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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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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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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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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년 8개월차

DUMMY

“저기 배가 오고 있습니다!”


공충도 마량진에서 저 북쪽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몰려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별 탈 없이 다녀 온 모양이군요. 역시 영국의 해군력은 세계 제일...!”


엘리엇이 가벼운 유머로 분위기를 띄워보려 했으나, 사영은 받아주지 않고 있었다. 어쨌거나 한 왕조의 수도를 들이쳐 감옥을 부수고 사람들을 꺼내 온 것 아닌가.


“상한 사람이 많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거 이것저것 챙겨 주셨으니, 별 일이야 있었겠습니까? 하나하나가 지금 시대를 초월한 기물(Out-of-era Artifacts,)들이 아니였습니까?”


그러더니 그는 수첩을 꺼내 연필로 무엇인가 적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했지만 좋은 말이군요. Out of era artifacts라니. OOEArts라고 불러야겠습니다.”

‘그거 오파츠(Out-of-place Artifacts, OOPArts)아닌가...? 앞으로는 오파츠 말고 오애츠라고 불리겠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사영은 함교 위에 있는 망원렌즈로 다가오는 배를 당겨 보았다. 그러나 날씨가 추운 때문인지, 조타수와 견시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한 나라의 수도를 들이쳐 사람을 구해왔으니 상한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고, 임무를 실패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마음이 꺾이면 안됩니다.”


사영의 걱정을 알아차렸는지, 엘리엇이 미리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엇은 괜한 말을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전원 복귀했소이다. 무사히..인지는 모르겠소.”


일단 한양에 구출하러 갔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문제는 그 구출 대상이었다.


흔히 장독(杖毒)이 올라 죽는다는 표현이 있다.


태-장-도-유-사로 분류되는 조선의 형벌 중 2번째이니 그리 심한 형벌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장형이었으나 실제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형벌이었다. 등, 정강이를 치는 장형의 경우, 골절과 감염에 노출되기 쉬웠고, 이렇게 되면 당시 의학 기술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했다.


엉덩이에 장을 치는 경우라도 거의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장 10대 이상이면 충분히 둔근을 파괴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둔근이 손상되면 미오글로빈, 흔히 고기를 다룰 때 핏물이라고 하는 그것의 주성분이 유출되곤 했다. 이 또한 분자량이 큰 단백질이기에 피를 타고 돌다가 신장의 미세 필터를 막아버리곤 했고, 그러면 피 섞인 갈색 오줌을 싸다가 이어지는 신부전 등등으로 죽어나가는 일이 흔했다.


이렇게 장에 맞아 죽으면 장독이 올라 죽는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한양에 올라갔다 사영과 엮여 신장(訊杖), 즉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고문을 당한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저렇게 홍희근과 정약용 모두 장독이 올라 온 것이었다. 특히, 칠순이 넘은 정약용의 상태는 가장 심각했다. 심각한 부상인데다 본인 스스로도 이제 살 만큼 살았다고 하고 있었으니..


“...어쩌려고 다 늙어 죽어가는 나를 구하겠다고 이리 사람들을 보내셨는가...”

“아직 안 돌아가셨습니다.”

“내... 목숨은 내가... 아네. 그래도...죽기 전에...경세..제민이...실제로...이루어...지는...”

“일단 나머지 말씀은 치료 받으신 후 하시지요.”


그러면서 사영은 급히 정약용과 홍희근의 팔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꽤 굵은 바늘을 혈관에 박에넣었다. 곧 피가 속이 빈 바늘 반대쪽으로 흘러나오자, 그는 그것을 받아 미리 준비해 둔 4종류의 시약에 풀어 신중히 살핀 후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1, 3번 객실의 포로들 중 건강한 자 2명을 묶어서 올리고, 4명씩 더 대기시켜 주시오! 급하오!”

그러더니 팔과 손가락에 무언가 두툼한 것을 감고 재기 시작했다.


‘혈압은 낮고 맥박은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체온은 높고...’


“...그동안..고마웠...”


정약용의 말이 끊기고, 사영이 달아 놓은 두툼한 것에 연결된 기계가 0을 가르켰다.


“돌아가신 듯 하오.”


박규수가 참담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서 보던 엘리엇도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했다.


“아직 아닙니다.”


그러면서 사영은 한 손으로 정약용의 팔에 박아 둔 바늘 뒤쪽을 열어 주사기로 무엇인가를 쑤셔넣고, 다른 손으로 심장 위치를 누르기 시작했다.


“물러서시오!”


그러더니 웃을 풀어헤치고 두 손을 각각 오른쪽 쇄골 아래와 왼쪽 유두 아래에 대고 섰다. 곧 정약용의 몸이 마치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크게 펄떡 뛰었다.


“..헉!”

“아직 돌아가시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정약용의 숨을 다시 돌린 사영은, 그가 지시한 대로 포로가 오자 각각 그 포로들을 꽁꽁 묶고는 팔에 정약용의 것과 비슷한 바늘을 박고, 정약용보다 높은 위치에 눕게 한 후, 바늘 사이에 관을 연결했다.


“....피를 보내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읍....! 읍....!”

“죽을 만큼 뽑지는 않을테니 조용히 계시오. 환자들에게 해롭소.”


재갈이 물린 채로 그렇게 피가 뽑힌 자들에게 다시 사영은 약물을 이것저것 투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주입하기에는 좀 독한 약물들이니, 이 자들의 피에 돌려 그 피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이 무슨...”

“...하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야...”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정약용과 홍희근의 맥박, 호흡, 혈압 등등이 어느정도 안정화되자 사영은 다음 치료를 시작했다.


항생제 처방으로 상처가 추가로 덧나지는 않고 있었으나, 더러운 몽둥이에 으깨진 상처는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사영은 급한대로 계란 표면을 소독하고 줄로 금을 그어 속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 모았다. 그것을 상처에 항생 연고와 함께 적용해 시간을 일단 벌어보았다.


그리고 다소 모험적인 치료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일단 저번에 세포 뱅크에서 조혈모세포를 얻어 배양해 둔 것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시도해보고, 하는 김에 DNA를 얻고 이를 잘게 부숴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둘 다 제대로 배양하고 얻어낼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상처라도 싹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줄기세포는 염증을 억제하고, 상처 회복에 필요한 세포들을 손상된 부위로 불러 모으고, 부족하거나 없어진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에 맞는 세포로 분화하여 상처를 수복할 것이다. PDRN 또한 상처 회복에 필요한 혈관을 형성하도록 해주고, 그것을 통해 상처 회복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하게 공급하게 해 줄 것이었다.


염증이 억제되고, 세포가 분열하고, 손상된 조직을 재건하는 것이 바로 외상이 복구되는 과정이니, 항생제로 감염을 억제하고, 위의 두 가지 재생을 촉진하는 물질과 상처를 촉촉하게 유지해 줄 생물막-계란내막-이면 지금 시대라고 하더라도 21세기 중후반에 맞먹는 재생 의학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19세기에 배양액도, 트립신과 같은 효소도, DMSO나 EDTA같이 세포 배양과 수확에 필수적인 고순도 생물, 화학 물질도 얻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딘가에 세포를 붙여 배양하더라도 거기서 떼어내거나 얼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영은 비단을 잘 씻고, 거기에 물고기 껍데기를 푹 고아 정제하여 뽑아낸 콜라겐과 피에서 뽑아낸 피브로넥틴으로 코팅했다. 그것을 원자로 구역 근처 감마선이 나오는 곳에서 멸균한 후 증류수, 정제소금, 그리고 열처리한 혈장을 12가지 농도로 섞어 만든 배양액에 담그고 조혈모세포를 녹여 생리식염수로 씻어낸 후 여러 조건으로 배양을 시도해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그나마 세포가 잘 붙어 자랐던 것은 사람 혈장 100%로 만든 배양액이라고 하기도 뭣한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또 문제가 되었다. 초반에야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피가 필요하니 달라는 말에 마을 사람 중 대담한 자들 몇 명이 조금씩 피를 내주어 테스트를 할 수 있었고, 스무 사람으로부터 얻은 피 2L정도면 어찌어찌 몇 명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배양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매일 한번씩 그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배양액을 갈아주다 보니, 피가 꽤 많이 필요했다. 피 1L를 모아도 혈장은 그 절반, 그리고 그것을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서는 세포를 비단에 붙어있게 만들 피브로넥틴을 뽑고 다른 반은 열처리하여 가라앉는 것을 분리해내고 배양액에 넣다 보니 쓸 수 있는 것은 채 10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는 조선에서 피를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단발령이 떨어졌을 때 대혼란이 벌어졌던 것을 생각해보자면 피를 얻기 위해 바늘을 팔에 박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기초적인 생물학 내용을 듣고 글을 읽어본 내 주변의 선비들끼리 격론이 벌어졌다.


“어차피 물려받은 세포는 수정란 한 개밖에 없을텐데.”

“무슨 뜻입니까?”

“아기가 태어나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그 커진 몸은 무엇으로 만들어졌겠습니까?”

“아기때는 젖이고 커서는 밥을 먹고 컸겠지요.”

“그렇다면 밥을 먹고 큰 몸 중 부모님께서 주신 몸의 비율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밥을 먹고 큰 몸도, 젖을 먹고 큰 몸도 모두 부모님이 주신 몸이 아니겠습니까? 최초의 수정란 하나도 부모님이 주신 몸이고, 그 세포에서 나온 세포 또한 부모님께서 주신 세포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n+1번째 세포도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온 세포라고 할 수밖에 없고, 피 또한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렇게 이어지던 토론은 한양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끝날 수 있었다. 삼십여년 전, 공충도의 ‘단지주혈(斷指注血)의 열녀’사례를 박규수가 들고 왔던 것이었다.


“지아비를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끊어 피를 먹여 소생시키고자 했던 사례가 있어 선대 왕께서 직접 정문(旌門, 홍살문, 국가에서 풍속을 권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모범으로 표창한 충신·효자·열녀 등이 사는 마을 입구나 집 문 앞에 세우던 붉은 색의 문)을 세우라 하셨거늘, 선비된 자가 스승을 살리기 위해 피를 내어 드리는 것이 어찌 효와 충돌하는 예라 하겠습니까.”


그렇게 피가 다시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을 듣고 나서야 걱정을 좀 덜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톨루엔과 페놀, 메탄, 클로로포름, 염소, 에탄올정도는 어찌어찌 합성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생선 이리로부터 PDRN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건 그저... 사영이 노가다를 뛰면 되는 것이었다. 생선 이리를 모아 찬 곳에서 상하지 않게 으깨고, 페놀과 클로로포름을 섞은 용액과 잘 섞고 흔들고 돌리고를 반복하여 세포막과 지질, 단백질을 싹 제거한 후, 남은 것을 에탄올 농도를 높여가며 잘 흔들어주면 구름같은 DNA덩어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이 상태의 DNA는 매우 안정하기 때문에 쓰기 전 적절하게 원자로에 가져가 중성자를 쏴서 깨주고, 한천을 적절하게 녹여 만든 묵에 넣고 적절하게 전기를 흘려 대충 50~1000개정도 길이로 연결된 DNA를 뽑아내면 쓸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항생제, 줄기세포, PDRN, 계란 속껍질과 같은 생체막 등등이 총 동원된 재생치료가 시작되었고, 거의 으깨어져 있단 상쳐는 천천히, 아니 상처의 심각성에 비하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보기 위해 엘리엇은 일부러 귀환을 늦추고 매일 그 광경을 보고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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