 사건을 가지고 청나라 황제에게 백서(帛書), 즉 명주천에 무려 만 오천여자에 가까운 편지를 써서 보내려다 걸린 적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참담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이 나라는 지금 사방이 위태롭고 어지러운 시기이므로 어떤 일이든지 황제의 명령만 있으면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황제폐하께서는 조선에 특별히 따로 칙령을 내리셔서 서양 선교사를 받아들이게 하여-중략- 조선을 청나라에 소속되게 하여 황조의 근본이 되는 땅을 넓히십시오.


만약 중국 종실의 한 여자를 공주로 삼아 시집보내서 왕후가 되게 하면 지금의 왕은 부마가 될 것이고, 그 다음 왕은 외손이 되므로 스스로 마땅히 황조에 충성을 다할 것이고, 또한 넉넉히 몽고를 견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현재 이 나라는 형세가 크게 위급하여 결코 오래 지탱하기 어려운데 만약 중국의 속국이 되면 간사한 신하들의 눈흘김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고 이씨 왕조의 명성과 위세는 배가 될 것입니다.


-중략-


지난해 가르침을 주신 편지에 몇 년 후에는 큰 배를 보내겠다는 분부는 받았습니다마는 지금은 형세가 많이 달라져서 무턱대고 와서는 성공을 바라기 어렵습니다.


또한 서양 여러 나라가 진실 되게 주님을 높이 공경하여 오래 편안하고 길이 다스려진 것을 본받아 동양 여러 나라도 서양 선교사를 용납하여 맞아들이는 것이 매우 유익할 뿐만 아니라 해로운 일이 없다는 것을 거듭해서 타이르면 반드시 온 나라가 놀라고 두려워하여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배와 사람의 수가 능히 말씀드린 대로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마는 만약 힘이 모자라면 배 수십 척에 5,6천명만 되어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의 거룩하신 가르치심에 의거하면 전교를 용납하지 않는 죄는 소돔과 고모라보다도 무겁다고 하였으니 비록 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성교의 표양에 해로울 것이 없을 것인데 다만 지금의 이 계획은 성세를 크게 벌여서 전교를 받아들이게 함에 불과한 것입니다.“



즉, 청나라더러 조선을 합병하여 선교사를 받아들이게 하거나, 아니면 서양 여러 나라에서 배와 병사를 보내어 힘으로 조선을 눌러 주십사 청한 것이었으니, 어지간한 역모나 반란보다도 훨씬 큰 사건이었다. 무려 신앙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다 걸린 사건이었으니, 이제 천주교에 대한 시선은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앞선 무부무군 사건과 제사 거부 사건만 하더라도 조선에 충격과 공포를 주기에 부족함 없었는데, 외세를 끌어들여 반역을 기도하였으니, 30년이 넘은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천주교가 널리 퍼지지 못하고 알음알음 어둠속에서 전파되게 된 데에는 저런 사건들 탓이 컸다.


더군다나, 지금도 저 정도로 자세하지는 않으나, 비슷한 내용을 지닌 서찰이 종종 풍양 조문의 정보망에 발각되고 있으니, 이를 조금만 키우고 살을 붙인다면 저 청국이 빌미로 삼는 이양선을 몰아내고, 안동 김문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황사영 백서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주작하여 볼까 고민하고 있던 터였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압록강 인근을 순찰하던 청국 순찰대의 눈에 한 무리의 조선인들이 강을 건너는 것이 보였다.


”저기 또 몇 명 넘어온다.“

”이번에는 보따리가 꽤 큼지막한데?“


조선과 청 사이를 오가는 잠상, 즉 밀무역꾼은 꽤 많았고, 이들은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가져다 주곤 했다. 청국 국경 수비대 입장에서도 이들을 잡아서 조선으로 넘기느니, 적당히 안면을 터 두고 풀어주면 매번 약간의 성의를 보여주었던 터라 상부상조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뜯기는 쪽에서는 좀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어이, 거기 조선인들 이리 와보라!“

”저거 처음 보는 놈들 같은데...?“


여느 잠상들이겠거니 생각하고 청국 국경 수비대원들이 그들을 향해 가자, 그들은 힘껏 달아나기 시작했다.


”야, 내 니들 누군지 다 안다! 거기 서라!“

”안다고?“

”안다는데? 이야기가 샌 모양이오!“

”일단 도망칩시다!“


수비대원들이야 잠상이겠거니 하고 한 말인데, 반응이 이상했다. 그들이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점마들 왜 뛰지?“

”수상한데?“

”일단 잡아 보면 알겠지!“


그렇게 수비대원들은 그들을 쫒았고, 그들은 뛰다가 하나 둘 미끄러져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애초에 어두운 밤 늦은 시간에 강을 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일은 그 다음에 터졌다. 빠졌던 조선인들 중 몇몇이 처음 보는 총구 두 개짜리 총을 짐에서 꺼내 든 것이었다.


그러나 수비대원들은 총을 보고도 피식 웃을뿐, 놀라지도 않았다.


”야야, 총 넣고 이야기하라. 어차피 물에 젖어서 총 쏴지지도 않는다.“

”그래 좋게좋게 이야기하자.“


조선에 워낙 총이 흔하다 보니, 또 어디서 어설프게 만든 화승총인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었다. 수비대원들은 겁내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조선인들에게 향했다.


그 순간, 총이 불을 뿜었다.


"으아아악!"

"양총이다 이거!"


청국 수비대 입장에서 다행이었던 것은, 그나마 그 조선인들이 갖고 있던 총알이 몇 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비대의 반격에 사살당하거나 체포당했다.


그리고 그 전말은 조선과 청 양쪽 정부에 모두 전해졌다.


청국과 조선의 국경을 조선 백성 몇 명이 무리를 지어 몰래 넘었는데, 그것이 발각되자 양총을 쏘아 청국 관인을 해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들 중 둘은 사살하였고, 나머지는 압송하여 국경에 가져다 놓았으니 처벌을 논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는데, 증거물로 가져온 것들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었다.


바로 중절식 산탄총과 천주교 서적, 성물, 그리고 서신이 나온 것이었다.


국경을 넘어 청국 관인을 해한 자들은 효수로 다스리라 하고, 관할하는 첨사는 삼천리 유배에 위리안치, 삼수 군수는 파직하고 이천리 유배로 마무리하였으나, 증거물들이 문제였다. 서신의 내용이 저번 백서 사건때 나왔던 것과 비슷했던 것이다.


문제는 내용뿐이 아니었다. 황사영의 백서가 사실상 헛소리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꽤 구제적이고 현실적이었다는 것이다.


발신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수신인은 대 청국 상무총감, 즉 청나라와 영국 무역에 대한 영국측 권한 전부를 갖고 있는 찰스 엘리엇이었다. 서신의 내용인즉슨, 마량진 앞 초대형 이양선의 출몰과 그 주변의 변화가 다 천주의 배려로 서양에서 보내 준 것이니, 그와 같은 배를 동해, 남해, 그리고 강화 앞바다에 한 대씩 더 보내주고, 사제를 보내어달라는 내용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안동 김문은 충격에 빠졌고, 풍양 조문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못하였으나 기뻐하며 이를 어찌 써먹을지 고민에 들어갔다.


곧 명령이 하달되었고 공충도 마량진에 내려와 있던 심영은, 이것을 기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신에 마량진의 이양선이 언급되어 있었으니 이제 이양선을 직접 치지는 못하더라도 부담없이 이양선과 관련이 깊은 마을을 털고, 본보기로 몇 명 효수하고 나머지는 잡아다 문초를 가하면 될 것이었다. 물론 그 목표 안에는 자신을 반고자로 만들었던 박규수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마량진에는 마침 ‘우연히’ 인원과 물자가 양 세도가의 배려로 증강되어 약 500여명의 병력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심영, 그가 직접 훈련시키고 키워온 사병 세력들과 상인 및 기방의 뒤를 봐주던 힘깨나 쓰던 자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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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1 혈압강림
    작성일
    22.06.21 23:24
    No. 1

    종교는 한반도만 들어오면 다 변질되서 헬조선 한몫해주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06.22 09:51
    No. 2

    실제로 교황청의 제사금지령 하달 때문에 제사문화권에서는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갔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추어동천
    작성일
    22.11.04 07:52
    No. 3

    20줄의 진행을 읽기위해 200줄의 별 의미 없고 내용도 없는 글을 읽어야 하다니..
    고기 한점 먹기위해 세수대야 물을 다 마셔야하는 꼴이네요
    작가님 본인은 본인의 글에 취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시는 듯 합니다.
    무슨 200년전 중국인들이 무협지 내용 묘사하는 듯이 사이드만 과장되고 뻥튀기하는...

    찬성: 5 | 반대: 3

  • 작성자
    Lv.62 잡초더미
    작성일
    22.11.10 15:09
    No. 4

    너무 쓸때없는 곁가지가 많아요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73 자와라
    작성일
    22.11.29 04:59
    No. 5

    스토리 진행하는데 하등 쓰잘데없는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 늘어놓는건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스토리를 질질 끌려고 일부로 그러는게 아닌이상 스토리와 연관없는 글은 사료를 포함해서 좀 스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진행에 불필요한 사료들 때문에 독자들 다 떨어져나가요.

    찬성: 1 | 반대: 3

  • 작성자
    Lv.37 g5135_so..
    작성일
    23.03.04 00:22
    No. 6

    이야기 진행이 탄탄하고 정치 외교의 흐름이 드러나서 좋네요. 아래 글 읽을 줄 모르는 분들 이야기에 너무 마음 쓰지 마셨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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