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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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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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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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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DUMMY

짜릿한 역전 만루 홈런을 반추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퇴근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마른침만 꼴깍 삼키면서 소파에 앉아 류노원 선수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면담하러 왔다고 해놓고는 정작 한참을 아무 말도 안 하던 류노원 선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은퇴할까요?”

아니, 힘들게 입을 연 건 알겠는데.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

나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류노원 선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내 표정을 던져 못 본 것 같았다.

“코치님께서는 2군 가서 정비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럴 바에야 그냥 은퇴하겠습니다. 후배들한테 자리 줘야죠.”

그, 아니, 2군 가도 열흘이면 다시 올라올 수 있다며?

야구 선수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2군 가서 정비하고 오라는 말에 진짜로 야구 인생을 끝내겠다는 거야?

띠링 소리와 함께 무슨 글자가 떠오르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서, 게임 속 미션도 아닌 것 같은데······.

류노원 선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말을 이었다.

“저도 제가 고작 1할 치는 거, 늙어서 그런 거 압니다. 그래도 노력은 하는데, 경기도 못 뛰고 자리만 차지할 바에야, 그만두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제 경기 뛰었잖아요!

내가 자동으로 돌려서!

“동민이도 그렇고, 막판에 호승이도 그렇고. 애들이 눈이 반짝거리고 열심히 하는데, 저는······.”

분명 나보다 연장자인 듯한 사람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는 걸 보니까 살짝, 아니, 매우 많이 당황했다.

운동선수들은 꽤나 일찍 은퇴한다고 듣긴 했지만······.

진짜 어떡하지?

면담을 신청했다는 건, 무엇이든 내 대답이 궁금하다는 뜻일 텐데.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만 아무 말이나 하고 말았다.

“그럼, 은퇴하고 나서의 계획은 있으세요?”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 절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어, 없으시죠? 그러니까 조금 더 열심히 해 봐요. 똑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초심으로! 어때요?”

수습한다고 던진 말이 더 이상했다.

야구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잔말 말고 야구나 해라, 뭐, 그런 느낌으로 들리면 어떡해?

솔직히 그런 뉘앙스로밖에 안 들릴 것 같았다.

나 같아도 퇴사할지 상담했는데, 팀장님이 ‘퇴사하면 할 건 있고?’라고 말하면······.

물론, 그런 회사에서는 얼른 도망쳐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죄송합니다.”

류노원 선수는 벌떡 일어나서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어리광 부릴 연차도 아닌데, 실례했습니다! 은퇴라니요. 아직 절대 질 수 없습니다. 처자식도 있고.”

부럽다.

처자식도 있으시고.

고개를 든 류노원 선수는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는 말을 이었다.

“2군 가라고 하시면 가고, 후배들이랑 성적으로 경쟁 하라고 하시면 하겠습니다. 오늘 특타부터 2배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내일 뵙겠습니다!”

“네, 네, 내일 뵙겠습니다.”

한 번 더 꾸벅 인사한 류노원 선수는 뒷걸음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감독실을 고요해졌고, 어째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방금 그거 괜찮은 건가?

내가 잘 대답한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어쨌거나 본인만 마음의 결정을 잘하면 된 거지.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선수 기록표를 펼쳤다.

류노원 선수가 타율은 안 좋아도 출루율은 좋을 수도 있······.


[그치만 류노원 선수를 엔트리에서 빼면 마케팅 점수가!]


어우, 깜짝이야.

난 갑자기 튀어나온 튜페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으로는 나타나기 전에 미리 신호라도 줘.”

착하게(?) 부탁했는데도, 튜페는 나를 개무시했다.


[마케팅 점수가 내려간다니까요? 류노원 선수는 우리 팀 프랜차이즈라고요!]


프랜차이즈?

눈만 깜빡이고 있으니까 튜페가 설명해 줬다.


[우리 네이비즈의 간판스타라고요! 류노원 선수 유니폼이 얼마나 많은데요! 성적에 관계없이, 음, 성적이랑 관계가 있긴 한데요. 어쨌든! 유니폼 판매량이 쭉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고요!]


그래서?

나는 쭉 눈만 깜빡였다.


[그래서라뇨! 2군으로 내리지 말라고 제가 꿀팁을 드리는 거잖아요. 감독님의 인생이 망하시면 안 되니까.]


튜페 녀석은 꺄르르 웃으며 감독실 천장을 날아다녔다.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면서 웃음이 나와?

나는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됐고, 얼른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마케팅 점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이 망하면 안 되니까 당분간 류노원 선수는 1군 엔트리에 둬야겠다.


[좋은 선택이에요, 감독님!]


튜페 녀석이 날개랑 팔을 퍼덕이든 말든, 나는 안 보이는 척하면서 감독실을 나왔다.

직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던 나는 화장실에서 막 나오던 이백수 선수랑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하자, 손에 묻은 물기를 탈탈 털고 있던 이백수 선수가 화들짝 놀라며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저런 거한 인사를 받으려고 한 건 아니라서 어색한 미소만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백수 선수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이백수야, 돌았냐? 감독님한테 밉보이면 어쩌려고! 엔트리에서 빠지고 싶어?!]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는 걸 들으니까 얼른 해명하고 싶어졌다.

“그,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인데요. 인사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방예의지국.

국민의례만큼이나 오랜만에 듣는 단어였다.

난 그저 아하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말하는데, 인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아직 퇴근 안 했어요?”

“특타를 조금······.”

이백수 선수는 수줍게 웃었다.

그러나 속마음은 표정과 조금 달랐다.


[이번에야말로 백업 포수 탈출하고야 만다. 설마 쓰리런 쳤는데도 오늘 묻힐 줄은 몰랐는데.]


독기가 가득했다.

그나저나 백업 포수?

우리 팀에 포수가 또 있나?

나는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1군 엔트리에는 포수가 둘인데, 한 명이 백업인 거면······.

나머지 한 명이 주전이라는 뜻이잖아.

“특타 힘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예! 감독님! 2승 축하드립니다!”

“이백수 선수님도 오늘 쓰리런 축하해요. 멋졌어요.”

막판 만루 홈런에 묻혔다고 생각하는 것 같길래 응원하는 마음에 꺼낸 말인데······.


[나 이번 감독님은 좀 좋을지도.]


감동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내일 뵙겠습니다!”

이백수 선수는 촉촉한 눈가로 도망(?)을 쳤고, 나는 출구로 향했다.

다른 포수 성적이 별로 안 좋던데.

왜 이백수 선수는 본인이 백업 포수라서 밀려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솔직히 다른 포수는 생각한 적도 없어서 의아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웠다.

오늘 극적으로 이겼으니까, 팬들이 아직도 있는 거겠거니 하면서 밖으로 나왔는데······.

네이비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면담까지 하고 나왔는데도 아직 기다리는 거야?

까마득한 줄을 보면서, 저 많은 이들을 어떻게 다 사인을 해주나 하고 있는데······.

“오늘은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단장님이 뒤에서 뿅 나타나서는 내 어깨를 잡고 쭉 밀었고, 덕분에 나는 사인회(?)를 피할 수 있었다.

첫날의 추억이 돋는, 그 차에 또 올라탄 나는 연예인이 된 것처럼 창문을 내려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가 사인을 안 해주고 가는데도, 오늘 이겨서 그런지 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면서 쉽게 보내주었다.

큰길로 나왔을 때, 단장님이 말을 걸었다.

“요새 택시 타고 다니신다면서요?”

사치스럽다고 혼나려나 하고 괜히 쫄아 있었는데, 단장님이 힐끔 나를 쳐다보고는 덧붙였다.

“면허 있으십니까?”

“면허는 있는데, 장롱이에요.”

단장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서울 사는 사람은 면허 있어도 운전할 일이 별로 없다고!

대중교통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

뭐, 새벽에 공항으로 은비 데리러 갈 때마다 차 있었으면 더 편하게 데리고 왔겠다 싶긴 했는데.

“구단에서 의전 차량이 나오긴 합니다만······.”

“네?”

“자세한 건 내일 오전에 이야기하시죠.”

의전 차량?

그런 건 대통령이나 아무튼 엄청난 사람들만 쓰는 거 아니야?

리무진 같은 게 떠올라서 무척 부담스러워졌다.

“내일 뵙겠습니다. 푹 쉬십쇼.”

출근할 때는 차가 그렇게 막히더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시크한 미소를 남긴 단장님은 차를 출발시켰고,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와.

피곤해.

아까 튜페 녀석이 방해만 안 했어도 류노원 선수 기록을 더 열심히 봤을 텐데.

집에 딱 도착하니까 그 무엇도 하기 싫었다.

가방을 바닥에 대충 던져 놓고 흐느적거리면서 옷을 갈아입은 나는 손만 대충 씻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평상시에는 퇴근하면 은비랑 통화하기 바빴는데, 확실히 허하긴 했다.

그냥 자면 될 텐데.

나는 바보같이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신호가 가고.

-이야, 축하한다!

전화기 너머로 근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근수는 굉장히 들떠 있었다.

“야, 시끄러운데? 어디야?”

-나 술집! 오늘 경기 단관했는데. 미쳤다, 진짜. 솔직히 너의 감독력? 그런 걸 의심했는데, 라인업이 아주 탁월했어. 의심해서 미안하다! 김도곡 뺀다고 그래서 이 자식이 돌았나 했지. 아, 그리고 대타 말이야! 크······! 너 언제부터 그렇게 강심장이었냐? 작두가 아주······. 돌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오더라. 나 이제 어디 가서 내 친구가 네이비즈 감독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어!

취했는지 말도 많고, 목소리도 컸다.

은비였으면 많이 마신 건 아닌지 걱정도 하고, 데리러 갈까 물어보기도 했겠지만.

“칭찬 고마워. 잔다.”

근수는 뭐, 알아서 들어가겠지.

-어어어! 우리 천재 감독님 고생하셨는데, 푹 주무세요!

뚝.

내가 먼저 끊으려고 했는데, 근수 녀석이 매정하게 먼저 끊었다.

취해서 길바닥에서 자다가 입이나 돌아가라.

나는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기에 올려두고는 눈을 감았다.

솔직히 책상 어딘가에서 ‘프로야구 따라잡기’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몰라, 내일 오전에 읽지 뭐!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굳이 오전부터 안 봐도 된다고 해서 내일은 시간이 좀 있었다.

음, 늦게 출근할까?

코치님들이 나 일찍 온다고 부담스러워하시는 거 같던데.

몇 시에 출근해야 적정한 거려나······.

나는 하품 한 번 하고는 눈을 감았고, 감은 눈 위로 어제처럼 글자가 떠올랐다.


[게임 결과 : 승리]

[승률 : 1.000 (2G 2W)]

[남은 게임 : 102]


102게임······.

앞으로 102번이나 선발 라인업을 짜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팬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감독의 명성이 1 상승했습니다!]


어제는 첫날이라고 랜덤 박스를 주더니, 오늘은 그런 게 없어서인지 두 줄만 떴다.

‘팬의 호감도’며 ‘감독의 명성’이 몇 점 만점인지는 몰라도, 1점씩밖에 안 오른다니.

좀 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양을 셌다.

영어 단어 쉽이랑 슬립이 발음이 비슷해서 영어권은 양을 세는 거고, 우리는 잠자리를 세야 한다는 이야기를 은비한테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얼른 자는 게 중요하지.

나는 그렇게 양을 세다가 잠들었다.

벌써 두 번이나 이겨서 그런지, 다음 날도 어떻게든 될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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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 전지적 겜알못 시점 (7) 24.06.21 15 1 12쪽
33 033 : 전지적 겜알못 시점 (6) 24.06.20 19 0 13쪽
32 032 : 전지적 겜알못 시점 (5) 24.06.19 19 1 13쪽
31 031 : 전지적 겜알못 시점 (4) 24.06.18 21 1 12쪽
30 030 : 전지적 겜알못 시점 (3) 24.06.14 35 1 13쪽
29 029 : 전지적 겜알못 시점 (2) 24.06.13 41 1 12쪽
28 028 : 전지적 겜알못 시점 (1) 24.06.12 47 0 12쪽
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5 0 12쪽
26 026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8) 24.06.10 45 0 12쪽
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50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7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50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50 1 13쪽
»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5 0 12쪽
20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24.05.31 57 1 12쪽
19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24.05.30 64 0 12쪽
18 018 : 나 혼자 야구 바보 (9) 24.05.29 63 0 13쪽
17 017 : 나 혼자 야구 바보 (8) 24.05.28 62 0 13쪽
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4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7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7 0 12쪽
12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73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81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0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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