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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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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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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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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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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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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동료? (7)

DUMMY

촌장은 의자를 가지고 들어와 앉는다.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진 것이 이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다행히 순순하게 있었군. 혹시 반항하는 바람에 시체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야. 하긴, 그랬을 거면 잡혀오기 전부터 반항적이었겠지. 그럼 심문을 시작해볼까?”


“그전에 하나 물어도 됩니까?”


“응? 뭐지?”


“하스트는 무사합니까?”


“그래도 동료는 동료인가 보군. 그 녀석 걱정부터 하는 것이. 하지만 괜한 걱정이네.”


“그게 무슨?”


입가의 미소가 뒤틀린다. 그 미소가 카를에게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 녀석의 심문은 이미 끝났어. 그리고 그놈에게서는 얻을 것이 더 이상 없었지.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말 안 해도 알거라 믿겠네.”


“!”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제대로 확인해보기 위해 다시 한번 묻는다.


“그 말은··· 하스트가 죽었다는 말입니까?”


“거 참. 그 말을 내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가 보군. 그래. 놈은 죽었다. 걱정 말아라. 너도 곧 죽을 테니.”


“젠장···”


서로 살육전을 벌이기 싫어서, 정보가 필요해서 무저항으로 일관했었다. 정보만 얻으면 당장에 빠져나갈 생각이었으니까. 혹시 자신이 난동을 부릴 때 하스트도 알아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빨리 죽이다니···’


그것이 오산이었다. 하다못해 하루 정도는 놔둘 줄 알았건만. 설마 잡아오자마자 죽일 줄이야.


“그렇게 놈을 보고 싶나 보군. 그것도 걱정 마라. 어차피 너희들을 마을 안에 묻어둘 수는 없으니 둘이 같이 마을 밖에다 버려주면 지나가던 동물들이 너희를 먹어줄 테니. 뱃속에서라도 함께일 수 있으니 기쁘겠군.”


촌장은 일그러진 얼굴로 감정이 없는 듯한 말투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 잘 못 걸렸군. 제대로 미친놈이야.’


생각보다 빨리 탈출을 도모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카를의 머리 안에 가득 찬다. 지금 정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 더 이상 묻고 싶은 건 없기를 바라겠네. 지금부터 질문하는 것은 나니까.”


촌장의 웃음이 그치고 무표정한 얼굴이 카를을 바라본다.


“하스트가 그러더군. 자네가 트롤과 싸우는 것을 봤다고. 그것도 정면에서 싸워서 이겼다고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대단하군. 어떻게 이겼지?”


“그냥 검으로 베고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 그게 다인가?”


“뭐가 더 필요합니까? 확실히 재생력에는 놀랐지만, 결국은 생물. 피를 많이 흘리더니 과다출혈 때문에 쓰러지더군요.”


“뭐라고? 트롤을 과다출혈로?”


“말도 안 돼!”


카를의 대답이 나오자마자 창살 밖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느새 온 건지 사람이 꽤나 많아졌다.


“허풍이 심하군. 아마 하스트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죽였겠지. 그렇게 말하면 여기 사람들이 자네를 두려워해서 꺼내 줄 것 같았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는데···’


게다가 허풍도 아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다니.”


“거짓말 아닙-”


“닥쳐라!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늘여놓는다면 지금 당장 죽여주지!”


촌장은 갑작스레 격정을 토해낸다. 딱히 거슬러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테니 카를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성질까지 더럽네.’


안 그래도 최악을 달려가던 촌장에 대한 평가가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기분 그대로라면 아무리 사람과 싸우기 싫어하는 카를이라도 다른 곳에서 촌장과 마주친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 다른 것을 묻지. 네 놈은 자연력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촌장의 말투가 바뀐다. 방금 들은 카를의 대답을 완벽히 거짓말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사실-”


“또 거짓말이군! 그딴 말에 하스트는 속을 줄 몰라도 난 속지 않는다. 네 놈이 자연력을 다룰 줄 모른다고? 웃기는군!”


“아니, 다룰 줄 모르는 것이 사실인-”


“그 입 닥쳐라! 누구를 기만하려 하느냐! 네 놈이 덮고 있는 그 천이 무엇인 줄 아느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성질 돋우기 싫어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 천은 우리 마을 기술력으로 탄생한 물건 중 하나다! 바람의 힘이 담겨있는 물건이란 말이다! 우린 너에게 그 천을 씌우고 그 힘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네놈은 멀쩡했지!”


“도대체 무슨 힘이길래?”


“이게 끝까지 발뺌을 하는군! 그 천은 천 안의 바람을 모두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즉, 숨을 못 쉰다는 이야기지! 그런데 네놈은 멀쩡하게 숨을 쉬는 것도 모자라, 이곳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왔지!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건만! 그것은 네놈 본인이 바람, 혹은 특별한 자연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증거! 이래도 발뺌이냐!”


‘그런 거였군···’


이제야 이해가 간다. 왜 그때 호흡이 곤란해졌는지.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렇다면 소리가 안 들렸던 것도 그 때문?”


“그래. 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 마련이지. 안의 바람을 모두 내보낸다면 소리 또한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을 들어보니 적어도 바람의 힘은 아닌 모양이군. 어떤 힘을 운용하고 있지?”


‘어떤 힘을 운용하고 있냐고 물어도···’


대답해 줄 말이 없다. 카를은 자신에게 특별한 힘 같은 것은 태어나서 느껴본 적이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그런 자연의 힘이 아닌, 그 어떤 사람과도 비교가 안 되는 강인한 그의 육체뿐이었다.


“대답하지 못하는군. 그 말은 그 힘을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군. 그럼 다음 질문이다. 넌 언제부터 이 숲에 들어왔지? 너와 같이 들어온 놈은 몇이나 되지? 언제부터 우리 마을을 찾아다녔지?”


“숲은 오늘 들어왔고, 하스트와 둘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 이 마을의 존재도 몰랐습니다. 하스트의 안내로 찾아온 것뿐.”


“그래? 우연히 하스트와 만나서 우연히 이 마을을 알게 되었다는 소린가?”


“네.”


“큭.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네 스승은 누구냐? 누가 너에게 그 힘을 가르쳐줬지?”


“스승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부모님 정도입니다.”


물론 그와 더불어 경비대장도 있었지만, 꼭 언급할 필요는 없다.


“호오··· 직계로 내려오는 힘인가. 좋아. 네놈을 죽이고 네 부모도 죽이면 그만이겠군.”


“... 무슨 억하심정으로 우리 가족을 죽인다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쉽게도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아··· 그래? 미안하-”


“촌장님.”


촌장이 순순하게 카를에게 사과하려는 순간 뒤에서 다른 사람이 그를 부른다. 촌장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아니, 아쉽군! 네놈과 함께 네놈의 부모도 내 손으로 없앴어야 했는데!”


“... 도대체 왜 절 죽이지 못해 안달입니까?”


“하! 그딴 소리를 내뱉다니. 우리를 바보로 아는군! 좋아.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면 말해주지! 그것을 가져와라!”


촌장의 말을 따라 무언가가 감옥 안으로 들어온다.


“이것은?”


카를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가죽 갑옷이었다. 그것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눈에 익나 보군. 그렇겠지. 바로 네놈이 죽인 사람들의 장비니까.”


“뭐라고요? 그게-”


카를이 그 말에 반박하려는 순간,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창살 밖에서 사람들이 활로 카를을 겨누고 있다.


“반박은 허락지 않는다! 입 닥치고 듣기만 하도록!”


“...”


“얼마 전에 우리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실종되었었다. 분명히 마을로 돌아와야 할 시간인데도 돌아오지 않았지. 아무리 우리 마을 사람이라도 방심하면 숲의 생물들에게 당하기도 하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그 녀석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그 후 잇따른 실종이 발생했다. 그들 모두가 마을에서 내로라하는 숙련자들이지. 아무리 트롤이나 오거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쉽게 습격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물론 우리라도 정면에서 트롤이나 오거 같은 녀석들을 쉽게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녀석들에게서 몸을 피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지. 그런데도 계속해서 실종이 이어졌다. 게다가 그중에서는 짝을 이뤄 순찰을 나가던 인원도 있다. 혼자서도 몸을 피할 수 있는 숙련자들이 짝을 이뤘음에도 실종을 당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그들 전부를 습격해 죽일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이 숲에 있거나, 혹은 그들을 방심하게 할 수 있는 존재라던지. 그것도 아니면.”


촌장이 카를의 눈을 노려보며 말을 잇는다.


“둘 다던지. 거기다 마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라면 더욱더.”


‘그렇군. 그래서 외부사람을 경계하는 거였나.’


하스트에게서 들은 바로는 이 마을은 굉장히 오래전에 생겼다고 한다. 남부의 마을들이 생기기도 전에. 그리고 이 숲은 그들이 키운 거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만큼 이 숲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숲에서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은 숲 안의 존재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마을을 알고, 마을 사람들을 아는 사람인 하스트가 지목된 건가. 거기다 나름 강자이니···’


그와 더불어 카를이 트롤을 정면에서 이긴다는 하스트의 증언까지 나왔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숲 안의 이 정도로 자신들의 생각에 부합하는 존재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 못할 테니 카를 또한 하스트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억지입니다.”


“뭐라고?”


“분명 당신들만큼 숲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모든 생물은 같은 종족이라고 하여도 개체차가 있기 마련. 당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숲 한구석에서 남모르게 힘을 키운 괴물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무시한 채 다른 사람을 살인자로 몰고 가다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또 없습니다.”


그들이 숲에 대해서 잘 아는 만큼. 남부 평원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카를이다. 그가 반평생을 평원에서 보내면서 느꼈던 것은 같은 종족이라도 힘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힘의 차이만이 아니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많은 동물들도 성격의 차이가 있었다.


어떤 소는 약한 바람에 육식동물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해 잡아먹혔다.


어떤 소는 온화하여 다른 동물들과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자신이 이길 수 있음에도 도망만 다녔다.


하지만 어떤 소는 육식동물의 무리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포악하여 주변의 모든 생물을 공포에 떨게 했다. 게다가 초식동물이라는 명칭은 어디다 버렸는지 다른 동물을 죽이고 육식을 하기까지 했다.


“그 개체차가 장애일 수도, 재능일 수도 있죠. 그리고 그 재능의 차가 말도 안 되는 놈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같은 종족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아무리 일반적인 트롤과 오거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욱 강한 놈들도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건만, 왜 그 가능성을 무시하십니까?”


모든 생물이 같다면 무리 내의 우두머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꽤나 입을 잘 놀리는구나. 그렇게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크게 외쳤다.


“내일 이 놈의 형을 집행한다! 장소는 광장! 모두가 모여서 우리의 원수가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라!”


“네!”


‘이런 미친···’


카를의 말을 촌장은 듣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범인을 정한 상태다. 확실한 증거를 찾거나 실종자가 귀환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심문이야?’


촌장은 카를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제외한 모든 발언을 배제했다.


카를은 생각했다. 길 가다 만나면 손가락만이 아니라 팔다리를 분질러주겠다고.


모두에게 고하고 감옥 밖으로 나가던 촌장은 문득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래. 네 녀석, 불에 안 탄다고 했나? 게다가 몸이 엄청 튼튼한 거 같은데. 내일 기대해도 좋다. 우리가 만든 도구들이 네 녀석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 시험할 좋은 기회니.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지 상상하며 마지막 밤을 보내라. 물론 어떤 도구로 죽을지는 우리도 모르겠지만.”


촌장은 웃음과 함께 감옥에서 나갔다. 하지만 카를의 시야에서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마을 전체가 보이는 그 장소에서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모두들 들어라! 드디어 우리의 원수가 잡혔다! 이를 기념해 크게 잔치를 열 테니 모두 준비하도록 해라! 음식과 술을 아낌없이 내놓도록 해라!”


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창살 밖에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젠장. 완전 산제물이 따로 없네. 분노에 눈이 멀었어.’


하지만 그의 외침 속에서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찾았다.


‘내일 날 죽인다고? 그렇다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군. 게다가 알아서 술에 취해주신다니.’


둘도 없을 탈출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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