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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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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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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090

작성
22.06.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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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1쪽

1년 6개월 2주차 -2-

DUMMY

“그래도 자기 부하들 챙기는 것 보면 의리는 있나 봅니다.”

“그래야 써 먹지 아니면 머릿 속에 든 것만 챙기고 싹 다 강제노역이라도 시킬 심산이었는데...”


해적질을 하다 잡히면 일단 처형이 기본이었다.


단지 옵션을 참수, 교수, 수장, 총살, 장살 등등 중에서 고르는 것이지 어쨌거나 잡히면 처형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식과 기술만 싹 다 털어먹은 후 강제노역이라는 옵션은 이 시대 기준에서는 상당히 자비로운 처결이었다.


게다가 병든 적을 치료해주고, 심문도 고문이 가미되지 않은 평범한 심문이었으니 이런 경험을 처음 해보는 류헤이도 상당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류헤이는 사욘이라는 이양인과 팍규수라는 양반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을 조사하던 때를 떠올렸다.


“누가 여기 장을 맡고 있는가?”

“나요.”

“그대는 누구인가?”

“소선에서 칼잡이를 하던 류헤이요.”

“이 배를 치러 온 군사가 도합 몇 명이나 되었는가?”

“우리 배에는 40여명 정도였소. 전체 배를 모두 이야기라하고 한다면 거의 8천이요.”

“살아남은 자는 여기 있는 자들이 전부인가?”

“저쪽 육지로 도망가거나 약탈하러 간 자들도 있으니 좀 더 있을 수도 있소.”

“붉은 깃발을 단 청국 배와 검은 바탕에 열십자가 그려진 흰색 원 깃발을 단 배가 이 배를 쳤다고 들었다. 필시 홍기방과 사쓰마 왜구들일 터. 지휘관은 누구였는가?”

“청국쪽 지휘관은 마담 칭이라고 하였고, 우리 쪽 오야는 시마즈 아키라라고 하는데, 둘 다 여기는 없소이다.”

“죽은것인가?”

“확인하지는 못했소.”

“혹시 수급이 있다면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야 당연하오.”


그러나 장군전 다발과 산탄에 박살난 시체가 너무나 많았고, 조수 간만의 차가 엄청나게 심한 바다 특성상 이미 어지간한 시체는 물이 빠져 나가면서 끌고 가버린 때문이었을까. 결국 두목들의 시체는 확인하지 못했었다. 류헤이는 혹여 두목들의 시체 확인을 위해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을 살려 두었던 것 아닐까 걱정하며 이제 이용 가치가 떨어진 자신들의 목이 곧 떨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제안을 받은 것이다.


류헤이는 납작 엎드리기로 했다.


“호위 임무는 경험이 있습니다.”


“해적이... 호위를?!”


“본래 태생이 해적으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사쓰마의 시마즈 놈들이 주로 해적질로 먹고 살았고, 구키 가는 분로쿠노에키(文禄の役, 임진왜란)이후 조선을 털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조상님이 타셨던 배에 대장군전 맞고 죽다 살아나셨거든요. 아직도 그 대장군전이 가보로 내려옵니다.”

“오래된 가문이로구만. 구키 가라고 하였던가?”

“그렇습니다.”

“혹시 그 대장군전을 쏜 사람이...?”

“이순신이라고 하더군요.”

“...안 죽은게 용하네. 그래, 호위 임무도 해본 적 있다라...”


지금 상황에서 박규수 혼자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마을이 저렇게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 보이는데 무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류헤이라는 해적을 믿을 수 있을지도 문제긴 하였으나, 최소한 인원수가 많으면 살아 올 확률이 그래도 높아질 것이나, 문제는 총을 가지고 도망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또 없었으니 고민이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옆에서 박규수가 한 마디를 보탰다.


“제가 듣기로 몇몇 왜인들은 이문이 보장되는 동안은 믿을 만 하다고 하더이다. 보상을 거시지요.”

“금전이라...”


사영은 류헤이에게 물었다.


“임무를 훌륭히 마쳐 박규수와 그 식솔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구해 낸다면 어떤 보상을 바라는가?”

“목숨만 살려 주시는 것이 아니라 보상도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류헤이의 눈이 순간 번뜩이며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이왕이면 무기와 식량, 약재를 인원 수대로 지원해 주시고, 배 한척을 내어 주셔서 고향까지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 해 주신다면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주변을 정리하고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좋소.”

“알겠습니다. 나 구키 류헤이는 이제 저 박공의 요짐보(用心棒, 경호원이 된 낭인)로서 계약이 끝날 때 까지 곁에서 지키겠습니다.”


구키 류헤이는 해적 칼잡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인 없는 사무라이, 낭인이었다. 본래 구키 가문은 꽤나 세력 있는 사무라이 집안이었고, 오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문가였다. 애초에 구키라는 성 자체가 공을 세워 일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성이었으며, 조상 중에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수군과 해적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 있던 꽤나 큰 선단을 이끌던 장수가 여럿 나오기도 한 집안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함상전투에 있어서는 최강의 집단이라 자부할 정도의 그 조상은,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 아래에서 선단 하나를 이끌고 조선을 침범하기도 했었다. 물론, 조선을 침범했던 왜국 해군의 말로야 뻔한 것이었다. 그 또한 이순신에게 거의 죽다 살아났고, 그때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쳐 맞았던 대장군전을 가져와 가보로 삼기도 한 적 있는, 어찌 보면 조선과도 인연이 깊은 집안이 바로 구키 가였다.


그러나, 그 이후 도쿠가와의 시대가 오며 왜국은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게 되었고, 구키 가 출신의 수많은 사무라이들도 종가를 제외한 방계, 그 중에서도 무예만 닦던 자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막부에서는 백수 사무라이는 사무라이가 아닌 것이라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고, 개중에는 장사를 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자들도 있었으나, 류헤이는 그러지 못하였다.


병장기를 다루고 배를 타는 것에는 능하였으나, 도통 다른 기술은 손에 익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그는 배를 타면서 싸울 수 있는 일을 찾아 저 멀리 사쓰마까지 흘러흘러 들어갔고, 결국 자기 자신의 먼 조상이 그러했듯, 장군전을 쳐 맞고 설사에 시달리다 포로 겸 죄수가 되어 지금 이 상황까지 오고 만 것이었다.


본래 사무라이라는 집단 자체가 조선의 선비와는 달리, 주군과 충성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스펙을 쌓고 실적을 인정받아 더 좋은 조건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직이 흔한 칼밥 먹는 직장인이었다. 게다가 류헤이는 낭인 생활을 하다 해적자리에 취업했다가 다시 실직한 자였고, 밑에 딸린 부하들도 있는 처지였으니 어찌 보면 직장인하고도 비슷한 처지였다.


“무기는 어떤 것들을 쓰는가?”

“예의 그 양총을 주시고.. 검이 있습니까?”

“검? 검은 있는 것이라고는...”


칼을 주로 쓰는 곳이 아니다 보니 함내에 있는 칼이라고는 작업용 마체테와 수술용 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쓰던 조선낫 정도가 다였다.


“이거라도 쓰겠나?”

“좋습니다. 그리고 투검 종류가 있으면 좋겠는데...”

“던지는 칼은 없는데...”

“그럼 그 젓가락이라도 주십시오.”

“갈아줄까?”

“그래주시면 더 좋습니다.”


그렇게 임시직이나마 재취업에 성공한 류헤이와 그 부하들에게 사영은 함선 기관부에서 작업할 때 쓰는 작업복과 헬멧, 산탄총, 그리고 각종 탄약, 식량, 응급처치용품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씩을 지급했다. 류헤이와 왜인들은 자신들이 가져왔던 왜도와 단창을 등에 메고, 잘 갈아 끝을 날카롭게 만든 젓가락들도 한 움큼씩 챙겨 넣었다. 몇몇은 조선낫을 들어 가늠해보고 던져보기도 하면서 감을 잡는 것 같았다.


또한 산탄총을 처음 지급받아보는 왜인들은 일단 연습용 탄으로 몇 번 급하게 산탄총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경운선을 배 아래로 내리는 짧은 시간동안 포탑 옆에 급히 임시로 그린 표적지를 붙이고 세 가지 산탄을 몇 발 씩 쏘아보며 대충 감을 잡아보는 듯 했다.


“박공도 직접 총을 쏘시는겁니까?”


탄을 몇 번 쏘아 본 류헤이가 박규수에게 물어보자, 박규수는 그저 웃어보이고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탄을 양쪽에 물리고 직접 표적지에 쏘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류헤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조선 선비들은 글만 읽는 유학자들이라고 들었는데, 총도 상당히 잘 쏘시는군요?”


“선비라면 무릇 여섯 가지 예를 갈고 닦아야 하오.

그 6예란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였고, 그 중에서도 사射, 어御라고 한다면 결국 활을 쏘고 말을 타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올바른 선비라면 글만 잘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활쏘기에도 능해야만 하는 것이라오.”


실제로 자기 수양을 열심히 해온 선비들이라면 100m이상 떨어진 사람 크기 표적은 쉽게 맞출 수 있었고, 무과 급제자쯤 되면 육량전이라 하여 무게가 여섯 냥, 즉 반근이 넘어가는 화살도 100여미터 가까이 날려 표적을 맞출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당기는데 드는 힘만 70kg이상이 필요했으며, 쇄자갑(사슬갑옷)정도는 쉽게 뚫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자랑했다.


또한 조선은, 예나 지금이나 사계절이 뚜렷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계절별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매우 심했다. 따라서 무관이라면 계절과 환경에 맞추어 각궁 외에도 놋쇠나 철로 만든 활이라던가, 목궁, 육량궁, 죽궁, 동궁, 칠궁 등 매우 다양한 활을 다룰 수 있었다.


선비들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수양을 계속해 온 경우라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활의 특성에 맞추어 사법을 달리하거나 조준법을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온도와 습도,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해가면서 표적을 맞추고는 하였다.


박규수도 글 깨나 읽고 활 깨나 쏴 본 선비였고, 어지간한 활은 잘 다루는, 한창 힘 좋은 이십대 젊은 선비다. 그 또한 조준기도 없고, 날씨와 온습도 영향을 죄다 받는 활로도 표적을 명중시키고는 하던 가닥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산탄총에다 탄에 나선이 파여진 라이플드 슬러그를 물려 쏜다거나, 장탄통에 물린 날개안정철갑탄을 조준해 백여 보 거리의 사람 크기 맞추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었다. 아니, 그게 말처럼 쉬울 리 없는 일이었건만, 박규수는 그걸 쉽게 해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어떻소?”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박규수와 가노 둘, 류헤이, 그리고 류헤이의 부하 셋, 그렇게 총 일곱 명은 경운선에 몸을 싣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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