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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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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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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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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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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년 7개월 1주차

DUMMY

의금부 문 앞에서 혼자 경비를 서고 있는 말단 군관 정 사용(司勇, 정9품)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가늠해보고 있었다. 법도대로라면 최소 2명이 한 조를 이루어 문을 지켜야 하였으나, 인원이 모자랐다.


저번 쌀소동과 이번 공충도의 반란 진압을 위해 차출되거나 상한 인원들의 충원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아직 초저녁인 것 같았으나 해는 아까 떨어졌다. 혼자 근무를 서려니 조명 겸 난방으로 높게 세워 피워 둔 화롯불 옆에 서 있었음에도 한기가 느껴졌다.


“초경(저녁 7시)은 넘었겠지. 초경3점(저녁 8시)이 지났거나 이경(저녁 9시)이 가까웠는지도 몰라.”


그는 초경을 알리는 종소리를 못 들었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하며 혼잣말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경이면 따뜻한 시래기국이라도 한 그릇 먹고 나올 수 있어. 망할 놈의 중간 지점이지. 따뜻하게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이 지랄같은 근무도 절반이 지나간다.”


그는 월도를 손에 드는 대신, 벽에 기대어 두고 불에 손을 쬐었다.


그때,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울렸다. 초경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이런 씨발!”


바로 옆은 종로 거리였으나, 의금부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종소리가 울리고 나자, 이제 길거리를 다니는 남자들은 거의 없었고, 가끔 장옷을 뒤집어 쓴 여자들이나 드물게 지나다녔다. 초경부터 남자들은 통금이 시작되었고, 이제 이경까지는 여자들만 다닐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아이 씨발! 깜짝이야!”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은 의금부 앞 거리에서, 갑자기 정 사용에게 다가오는 여인네들이 있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밤, 한양은 대도시답지 않게 조용했고, 저 멀리 종로 거리에서나 사람들이 다니는 것이 보였지 이 근처를 저렇게 여자 여럿이서 다니는 경우는 없었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온 여인네들에 놀란 정 사용은 여인네들 뒤를 따라오고 있는 말이 끄는 수레를 보았다. 남녀가 유별한 조선이었기에 보통은 그냥 지나가게 했을텐데, 묘하게 수상한 느낌에 그는 그녀들에게 다가가며 수레를 한번 뒤져보고자 했다.


“제수용품을 이시간에 갖고 가시는게요?”


가까이 가자, 어둠 속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장옷 안 얼굴이, 정확하게는 아래턱에만 보였다.

그곳에는 수염이 가득했다.


“누구...!”

“퍽!”


순간, 맨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소매에서 무언가를 순식간에 꺼내며 정 사용의 아래턱을 후려갈겼다. 그는 말도 못 마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장옷을 벗어던진 류헤이와 그 부하들, 그리고 박규수는 급히 쓰러진 정 사용을 문 옆 골목의 어두운 그림자에 옮겨 두고, 정문의 불을 껐다.


“까드드드득.”

“조용히... 남간쪽 옥에 계실 것이니 어서 확인을 해 보십시다.”


두명은 문과 문 밖 수레를 지키고 서 있었고, 나머지는 각자 가지고 왔던 연장과 무기들을 챙겨 의금부 안쪽으로 진입했다.


“생각보다 경계는 심하지 않군요.”

“다행입니다.”


의금부 건물 전체는 사각형이었던것에 반해, 의금부 안에 있는 감옥들은 원형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신기하군요. 공간이 넓지도 않은 것 같은데 원형 담이라니. 그림자가 지는 곳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그랬을까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소만, 그런 이유는 아니오.”


남간 감옥을 경계해야 할 군졸은 화로를 바짝 앞까지 끌어다 놓고 졸고 있었다.


“처리할까요?”

“그럽시다.”


“읍...읍읍!!”

“퍽!”


그 군졸 또한 입에 재갈이 물려지고, 뒤통수에 한 방 얻어맞은 후 포박당해 감옥 담 안쪽, 문 뒤 어두운 곳으로 끌어다 놓였다.


오히려 시끄러웠던 것은 감옥 안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으...으어어어...”

“살려주시오...”

“쉿, 목소리를 낮추시오!”


감옥 내 상태는 처참했다.


“매년 4~8월까지는 냉수를 제공하라. 5~7월까지는 몸을 씻겨라. 매월 1회씩 머리를 감겨라. 10월부터 정월까지는 옥 안에 짚을 두껍게 깔아 주어라.”


원래 지시는 저러했으나, 그것은 지시사항일 뿐이었고, 현실은 전혀 달랐다.


“찾았습니다.”

“이...이것이 심각하지 않은 상태란 말이오?”


추운 날씨였음에도, 똥 오줌이 짚과 섞여 썩어가는 냄새, 상처가 썩는 냄새, 그리고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가 뒤섞여 났다. 그야말로 지옥을 후각으로 표현하면 이런 냄새가 아닐까 싶은 상황이었다.


“구해주시오! 구해주시오!”

“쉿! 조용히들 하시오!”


그나마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게 구는 자들은 상태가 나은 편이었다.


“...으...어찌...여기까지...오셨는가...?”


찾아낸 정약용과 홍희근의 상태는 심각했다. 목에는 칼을 채우고 발목에는 차꼬를 채워 제대로 눕지도, 자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 둔 것만으로도 노인인 그들에게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몸 여기저기, 특히 다리에는 심각한 고문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구해드리겠습니다.”


박규수는 사영이 제공해 준 도구 중 하나인 볼트커터를 끄집어내어 자물쇠에 물리고 자루를 조였다.


“팅!”


특별히 단조해서 단단하게 만든 무쇠 자물쇠가 힘없이 깨져나갔다.


“...그것도 몇 개 달라고 해 봐야겠군요.”


혹여 군졸들이 달려들 것에 대비해 산탄총을 들고 경계하던 류헤이가 그 광경을 보고 말했다. 귀국길에 챙겨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걸 펼칩시다.”


류헤이 부하 둘이 류헤이의 눈짓에 등에 메고있던 4개의 자루가 달린 큰 주머니를 펼쳐 바닥에 놓았다. 그것을 펼치고 걸쇠를 걸자, 그럴듯한 들것 2개가 만들어졌다. 그 사이, 박규수는 홍희근과 정약용의 목과 다리에 걸려있던 칼과 차꼬를 부수고 조심스럽게 두 노인을 들것에 눕히고 깨끗한 천으로 싸서 묶었다.


“나도 구해주시오!”

“나도! 나도!”

“구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를 것이오!”

“쉿!”


그 소란에, 마침내 의금부 안쪽에서도 변고가 생긴 것을 알았는지 담 밖에 밝아지고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젠장!”


류헤이는 박규수가 두 노인을 들것에 싣고 고정시키는 사이, 박규수의 볼트커터를 들고 다른 옥 문도 따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는게요?”

“저들이 먼저 나가서 혼란을 야기하고, 우리 대신해 고기방패가 되어 줄 것이오.”

“이런....!”


“역적들이 파옥했다! 어서 막아라!”

“으아아아아!”


“두번째 작전으로 갑시다!”

“알겠소!”


죄수들 중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 남간 감옥의 북쪽 문으로 몰려가는 동안, 류헤이는 감옥의 남쪽 벽에 대고 산탄총을 45도쯤 기울여 가까이 대었다. 장전해 두었던 콩주머니탄을 빼고 길이가 네 치는 될 법한 길다란 탄을 밀어넣은 후 발사했다.


“뚫렸소!”


박규수는 사영이 준 네모난 주머니에서 길다란 막대를 꺼내어 그 구멍에 쑤셔넣고, 거기에 있던 선을 쭉 뽑아 불을 붙였다.


“치이이이이익”

“발파! 발파! 물러서시오!”

“쾅!”


폭음과 함께 담에 사람 한두명은 충분히 드나들 법한 구명이 뚫렸다. 같은 방법으로 의금부 외벽도 폭파해 구멍을 뚫자, 거기에 아까 제수용품을 싣고 왔던 것으로 위장한 말수레가 도착해 있었다.


“다행이오!”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오! 적들이 몰려오고있소!”

“급히 하시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오!”


두 노인을 싣고 들고 온 들것을 수레에 고정시키고 있는데, 뚫린 벽과 골목으로 의금부 군관들이 피 묻은 월도와 칼, 활 등등을 들고 살기 등등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날이 어둡다 보니 횃불들을 들고 달려오고 있는데, 피와 붉은 화염 때문인지 모습이 더더욱 악귀같았다.


그리고 저 멀리서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도 나고 있었다.


“역적놈들이 도망가려한다!”

“잡아라!”


“역시 궁에서 너무 가까웠던건가!”

“일단 그걸 씁시다!”


박규수는 사영이 급할 때 쓰라며 준비해 준, 끝에 뭉툭한 것이 달린 화살을 꺼내어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대충 조준해서 쐈다. 화살은 무게가 상당했는지, 달려오는 의금부 군관들 한참 앞에 떨어졌다.


“숨으시오!”


박규수와 류헤이 일당은 담벼락에 숨어 귀를 막았다.


“찡!”


순간, 의금부 안쪽이 순간적으로 샛노란 빛으로 대낮보다 훨씬 밝아지며 어마어마한 폭음을 내었다.


“억!”

“으어...!”


달려오던 의금부 군관들이 비틀거리거나 쓰러졌고, 눈과 귀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졌다.


“이제 튑시다!”


숭례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도 저 멀리 광화문 근처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뭐지?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도 쳤었나?”

“이 계절에 무슨 벼락? 근무 서면서 졸았나?”

“너는 못 봤어?”

“못 봤다.”

“신기하게 샛노란 빛이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빛이라 시내를 보던 사람들이 아니면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도성 문은 지키는 사람이 제법 있었던 때문에, 본 자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봤는데?”

“무슨 변고라도 있는 건가? 폭음도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성문을 닫아 둘까?”

“아직 통금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기다려 보자고. 무슨 일이 있으면 파발이 오겠지.”


그러나 그 노란 불빛은 그 이후에도 두어 번 더 보였는데, 점점 이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는데요?”

“파발이?”

“아니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수레를 끌고 오고 있었다.


“이미 통금이 시작되었다! 거기 오는 자들은 말에서 내려 사유를 말하라!”


멀리서 오는 자들에게 경비조장이 크게 외쳤다. 그런데 그들이 가까이 올수록, 그 행색이 이상했다. 처음 보는 복식을 하고, 처음 보는 둥글게 생긴 투구를 썼는데, 투구 앞이 투명하기도 하고 거울같기도 하여 언뜻언뜻 얼굴이 보이는 듯 하다 반사되어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이었다. 그 기괴한 모습이 경비조장은 일단 그들을 잡아두기로 했다.


“폐문하라!”


“이런!”


폐문하라는 명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이 일제히 조총처럼 생겼지만 길이가 짧고 총구는 두 개에 크기는 어마무시한 것을 들고 이 쪽을 겨누었다. 그러나 경비조장 입장에서도 차라리 총인지 포인지 모를 것을 맞고 죽는 것이 낫지, 그들을 보내면 경비 실패의 책임을 물어 본인은 참형을 당하고 가족들까지 피해가 올 것을 아는지라 다시 문을 열라는 명령은 하지 않았다.


“나를 쏘고 가라.”


그리고 진짜 그들 중 누군가가 그를 쏘고 다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조장!”

“쏴라!”


그 모습을 본 경비 군관들이 화살을 날렸으나, 채 몇 발 날리지도 못하고 예의 그 노란 불빛의 정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삐-”


눈 앞이 새하얗게 물들더니, 마지막 본 것이 계속 눈 앞에 박아넣은 듯 잔상으로 보이고, 몸은 비틀거리고 귀는 ‘삐-’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으며, 개중에는 토악질을 하다 쓰러지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렇게 박규수와 류헤이 일당은 추격을 뿌리치고 마포 나루에서 대기중이던 포함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어서 출발합시다!”

“그럽시다.”


그렇게 그들은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공충도 마량진으로 복귀했다.


비슷한 시간, 강화도에서 괴선박을 보고 한양으로 보냈던 파발이 조정에 도착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그 괴선박을 다시 목격한 강화도의 각 진에서는 조정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개중에는 방포를 해본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날이 어둡고 포술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던 때문에, 유효타를 날린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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