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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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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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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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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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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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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최강의 오거 (3)

DUMMY

“이런, 젠장.”


카를은 자신 때문에 큰 손상을 입은 집의 잔해를 헤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리도 날아왔네.”


그가 있는 곳은 정문의 반대편이었다. 감옥이 있던 나무 근처로 떨어진 것이다.


“망할, 또 찢어졌네.”


회오리에 부딪히고, 땅에 부딪히고, 집에 부딪히다 보니 어느새 옷이 다 해져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갔다가는···”


-죽어! 변태 괴물!


-자네의 도움은 필요 없네. 내 딸에게 그 흉한 몰골을 보이지 말게.


-걱정 마, 친구. 난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어.


“... 하스트가 가장 열 받을 것 같은데··· 어디, 몸을 가릴만한 게 있나?”


집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절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음··· 집이 아니라 창고인가? 별 게 다 있네.”


가정에서 흔히 발견되는 물품들이 아닌,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천 같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 찾았다. 응? 이건?”


드디어 목표한 물건을 찾은 카를은, 그 물건이 어딘가 눈에 익은 느낌이었다.


“아··· 그건가? 뭐, 상관없겠지.”


천을 몸에 두르고, 잔해에서 나온다.


“응?”


그때, 잔해에서 갑자기 돌풍이 불어왔다. 침입자가 근처로 다가온 것은 아니다. 아직도 침입자는 마을의 중심에 있으니까.


“그냥 바람이 분건가? 하도 사람들이 바람을 써대니, 뭐가 진짜 바람인지도 모르겠네. 아, 혹시 모르니 창도 몇 개 더 챙겨가야겠다.”


카를은 주섬주섬 창고에 있는 물품 몇 가지를 꺼내며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바로 걸음을 옮기지는 못했다.


“우와··· 저게 뭐냐?”


마을 중앙에 펼쳐진, 아까와는 달라진 광경에 넋을 잃은 것이다.


“진짜 적응 안 되네.”


유불리를 확실하게 인지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 불편한 사실에 카를은 투덜거리며, 다시 정신 차리고 마을 중앙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눈 앞의 광경 때문에 그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다. 돌풍이 지나가지 않고, 계속 그곳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카를이 날려간 직후, 최대의 장해물이 사라진 침입자가 드디어 제대로 활동을 개시했다.


“모두 술법을 준비하라! 욕심은 버려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방금 이야기한 대로만 하면 된다!”


마을 사람들 모두 술법을 준비한다. 회오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에 제대로 집중이 안될 법도 하지만, 모두가 필사적이다. 여기에 있는 자들은 모두 도망가는 것을 포기한 자들. 지금 여기서 못 막으면 어차피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리고 죽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가족, 친지 모두의 목숨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절박함이, 그들을 더 깊은 내면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침입자는 그것을 모른다. 알고 있다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집념과는 무관, 아니, 집념마저 갈아버리기 위해 침입자가 빠르게 다가온다. 이대로라면 술법이 준비되기 전에 회오리에 먼저 습격받을 것이다.


“하스트!”


촌장이 하스트를 부르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하스트에게서 술법이 펼쳐진다. 평소와 달리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 그가 준비하고 있던 것은 바람의 술법이 아니다.


콰아아아!


땅을 뚫고 지하수가 솟구쳐 오른다. 흡사 거꾸로 흐르는 폭포처럼 그 기세가 맹렬하기 짝이 없다.


“네 지배력이 얼마나 강한가 보자.”


물이 그대로 회오리에 부딪힌다. 회오리가 유수에 밀려 속도가 줄어든다. 회오리가 계속 유지는 되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회오리에 흡수되다 보니 무게로 인해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스트는 침입자가 제정신이 아닌, 지금 상황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침입자가 만약 제정신이었다면 무작정 앞으로 돌진하기만 하진 않았을 테니, 이런 식으로는 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을 그냥 배출해버렸겠지.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아니다. 사람들의 공격을 가장 쉽게 막은 것이 회오리다. 게다가 카를에 의해 휘청거리는 했지만, 결국 회오리로 그를 막아내는 것에도 성공했다. 결국 회오리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합하다고 본능이 움직이고 있다.


그 결과, 흡수한 모든 것으로 회오리를 유지하고 있다. 흡수한 것이 바람이든, 물이든, 먼지든, 마을의 잔해들이든 상관없이. 무섭도록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하스트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고 있다. 카를의 입장에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는 회오리를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그가 부딪힐 때마다 회오리가 눈에 띄게 휘청거렸다. 그것이 침입자의 행동 양식을 바꿨다.


만약 침입자가 카를에 의해 회오리가 파괴될 위기심을 느끼지 못했다면, 저렇게 견고하게 유지하는 대신 속도를 올려 종횡무진 날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을 테니까. 파괴의 본능이 원하는 대로, 마을과 사람을 파괴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승리는 물 건너갔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회오리를 상대로는, 지금 준비 중인 계획은 먹히지 않는다.


“헤··· 이래도 잘 움직이네.”


회오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머금었음에도 끊임없이 마을 사람들의 진영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무게가 무게인지, 고도는 상당히 낮아졌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술법이 준비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더 무거운 것을 주지.”


하스트의 두 번째 술법이 펼쳐진다. 지하수가 솟구쳐 오르느라,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던 대지가 성난 기세로 일어난다.


“이것도 맛있게 먹어봐라.”


이번에는 대지가 회오리를 감싼다. 이번에는 물보다도 더 무거운 대지로 인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회오리가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어느새 전진도 멈췄다.


“하하하! 어떠냐? 힘들지? ··· 나도 힘들다.”


방정맞게 침입자를 향해 외쳤지만 대규모의 술법을, 그것도 두 가지를, 무엇보다 속성이 다른 것을 연속으로 쓰는 것은 하스트에게도 무리였는지, 회오리를 잡아두자마자 주저앉는다.


“후우··· 죽겠구만. 아저씨.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고맙다, 하스트. 그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지. 엘르, 하스트를 부탁한다.”


엘르가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술법의 준비가 끝났다. 이를 확인한 촌장이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산개! 놈을 포위하라!”


사람들이 2인 1조로 사방으로 흩어져, 정지해있는 회오리를 포위한다.


“시작한다!”


촌장을 필두로 각자 준비하고 있던 술법을 펼친다. 회오리의 주위로 거대한 기둥들이 에워싸듯 생성된다.


후우우우웅!


그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이 회전한다.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끊임없이 소용돌이친다. 그것 또한 회오리였다. 그것도 침입자가 펼쳐낸 거대한 회오리를 감쌀 정도의 초대형 회오리. 그것은 침입자의 회오리와 거리를 둔 상태로 역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좋아. 시작은 원활하군.”


하스트는 지금 상황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감상과는 다르게 마을은 지금 혼돈의 도가니다. 사람들이 펼쳐낸 회오리를 못 이기고, 마을이 파괴된다. 자신들의 손으로 지켜낸 마을을 직접 파괴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생명에 비해 마을의 안위는,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


촌장도 지금 상태를 긍정하며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좋다! 그대로 유지해라! 승리는 우리 손안에 있다!”


사람들이 펼친 술법은 촌장의 회오리와는 다르다. 촌장의 술법은 두 가지 작용을 한 번에 하는 고난도의 술법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구사할 수 있을 리 없다. 둘이 역할을 나눠서 하기에도 불안정하다. 침입자의 강력한 회오리를 앞에 두고 그런 세밀한 조작을 구사하다가 틈이 생기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술법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단순화시켰다.


정확히 사람들이 개개인이 펼치고 있는 술법은 회오리가 아니다. 술법이 이루는 것은 침입자의 회오리를 둘러싼 거대한 바람의 기둥들뿐이다. 기둥들은 미리 정해진 방향으로, 옆의 기둥을 향해 바람을 내뱉는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연계적인 작용으로 인해 바람은 돌고 돌아,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침입자의 회오리가 무게를 이겨내고 조금씩 움직인다. 그에 모든 기둥이 침입자의 움직임에 맞춰 이동한다. 그에 맞춰 술법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같은 조원이 이동시켜준다. 기둥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들이 만든 회오리에 휩쓸린다.


“절대 다가가지 마라! 녀석의 바람에서 거리를 둬라! 부딪히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해!”


아무리 커다란 술법이라도 여전히 지배력은 적이 한수 위다. 만약 맞부딪힌다면 크기에 상관없이 적에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하스트와 촌장이 세운 작전은 이렇다. 우선 적의 회오리 무게를 늘린 다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회오리 밖에 또 하나의 회오리를 만들어, 적이 바람의 힘을 급속도로 키우는 것을 막는다. 그렇지만 적에게 가는 바람을 완전히 막아서는 안된다. 적이 회오리를 유지하고 이쪽을 쳐부술 수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흐름을 조금 더 강하게 하라!”


자신들이 만들어낸 바람의 세기를 이용해 적의 힘을 조절하며 자멸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이 작전의 목표였다.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흘러간다. 어쩔 때는 이동을 너무 늦게 하여 적에게 부딪힐 뻔했다. 어쩔 때는 적의 힘을 너무 키워줘서 안의 회오리가 바깥까지 커질뻔했다.


모두가 땀에 절어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에 집중을 더하고 있다. 비록 단순한 술법이지만, 들어가는 힘이 작은 것은 아니다.


“뭐냐, 이게? 잘 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멀리 떠나갔던 카를이 다시 돌아왔다.


“멍청이. 멍청하게 날아가더니, 이제야 멍청한 얼굴로 돌아오네. 게다가 그 와중에 옷을 갈아입고 온 거야? 멍청해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 건지 모르는 거야?”


엘르는 카를을 보자마자 쏘아붙였다.


“그럼 어쩌냐? 옷이 죄다 뜯어졌는데. 아무튼 잘 되고 있는 거야?”


카를은 엘르를 뒤로하고, 앉아서 쉬고 있는 하스트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 이대로 좋게 흘러간다면 더 이상 피해 없이 종결되겠지.”


하지만 하스트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걱정되는 점이라도?”


“세상이 원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잖아. 저놈은 평범한 영물을 넘은 녀석이야.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지. 그전에 우리 편이 먼저 나가떨어질 수도 있어. 후후. 하지만 이번에는 기우였나 보군.”


작전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적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좋아!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 해라! 놈은 지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적에게 가는 바람을 조절해서 적을 시험해보았지만 걱정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침입자의 회오리가 커지지 않는다.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 앞에 아른거리는 희망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저항할 것 같던 침입자의 회오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해냈다!”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가 터졌다. 승리의 순간이다.


“드디어 끝났다···”


탈진하기 직전인 몸이 주체 못 하고 후들거린다. 그자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자신의 기둥을 해제했다. 적이 없으니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


“안 돼!”


하스트가 그 모습을 보고 만류의 목소리로 소리친다.


퍽!


“어?”


기둥을 해제한 사람은 자신의 가슴에 나 있는 구멍을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현실인지 믿기지 못할 정도로 너무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 그는 움켜잡은 희망을 떠나보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제야 보였다. 움켜잡은 것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둔갑한 절망의 파편이었다.


“젠장!”


하스트가 그 모습을 보고 빈자리에 기둥을 다시 생성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적이 더 빠르다. 침입자가 술법 밖으로 탈출한다.


“저 자식···”


그리고 사람들의 눈에 보인다. 오직 파괴만을 원하던 붉은 눈이.


“다시 돌아왔어···”


본능 대신 다시 이성으로 가득 차있음이.


절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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