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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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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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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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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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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8)

DUMMY

최선릉 선수는 어정쩡한 자세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어쨌거나 공을 잡아서 아웃으로 인정된 덕분(?)이었다.

거기, 음, 그러니까 중요 부위에 공을 맞으면 어떤 기분일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

아니, 근데, 원래, 코끼리를 상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생각나는, 아, 하필 또 코끼리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아시겠죠?

더그아웃에 다 남자들밖에 없다 보니까 모두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수비코치님이 후다닥 뛰어가서는 최선릉 선수의 등을 퍽 때렸다.

“야! 온몸으로 어떻게든 막으라고는 했지만, 거기로 막으면 어떡하냐!”

그리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스텝이 어쩌고 타구 판단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으며 최선릉 선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으나 눈에 빛이 없었다.

옆에서 김도곡 선수가 그걸 들으면서 웃참을 하고 있었고, 나도 이를 꽉 깨물었다.

절대 웃으면 안 돼.

나는 남의 고통에 공감하는, 아니, 근데, 수비코치님이 말씀하시는 게 너무 웃겼다.

다른 선수들도 안 듣는 척하면서 열심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하필 그때 수비코치님이······.

“동민이!”

“네헤헥?!”

갑자기 이름을 불러서인지 이동민 선수가 폭소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꺽꺽 울었다.

수비코치님은 선배의 고통이 웃음거리냐면서 호통을 치시는데, 아마 우리 모두 속으로 울었을 터였다.

나도 슬픈 생각 하느라 혼났다.

여하튼, 다음 타자는 9번.

부상자(?) 최선릉 선수는 본인 요청으로 그냥 경기를 뛰기로 해서 대기타석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9번은 가장 기대가 되지 않······.

흐아아악!

나는 벌떡 일어났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이 초구를 탕 쳐서 후루룩 안타를 기록했다.

상대 투수의 표정이 안 좋아졌고, 다음은 최선릉 선수.

첫 번째로 나갔을 때 안타, 다음은 땅볼.

그럼 세 번째는 어떨까?

4할 5푼 5리의 힘을 보여 줘!

나는 손을 모아 잡고는 최선릉 선수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져본 적이 없어서 무섭단 말이야!

첫날에 4점, 어제도 8점이나 냈잖아!

음, 그럼 오늘은 12점을 낼 차롄가?

벌써 6회 말이긴 한데, 아직 네 번의 기회가 남긴 했다.

2점씩 내면······, 아, 그러면 또 9회 말이 없구나?

완전히 딴생각에 잠겨 있던 내 귀에 함성과 함께 나지막한 이백수 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갔네.]


응?

설마······.

팬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최선릉’을 연호했고, 최선릉 선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경기장을 돌았다.

나는 왜 꼭 중요한 장면은 놓치는 건지.

3루를 지나 ‘홈’으로 돌아온 최선릉 선수는 깜찍하게 폴짝 뛰어서는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시안즈 포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런 최선릉 선수의 뒷모습을 눈으로 훑었고, 나는 먼저 돌아온 9번 타자에 이어 최선릉 선수와도 하이 파이브 했다.

짜아악!

어우.

나는 손이 닿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확실히 운동선수들은 다 힘이 세구나······.

최선릉 선수는 직원에게 받은 홈런 쿠션을 옆구리에 끼고 김도곡 선수에게 한 번 자랑한 뒤에 구석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가 했더니 이원철 선수한테 무심하게 건네주고는 다시 돌아왔다.

나한테 따봉도 날렸다.

“보세요, 감독님. 원철이가 오늘 조금 흔들렸지만, 행실이 좋아서 야수 형들이 끼고돕니다.”

“아, 네에······.”

틈새를 노려 투수코치님이 내 귀에 속삭였다.

구석에서 공벌레처럼 몸을 구기고 있던 이원철 선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하고는 투수들이 뭉쳐 있는 앞쪽으로 나왔다.

홈런 쿠션을 소중한 듯이 품에 안은 채로.

다른 투수가 말을 붙이자, 이원철 선수는 무어라 대답하면서 씩 웃었다.

아마 홈런 쿠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뭐, 그렇게 다른 쪽을 신경 쓰는 사이.

진유진 선수는 조용히 1루로 나가 있었고, 3번 타자는 방망이를 가로로 들고 있었다.


[번트? 감독님 지시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백수 선수의 말을 듣고(?), 나는 저게 ‘번트’라는 거구나 유추할 수 있었다.

물론, 기술명이 번트라는 건지 아니면 뭔가 있는 건지는 몰랐다.

수신호 외우는 거에 번트가 있긴 했는데, 사실 궁금했는데도 딱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반성합니다.

나처럼 대충인 감독이 또 있을까?

아니, 애초에 이런 나를 감독으로 앉힌 이 야구단이 문제인 거 아닐까?

당연히 현실이 아니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겠지.

음······.

그치만 낙하산 인사는 꽤나 여기저기······.

뻘생각 그만하라는 것처럼 이백수 선수가 상황을 중계해 줬다.


[쓰리 번트를 한다고······?]


목소리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쓰리? 삼?

내가 쳐다봤을 때는 이미 심판이 아웃을 선언한 후였다.

파울은 무제한 아니었어?

어따 물어봐야 하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박호승 선수와 또 눈이 마주쳤다.

항상 내 눈길이 가는 곳에 앉아 있다고 해야 할지······.

주변을 힐끔 둘러본 박호승 선수는 몸을 앞으로 숙여서 내 귀에 속삭였다.

“번트는 일반 파울이랑 다르게 세 번 시도하면 아웃이에요.”

어떻게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찰떡처럼 설명을 해주는 건지.

나도 주변 눈치를 쓱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박호승 선수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제발 현실의 박호승 선수가 다음 주에는 어마어마한 타율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착한 선수를 경기에 못 내보내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 * *


진유진 선수가 안타를 치고 나갔음에도, 3번 타자의 번트 실패.

그리고 4번 타자인 김도곡 선수의 삼진 이후, 한민찬 선수의 안타.

투 아웃 상태에서 6번 타자의 뜬공 아웃.

최선릉 선수의 홈런으로 2 대 1로 역전하긴 했는데,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7회 초는 김행주 선수가 나가서 4번과 5번 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맞았으나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이어서, 7회 말에는 이백수 선수가 첫 타자였는데······.


[돌겠네. 오늘 상대 전적 다 까먹겠다.]


무시무시한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하다. 저번에는 분명히 공이 치기 쉬웠는데.]


그렇게, 기대했던 이백수 선수가 삼진을 먹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8번과 9번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장갑을 챙겼다.

시안즈 투수는 3루에 앉은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고, 아까 이원철 선수에서 김행주 선수로 바뀔 때가 떠올라서 약간 뭉클했다.

팬들이란 역시······.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수석코치님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펜투수들을 한 번 또 노려보죠.”

그건, 7회까지는 같은 투수였어도 8회부터는 바뀐다는 뜻이었다.

즉, 상대 전적만 보고 짠 라인업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다음 타자가 누구지?

마지막 타자가 누구였더라······.

급하게 전광판을 보면서 기억을 되짚었다.

아!

제일 마지막이 9번이었어!

근데 당장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딱!

따닥!

따아악!

이주하 선수가 공을 던지는 족족 안타를 맞고 말았다.

심지어 방금 맞은 그건 ‘번트 안타’였다.

1루 쪽으로 그어놓은 선을 넘어가서 파울이 되길 기다린 거 같은데, 공이 딱 선 안쪽에 멈춰서 무사 만루가 됐다.

음, 무사 만루 만들어서 홈런 맞기?

근수가 욕했던 그 멘트가 딱 생각나는 상황이긴 한데, 그건 ‘마무리’한테 해당되는 거니까······.

멍하니 이주하 선수를 쳐다보고 있으니, 이백수 선수가 뚜벅뚜벅 이주하 선수 곁으로 다가갔다.

“감독님, 시우로 바꾸겠습니다.”

“어어······.”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바꿔도 될까?

이건 게임이고, 정시우 선수는 평균자책점이 4.5도 아니고 45인 선수인데?

무사히 잘 막아줬다고는 해도······.

고민하는 내 귓가에 정시우 선수가 불펜에서 공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퍽퍽 장갑을 때리는 그 소리.

에휴,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통계학자였다고.

전문가의 감이라는 걸 한번 믿어 보자.

그새 이백수 선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쪼그려 앉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실책 때문에 저러나 했더니만······.]


부글부글 끓는 듯한 목소리였건만, 표정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나는 조금 무서울 지경이었다.

실제로도 저런 성격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 뭐, 실제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지.

근데 야구의 신도 ‘신’이니까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여친이랑 헤어질 거면 비시즌에 헤어지고 마음을 잡든지 하라고!]


나는 이백수 선수의 속마음을 듣고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야구선수도 여친한테 차이는구나.

난 야구선수랑 결혼하겠다고 차였는데.

우울해졌다.

그래서 은비는 야구선수랑 연애하는 데 성공했을까?

뭐든 집요하게 쟁취해 내고야 마는 성격이니까 벌써 성공했을지도 몰라.

나는 그런 은비의 성격에 반한 건데.

에이!

경기에 집중해야지!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짝 치는 그 순간.

타이밍 좋게 공이 빙 날아서 2루수 최선릉 선수의 장갑에 쏙 들어갔다.

시안즈 1번 타자는 굉장히 아쉬워했고, 속으로 계속 ‘내뜬’을 중얼거리던 이백수 선수는 깊이 안도했다.


[1점 안 줬다. 굳.]


이주하 선수를 향해 엄지를 올리는 이백수 선수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3루에 있던 선수가 왜 안 뛰었지?

내뜬은 내야 뜬공의 줄임말인 것 같은데.

외야로 던져야만 되는 건가?

또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박호승 선수와 눈이 마주쳤으나 이번에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아쉽게도 내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병살 잡자, 병살. 얘 변화구 노린단다. 삼진은 더 좋고.]


뜬공으로 아웃을 하나 만들긴 했어도, 여전히 1사 만루였다.

안타 하나 맞으면 역전당할 수도 있었다.

나는 바짝 긴장한 채로 앉아 있었는데, 투수코치님이 심판에게 신호를 보내고는 이주하 선수에게로 다가갔다.

“뭐야, 투수 바꿔?”

“바꿔야지!”

“공 안 가지고 갔는데?”

위쪽의 팬들이 웅성웅성하는 게 들렸다.

투수코치님은 공을 안 들고 갔다.

그 말인즉, 투수를 안 바꾼다는 거였다.

새 공을 가지고 올라가면 투수를 바꾼다는 신호라던데.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이주하 선수한테 가서 무어라 대화를 한 후, 투수코치님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주하한테 뒤에 시우라고 꼭 막으라고 전해줬습니다.”

글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투수코치님은 정시우 선수를 마저 점검한다면서 불펜으로 갔다.

불펜에서는 묵직한 퍽퍽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주하가 여기서 막으면 9회에는 아영이 올리실 거죠?”

수석코치님의 물음에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못 막아도 동점이거나 1점 차이 정도면 송아영 선수 올리는 게 맞지 않나요?”

“감독님 의견이 그러시다면, 예, 알겠습니다.”

아니, 저는 질문한 건데요!

다시금 물어보려는데, 수석코치님이 더 빨랐다.

“그래도 3연투고, 내일부터 원정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아껴두는 게 좋을 거 같······.”

말을 하다 말고 수석코치님이 눈을 깜빡였다.

이주하 선수의 손을 떠난 공이 시안즈 2번 타자의 방망이에 맞아 저 멀리 여행을 떠난 탓이었다.

이주하 선수의 손을 떠난 공이 시안즈 2번 타자의 방망이에 맞아 저 멀리 여행을 떠난 탓이었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단숨에 가라앉았고, 조용해진 가운데 정시우 선수가 공 던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전광판을 확인한 나는 수석코치님께 말했다.

“투수 바꿉시다. 정시우 선수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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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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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50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7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50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50 1 13쪽
21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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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4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7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7 0 12쪽
12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73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81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0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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