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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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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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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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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동료? (8)

DUMMY

‘적어도 지금 들은 이야기로는 저들이 암살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군.’


촌장은 카를의 말을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는 알아서 주저리주저리 잘 떠벌려주었다.


덕분에 카를은 정보를 캐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하지 못했음에도 정보를 꽤나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저 사람들이 무조건 외지인을 배척하는 인종은 아니었다는 거야.’


예상컨대 아마 실종사건만 없었어도 이 마을의 첫인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저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나무집 구경과 바람의 자연력을 몸소 체험했을 수도 있다.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고 있지만.


‘그나저나 잔치를 꽤나 오래 하는군. 설마 날이 밝을 때까지 하려는 거 아니겠지? 그러면 큰일인데···’


촌장의 명령으로 잔치가 열린지도 이미 꽤 시간이 지났건만 잔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는 물 한 모금 먹지 못했는데, 아래에서는 계속 맛있는 냄새가 올라온다.


‘... 나도 먹고 싶다···’


“아~ 나도 먹고 싶다~”


‘응?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나왔나?’


“아. 젠장, 왜 하필 우리가 보초를 서는 거야?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어쩌겠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이것만큼 중요한 일도 드무니, 어떻게 보면 영광 아니겠냐?”


‘아. 보초들이었군.’


“난 그놈의 영광보다 내 뱃속을 채울 고기와 술이 필요해. 애초에 이 문은 밖에서 열지 않으면 오거와 트롤이 양쪽에서 떼로 달려들어도 못 연다며? 지킬 필요가 있는 거야?”


“혹시 모를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 그거에 대한 대비지. 너무 투덜대지 마라. 너 때문에 나도 배고파지잖아.”


“나쁜 놈들. 어떻게 한 놈도 교대해주겠다거나 먹을 거 가져다주는 놈이 없냐?”


“음··· 그건 그렇네. 듣다 보니 나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보초들은 계속 투덜대며 신세한탄을 했지만, 카를의 귀에 들어온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뭐? 이 문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카를은 트롤과 저번에 겨뤄봤다. 그의 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단한 힘을 가진 놈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이 떼로 와도 못 연다니?


‘그럼 이게 도시의 관문보다도 무겁단 말이야?’


어떻게 이런 얄팍한 나무 창살문이 그렇게 튼튼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망했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둘째 쳐도 만약 그렇다면 저 문으로 탈출은 불가능하다. 관문도 겨우 뚫었건만 그것보다 대단한 문이라면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해보긴 해봐야겠지만··· 혹시 모르니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겠네.’


카를은 주변을 살펴봤다. 하지만 갇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을 살펴봤었다. 이제 와서 다른 틈이 보일 리도 없다.


‘큰일이군. 딱히 다른 구멍이 보이지 않아. 만약 정말 저 문이 뚫리질 않는다면··· 응?’


최악의 경우 만약 소리 때문에 들키더라도 문이 아니라 다른 곳을 부숴서 나갈 생각을 하던 카를에게, 달라진 마을의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잔치가 끝난 모양이다. 어린애들과 그 모친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광장에서 흩어지고 있다.


“뭐야? 잔치 끝났어? 우리 몫은 아예 없는 거야?”


그 광경을 본 것은 카를만이 아니었다.


“끝난 건가··· 아쉽네···”


보초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물게 열리는 마을 잔치가 그들 없이 모두 끝났다고 하니 섭섭할 수밖에 없다.


“아쉽긴 뭐가 아쉽냐!”


그때, 옆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들이 지금까지 진탕 마시다가 끝나니까 오네.”


몇 명의 남성들이 보초들에게 다가왔다. 몸에서 나는 술냄새로 보아 잔치를 즐기다 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보초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술을 많이 안 마셨는지, 그다지 술에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곳에 술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직 안 끝났다니까! 촌장님이 마시고 놀 사람들은 그냥 더 놀아도 된다고 했어. 남자들은 거의 다 남았다구.”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가자, 이런 놈은 내버려두고. 우리도 너희랑 같이 마시려고 일부러 얼마 안 마시고 버텼단 말이야.”


“아니··· 우리도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촌장님이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는데.”


보초 중 성실한 한 명이 지시에 따르기 위해 거절의 뜻을 내비치자, 일행의 뒤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거칠게 쏘아붙였다.


“이 놈이 꼬맹이도 아니고 언제부터 그렇게 따박따박 다 지키고 살았다고 이제 와서 착한 척이야?”


“난 원래 착했다.”


“헛소리는 입에 술칠이나 하시고 하세요. 우리처럼. 푸헤헤헤헤.”


앞으로 튀어나온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상태가 나빠 보였다. 친구들과는 다르게 술을 냅다 마셨는지 혼자만 취객이 되어있었다.


헛소리를 하는 취객을 보다 못한 친구 중 하나가 그를 막아섰다.


“이 놈은 원래 취하면 이러니까 신경 끄고. 아무튼 같이 가자. 모두가 너희를 기다린다고.”


“음··· 그래도...”


“어차피 이 문은 밖에서 잠금을 풀지 않는 한 어떻게 해도 못 열잖아. 정 불안하면 조금만 마시고 오면 되지.”


“그래. 우리 딱 한잔만 하고 오자.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


안 그래도 아까 전부터 술을 마시고 싶다던 보초는 일행과 합심해 성실한 보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끈질긴 권유에 성실한 보초의 결심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럴까?”


결국은 그도 무너졌다.


보초들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과 함께 출구를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야. 인마. 정신 차리고 빨리 따라와.”


“어··· 어, 알았어. 에이, 잡지 말아봐. 나 안 취했다고.”


그 와중에 혼자 따로 떨어진 사람이 있었다. 취객이 어느새 홀로 바닥에 앉아있다.


그는 친구들에게 붙잡혀 끌려갈 뻔했다가 뿌리치고 스스로 일어났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것이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먼저 앞장서 출구로 향했다.


카를은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좋아. 우선은 감시자들이 사라지는군.’


이제 남은 것은 탈출 방법, 그리고 시기.


“어쭈? 야, 너! 뭘 꼬나봐?!”


그들이 빨리 사라져 줬으면 했던 카를이었지만, 그의 바람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살 앞에서 비틀거리던 취객이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던 카를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취객에게 딱히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카를은 그를 무시했다.


“저게 사람을 무시해? 내일이면 뒤질 놈이. 이게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지금 당장 죽여줄까?!”


그는 카를이 자신에게 대꾸도 안 하고 무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허공에다 주먹을 휘두르며 발광하고 있다.


“저게 또 지랄병 도졌네. 야! 빨리 안 오면 여기다 가둬버릴 줄 알아!”


친구들은 그렇게 윽박을 지르고 냉정히 출구를 통해 사라졌다.


“아~ 알았어. 죄인한테 조금 겁 좀 준 거 가지고. 어··· 어어어?”


취객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며, 급하게 친구들을 향해 몸을 돌리다 균형을 잃고 문을 들이박으면서 크게 고꾸라졌다.


“저놈이 빨리 내려오라니까. 야! 너 뭐 사고 친 거 아니지?!”


이미 출구를 통해 내려가고 있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 취객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채근했다.


“아··· 사고 안 쳤어! 넌 나를 뭘로 보고 그런 소리를 계속하냐! 그냥 발 좀 헛디뎌서 넘어진 거야! 나 아직 안 취했다니까!”


술에 취했어도 아프긴 아픈 듯 부딪힌 곳을 문지르면서, 또 욕먹을까봐 얼른 출구로 향한다.


시끌벅적했던 순간도 지나고 다시 고요가 감옥에 찾아왔다.


“쩝···”


사실 내심 취객이 술에 취해 물을 열어주거나, 문을 망가뜨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은 때를 기다려야겠군.”




“때가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왔다. 잔치가 모두 끝난 것이다. 정확히는 잔치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뻗었다. 모두 잠이 들었다.


“으어어··· 더는 못 먹어···”


“드르렁~! 커~... 컥컥! ··· 푸우···”


“음냐음냐.”


뭔가 중간에 잠이 아니라 죽을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광장에 서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지금이라면 이곳만 빠져나간다면 광장 중앙으로 대놓고 걸어서 간다 해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하늘을 보니 조금씩 푸른색이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새벽이 밝아오고 기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찌직!


팔에 힘을 주니 결박되어있던 손이 자유를 찾는다. 나름 꼼꼼히 묶은 것 같지만 카를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걸치고 있던 천을 정돈한다.


“좋아. 근데 어디로 나가지?”


창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나무벽이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이 곳은 나무의 안. 만약 억지로 뚫으려고 한다면 나무 자체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크게 부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큰소리에 깨어난 사람들과 살육전 시작. 이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문을 열어본다. 밑져야 본전이다.


끼익.


“어?”


문이 열렸다.


“뭐야? 트롤이나 오거라는 놈들이 떼로 덤벼도 못 연다고 했었는데?”


하지만 의문은 나중에 풀어도 된다. 우선은 얼른 밖으로 빠져나온다.


후웅~!


“바람이 상쾌하네.”


물론 감옥 안에도 바람은 잘 들어왔다. 하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


혹시 모르니 우선은 문을 닫는다. 그리고 문을 보니 방금 가졌던 의문이 풀린다. 문에 방금 난 것 같은 상처가 보인다.


“그 취객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아무래도 아까 넘어질 때 실수로 문을 열어버렸나 봐.”


그 취객은 후에 촌장이나 마을 사람들로부터 크나큰 비난을 받겠지만, 지금 이 순간 카를에게는 구원자 그 자체였다.


“가장 큰 문제가 가장 쉽게 풀렸네. 좋아, 이 기세로 빠르게 빠져나가 보실까?”


우선 창살 앞에서 아래를 보니, 중간에 턱이 없는 것이, 떨어지면 큰 소리가 날 것이 자명하다.


그에 방금 사람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사다리! 저기가 출입구로군.”


다행이었다. 혹시나 마을 사람들이 출입구를 안 만들어 놓고, 바람의 힘으로 날아서 이곳을 출입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기분 좋게 걱정을 털고, 사다리를 통해 아래로 내려간다.


“캬. 걱정하던 것들이 아주 쑥쑥 풀려나가는구만.”


카를은 수월해지는 상황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이제 막 감옥 밖으로 나온 상태였지만, 이대로 좋은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았다. 삐그덕거리는 사다리가 불안하긴 했지만.


우직.


그리고 희망은 떠나가고, 불안이 형태가 되어 다가왔다.


“헉!”


결국 위태롭게 삐그덕 대던 끝에 카를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다리살 하나가 부서진다. 그의 발이 허공으로 미끄러진다.


콰직. 콰지직. 콰직.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카를의 무게를 지탱하던 사다리살들은 가속이 붙은 카를의 무게를 잠시라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는 사다리를 이용하면서 추락한다.


“제··· 젠장! 이러다가는!”


사람들에게 기상의 때가 왔음을 선포하게 생겼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떨어지지 않게 사다리의 테두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직.


“억.”


하지만 너무 강하게 쥐었던 것일까. 몸이 감속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다리가 동강나버리고 말았다. 결국 중간이 부서진 사다리는 중심을 잃고 넘어가기 시작한다.


“어어어?”


쿵!


순식간에 사다리가 넘어졌다. 아쉽게도 카를은 사다리와 함께 땅에 곤두박질쳐버렸다. 중간에 사다리를 차서 그나마 푹신한 곳으로 도약해보려고도 했지만, 애초에 정지해있는 그의 무게도 못 이기는 마당에 그의 도약력까지 버티기는 더더욱 무리다. 결국 사다리만 부숴먹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며 사람들에게 기상을 선포하고 말았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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