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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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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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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982

작성
21.06.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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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26화 살수들

DUMMY

“금명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금명하가 뒤돌아본다.


“음? 왜 여기에?”


탕에는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남궁적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왜 이 시간에 씻으러 온 거지?”

“나야 뭐, 수련하느라 늦게 온 거지? 아니, 거지요?”


금명하와 남궁적은 지난 두 달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남궁세가가 넓은 탓도 있지만 서로가 마주치지 않기 위하여 피해 다니는 것도 이유였다.

둘이 만나자 안 그래도 조용했던 온천이 더욱 고요해졌다. 서로가 뻘쭘하게 몸을 지지고 있을 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남궁적이었다.

금명하를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말한 것도 있고, 자신이 나이를 더 먹었으니 먼저 화해를 건넬 생각이었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지?’


하지만 금명하는 서로가 좋은 사이는 아니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아서 뭐하시게요?’


항상 저런 대답이니 남궁적이 금명하를 싫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버지께서 너와 화해하라 하셨다. 하지만 나는 네가 싫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적어도 아버지 앞에서는 친한 척이라도 하자.”

“숙부님이 그리 말하셨다면···”

“···고맙다.”


남궁적에게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소리를 들었다. 금명하는 무언가 떨떠름한 기분으로 남궁적을 바라보았다.

남궁적도 고맙다는 말을 금명하에게 한 것이 익숙하지가 않으니 쑥쓰러웠다.

남궁적은 이왕 고맙다 한 김에 몇 가지를 물어보려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을 금명하를 통하여 확실하게 정정하려는 것이다.


“금명하, 너는 이번에 강호에 처음 나왔다 들었다.

대련을 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

“이번이 처음이죠. 왜요?”


이번이 처음이라면 대련 때, 자신이 오해한 게 사실이 된다. 사실이라면 사과를 해야 마땅하지만 남궁적은 아직도 사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나 사과를 하게끔 만든다.


“하···나는 네가 무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보고는 예의가 없다 착각했다. 사과하마.”


금명하는 남궁적이 사과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이가 사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도 예의가 없긴 했죠.”


여기서 금명하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둘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질 테니 금명하도 남궁적처럼 한 발자국 물러나주었다.


“나와 다시 비무를 해 줄 수 있나? 저번에 너에게 진 이후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도 제가 이길 텐데요? 노력이라면 저도 똑같이 했으니.”

“그것은 해봐야 알겠지.”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제가 항상 쓰던 연무장으로 오시죠.”

“그러도록 하지.”


남궁적은 탕에 들어온지 꽤 되었기에 밖으로 나갔다.

금명하는 홀로 남아 고요한 탕을 즐겼다.


‘저번에는 분명 내가 이겼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단 말이지.’


남궁적은 두 달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전과 같은 객기가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어른스러워진 것만 같았다.


“뭐,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나도 강해졌으니깐.”


금명하는 별 걱정 없이 씻고는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날 밤은 이상하리만치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


“산책이라도 해볼까?”


금명하가 밖으로 나가 어디로 향할지 고민했다.


“연못?”


연못에서 남궁연을 본 이후로 금명하는 연못을 가지 않았다.

이제는 세달이나 지났기도 하고, 산책하기 좋은 장소가 떡하니 있으니 연못으로 가려는 것이다.


밤하늘의 정기를 받아 빛나는 연못은 매우 황홀했다. 늦은 저녁의 서늘한 공기는 금명하의 머리를 비워주었다.

금명하가 찬바람을 맞으며 연못 주위를 거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금명하는 소리가 난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 * * * *


남궁연. 그녀는 다른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항상 한적한 곳으로만 다니고, 한적한 곳에만 있는다.

그녀가 연못을 자주가는 이유는 어머니와의 추억도 있지만 한적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그녀는 문무를 겸비하기 위하여 지식을 익히는 것과 무예를 갈고 닦는 것에 쉬지 않고 노력한다.

책은 방에서 읽고, 수련은 연못 주위에서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련한다.


그녀는 남궁세가에서 나고, 자란 만큼 남궁세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연못에는 남궁연만이 알고 있는 장소가 있다. 연못을 감싸는 형태로 자라있는 갈대밭을 넘어가면 자그마한 꽃밭이 있다.

남궁연은 항상 그 꽃밭에서 수련을 한다. 그곳은 조용한데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서려 있기에 남궁연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게다가 이곳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것도 한 몫 했다.


남궁연은 여느 때와 같이 그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째선지 마음이 착잡한 날이다. 아마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오느라 그런 것 같다.

남궁연은 잡념을 떨어내기 위하여 검을 들고 꽃밭으로 향했다.


꽃밭은 여느 때와 같이 한적했다. 그녀는 남궁적에 비하여 무위는 부족한 편이다.

말 그대로 ‘편’일뿐이지 동년배에 비한다면 출중하지만 그녀는 문무를 모두 겸비하기 위하여 더욱 노력한다.


남궁적은 문보다는 무에 집중하여 남궁연보다 무위가 높다. 남궁연은 아직까지도 절정에 들지 못했으나, 절정에 드는 것도 곧이다.


남궁연이 항상 수련을 하고 있다지만 이런 늦은 시간에 수련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기일만 다가오면 마음이 괜히 착잡해져 이맘때쯤이면 늦은 시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서늘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수련에 빠져 있는 남궁연이 밤공기와 다른 서늘한 느낌에 잠깐 멈춰 선다.

이 느낌이 그저 밤공기가 차서 느껴진 것인지 헷갈렸다.

그저 착각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느껴보니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누구있느냐?”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 그런 느낌이 들리 없다 생각한 남궁연이 갈대밭을 향해 걸어가려 하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가오지마라. 더 이상 다가온다면 손을 쓰겠다.”


분명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인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뛰어난 고수이거나 인기척을 감추는 실력이 출중한 살수라는 소리이다.


‘집에 있는 고수라고는 아버지뿐인데 아버지께서 저런 말을 할 리는 없다. 살수가 어째서 나한테 온 거지?’


살수가 자신을 죽일 목적으로 온 것이라면 말을 걸 것도 없이 곧바로 살초를 날렸을 것이다.

헌데 이리 말을 했다는 것은 대화의 요지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로 온 겁니까?”

“가만히 있는다면 얌전히 데려갈 생각이다만 반항할 시에는 험한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살수는 남궁연의 말에 대답한 것이 아니었지만 남궁연은 그것만으로도 정보를 얻어냈다.

살수는 자신을 납치해 갈 생각으로 온 것이고 아마 자신을 해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을 해하면 안 되는 상대라면 아무리 살수라 하여도 상대 할만하지 않을까라 생각한 남궁연이 살수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남궁세가에 어찌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살수 따위에 굴할 남궁세가가 아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살수가 짜증이 났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살수는 철저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만을 수련한다. 자신보다 높은 경지를 이룬 사람을 상대로 정면승부는 이길 수 없지만 암습을 한다면 능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법만 수련해오던 살수가 제압을 한다면 그것은 정면 승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남궁연이 싸우겠다는 의사를 표출했음에도 갈대숲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남궁연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하자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멈춰라. 그 이상 오면···”


멈추라는 소리에도 남궁연이 계속 다가오자 풀숲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샤악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에 남궁연이 검을 휘저으니 무언가가 검에 막힌다.


-팅, 툭


야심한 밤이라 주변이 고요해 떨어지는 소리는 너무도 잘 들렸다.

남궁연이 떨어진 물건을 확인해보니 그것은 길다란 장침이었다.


‘침이라면 설마 독···?’


웬만한 살수는 독을 다룬다. 사람을 제압하는데에는 마비독이나, 수면독을 사용할 것이다.

약간의 독이라도 사람을 제압하는데는 충분할 테니 베이는 일도, 찔리는 일도 있으면 안 된다.


‘일단은 상대해주는 척을 하면서 집으로···하다못해 연못까지라도 간다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무인들이 넘쳐나니 이런 살수가 몇 십 명이 달려든다 해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다.

남궁연이 도망칠 경로까지 궁리하고 있는데 갈대밭에서 다시금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지금이라도 가만있겠다면 얌전하게 다뤄주마.”

“대 남궁세가의 일원이 어찌 겨우 살수따위에 굴복할 수가 있는가.”


남궁연의 거절과 함께 갈대숲에서 또다시 암기가 쏘아졌다.


지금은 밤이다. 달빛이 연못을 비춰 밝혀주었지만 꽃밭은 연못과 제법 떨어져 있고, 갈대숲이 주위를 가리고 있어 어두웠다.

이런 밤중에 침 같이 얇고 작은 물건이 잘 보일 리 만무하다. 남궁연은 지금껏 수련으로 만들어 온 감에 의지하여 피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한 명이라서 못 피해낼 정도는 아냐. 만약 2명만 되었어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텐데 다행이다.’


살수가 아무리 암기를 잘 다룬다 해도 침을 쏘아내는 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니 침이 다 떨어진다면 남궁연은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침이 쏘아져 왔다. 남궁연은 피하고, 튕겨내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침도 맞지 않았다.

남궁연은 상대가 다시 침을 쏘기 위하여 준비를 하는 동안 도망치려 했지만 그녀가 도망치려 하자 반대쪽에서 침이 쏘아져 왔다.


남궁연이 당황하며 침을 피했지만 생각도 못한 공격이었기에 모두 피해낼 수는 없었다.

5개의 침이 날아왔는데 3개는 피할 수 있었지만, 1개는 왼쪽 다리에 찔렸고, 1개는 왼쪽 팔에 찔렸다.

뛰어난 고수라면 독에 당하자마자 내공으로 독기를 몰아낼 수 있었을 테고, 그보다 못한 고수라도 내공을 이용하여 독기가 퍼지지 못하도록 막았을 겠지만 남궁연은 일류의 경지, 내공을 사용할 수 없다.


남궁연은 일단 뛰었다. 독기를 몰아내는 것도, 퍼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할 수 없다면 퍼지기 전에 먼저 뛰어야 한다.

하지만 살수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남궁연의 앞을 살수들이 가로막는다. 그녀는 살수가 2명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살수의 수는 무려 5명이나 되었다.

살수 5명이라면 웬만한 무인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데 남궁연은 어째서 이만한 살수들이 자신을 노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그건 알 바 없다. 그저 조용히 따라가면 될 테니.”


남궁연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저들을 따라가 목숨을 부지할 지, 목숨을 각오하고 질 싸움을 해야할지를 말이다.

남궁연의 선택은 너무나도 뻔했다.


그녀는 정파의 대명사인 오대세가 중 하나, 남궁세가의 자녀다. 거기다 천하제일십인인 검왕의 딸이었으니 목숨을 부지하고자 살수들의 명령을 따를 리 없다.

남궁연이 싸울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살수를 따라갈 바에야 이 자리에서 죽겠다.”


남궁연의 태도에 살수들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크하하, 네년이 싸우자하면 우리가 응할 것 같나?

네년도 눈치챘겠지만 침의 끝에는 마비독이 발라져 있다.

가만히 둬도 움직이지 못할 것인데 멍청하게 싸우겠는가?”


남궁연도 알고 있었다. 침을 맞은 다리와 팔이 점점 저려오고 있다. 말로 꾀내어 몇 명이라도 죽일 생각이었는데 살수들이 생각보다 똑똑했다.

살수들이 똑똑하기까지 하여 남궁연이 살아나갈 방법은 없어보였다.

그렇다 해도 남궁연은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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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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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맹인 의원 +2 21.06.16 3,797 53 12쪽
46 45화 감각의 발달 +2 21.06.15 3,823 53 12쪽
45 44화 과다복용 +2 21.06.15 3,946 50 12쪽
44 43화 해적 +2 21.06.14 3,889 53 12쪽
43 42화 뱃멀미 +2 21.06.14 3,840 51 12쪽
42 41화 익지 않은 열매 +2 21.06.13 4,084 50 11쪽
41 40화 앞을 가로막는 수적떼 +2 21.06.13 4,176 53 13쪽
40 39화 습격 하루 전 +2 21.06.12 4,270 49 11쪽
39 38화 악의 씨앗을 기르다 +3 21.06.12 4,284 57 12쪽
38 37화 악의 씨앗 +2 21.06.11 4,454 54 12쪽
37 36화 녹림이 움직이다 +2 21.06.11 4,754 58 13쪽
36 35화 새로운 인연 +4 21.06.10 4,780 59 12쪽
35 34화 전리품 +4 21.06.10 4,900 59 12쪽
34 33화 화경의 고수를 꺾다 +2 21.06.09 4,909 64 12쪽
33 32화 부투도사(符鬪道士) 방천 +2 21.06.09 4,690 62 12쪽
32 32화 혈교(血敎) 혈수마왕 +3 21.06.08 4,749 65 12쪽
31 30화 요녕성으로 +2 21.06.08 5,118 63 13쪽
30 29화 영약. 멸독정고단 +3 21.06.07 5,014 60 12쪽
29 28화 맹독 +3 21.06.07 4,841 61 12쪽
28 27화 진퇴양난 +4 21.06.06 4,932 58 11쪽
» 26화 살수들 +3 21.06.06 5,031 58 12쪽
26 25화 금씨세가 대(對) 남궁세가 +2 21.06.05 5,236 62 11쪽
25 24화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3 21.06.05 5,067 64 11쪽
24 23화 새로운 검술 +5 21.06.04 5,288 64 13쪽
23 22화 남궁연의 슬픔 +8 21.06.04 5,427 66 12쪽
22 21화 음소도의 욕구 +3 21.06.03 5,483 65 11쪽
21 20화 검왕의 수련법 +3 21.06.03 5,539 65 12쪽
20 19화 남궁세가에서의 1년 +4 21.06.02 5,673 62 11쪽
19 18화 남궁세가 입장 +2 21.06.02 5,608 71 12쪽
18 17화 밝혀진 진실 +2 21.06.01 5,515 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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