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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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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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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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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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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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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침입자 (6)

DUMMY

엘프 마을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바람의 장벽. 장벽 근처에 사는 숲의 존재들 중 대부분은 그 위험함을 몸소 겪고 난 뒤부터는, 장벽에 절대 다가서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위험함을 겪고, 이를 이용하는 동물들도 있다. 장벽을 잘 모르고 다가서다가 그 위력에 빈사상태가 되는 동물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다림에 성공하기만 하면, 잡을 엄두도 낼 수 없는 커다란 먹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동물들은 장벽 근처에 터를 잡았다.


기다림에 응하여, 장벽을 향해서 지금 하나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동물들은 그림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그림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놀랬다. 평소라면 감히 잡아먹을 생각은커녕 보자마자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야 할 거물이다.


거물의 등장에 동물들은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거물이 왔었다. 트롤이. 그때도 기대했었다. 트롤이라고 해도 저 장막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었다. 트롤은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금방 회복했기 때문에 잡아먹는 것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놈은 다르다. 놈에게는 트롤의 회복력이 없다. 동물들은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절하게 기다렸다. 제발 저 그림자가 장벽에 튕겨나가 빈사상태가 되기를.


동물들의 기대감에 응하듯이, 그림자는 잠시 장벽을 마주 보더니 두렵지 않은 듯 그대로 장벽을 향해 걸어갔다. 주변의 다른 동물들은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도 모르고, 이후의 장면에 집중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하늘 높이 날아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동물들이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림자가 손을 휘두르더니 그대로 장벽 안으로 걸어갔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저번보다 더 크게 실망했다. 그리고 의아해했다. 분명히 저 그림자는 장벽 안의 일족 같지 않았다. 한 동물은 아래로 내려가 똑같이 따라 해 보았다. 앞발을 휙휙 휘두르지만, 장벽은 걷히지 않았다. 이에 자신들이 착각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눈과 함께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다. 불로소득의 순간을.




장벽 안으로 들어간 그림자는 눈 앞에 펼쳐진, 오랜만에 느껴지는 강렬한 태양빛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이 잠시 자리에 서서 눈이 빛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태양빛이 어지간히 거슬렸는지, 몇 발자국 걷다 주변에 널브러진 커다란 나뭇잎 하나를 집어 들어 태양빛을 가린다.


그는 잠시 나뭇잎 너머로 마을을 보며 중얼거렸다.


“스승님, 있기를 바란다.”




“흐아암~”


“아니, 한낮부터 웬 하품이야? 어제 잠 못 잤어?”


마을의 외벽. 두 명의 보초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루하잖아. 왜 이렇게까지 보초를 서야 하나 모르겠네···”


“그야, 장벽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 어쩌다 하늘 높이 떴다가 근처 나무에 튕겨서 오히려 이쪽으로 넘어오는 놈들도 있고, 아주 가끔 땅굴을 파서 들어오기도 하니.”


“그건 나도 알지만··· 장벽을 넘어오는 놈들이 이 근래에 단 한 마리도 없었다며. 보초보다 차라리 순찰인원을 늘리는 것이 낫지 않겠냐?”


“너, 밖에서 트롤과 만나도 이길 자신 있어?”


“그건 없지만···”


“그럼 이거나 잘하고, 남는 시간에 수련이나 열심히 해. 우리가 나중에 더 강해지면 어련히 순찰대에 안 넣어줄까. 선례도 있잖아. 엘르 누나처럼.”


“그건 촌장님이 엘르 누나를 너무 편애해서 그런 거지. 솔직히 우리가 엘르 누나보다 떨어지는 게 뭐야? 뭐, 위험하긴 순찰대가 더 위험하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심하잖아. 딴청도 못 피게 하니.”


지루함을 끊임없이 피로 해대며 한 보초가 눈을 감고 턱을 외벽 위에 얹는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보초가 말한다.


“평화로운 게 좋은 거지.”


“내가 평화가 싫다는 게 아니라, 조금은 자유롭게 해 주라 이거지. 이 위에서는 운동도 못하게 하니.”


툴툴거리던 보초가 눈을 뜨고 다시 전방을 살핀다. 언제나 같은 장면. 이 장면이 달라질 때는 아침에 순찰대가 떠날 때, 그리고 저녁에 순찰대가 복귀할 때뿐이다.


“응?”


하지만 언제나 같을 것이라 여기던 것과 다르게 아까와는 확실히 다른 요소가 장면에 첨가되어 있다.


“누군가 오는데?”


“그래. 나도 봤어.”


그들은 다가오는 사람을 감시했다. 커다란 나뭇잎으로 머리 위를 가리고 있어, 제대로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크네. 얼마 전에 왔던 그 외부인인가?”


“딱 그 정도 키인 것 같기는 한데. 왜 혼자지? 무슨 일이 있었나?”


둘은 걱정되는 마음을 담아 다가오는 사람에게 집중했다.


“야··· 뭔가 이상해.”


옆에서 턱을 얹고 있던 보초도 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조차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왜 이상함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피부색이 다르잖아?”


밝은 태양빛에 대비되는 어두운 그림자 때문에 착각했다. 그림자로 인한 피부색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색이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상대에게 압박감을 느낀 보초들은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소리를 들은 상대는 잠시 멈추더니, 이내 다시 다가온다. 이에 보초들은 다시 묻는다. 이번에는 화살까지 메긴 상태였다.


“더 이상 다가오면 이유 막론하고 사살하겠다!”


하지만 상대는 멈추지 않는다. 보초 둘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방. 가속.”


경고는 주어졌다. 그리고 상대는 결정을 했다. 보초는 그저 결정에 대한 대가를 물을 뿐이다.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화살이 앞으로 나아간다.


술법이 걸린 화살은 보통의 화살보다 확연히 빠르다. 숲의 동물들이라면 아무리 정면에서 쏜다고 해도, 화살을 인지한 순간 목숨을 잃을 정도다. 하지만 둘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기다린다. 이 불안의 근원인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하지만 상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오직 화살뿐이다.


“어?”


화살은 오거의 발 밑에 떨어져 있다. 멀쩡히 날아가던 화살이 갑자기 정지하더니 이내 힘을 잃고 떨어진 것이다.


“뭐야··· 저거?”


이 황당한 장면에 둘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너희··· 약하다. 스승님 아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들은 등골을 달리는 오싹함에 주저앉을 뻔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는 몰랐다. 그저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일 뿐인데, 흡사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 안에 목을 들이민 것 같은 기분이다.


둘은 반사적으로 다시 화살을 꺼내 들었다. 죽여야 한다. 이유는 필요 없다. 혹시 마을과 연이 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상대에게서 풍겨오는 기운이 그들에게 상대를 죽여서 목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화살을 바로 쏠 수는 없다. 일반적인 화살로는 저것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깨닫는다.


활을 쥔 손에 식은땀이 흐른다. 느끼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마 식은땀은 손에만 흐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술법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초조함 속에서 어느새 술법은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다. 남은 것은 하나, 술법에 얼마나 강한 힘을 담고, 그것을 안정화시키느냐.


그들이 느끼는 것과 다르게 그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중 가장 신속하고, 가장 세밀하게 자연력을 다루고 있다. 만약 이 순간을 후에 회상한다면 그들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죽일 수 있다. 아니, 죽여야 한다.’


그들은 지금 본인들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힘을 화살에 담았다.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 중 최고의 한 발이 될 것이라고. 순찰대원들의 일격과 맞먹을만하다고.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환희와 기대가 아니었다. 불안과 공포다.


상대는 아직도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들은 이제 이 불안과 공포와 작별하고 싶었다. 필사적으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이 흐른다. 그 고요함 속에서


“해방. 폭발.”


나지막하게 감정을 쏘아 보낸다.


상대가 화살을 눈치챈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발걸음은 달라진 것이 없다. 잠시 후, 폭발의 힘이 담긴 화살이 그에게 당도한다.


쿠우우웅-!


묵직한 폭발음이 주위를 진동시킨다. 사방으로 흙과 모래들이 밀려난다. 그리고 이내 진공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밀려났던 모든 것들이 다시 맹렬하게 폭발의 중심으로 뭉친다.


폭발의 화살을 쓴 보초는 깨달았다. 자신의 일격이 실패로 끝났음을. 만약 성공했다면 폭발과 함께 적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다. 하늘로 날아간 것은 오직, 상대가 가지고 있던 나뭇잎 조각들뿐. 자욱한 먼지 속에 아직 그가 있다.


마을 사람들도 폭발음을 들은 것인지 마을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해방. 관통.”


그리고 그곳을 향해 나머지 한 명의 화살이 쏘아진다. 이번의 화살은 각도가 다르다. 전의 화살은 보초들의 위치가 높았던 만큼,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쏘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쏘아지자 마자 아래로 내려가더니, 땅에 스치듯 날아가고 있다. 상대가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만 대비한다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술법이 해방된 화살은 화살촉을 기준으로 바람을 맹렬하게 회전시킨다. 그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뚫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난폭함이 느껴진다. 먼지에 가까워지자, 화살의 머리가 위로 향한다. 아래에서 위로, 화살이 먼지를 뚫고 안으로 들어간다.


“뭐야?”


하지만 그뿐이었다. 관통력을 극대화한, 회전의 힘을 담은 화살인데도 먼지 안이 너무나도 고요하다. 상대를 관통했다면, 그게 아니라 빗나갔더라도 반대편으로 화살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는 말은 적의 몸에 화살이 박혀있던가, 아니면···


“이번 공격, 쓸만했다. 하지만 아직 스승님 아니다.”


완벽히 무력화되었던가.


목소리와 함께 먼지가 훅 밀려난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상대가 돌진해온다. 둘은 이제야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건··· 오거?”


보이는 것은 오거의 모습이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작다. 성체는커녕 아성체도 못 된 것 같은 크기다. 밖에서 보았다면 미리 싹을 잘라야겠다고 다짜고짜 사냥부터 할 정도로 약해 보이는 오거였다.


“말도 안 돼! 말? 오거가 말을 한다고!?”


하지만 상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설마 영물급? 큰일이야! 빨리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다급하게 마을로 돌아가려던 그는 자신의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어느새 그 먼 거리를 순식간에 다가온 오거가 문을 향해 주먹을 내뻗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먹에는 어느새 바람이 맺혀있었다. 마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그 술법의 정체를 둘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저건··· 행방불명되었던 전 순찰대장님의-’


“해방.”


오거의 술법이 해방된다.




어둠이 지배하는 숲 속에서 세 인영이 질주하고 있다. 숲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맹렬하게 질주하는 세 인영은 카를과 엘르, 그리고 순찰대장이었다.


“놈은 지금쯤 어디까지 갔을 것 같나!?”


순찰대장이 나무 위를 향해 외친다.


나무 위를 살펴보며 따라오던 한 하스트가 땅으로 내려온다.


“흔적을 보면, 아무리 늦어도 이미 장벽 안으로 들어가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러면서 나뭇잎 하나를 내민다. 검으로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잎의 절반이 깨끗하게 도려져 있다.


“그건?”


“이런 흔적을 보신 적 있으시죠?”


“설마?”


순찰대장은 받아 든 나뭇잎에 새겨진 그 흔적을 알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던 순찰대원의 이동술이 이런 흔적을 남겼다.


보통 엘프 마을 사람들은 바람으로 몸을 띄워 무게를 줄이거나, 몸을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내어 가속한다. 어떤 식으로든 몸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는 것이 주 이동술이었다.


하지만 이 술법은 다르다. 주위의 바람을 두르고 그 바람 자체를 이동시킨다. 다리는 그저 거들뿐. 그리고 그는 정면의 바람을 다수의 칼날로 만들어 뾰족하게 회전시키며 눈 앞의 모든 것을 베어 뚫고 지나갔다. 달리는 것이 아닌 날아가는 것에 가까운 것이 그의 이동술이었다. 그는 이것을 공격에도 적극 사용했다. 그가 공격한, 그가 이동한 곳은 오직 기묘한 구멍만이 남았었다.


“하지만 그분은 행방불명되었어. 어떻게 이 흔적들이 여기에? 설마?”


“네. 놈이 남긴 흔적입니다. 어떻게 터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흔적을 지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뭇잎들로 빼곡해야 할 나무 위는 지금, 구멍이 뚫려있다. 흙 대신 나뭇잎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굴처럼.


“확실히··· 이 이동술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다면, 나무 위로 달렸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빠를 거야··· 게다가 영물급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장벽이 아니라 마을 안까지 이미 들어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않고 침묵만이 맴돈다. 지금은 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이 분위기에 단 한 사람만이 입가에 맴도는 말을 참고 있었다.


‘영물이 뭔데?’


카를만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눈치를 보다 말을 꺼냈다.


“하스트. 영물이 뭐야?”


“아, 너는 모를 수도 있겠구나.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이러니 간략하게 말해줄게.”


무시당할 것이 분명하리라 생각했던 카를이었지만, 다행히도 하스트는 이해한다는 듯 설명한다. 무엇보다, 장난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


“영물이란, 자연력을 부릴 수 있는 동물들을 말해. 물론 보통의 동물들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연력을 사용하지만, 영물은 그 정도가 아니지. 엘프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술사들과 비슷할 정도니까. 게다가 자연력을 깨우치면서 지능도 급격하게 상승하기에 인간의 말도 할 수 있는 놈들이야. 사실상 동물의 강인한 육체와 인간의 지혜가 겸비된 것이 영물이지.”


“그렇다면··· 대화가 통하는 거 아니야?”


“맞아. 그래서 영물들과 친교를 맺고 사는 사람들도 있어. 영물들도 지혜가 생기고 이성이 뚜렷해져서 야생성과 적대심이 희미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물이 된다는 것은 그 일대의 지배자가 되는 것과 같은 말이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군.”


“... 그래.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이번의 영물은 명백한 적의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야. 기본적으로 엘프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동물이 영물이 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숲을 지배하고 있는 엘프 마을에게 지배권을 뺏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 어느 쪽이던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야...”


그리고 하스트는 입을 다문다. 설명은 여기까지라는 것 같다. 카를도 다시 달리기에 열중한다. 지금은 입보다 다리가 중요한 순간이니까.


‘영물이라···’


카를은 예전, 산맥에서 마을로 돌아올 때의 일을 회상하고 있다. 그때 산맥에서 쏟아지던 수많은 괴물들. 그리고 자신에게도 밀리지 않던 말.


‘나한테 배가 뚫렸던 트롤보다 명백히 강해 보였어.’


그때는 산맥에서 사는 말이라 강한 줄 알았다. 하지만 하스트에게 들어보니 트롤은 세계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강인한 종족이다. 그렇다면 같은 산맥에 서식할 경우 트롤과 말의 상하관계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평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트롤보다도 훨씬 강한 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 돌아오고 나서 갑자기 얌전해진 말이 보인 행동들은 꼭 사람이 놀리는 것 같이 얄밉기 그지없었다.


‘설마 그때의 동물들이 모두 영물?’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스트는 영물들은 모두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 망아지 놈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력을 사용하는 놈은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직접 봐야 알겠군.’


영물급이라 여겨지는 적에게 달려가는 이 길. 이 길 끝에 마을을 침공한 강대한 동물들과 이변에 대한 실마리가 있기를 바라며, 카를은 발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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