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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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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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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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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년 9개월차

DUMMY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마션(The Martian)의 첫 부분, Andy Weir


영국인들 일부가 탈출에 성공했으며, 배를 놓쳤다.

대승이었으나, 살인멸구라는 작전 목표는 실패했다.


흔히 말하는,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에서는 졌다는 상황이 이런 것이었다.


“좆됐군...아주 좆됐어.”


전투 결과 보고를 들은 황제의 심정이 딱 저러했다.


황제는 그 좋아하던 식사도 거르고 성생활도 끊은 채, 줄담배를 피우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 배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살인멸구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시행에 옮겼으나 그들이 탄 배들 일부를 놓쳐버렸으니 이제 자세한 사정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좆됐어...”


의도야 어찌 되었건 간에, 잠자는 사자의 싸대기를 맛깔나게 올려붙인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전쟁은 기정사실이 된 것과 같았다. 공교롭게도, 현 영국 국가의 상징이 사자였기도 했다.


물론, 어느 나라가 했던 것처럼 선빵을 날려 싸대기를 제대로 후려갈기면 그 위력에 놀라 감동 먹고 휴전 협상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잠깐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런 짓거리를 성공했던 나라가 하나 떠올랐던 것이었다.


바로 일본.


일본은 러시아의 철도가 완성 전 기습적으로 전쟁을 걸어 소모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러시아로부터 승리하고 조선과 남사할린을 먹어치운 바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시점에 미국에게도 선빵을 날린 바 있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어떠했던가?


"한여름에 미국 정부는 일본의 비타협성에 참을성을 잃고는, 굉장하고 장엄하고 뭐라고 항의할 수 없을 만큼 결정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기 시작했다."- 존 키건


'그 굉장히 장엄하고 뭐라고 항의할 수 없을 만큼 결정적인 방식'이 바로 황제가 그 이양선으로부터 궁극적으로 얻어내고자 하는 기술이었으니, 황제가 모를 리 없었다. 아니, 그는 지금 이 시기의 어느 누구보다도 그 전말에 대해 잘 아는 자였으리라.


“어렵군 어려워.”


그 나라의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기억하는 황제는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시대의 영국이 핵을 가지고 있을 리 없으니 핵피엔딩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현 시대 최강대국은 영국 아니던가.


황제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편 전쟁에서 영국에게 치욕을 당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전장에서 싸울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이었다. 본 역사에서 영국의 원정군은 청국군에 비하면 한 줌도 되지 않는 적은 병력이었으나 청국은 크게 패하고 치욕적인 조약을 맺은 바 있었다.


영국군은 그 때, 린저쉬(林則徐, 임칙서)가 방어하던 광저우는 치지 못하고 크게 북으로 돌아 톈진을 치고, 철갑선을 강으로 들이밀어 포탄을 씹으며 수상물류를 막는 식으로 난징을 함락시켰었다. 반면, 이 때 청국 지휘관들은 주술과 미신으로 포탄을 막고 배의 침몰을 기원하는 등 개삽질을 거듭하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졌던 것으로 황제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들이 상륙해서 싸운다면, 인민의 바다에 빠트려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강을 봉쇄하고, 강과 바다를 통한 물류와 보급을 육상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고, 인민의 각성과 정신력이 충분하다면 해볼 만하겠는데...”


이미 인민들의 각성과 정신무장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물류였는데..


“그 이양선이 철도를 부설하는데 성공했다고 하였던가?”


어차피 구식 정크선이나 목조 선박, 그리고 수레와 마차로도 청국의 화물 운송은 꽤나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철도 부설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설령 영국이 해상 봉쇄를 하더라도 이러한 물동량을 거의 대부분 흡수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자원도, 인력도 청국에는 충분했다. 단지 기술이 없었을 뿐.


청국은 넓었고 산물 또한 많았다. 여차하면 바다가 완전히 봉쇄되더라도 내륙에서 대부분의 식량과 자원을 자급자족 할 수 있을 것이었고, 혹시 부족한 것이 있으면 육지를 통해 다른 나라를 쳐서 얻으면 그만이었다. 물류 대부분을 철도로 흡수하고, 아예 산업 시설과 공업 도시를 국가에서 육성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청국의 모든 것은 그의 것이었고, 국가 자체가 그의 소유였다. 그가 꿈꾸던 본인 아래 모두가 평등한 사회. 모든 것을 열심히 공동체가 생산하여 공동체가 분배하는 사회. 그 초석을 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만들어 가는 것은 그에게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대나무 장벽 뒤에서 문을 닫아 걸고 힘을 키우다, 한타에서 크게 따서 치욕을 갚으면 되는 것이리라.


황제의 머릿속에 다시 희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영국이 그 배와 접촉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으니 기술을 습득하기보다는 아이디어만 얻어 간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만 가지고 철갑선을 제작하여 여기를 치러 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그 전에 조선 조정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여 그 배를 완전히 청국의 지배하에 두고, 기술을 뽑아내면 영국놈들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대비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조선 조정에 명령을 내려봤자 저번에 보고받았던 것과 같이, 중간에서 그 진의가 왜곡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아예 조선을 먹어버리고 나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혹은...


“이 참에 조선 또한 짐이 친히 공산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본인과 후계자의 치세가 천년만년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텔리 계층이 최대한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바로 옆에 있는 나라가 유교 교조적인 사고와 논리를 바탕으로 비판과 토론이 활성화된 나라라는 것은 충분한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제2, 제3의 영국과 같은 국가가 나오지 말라는 법 또한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영이라는 자의 지식과 기술은 온전히 청국, 정확히는 본인만의 것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황제는 청국, 나아가서 아시아권 전체에 자신의 사상을 뿌리고 외부의 정보를 차단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황제가 생각하기에, 지식이라는 것은 널리 퍼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황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측근에게 하고는 했었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 주의'이다.“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밥(빵)과 공연(서커스)만 있으면 된다.“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황제의 이러한 말들로 인하여 꽤나 많은 청국인들이 오직 소홍서 한 권만을 읽는 것이 현재 청국의 풍경이었다. 그러한 상황에 이번 영국의 조선 이양선 접촉 사건은 지식 통제를 엄중히 하는 황제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황제는 강력한 쇄국 정책을 펼쳐야 할 이유를 깨달았다. 한창 인민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이 때, 인민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식이나 문물을 황제 자신을 거치지 않고 직접 노출시킨다면 모든 교육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깨달은 것이었다.


”만약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허용된다면, 시민들은 외국인이 곧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이 전해 들었던 대부분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폐쇄된 세계는 무너지고, 가치관의 기저에 깔린 공포, 혐오, 독선은 증발하고 말 것이다.“


모든 청국 인민은 청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그 외의 모든 문명은 저급하고 낮은 오랑캐스러운 것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청국은 무조건 하나의 청국이어야 했으며, 청국 인민은 전적으로 오랑캐와 구별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우수한 문화나 기술, 사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청국의 것이어야만 했다.


”조선군의 현 상황은 어떻다고 하던가? 그 배를 들이치려 했으니, 피해가 꽤 막심할 터인데.“

”알아보겠나이다.“


공포로 뒤덮인 청 조정은 황제의 말에 급히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신하들이 알아온 조선의 현 군사 상황은, 황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지게 했다.


”왕의 죽음, 한양의 소요와 유혈사태, 반란을 진압하러 갔던 중앙군 사실상 전멸... 조선의 군사력이 심각하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좋구나. 아주 좋구나.“


그래서 황제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조선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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