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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게임

공모전참가작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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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222,441

작성
24.06.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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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8 : 사상 최강의 초보 감독 (2)

DUMMY

“제가 야알못이네요. 내일도 신뢰 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타격코치님이 그렇게 말하고는 경기장을 천천히 도는 권신뢰 선수를 향해 손뼉을 마구 쳤다.

줄기차게 땅볼만 치던 권신뢰 선수는 기어코 복귀를 알리는 홈런을 때려냈고, 이백수 선수는 타석에서 기다리다가 하이 파이브 했다.


[역시, 신뢰 형! 그러실 줄 알았어! 나는 믿고 있었다니까!]


감탄을 넘어서 거의 숭배하는 어투였다.


[나도 꼭 출루해야지. 커트하자, 집중해. 집중.]


방망이를 바닥에 세워놓고는 이백수 선수가 손바닥으로 뺨을 챱챱 때렸다.


[할 수 있다!]


그래, 해내자!

점수는 4 대 0.

아직 아웃이 하나도 없는 터라, 투수코치님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수석코치님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하세요.”

수석코치님이 결과에 승복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불펜으로 간 투수코치님은 세이브 요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손아영 선수를 강제로 더그아웃에 데리고 와 앉혔고, 앞서 말해던 ‘윤슬’ 선수가 8회 말에 나오게끔 몸을 풀게 시켰다.

나는 툴툴거리는 손아영 선수의 옆으로 가서 따봉을 날렸고, 손아영 선수도 나를 따라 엄지를 세웠다.

3점일 때는 세이브고, 4점일 때는 세이브가 아니라는 거 보면, 아마 3점 이내의 점수 차이가 있을 때 세이브라는 기록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만일 세이브가 영어로 지킨다는 뜻이 있는 ‘save’라면, 약간 낭만적인 이름이었다.

점수를 지킨다.

혹은 승리를 지킨다.

크······.

마음속으로 혼자 감동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창이 하나 떴다.


[선수단 파악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흠칫 놀랐던 나는 금세 ‘팟!’ 하고 창이 바로 사라진 통에, 고개만 두리번거린 사람이 되었다.

음······.

좋은 거야?

언젠가 선수단을 파악하라는 말을 듣긴 했다.

근데 파악하는 거면 파악하는 거지, ‘진행률’은 또 뭐람?

성공이 100%면 지금 몇 퍼센트인지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항의하고 싶건만, 튜페가 안 보였다.

내일 튜토리얼 환경에서 뭐라고 해야겠다.

한편, 이백수 선수가 타석에 서면서 내 귀에 상대 팀 포수의 속마음도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다.


[백수 행님이 대타라니. 난 망했다. 행님이 거의 내 마음을 읽는 것처럼 타격하시던데.]


어떤 표정인지는 안 보이지만, 속으로는 거의 울고 있었다.


[그래, 나는 네 마음을 읽으니까 얼른 초구 뭐 던질지 말해라.]


담백하게 혼잣말한 이백수 선수가 자세를 잡았고, 레드스 포수는 3루 더그아웃을 쳐다봤다.


[변화구만 던져야지. 아까 신뢰 성한테 직구로 홈런 맞았으니까.]

[오케이. 변화구 자신 있는 거면 포크볼?]

[근데 코치님이 직구 던지라 하시네.]

[직구? 땡큐지.]


레드스 포수가 투수와 사인을 교환했고, 투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레드스 포수가 다시 더그아웃을 살폈고, 또 수신호가 돌아왔다.


[포크볼 제구 안 될 텐데. 멘탈 나가서. 나도 블로킹 자신 없고.]

[야, 포수가 쫄면 어떡해?]


레드스 포수는 투수에게 수신호를 보냈고,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 던질 준비에 들어갔다.


[근데 의외네. 저 투수 변화구 중에는 포크볼이 제일 자신 있는 구종 아니었나?]


이백수 선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금세 자세를 잡았다.

투수가 공을 던졌고, 레드스 포수는 긴장감 가득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제발 백수 행님 맞추지만 마라.]

[맞춘다고?]


이백수 선수는 움찔 놀라며 뒤로 피했고, 그 공은 바닥에 한 번 튕긴 뒤에 포수 뒤로 빠졌다.

판정은 볼.


[엥? 그렇게까지 가까운 공은 아니었는데······.]


레드스 포수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했고, 이백수 선수는 머쓱한 듯이 괜히 방망이를 빙글빙글 자전시켰다.

“벌레라도 있었나?’

타격코치님도 의문인지 그렇게 중얼거렸고, 나는 속으로만 허허 웃었다.


[행님, 진짜 내 마음을 읽으시나? 그런 초능력이 있나?]

[오타쿠라서 그런가 예리하네.]

[내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 에헤헤헤, 그럴 리가 없제!]


두 번째 공을 던지기 전, 레드스 더그아웃을 살핀 레드스 포수는 투수한테 수신호를 보냈다.

저쪽 배터리코치님도 우리 팀 못지않게 참으로 현란했다,

코, 이마, 가슴, 팔뚝······.

절반 이상은 가짜로 움직이는 거라지만, 힘들어 보였다.

약간 아이돌 손 안무 같기도 하고.

그 광경을 빤히 보고 있는데, 수석코치님이 나를 툭 쳤다.

“사인 교환 너무 빤히 보시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나는 바로 눈을 깔았다.

본다고 해서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나는 보고 알아내는 게 아니고.

듣고 알아내는 거니까.

“그렇다고 아예 고개를 숙이시라는 건 아니고요. 빤히 보시지만 마시라고요.”

나는 다시 살짝 눈을 올렸다.

수신호 받는 상대 팀 더그아웃만 안 보면 되는 건가?

어차피 포수 손은 다리에 가려서 안 보이고.

나는 이백수 선수에게 시선을 고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금 경기를 보고 있는데, 권신뢰 선수가 불쑥 나타났다.

“감독님, 저랑 저 투수 다음에 뭐 던질지 내기하실래요?”

내기?

분명히 내가 이길 텐데?

자신만만한 태도로 뭘 걸 거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타격코치님이 그런 권신뢰 선수의 등짝에 스매싱을 갈겼다.

“감독님이 네 친구냐? 못 하는 말이 없어.”

“아니, 다른 선수들이랑도 잘 지내신다길래······.”

꽤나 찰진 소리가 났던 터라, 괜히 나도 등이 아픈 것만 같았다.

“얼른 불펜 가서 포수 마스크 쓰고 배터리 호흡이나 맞춰.”

훠이훠이 손을 흔드는 타격코치님의 행동에, 권신뢰 선수가 입을 삐죽였다.

“쪼꼼만 쉬고 갈게요.”

다 큰 어른의 행동이라기에는 애교가······.

묘하게 귀엽긴 했다.

이상하네.

나 여자 좋아하는데.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신뢰 선수는 다음 공이 뭐일 거 같은데요?”

나는 급하게 물었다.

상대 팀 포수와 투수가 뭘 던질지 정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리고 있었다.

투수가 완전히 쫄리는 듯했다.

“제가 먼저 골라도 돼요?”

권신뢰 선수는 밝아진 얼굴로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직구일 거 같은데요. 포크 볼은 아예 백수가 방망이를 안 냈고, 저 투수는 지난 경기에 슬라이더 제구가 완전 안 됐거든요. 뭐, 오늘은 나을 수도 있긴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방금 이백수 선수를 통해 들은 레드스 포수가 저런 내용으로 말했으니까.

슬라이더는 여전히 오늘도 상태가 안 좋아서 거의 봉인이라나?

“저라면 직구 하나 옆으로 빼서 보여주고, 방망이 내면 다시 융통성 있게······.”

뭔가 계속 말이 안 통하는지 결국 포수가 마운드로 올라갔고, 여유가 생긴 타격코치님이 고개를 휙 돌리며 권신뢰 선수를 자극했다.

“그걸 아는 놈이 왜 오늘은 고작 홈런 하나야?”

“아니, 고작 홈······. 에휴, “알아도 못 치겠던데요? 몸이 아직 못 따라가나 봐요. 마지막에는 진짜 얻어걸린 거예요.”

“너도 늙었나 보다.”

“그건 절대 아니고요.”

“더 쉬다 오지 그랬어?”

“우리 팀이 시안즈를 스윕했다는데 경기 뛰고 싶죠.”

권신뢰 선수는 허허 웃고는 옆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선수에게 말을 붙였다.

“암튼, 들었지? 고급 정보 알려줬으니까, 너도 윤슬이 정보 좀 나한테 알려줘라. 2군에서 받아봤지? 형이 나가든 백수가 나가든 알고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자그마한(?), 그래도 나보다는 키가 클, 저 선수는······.

얼굴이 어째 눈에 익네 싶었더니만, 내가 오늘 말소시킨 포수였다.

말소 전에는 손아영 선수를 따르는(?) 투수들과 함께 앉아 있거나 종종 불펜에서 공을 받기도 했다.

처음 본 포수가 이백수 선수고, 그다음으로 본 포수도 권신뢰 선수다 보니까······.

포수치고는 호리호리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

“윤슬이 형은 시우 형이랑 다르게······.”

시우 형?

정시우 선수보다도 어리다고?

그럼, 대체 몇 살인 거야?

놀라고 있는데, 타격코치님이 말을 끊고 장난스레 툭 던졌다.

“좌완이지.”

“아이, 코치님. 애가 말을 하잖아요.”

“쏴리. 야, 백수야. 신뢰 말이 다음 공은 직구란다.”

대기 타석으로 온 이백수 선수한테 말을 붙이며, 타격코치님이 완전히 이쪽에서 눈길을 거뒀고, 이백수 선수는 우리 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여기서 안타 못 치면 죽음이야. 하나 쳐야만 해. 오늘은 묻히더라도 꼭 안타안타안타안타안타안타안타안타안타······.]


또 중얼거리고 있었다.

긴장하면 저러는 모양이었다.

“오케이.”

벌써 설명을 다 들었는지 권신뢰 선수가 그 호리호리한 선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일어났다.

“근데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만일 네가 나면, 초구 뭐 던지라고 할래?”

“네? 코치님이 던지라고 하시는 걸로······.”

“야, 전제가 있었잖아. 네가 형이면. 너한테 볼 배합을 맡긴다면 말이야. 고등학교 때 안 해봤어? 그때도 그냥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던지라는 대로 던졌어? 아니잖아.”

“저는 전담 포수거나 아니면 지타로 주로 나가서······.”

“전담 포수? 누구?”

“오렌지즈의······”

“아, 그 160 던지는 애?”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불펜으로 가 버렸고, 홀로 남은 나는 타격코치님 옆으로 붙을까 하다가 수석코치님에게 붙잡혔다.

“감독님,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옆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려고 했는데, 수석코치님이 나를 의자에 앉혔다.

잠실에서 내내 앉아서 경기를 볼 때는 또 그런대로 그렇게 본 거 같은데.

막상 이렇게 더그아웃을 돌아다니면서 보다가 자리에 앉으니까, 몸이 근질거렸다.

이백수 선수는 다시 타석에 섰고, 정말로 레드스 투수는 권신뢰 선수의 예측대로 존 바깥에 직구를 던졌다.

직구인지는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공의 위치는 ABS를 보고 알았다.

신기하다.

우리 팀 포수가 한 명은 선수의 속마음을 읽고, 한 명은 미래 예지라니.

다른 한 명은······.

지명 타자?

보기에는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도 타율이 좋나?

나는 수첩을 꺼내서 일명 ‘나중에 찾아볼 리스트’에 추가했다.

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열심히 메모 안 했을 텐데.

뿌듯하면서도 현타가 오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더니, 수석코치님이 내 수첩을 힐끔 보시고는 속삭였다.

“감독님, 컬스플이 아니라 ‘퀄’입니다.”

아하.

나는 바로 북북 긋고 ‘퀄스플’이라고 고쳐 적었다.

듣기 평가 틀린 기분이었다.

수석코치님은 헛기침하고는 덧붙였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의 줄임말이고요. 퀄리티 스타트는 6이닝 3실점 이하, 플러스는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말합니다.”

“아하.”

“대호는 6이닝 무실점이니까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한 거고, 상대 투수는 7이닝 3실점이니까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인 거고요. 4선발 매치였는데도 결론적으로 투수전이었네요.”

이해가 쏙쏙 됐다.

당장 몰라도 상관은 없는 정보였지만, 몹시 유익했다.

선생님 하셨어도 잘하셨을 듯.

“누가 말하는 걸 들으셨나 봅니다.”

인자한 미소 뒤로 ‘딱!’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듣자마자 이백수 선수가 안타를 쳤다는 걸 알 수 있엇다.

직전에 이백수 선수와 레드스 포수가 동시에 ‘몰렸다!’라고 말해서만은 아니었다.

2루까지 전력 질주한 이백수 선수가 이쪽을 향해 세리머니 했고, 더그아웃은 난리가 났다.

더군다나 다음 타자는 한민찬 선수.

선발 투수 기준으로 상대 전적이 강한 거지, 이 투수 상대로는 어떨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더그아웃 울타리에 팔을 대고 섰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실망하더라도 말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전혀 모르던 내가, 야구에 깊이 빠지기까지.

4경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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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 전지적 겜알못 시점 (9) 24.06.24 16 0 12쪽
35 035 : 전지적 겜알못 시점 (8) 24.06.22 21 1 12쪽
34 034 : 전지적 겜알못 시점 (7) 24.06.21 16 1 12쪽
33 033 : 전지적 겜알못 시점 (6) 24.06.20 20 0 13쪽
32 032 : 전지적 겜알못 시점 (5) 24.06.19 21 1 13쪽
31 031 : 전지적 겜알못 시점 (4) 24.06.18 25 1 12쪽
30 030 : 전지적 겜알못 시점 (3) 24.06.14 38 1 13쪽
29 029 : 전지적 겜알못 시점 (2) 24.06.13 43 1 12쪽
28 028 : 전지적 겜알못 시점 (1) 24.06.12 50 0 12쪽
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8 0 12쪽
26 026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8) 24.06.10 48 0 12쪽
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53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9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53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52 1 13쪽
21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8 0 12쪽
20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24.05.31 60 1 12쪽
19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24.05.30 66 0 12쪽
18 018 : 나 혼자 야구 바보 (9) 24.05.29 65 0 13쪽
17 017 : 나 혼자 야구 바보 (8) 24.05.28 64 0 13쪽
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6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9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9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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