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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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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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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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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년 6개월 2주차 -4-

DUMMY

그렇게 마을에 있던 순무영 병력은 패퇴했다.


그러나 아직 적은 남아있었다.


“쫒아라! 역적은 얼마 남지 않았다!”


유민들이 주로 모여 살던 마을을 무력화시킨 후 병력 일부를 남긴 순무영과 마량진 소속 보군들은, 제철소로 도망친 주민들을 쫓아 이동하고 있었다.


대부분 보병으로 이루어진 순무영 진압군이었으나, 제철소로 가는 자들은 기병이었다. 그것도 조선 특유의 궁기병 다수로 이루어진 기병이 아니라 편곤, 즉 쇠도리깨로 무장한 자들이었다.


“이럇!”

“좆같은 역적새끼들이 도망을 가?”


마을에서 이미 한바탕 날뛰면서 피를 본 자들은 잔뜩 흥분하고 독이 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들 또한 마을에서 약탈과 강간을 즐기고 싶었으나, 기병이라는 이유로 추격전에 죄다 투입된 것이었다. 하급 군관들은 피와 폭력을 즐기고 있을 시간에 추운 공기를 가르며 달리다 보니,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중이었다.


“수급도 필요없다!”

“대가리 부숴!”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은 심영이었다.


“박규수는 어디 있나?”

“사...살려주십쇼. 이미 박 선비와 그 식솔들은 저 배로 거처를 옮겼습니다요.”

“이런 씹어먹을...”


마을 사람들을 잡아다 고신(拷訊,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행해진 고문)을 가해 박규수 일당이 저 이양선에 타고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던 심영은, 대신 잔혹한 학살을 통해 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고자 했다. 그 또한 색주가의 더러운 일을 맡아 가며 일할 때는 사방에 씨를 뿌리고 다녔으나, 그 빌어먹을 총에 영 좋지 않은 곳을 맞은 이후로는 그게 힘들어졌다.


“내가 못하는데 감히?”


그래서 그는 수족과 같은 부하 몇을 이끌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지르고 말을 타고 달려, 아직 제철소까지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주며 쫓아갔다. 그 공포와 절망이 얼굴에 나타날 무렵, 목을 따거나 머리를 부수면 그나마 마음이 좀 풀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말을 탈 때마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통증은 있었으나, 그는 그 통증마저 증오로 바꾸어 애꿎은 사람들을 쳐 죽이면서 달렸다.


그렇게 열댓명을 죽이고, 다시 추격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두 봉우리 사이에 난 고갯길을 넘어 제철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갯길 꼭대기를 넘어 가는 길 길 가 나무판에 종이 한 장이 붙어있었다.


“적의를 가지고 이 고개를 넘는 자,

죽는다.”


피를 찍어 쓴 것처럼 검붉은 한글로 써 있는 표지판을 보고, 심영과 부하들은 피식 웃었다. 허장성세로 추적을 늦추려는 것이 뻔히 보인 때문이었다. 마침 고갯길 저 아래쪽에 한 가족이 또 허둥지둥 도망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심영과 부하들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에 박차를 가했다.


“이랴!”


부하 몇과 함께 말을 힘차게 몰아 속도를 한창 높일 무렵이었다. 앞으로 내밀고 있는 철편에 무엇인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싶은 순간,


“어?”


쓰고 있던 쇄자갑-사슬갑옷-의 목 부분에 줄 같은 것이 걸리는 느낌이 들며 심영은 낙마하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지며 몇 바퀴 구른 그는 자신이 무엇에 걸린 것인지 보기 위해 몸을 들어보려 애썼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으....”


낙마의 충격이 상당해서,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숨조치 쉬지 않아지던 시간이 좀 흐르고 나자, 간신히 숨이 쉬어지기 시작했다.


“무슨...일이..”


상황을 알아보려 고개만 간신히 들어보던 그의 눈에, 자신보다 조금 앞서 달려 나가던 부하 두 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부하였던 두 명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들은 말 위에 앉아 달리고 있었으나, 목이 깨끗하게 날아가고 없었다. 잠시 후, 목이 없어진 시체가 말 옆으로 떨어졌고, 심장은 아직 멎지 않았는지 그 잘린 목으로 피가 몇 번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머리가 날아간 몸은 크게 몇 번 꿈틀대는가 싶더니 잠시 후 움직임을 멈추고 뻣뻣하게 변했다.


그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자신은 낙마하고 부하들의 목은 날아갔다.


누가 목을 친 것일까. 매복이라도 있었나 싶어 심영은 움직이지 않는 몸 대신, 고개를 간신히 더 돌려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일가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람들도 주변에 없었다.


두 명이 순식간에 목이 날아가고 자신은 낙마했는데, 주변에는 인기척조차 없이 조용했다. 저 멀리 도망가는 일가족들, 그리고 저 뒤쪽에서 순무영 보군 수백여 명이 걸어오는 기척은 느껴졌으나,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히익!”


순간 심영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살생을 해왔던 터라 업보라도 받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곧 다리와 등에서 격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가위라도 눌린 것 같았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 여기저기에서 격통을 느끼고, 순간 목이 격하게 말랐다. 그것을 끝으로, 심영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잠시 후 걸어서 언덕을 넘던 순무영 장졸들이 그 참상을 발견했다.


“매복이다!”

“적을 찾아라!”


낙마해서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간 채 기절한 심영과, 목이 깔끔하게 날아가고 머리만 남아있는 군관 두 명의 시체를 본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머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았으나, 그 머리에 남아 있는 표정은 고통보다는 흥분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죽은 것이, 자신들의 목이 달아나는 순간까지도 그 기척을 몰랐던 것 같았다.


“귀신인가?”

“대낮에?”

“대낮에 목만 따가는 귀신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네.”


순식간에 순무영 보군들 사이로 공포가 퍼져나갔다. 마을을 쳐서 사람들을 끌어다 내고 약탈을 할 때만 하더라도 높디 높았던 사기는 사라지고, 대열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순무영에 파견나와있던 훈련도감 출신 군관들이 아니었더라면 부대가 와해됐을지도 모를 정도로 사기의 저하는 빨랐다.


“입들 다물라! 분명 적이 근처에 있었을 것이다. 흔적을 찾아라.”

“확실히 천것들을 모아 부대를 편성하다 보니 질이 심각하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런데 저기 죽어 있는 둘과 기절한 저 자는 김문에서 일하던 심영이 아닙니까?”

“아, 한때 우리 가문에서 잠시 식객으로 머물기는 하였으나, 우리 가문을 위해 일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다고 해 두십시다.”


안동 김문과 풍양 조문에서 낙하산으로 박아 둔 순무영 군관끼리 그렇게 티격태격 하는 사이 눈썰미가 좋은 첨병 하나가 보고를 올렸다.


“여기 철선이 있습니다!”

“철선?”


첨병이 말한 곳으로 가보니, 과연 길 가 나무 사이에 까맣고 가느다란 철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걸어가면서 자세히 본다면 눈에 보일 법 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말을 타고 달리는 속도로는 보기 힘들 정도로 가느다랗고 어두운 선이 나무 사이사이에 몇 가닥 걸려있었다. 높낮이도 교묘하게 다른 것이, 아마 키가 조금 더 컸거나 말이 더 큰 것이었다 하더라도 조금 앞에서 걸려 목이 잘렸으리라.


"이렇게 가느다란 철선이 목을 베다니.. 어이쿠, 이거 엄청나게 질기군요."


칼로 철선을 내리쳐 베어보려던 군관 하나가 칼을 튕겨내는 철선을 보고 놀라 이야기했다. 제대로 마음을 먹고 베자 베이기는 했으나, 칼날에도 흠집이 생긴 것을 살피던 그는 말을 이었다.


"양이의 기술로 좋은 철을 생산한다고 하더니, 과연 그런가봅니다. 빨리 쳐 잡지 않으면 훗날 나라의 큰 우환이 될 뻔 했군요."

"거 잡아다 양철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야 하는 것 아니오?"

"양놈의 기술을 배우려다 서학에 물들까 두렵습니다. 그 전에 목을 따야겠지요."


그리 이야기한 그 군관은, 주변 보군들에게 크게 외쳤다.


“모두 들어라! 저 간악한 역적의 무리들이 수작을 부려, 군관 두 명이 헛되이 목숨을 잃었다. 행군 도중에는 목과 머리 위쪽을 각별히 주의하며 살펴 걸어가도록 하라!”


그렇게 매복을 찾고, 철선을 발견하고, 목이 달아난 군관 두 명의 시신을 거적에 싸서 수레에 싣느라 시간을 지체한 그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저 역적놈들이 도망간 제철소가 있다는 쪽으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매우 신중히, 눈 높이와 머리 위를 신경쓰며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 걷기 시작했고, 특히 길 가에 나무가 있는 곳이면 더더욱 신중을 기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그렇게 걸어가더라도 제철소까지는 이제 채 5리가 되지 않는 거리만 남았으니, 한번에 저 역적들을 쳐 내고 저녁밥을 지어 먹으면 되리라.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천천히 이동을 재개한 그들의 눈에 다시 경고문이 들어왔다.


“살고싶다면”

“돌아가.”


이번에는 길 양쪽에 하나씩, 흰 종이에 붉은 글자로 써 있었다. 앞서 고개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난 진압군들은, 더욱 긴장하며 눈 앞과 머리 위를 살펴 걸었다. 그렇게 이백여 보쯤 걸었을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선두 대열에 섰던 자들은 긴장이 어느정도 풀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발을 묶고 이동 속도를 늦춰 우리를 지연시킬 생각이었나 봅니다."

"허장성세였을까요?"

"겁 좀 주면 물러가겠거니 생각했을수도 있을겝니다."


그렇게 긴장을 살짝 풀고 머리 위와 앞을 살피며 다음 걸음을 내딛었을 때였다. 맨 앞 대열을 살피며 가던 병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깊은 구덩이를 파 두었던 것인지, 가장 선두에 가던 병사들이 빠진 것이었다. 뒤에 따르던 병사들이 움찔 하던 찰나, 본대가 서 있던 바닥 몇몇 곳에서 작은 폭음이 들렸다. 진짜 공포는 그 다음부터 시작이었다.


본대가 서있던 곳 발 밑이 꺼지며 대열 중간 중간에 있던 수십여 명의 키가 낮아졌다.


"아악! 내 발! 발이!"

"다리가! 아아아아악!"

"어머니!"


"함마갱인가!"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아래에 짧은 날이나 침, 녹각목이라 하여 나무줄기를 사슴뿔처럼 뾰족하게 다듬은 것, 지위(地網, 땅 고슴도치)라 하여 긴 나무판자 에 쇠못을 촘촘히 박아 마치 고슴도치처럼 만들어 둔 것 등등, 다양한 살상도구들을 허벅지정도 되는 깊이의 함정에 넣어둔 것에 병사들이 빠진 것이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함정의 깊이가 아주 깊지는 않고, 살상도구들도 크지는 않아 대부분 발이나 발목 정도 뚫리고 다치는 선에서 끝났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분간 자기 힘으로 걸어다니거나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겠으나, 일단 당장 죽을 상처는 아니였던 것이었다.


무너진 자리를 보니, 구덩이를 덮어 둔 나무판을 두텁게 만들고, 나무판은 중간중간 지지대를 두어 사람들이 함정이 있는 줄 모르고 다닐 수 있게 해 뒀던 것 같았다. 맨 앞 선두가 빠지면 그 곳에 설치된 선이 당겨지고, 선이 당겨지면 지지대에 두었던 화약이 터지며 부러지게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급히 만든 때문인지, 지지대에 매어 둔 화약 중 터진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으니 천운이라면 천운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중으로 제철소까지 토벌을 마치고 저녁을 지어 먹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거기다 부상자들의 후송과 치료, 그리고 추가로 있을 수 있을법한 함정이나 다른 방어 시설의 존재 가능성까지 따지자면 병력 지원 요청까지 해야 할 것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일단 지금 병력으로 더 토벌을 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진압을 마치고 일부 병력만 남겨두었던 마을 쪽에서도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그 쪽에서 공포에 쩌든 패잔병들 수십여 명이 합류하며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온 것이었다.


“왜구와 선비와 상놈이 편을 먹고 쳐들어왔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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