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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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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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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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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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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최강의 오거 (1)

DUMMY

“도착했다!”


카를 일행은 드디어 바람의 장벽에 도착했다.


“빨리 안으로!”


순찰대장과 엘르는 다급하게 장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빨리 마을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바람의 영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장벽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그 임무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원래 있었어야 할 정문 대신, 회오리가 존재하는 마을을 보았으니까.


카를은 그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영물이 문제가 아니네. 이 정도로 큰 자연재해라니.”


“멍청아! 바람을 다루는 우리 마을에서 바람에 관련된 재해가 생길 것 같아?! 쪼다 같은 생각 집어쳐!”


엘르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카를을 보고 핀잔을 퍼부었다.


“쪼다라니···”


“설마 그그 그놈. 정면에서 마을로 치치침 침입을?”


순찰대장은 생각지 못한 광경에 말을 더듬었다.


“믿기지 않지만, 그런 것 같네요. 흠··· 영물급인데도 멍청한 건가?”


예상과 너무 다른 광경에 하스트조차 의아해한다.


“후··· 어찌 되었든 상황은 끝난 것 같네.”


당황했던 것도 잠시, 바람의 영물로 인한 다급함은 사라졌다.


카를을 제외한 모두는 그 술법을 알고 있다. 오거와의 전쟁을 끝낸, 엘프 마을 역사상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두 영웅 중 한 명. 최강의 풍술사라고 일컬어지는 촌장의 비기였다.


“그렇지만 촌장님이 저 기술을 쓰다니?”


다른 곳도 아니고 마을에서 저 술법이 시전 된 것에 적잖은 당황을 느낀다.


“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영물이었던 모양이네요.”


회오리가 끌어당긴 바람 때문에, 높은 산 위에 올라온 것처럼 귀가 멍해진다. 평소보다 기압이 낮아졌다.


하스트는 회오리의 상공에 있는 거대한 힘을 느꼈다. 촌장 부인이 회오리 안에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영물을 공격한다.


“아무래도 상황은 끝난-”


하스트는 엘르에게 네 부모님의 활약을 보라며 말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변한다.


콰아아아앙!


이 거리에서도 확실하게 들릴 정도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촌장 부인의 공격이 명중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회오리의 존재가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허락할리가 없다.


“아빠의 술법이··· 사라졌어?”


주변의 바람을 모조리 빨아들이던, 거대한 회오리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순찰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끝났나 보군.”


하지만 하스트의 생각은 달랐다.


“아닙니다. 저건··· 스스로 술법을 해제한 것이 아니에요. 억지로 파괴된 겁니다. 술법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하스트는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빨리 가야겠군.”


카를의 말에 모두가 다시 굳어진 표정으로 땅을 박찼다.




“이럴··· 수가?”


촌장은 크게 당황했다. 술법을 거두지 않았는데도, 술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촌장 부인의 의도대로 적에게 명중했다면, 절대 굉음이 발생할리가 없다. 아무리 오거의 육체가 강력하다지만, 자연력을 잃고 거의 모든 힘을 소모한 침입자로서는 그녀의 화살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즉, 폭발이 아니라 깨끗하게 관통되었어야 했다.


“큭···!”


갑자기 퍼지는 바람에 회오리를 대신하고 있던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곳에 서있다. 비록 머리에 맞은 화살 때문에 두개골이 사라지고 뇌수가 흐를 정도로 중상이지만, 온몸에 피를 칠한 것처럼 중상이지만, 두 다리로 우뚝 서있는 침입자가. 침입자는 눈을 감고 조용히 서 있다.


“젠장.”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의 회오리는 침입자와 최대한 같은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침입자의 자연력을 더 빠르게 빨아들였다. 하지만 그 반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내 술법을 빨아들이다니···!”


촌장은 생각했었다. 마을 사람들의 자연력을 따라한 것이 침입자의 패인이라고. 그 결과, 회오리에 꼼짝없이 당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침입자와 최대한 흡사하게 만든 회오리가 오히려 촌장의 패인이 되고 말았다. 침입자는 자신의 자연력과 거의 비슷한 회오리의 힘을, 모조리 흡수했다.


결국 침입자는 자신의 힘을 돌려받음과 동시에, 촌장의 술법에 담겨있던 힘까지 그 육체에 간직하게 되었다.


“그 한순간, 내 지배력을 웃돌았단 말인가.”


놀라웠다. 자만이라고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그는 강한 사람이다.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하스트가 공인할 정도로 강력하기 짝이 없는 풍술사인 것이다. 영물이라고는 하나, 아직 어린 오거가 술법의 지배력을 뺏어갈 정도로 우스운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자연력을 포용한 그 육체가 놀라웠다. 다른 사람, 아니 촌장 본인이라도 그 회오리에 있던 자연력을 흡수했다면, 자연력을 못 이기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큰일이에요. 맞서 싸우기에는 힘을 너무 많이 소모했어요.”


뒤로 물러나자고, 촌장 부인은 의견을 제시했다. 적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중상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치면 된다.


“그 말이 맞-”


촌장도 부인의 말에 따라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침입자의 눈이 떠진다.


“이런!?”


단지 눈을 뜨는 것만으로 주변의 바람이 요동치고, 침입자가 높게 도약한다. 어느새 상처는 완치되었다. 오직 붉게 물든 눈만이 침입자에게 이상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도약한 침입자가 엄청난 속도로 촌장을 향해 다가온다. 생물체가 아닌 화살이 날아오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다. 그리고 침입자의 앞에는, 뾰족하게 회전하는 바람의 칼날들이 모든 것을 분쇄하겠다 외치고 있다.


“젠장!”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침입자를 격추하기 위해 바람을 내보낸다. 하지만 소용없다. 침입자는 촌장의 술법을 꿰뚫는다.


촌장 부인도 화살을 발사해 적을 막아내려 한다. 이조차 막힌다. 분쇄의 술법을 앞세운 침입자는, 둘의 공격에도 어떠한 미동도 없다.


더 높이 날아 피하려 하지만, 적이 더 빠르다. 이대로면 두 사람 모두 큰 부상을 당한다.


“엇?”


그때, 촌장 부인의 몸이 곤두박질친다. 촌장 부인을 비행시키고 있던 술사들이 그녀의 위기를 보고 술법을 끊어버린 것이다. 촌장도 그 모습을 보고 뒤를 따른다. 이대로라면 부인은 땅에 충돌할 것이니까. 가까스로 땅에 부딪히기 전에 부인을 감싸 안는다.


갑작스럽게 바뀐 방향에 침입자가 잠시 목표를 잃었지만, 이내 다시 따라온다.


“크아아아!”


따라붙는 침입자의 상태가 이상하다. 인간에 가깝던 방금과는 달리, 오히려 지금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느낌이다. 본능에만 충실한 흉포함. 그야말로 오거의 본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물. 자연력, 지혜와 이성, 그리고 강대한 정신력을 겸비한 존재다.


‘이 자식. 제정신이 아니야. 아니, 의식이 있기는 한 건가?’


그런 생각도 잠시, 침입자가 순식간에 촌장의 뒤로 바짝 붙는다. 죽기 직전이라는 말은 딱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끌어당겨!”


위기의 순간, 촌장의 몸이 가속한다. 마을의 술사들이 촌장 내외의 몸을 끌어주고 있다.


“두 분을 지켜라!”


마을에는 아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 전무후무할 비상사태에 모든 전투원들이 모인 것이다.


침입자는 멀어지는 촌장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속도를 올렸지만, 엄청난 수의 공격에 저지당한다.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이 인원을 상대로 할 수는 없을 거다!”


그것은 기만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1, 20명이 아니다. 1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오직 한 오거를 상대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 정도라면 영물이 아니라 영물 할아버지라도 큰 피해 없이 무찌를 수 있다.


침입자도 이 가공할 수에는 어쩔 수 없는 건지 점점 뒤로 밀린다. 그나마 바로 격추되지 않은 것이 침입자의 대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그것도 시간문제다.


“몰아붙여!”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이대로 원거리에서 끝장내야 한다.


그런데.


“젠장···”


마을 사람들의 기지로 인해 겨우 살아난 촌장 내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적이 점점 공격에 버티기 시작한다.


“놈이 힘에 익숙해지고 있어···!”


우우웅!


그가 말하자마자 변화가 일어난다. 마을의 총공격에도 결국 버티며 길항하던 침입자에게서 사방을 진동시키는 공명음이 들린다.


“크아아아아!”


자신에게 쇄도하는 술법들을 향해 침입자가 주먹을 내뻗는다. 아주 평범한 주먹질이다. 하지만 결과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콰우우우!


주먹을 기준으로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앞으로 쏘아진다. 침입자는 딱히 술법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이 움직인 것뿐.


그나마 관통의 화살들은 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 침입자에게 당도한다.


쿠웅!


하지만 그조차 침입자가 발을 구르자 솟구친 바람의 장벽에 튕겨나간다.


“크아아아아!”


포효하는 침입자의 몸을 새로운 술법이 감싼다.


쿠오오오오!


광풍이 휘몰아친다. 침입자를 중심으로 침입자를 감싸듯 바람이 회전한다.


“결국 내 술법마저···”


회오리가 다시 침입자를 삼킨다. 아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회오리의 대상은 안이 아니다.


“이런 미친! 우리의 술법이?”


삼켜지고 있다. 바깥에서 날아오는 술법과 화살들이 회오리에 흡수되고 있다.


“공격 중지! 놈에게 힘을 보태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 놔둘 수는 없다. 주변의 먼지를 한 곳에 모아 적에게 날린다. 시야를 방해한다면 침입자의 진로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양 옆으로 흩어져!”


혹시라도 멈춰줄까 하던 소망과는 다르게 침입자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돌진해온다. 이에 진영을 둘로 쪼개 길을 터준다.


침입자는 진영의 한가운데를 지나쳐 마을의 안쪽까지 돌진해갔다.


“놈을 향해 더 먼지를 날려라!”


약자들은 이미 멀리 대피한 상태다. 마을이 망가져도 괜찮으니, 적이 이쪽을 제대로 특정 지을 수 없게 시야를 최대한 방해한다. 먼지가 아니더라도 마을을 파괴한 회오리가 그 잔해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마 사람들이 그러하듯, 침입자 또한 회오리의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침입자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돌아다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공격을 하지 않으니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을 느꼈다. 저건 이미 생물조차 아니다. 재앙이다. 그리고 인간은 재앙을 이길 수 없다. 모두의 머릿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날아와 박힌다.


“역시 저 놈, 제정신이 아니야.”


영물의 지혜라면 저런 수에 걸려들 리가 없다. 그리고 침입자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잔해들과 먼지를 따로 배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지?”


적은 이미 단순한 영물 수준이 아니다. 그의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 바람이 움직인다. 침입자는 술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의 의지에 따라 바람이 따르고 있을 뿐이다. 마을 최강의 풍술사인 촌장을 뛰어넘은, 바람의 지배자. 최강의 오거다.


모두의 절망을 배가하듯 회오리가 다시 이쪽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적을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다. 시야의 방해를 뚫고 사람들을 감지해낸 침입자가 다시 행동을 개시한다.


“젠장, 어떻게 해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적에게 바람의 술법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만약 다른 마을들의 다른 속성이라면 모를까, 지금 이곳에서 저 놈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때, 그의 옆을 무언가가 쏜살 같이 지나간다. 거대한 인영으로 보이는 그것은, 먼지를 뚫고 회오리를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 굉음과 함께 회오리가 뒤틀린다.


“저럴 수가?!”


모두가 경악한다. 누구도 멈출 수 없을 것 같던, 파괴의 권화 그 자체였던 회오리가 정지했다.




침입자는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사람들을 감지해냈다. 그리고 적으로 인식한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무언가가 회오리에 부딪힌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뒤틀린 회오리를 뚫고 누군가가 침입한다. 그자는 오거의 한계조차 뛰어넘은 강력한 육체의 소유자인 침입자에게 돌진해왔다.


이 가소로운 상황에 침입자는 등장한 상대를 내치기 위해 팔을 휘두른다. 하지만 상대는 밀리지 않는다. 도리어 상대의 힘에 앞으로 나아가던 침입자가 정지한다.


정지한 회오리의 안 쪽. 비슷한 덩치의 두 존재가 마주하고 있다.


“어휴. 회오리가 옆으로 돌고 있어서 겨우 들어왔네.”


상대는 뒤집어쓴 먼지를 털며 침입자의 앞에 선다.


“야.”


그리고 침입자에게 따진다.


“누구 마음대로 내가 신세 지고 있는 마을을 부수래?”


작가의말

헉헉... 시간에 겨우 맞췄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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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침입자 (4) 18.10.18 295 0 14쪽
52 침입자 (3) 18.10.11 345 0 21쪽
51 침입자 (2) 18.10.04 35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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