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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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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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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06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11.0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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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침입자 (7)

DUMMY

“으··· 윽···”


“컥...!”


엘프 마을의 정문. 보초 둘이 지키고 있던 이곳은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었다. 침입자의 술법에 정문만이 아니라 근처의 벽과 집들마저 모조리 파괴되었다.


보초의 화살이 일으킨 폭발음을 듣고 정문에 도착하기 직전이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부상을 입고 땅을 기어 다니고 있다. 정문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술법을 펼쳤지만, 대부분이 강력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마을의 1할이 사라졌다. 만약 같은 바람의 힘이 아니었다면 사람들도 모조리 분해되었을 것이다.


엘프 마을이, 정확히 바람의 장벽이 생기고 나서 처음 생긴 침입이다.


“침입자를 막아라!”


부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침입자에게 대항해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적은 단 하나뿐인데도, 바람을 능숙하게 다루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토벌이 아닌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큭···!”


다시 침입자의 일격이 펼쳐진다. 적의 일격, 일격에 눈에 띄게 바람이 모여든다. 엄청난 힘이다. 열명이 모여서 만든 방어막이 일격을 맞을 때마다 일견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흩어진다.


“이 정도 힘인데도 준비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하나하나가 마을 사람들의 최고 공격에 가까울 정도의 파괴력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적의 일격은 1초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는 것.


“버틸 수가 없습니다!”


“방어 교대!”


앞에서 방어막을 펼치고 있던 사람들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교대한다.


“너희 중에 스승님 없다.”


“뭐라는 거냐!”


나머지 사람들은 방어막이 벌어준 시간을 이용해 공격을 준비했다.


“죽어라!”


침입자의 시선을 피해 잔해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공격을 개시한다. 침입자가 방어막을 공격하는 순간을 노린 절묘한 사격이었다.


침입자도 그것을 느끼고 술법을 펼치려 한다.


“저 자식! 방어술도 사용할 줄 아는 건가!?”


하지만 모두의 걱정과 달리 실패한다. 마을 사람들 중 눈에 띄지 않던 사내가 자신의 특기로 침입자의 방어술을 봉쇄했다. 본인의 자연력을 미리 침투시켜서 상대가 다루지 못하게 하는 그의 특기를 발휘한 것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쓸 줄 몰랐군!”


평범한 동물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특기였기에, 그는 마을에서 언제나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술법이었으니까. 결국 그는 다른 사람들의 술법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수행 상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특기였다.


적은 화살을 막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무리 강대한 오거의 육체라도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예상대로 침입자는 화살이 다가올 때까지 방어술을 펼치지 못했다. 사람들은 성공을 확신했다.


우웅!


하지만 그 확신은 보답받지 못했다. 진동하는 것만 같은 파공음과 함께 침입자가 흐려지나 싶더니 사방을 에워싸던 화살들이 모조리 터져나갔다.


“미친···!”


침입자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방어술을 시전 하는 것에 실패했다. 다만, 육체 능력만으로 화살들을 모조리 요격했을 뿐.


곧바로 다시 방어막을 후려칠 것 같던 침입자는 무슨 생각인지 자리에 가만히 멈췄다. 갑작스러운 고요에 모두가 긴장의 실을 팽팽히 당기며 각자의 술법을 준비했다. 적이 공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필요한 준비시간은 침입자보다 사람들이 훨씬 기니까. 게다가 침입자는 지금 술법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저 놈이 아무리 괴물이라도, 술법으로 촌장님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마을 안에서 촌장이 지원을 올 것이다. 적을 지금 죽이지 못해도 괜찮다. 최대한 시간을 끌고, 최대한 피해가 없기만 해도 성공적인 전투다.


“꿀꺽. 켁.”


누군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침을 삼키다 사레가 들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걱정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어간다고 해도 눈을 돌릴 수 없다. 지금만큼은 눈 앞의 침입자만이 그들의 전부였다.


“누구?”


고요의 끝을 선언하듯 침입자가 입을 연다.


“누가 내 바람 방해했다. 누구?”


그에 모두의 의식이 잠시 한쪽으로 이동한다. 눈은 돌리지 않는다. 침입자가 자신들을 기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너.”


하지만 침입자는 희미한 의식의 흐름을 읽었는지 그 중심에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그래! 나다! 내가 방해했다! 어쩔래!”


사내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되려 큰소리친다.


‘젠장···’


마치 환각에 사로잡힌 기분이다. 침입자의 눈빛,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 눈빛을 따라 어둠이 드리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침입자가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어둠이 진해지는 것 같다.


‘으··· 으···’


어둠은 주변을 잠식하고 이내 사내조차 잠식해 들어간다. 공포와 긴장감으로 인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자신을 보는 침입자의 눈.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눈뿐이었다.


사람들의 긴장을 형상화한 듯 활시위가 더욱 팽팽하게 당겨진다.


“스승님.”


“뭐?”


뜬금없는 침입자의 말에 사내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침입자가 내뿜는 기세가 누그러지고, 싸움터의 바람이 부드러워진다.


“너, 스승님이다. 네 기술 좋다. 다른 기술 없나?”


“하! 오거라도 보는 눈은 있나 보군! 내 최고의 기술을 알아주다니!”


“최고의 기술? 더 좋은 기술은?”


“다른 기술 따윈 없다! 그리고 이 방해술이면 널 죽이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침입자는 사내의 말에 실망했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다른 기술 없다? 그렇다면 너 이제 스승님 아니다.”


침입자의 분위기가 누그러질 때보다 더 갑작스럽게 험악해진다. 대기가 떨린다. 급변한 공기에 모두가 움찔한다. 침입자가 다시 움직인다.


“공격!”


사람들이 모았던 힘을 방출한다. 스승님이라 불린 사내는 다시 방해술을 시전 한다.


“!!”


모두가 놀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자신이 쏜 화살의 힘이 약해진 것에. 누군가는 자신의 술법이 실패한 것에.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침입자가 사내를 보며 묻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자신이 제대로 펼친 것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이건? 내 방해술?”


침입자의 태도와 다르게 사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보인다. 침입자가 사내와 같은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보인다. 침입자에게서 뻗어 나온 것들이.


“말도 안 돼! 반 평생을 써온 나조차 세 줄기가 전부인 것을, 이 많은 인원에게 썼다고? 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그의 말에 사람들은 이제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앞으로 길게 늘어선 뱀 같은 줄기들이. 만약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뻗어진 그 줄기들을. 문제는 그 줄기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닿아있다는 것이다. 사방을 향해 뻗어진 줄기들은 짐짓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당연하게 공격은 실패했다. 침입자는 휘몰아치는 바람의 방어막을 펼쳐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방어막의 모습은 사람들이 펼쳐낸 그것과 닮아있었다.


방해술을 시전 한 사내는 지금 이것이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 자신 또한 방해술을 사용했지만, 적의 방해술에 막혀버렸다. 침입자의 줄기가 자신의 방해술을 잡아먹고, 다른 줄기가 자신을 옭아매어 방해술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하··· 하하하··· 터무니없는 괴물이군.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따라 할 뿐 아니라, 두 가지 술법을 동시에 펼치다니. 그것도 우리 전부를 상대로 이겨낼 만한 것들로···”


화살에 술법을 부여하여 해방시키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두 가지 모두가 유지시켜야 하는 종류의 술법이다.


“이중 시전··· 우리 마을 사람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술사들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을··· 오거가···”


“상관없다! 모두 몰아붙여라!”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은 줄기를 끊어내고, 방어막을 부수기 위해 끊임없는 공격 세례를 퍼붓는다. 적은 지금 이동하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영물에 다다른 저 놈이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른다.


영물은 약한 종족일수록 더 잘 출현하는 경향이 있다. 영물이란 자연력을 받아들여 그 힘을 구사하는 동물.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연력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한 종족들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자연의 경이를 숭배하지도 않고, 자연력에 기대지도 않는다. 자신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힘만을 탐한다고 해도 평생 동안 죽임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숲에서 출현한 영물들 중 가장 강한 종족은 겨우 원숭이였다. 그럼에도 원숭이는 숲의 지배자가 되어 엘프 마을과의 친교를 맺었었다. 예전에 그 원숭이가 있을 때에는 숲의 반대편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원숭이의 마을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까. 그는 그 시대 모든 숲의 존재들에게 원숭이왕이라 불리며 위엄을 세웠다.


“이건 오거 우두머리 수준이 아니야. 아니, 원숭이왕보다도 한수 위야...”


태어나 성장만 한다 해도 트롤과 더불어 숲에서 견줄 종족이 없는 것이 오거라는 종족이다. 저 거대한 나무를 부수고, 질긴 가죽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내며, 나무 위를 종횡무진 이동할 수 있는 민첩성까지 겸비한 것이 오거다. 트롤과의 정면대결에서는 회복력 때문에 조금 불리할지라도 숲의 지배자가 누구냐고 한다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오거를 꼽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대로 엘프 마을은 오거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너무나도 위험하니까. 지난한 전투 끝에 결국 저번 세대에서 끝난 전쟁은 엘프 마을의 승리로 되돌아갔다. 마을 사람들은 숲에서의 안전을 되찾았다. 이제 평생 동안, 대대손손 순찰대를 노리는 오거의 급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물이 된 오거가 마을로 침입했다.


사람들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적의 방어막을 보며 사내는 중얼거렸다.


“오거왕. 전설에서나 나올법한 괴물 중의 괴물이군.”


오거를 이끌고 세력을 키운다면 세계를 상대로 지배권을 다툴 수 있는 놈이 분명하다.


공격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적의 방어막보다 먼저 사람들이 탈진한 것이다.


“헉··· 헉···”


지쳐 쓰러질 때가 되어서야 보인다. 자신들을 옭아맨 줄기들이. 끊어냈다고 생각한 그 줄기가 어느새 은밀하게 다시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었다.


“저 자식··· 우리 기술을 구경했어···”


누군가의 중얼거림대로 오거는 방어막 속에서 그저 공격을 구경만 했다. 자신의 흥미를 이끌만한 기술이 나오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나쁘지 않은 기술 몇 개 있었다. 하지만 크게 도움 안된다. 이걸로는 놈을 이길 수 없다. 너희 모두 이제 스승님 아니다. ”


휘몰아치는 바람이 걷히고, 침입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침입자의 주변으로 바람이 형태를 갖춘다. 화살의 모양을 한 바람이 모두를 겨눈다.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 화살들에 담긴 술법이 무엇인지. 모두, 자신들이 침입자를 향해 쏘았던 술법들이다. 그리고 그 수는... 언뜻 보아도 수십 발이 넘는 어마어마한 수였다.


“젠장! 모두 여기로 모여!”


방어술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사람이 다급하게 외친다.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방어막을 향해 달린다.


“죽어라.”


하지만 그들이 방어막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빠르게... 공격이 쏟아진다.


작가의말

 에고고... 어제자 분량을 업로드할 때, 선호작 옆에 처음 보는 버튼이 있길래 눌러봤습니다. 연참대전이라고 되어있더군요.

 눌러도 확인 버튼이나 그런 게 안 나와서 그냥 대충 몇 번 눌러보고, 신경 끄고 내일 알아보자 하고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일요일 제외 매일 연재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부랴부랴 오늘 분량 써서 올립니다. 홀수달 1일에 업로드하는 것이 어제가 처음이다 보니 지금까지 잘 몰랐네요. 설마 버튼 한번 누르면 참여가 되는 건지도 몰랐고요. 참여 양식 같은 것을 써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뭐,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번 달 연참대전에 꾸준히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그나마 시간이 남기도 했고요.
 가능하면 연참대전이 끝나도 매일 연재하겠습니다. 제 다짐이 가능한 오래가길 바랍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 주 분량을 반으로 자를걸 그랬네요. 12000자가 넘는데 ㅠㅠ. 비축 원고 없이, 매일 연재하다가 완성도가 떨어질까 걱정도 됩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닷! 그리고 많은 사랑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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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침입자 (8) 18.11.03 275 0 17쪽
» 침입자 (7) 18.11.02 277 1 12쪽
55 침입자 (6) 18.11.01 278 0 17쪽
54 침입자 (5) 18.10.25 297 0 28쪽
53 침입자 (4) 18.10.18 296 0 14쪽
52 침입자 (3) 18.10.11 345 0 21쪽
51 침입자 (2) 18.10.04 355 0 18쪽
50 침입자 (1) 18.09.20 35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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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동료? (9) 18.09.06 382 1 14쪽
47 동료? (8) 18.08.30 384 1 13쪽
46 동료? (7) 18.08.23 395 0 14쪽
45 동료? (6) 18.08.16 406 0 14쪽
44 동료? (5) 18.08.09 425 0 14쪽
43 동료? (4) 18.08.02 435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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