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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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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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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964

작성
24.05.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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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DUMMY

절대 안 질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나는 상대 수비수의 장갑에 들어가는 공을 보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원래 내가 이런 거에 과몰입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7회 말의 삼자범퇴를 보고 있으니까 속이 터졌다.

기록을 힐끔 보니, 5회부터 조금 전 7회까지 세 번이나 삼자범퇴였다.

초반에 안타도 치고, 홈런도 쳤는데, 설마 지는 건 아니겠지?

퉤퉤퉤.

부정적인 생각은 일절 하지 말아야지.

우리가 지긴 왜 져?

직전에 말한 대로, 안타랑 홈런을 쳤는데!

나는 초조한 마음에 몰래 손가락으로 허벅지만 두드리고 있었다.

근데 ‘몰래’가 아니었는지, 수석코치님이 내 손 위로 손을 포개며 고개를 저으셨다.

“8회 잘 막으면 분명히 또 기회가 올 겁니다.”

하지만······.

아냐! 의심 안 하기로 했잖아!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귀를 파고드는 새로운 목소리에 기운이 쭉 빠졌다.


[아, 오늘 저녁 뭐 먹지······.]


시안즈의 5번 타자는 목소리도 특이한데, 본인 차례 때마다 먹을 얘기만 해서 더 인상적이었다.

2회에 삼진을 당했을 때도, ‘오븐에 치킨?이랬고, 4회에 뜬공으로 아웃되었을 때도 ‘피자랑 오븐스파게티?’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선발 투수 이름이 오븐이라고 그러는 거 같아서 인종차별 아닌가 하다가도, 사람 속마음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해서 또······.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해?!

동점인데?!

8회 초.

우리는 또다시 이주하 선수를 선택했다.

듣자 하니, 이번 회에 나오는 시안즈의 5, 6, 7번 상대로 안타를 맞은 적이 없다는 듯했다.


[치킨? 족발? 음, 막국수 먹고 싶긴 한데. 족발에 하이볼이 좋겠다.]


휘익!

시안즈 선수가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고, 이백수 선수는 땅에 한 번 닿았다가 튀어 오른 공을 온몸으로 겨우 막았다.


[은영이한테 시켜놓으라고 해야겠지. 경기 끝나고 연락하면 딱 배달 오나?]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먹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돼지가 진짜 먹을 생각만 하네.]


이백수 선수가 다소 거친 언사를 했고, 나는 약간 동의했다.

체격이 좋은 사람을 짐승에 비유하는 건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경기 중에는 집중해야지.

어떻게 저렇게 먹을 얘기만 하는 건지······.

게다가 은영이?

여자 친구 이름인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

솔로된 지 얼마 안 된 사람 앞에서 그런 망언을!


[가족 왔다고 하면 막지는 않으시겠지만, 이겨야 감독님이 기분 좋게 보내주실 텐데.]

[생각 좀 하고 스윙해라. 뭘 칠지 정도는 말해야 내가 대비를······.]


휘익!

이번에는 한가운데로 공이 들어왔는데도, 가만히 서 있었다.

투 스트라이크.

그래, 이제 삼진을 잡으면 돼!

속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방망이를 흔들거리며 시안즈 선수가 계속 중얼거렸다.


[지면 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갈구겠지? 그럼, 호텔에서 족발 좀 시켜 먹게 놔두든가. 야식비도 안 주면서 먹는 걸로 난리야.]

[아깝다거나 그런 반응도 없고. 완전 실투였는데. 생각 좀 하고 휘둘러라. 뭐 노리는데?]

[흠, 역시 족발이 좋겠다.]


따아악!

온통 먹는 이야기만 하다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세리머니는 또 얼마나 화려한지.

1루에서 거의 아이돌 안무처럼 이런저런 손동작까지 했다.


[아오, 개빡쳐. XX. XXXX가 야구 X같이 하네.]


누가 듣고 있는지 모르니까 다소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거 같은데······.

하긴, 보통 그렇지.

속마음까지 검열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무리 속으로 쌍욕을 해도, 겉으로 티만 안 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내가 우리 팀이라고 이백수 선수를 감싸는 게 아니라, 원래 자고로 겉과 속이 동일한 사람은 별로 없는 법이었다.

그런 사람을 우리가 ‘부처’라든가 ‘군자’라고 부르는 거고.

물론, 부처나 군자 급은 아니더라도, 이백수 선수는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주하 선수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하긴, 홈런도 아니고.

안타를 맞았다고 해서 꼭 점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때.

시안즈는 1루에 있던 선수를 다른 선수로 바꿨다.

그리고 6번 타자가 경기장으로 들어왔는데······.

포즈가 이상했다.

방망이를 가로로 잡고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었다.

아까는 안 그랬던 거 보면, 뭔가 또 나는 모르는 그런 게 아닐까?

투수가 여러 공을 던지듯이 타자도 여러 모양새로 공을 치는 거라든가?

눈치를 쓱 보니까 반칙은 아닌지 다들 팔짱 끼고 보고 있었다.


[오케이, 공짜 아웃 카운트.]


공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백수 선수는 좋게 보는 것 같았다.

배터리코치님은 직구 사인을 냈고, 휙 날아간 공은······.

톡!

평상시와는 다른 소리를 내면서 공이 바닥을 향했다.

가까이 와 있던 3루수가 공을 잡아서는 1루로 던졌고, 6번 타자는 순식간에 아웃.

1루에 있던 선수는 2루로 이동했다.

시안즈의 7번 타자가 나왔고, 아웃당한 6번 타자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시안즈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 했다.

왜 아웃인데도 기뻐하지?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자면, 2루로 선수를 옮겨서가 아닐까?

선수가 2루에 있으면 득점권이라고들 하니까.


[득점권 이런 건 아무 의미 없어. 막으면 그만이야. 3루도 아니고.]


이백수 선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투수가 공을 던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백수 선수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주하야. 너 투 피치인데 직구도 싫고, 슬라이더도 싫으면 뭘 던지겠다는 건데?]


그러더니, 투수 쪽으로 걸어갔다.

속으로는 짜증을 내더니, 표정은 해맑았다.

이백수 선수는 뭐라 뭐라 말하고는 이주하 선수의 엉덩이를 툭 치고는 다시 내려왔다.

근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심판들이 근처로 다가가서 둘러싸고 있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소소한 건 차마 수석코치님한테 물어볼 수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나중에 지식out에 검색해 봐야지.

이백수 선수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쪽을 쳐다봤다.

사인을 다시 받으려는 것 같았다.

배터리코치님이 다시 수신호를 보냈고, 이백수 선수는 손가락으로 이주하 선수한테 또 신호를 보냈다.

이주하 선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공이 날아왔다.

따아악!

소리는 우렁찼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말하면 슬프지만, 오늘 우리 팀 선수들이 아주 많이 쳤던 땅볼이······.

“흐아악!”

나는 너무 놀라서 그만 이상한 소리를 냈다.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으나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다시 앉았다.


[아아, X발.]


매번 H에 들어오던 불빛이 이번에는 E에 들어왔다.

대충 설명하자면, 내가 오늘 여러 번 본 땅볼이었는데.

2루수가 저 멀리 집어던졌다.

덕분에, 2루에 있던 선수는 ‘홈’으로 들어왔고, 천천히 뛰던 타자는 2루로 가 있었다.


[그치. 우리가 왜 꼴찌인데. 이게 우리 팀이지. 어쩐지 실책 없다 했네.]


이백수 선수의 말이 너무 슬펐다.


[주하 멘탈 두부라서 야수 실책에 약한데. 아, 투수 안 바꿔주나.]


나는 이백수 선수가 저런 말을 하길래 이쪽에 투수 바꾸라는 신호라도 보낼 줄 알았는데, 그저 정면의 투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괜찮다는 듯이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프로였다.

그러나 우리의 위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주하 선수는 멘탈이 약한 게 약점이라던 이백수 선수의 말처럼······.

“투수 바꾸겠습니다.”

볼넷과 안타를 하나씩 맞고 나서 교체되었다.

이제 점수는 4대 7.

지금까지 냈던 점수만큼 또 내야 8대 7로 이길 수 있다는 건데.

할 수 있······, 아니! 할 수 있지!

절대로 할 수 있지!

그런데, 나는 바뀐 투수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던졌나?]


뭘? 뭘 던져?

나는 이백수 선수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으나 이백수 선수는 눈웃음만 쳤다.

당연히 나를 향한 건 아니고, 구원투수로 나온 정시우 선수에게 보이는 표정이었다.

3.50 투수 내리고 45.0 투수를 올리다니.

언젠가 기회를 줄 거라는 건 들었는데, 그게 오늘일 줄이야.

괜찮나?

솔직히 걱정이 좀······.

퍼어억!

나는 너무 놀라서 눈만 깜빡였다.


[오, 패스트볼 좋은데?]


공이 장갑에 들어가는 것뿐인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났다.

묵직하다고 해야 하나?

전광판을 보니까 속도가 157이었다.

나만 놀란 게 아닌지 수석코치님도 감탄했다.

“열심히 준비시켰습니다.”

투수코치님이 뿌듯한 미소와 함께 속삭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차게 말한 이유가 있었네.

우리 더그아웃만 놀란 건 아니고, 저쪽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정시우 선수는 숨을 후 내쉬고는 또 공을 던졌고, 방망이에 닿은 공이 포수 뒤쪽 그물을 팡 때렸다.

투 스트라이크.

헛스윙 하나만······.

간절히 바라던 그 순간!

퍼어억!

초구를 던졌을 때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삼지이이인!

아직 아웃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지만, 나는 경기장에 난입해서 정시우 선수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짜식, 잘하네.]


이백수 선수도 마음에 드는 눈치고.

그래그래, 다음 회에 점수 내면 되지.

8회 말도 있고, 9회 말도 있으니까.

2점씩 내면 돼!

내 기대에 부응하듯이 정시우 선수는 당당하게 공을 퍽퍽 던졌다.

와······.

3구 삼진.

딘 알렉슨 선수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8회에 이주하 선수 대신에 정시우 선수를 먼저 냈으면 어땠을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기록표를 아는 이상,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이건 투수코치님의 나이스 판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가자, 가자, 가자아!”

한민찬 선수가 주장답게 소리를 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타격코치님은 진지한 얼굴로 이동민 선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코치님!”

이동민 선수는 바짝 기합이 들어가서는 방망이를 꽉 쥐고 나갔고, 나가는 길에 나한테 꾸벅 인사도 했다.

그렇게 희망적인 결론이 나오면 좋으련만.

딱!

이동민 선수는 공 하나 만에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중견수가 놓쳐주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상대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0.92였다.

9회까지 다 던져도 1점도 안 주는 투수라는 건데······.

정시우 선수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람한 체격에 표정도 무시무시했다.

아마 저 표정으로 기선제압하는 것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다음은 한민찬 선수였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역시 주장의 안타, 아니, 홈런이 하나······.

따아악!

중요할 때는 역시 주장의 안타지!

이동민 선수와 마찬가지로 초구를 치는 바람에, 살짝 원망할 뻔했다.

다행히 한민찬 선수는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제 우리의 4번 타자가 나올 차례였다.

지명 타자 김도곡 선수.

“아시다시피 도곡이가 저 투수 상대로 상대 전적이 좋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수석코치님이 말했다.

내가 상대 전적이 어쩌고 한 걸 고려해서 말씀하신 모양이었다.

근수도 김도곡 선수가 좋다고 했었는데.

오늘 내가 본 안타는 없지만.

사실 어제도 안타를 치는 걸 못 봤다.

그래도 상대 전적이 좋다니까 한번 기대해 볼까?

투수가 공을 던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상대 더그아웃에서 심판에게 뭔가를 말했다.

손가락으로 ‘4’를 표시하던데.

“아, 고의사구네요. 우리한테는 기회입니다.”

고의사구?

절대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할 때의 그 고의?

의도를 가진 사구······.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어쨌거나 고의사구 덕분에 우리는 선수가 1루와 2루에 나가게 되었다.

득점권!

게다가 아직 아웃이 하나밖에 없었다.

1점이라도 내자!

나는 손을 모아 기도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는 것뿐이었다.

흐아아아아······.

떨고 있는데, 김도곡 선수가 공을!

으아악!

나도 그렇고, 모든 코치진이 단체로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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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 전지적 겜알못 시점 (6) 24.06.20 19 0 13쪽
32 032 : 전지적 겜알못 시점 (5) 24.06.19 19 1 13쪽
31 031 : 전지적 겜알못 시점 (4) 24.06.18 21 1 12쪽
30 030 : 전지적 겜알못 시점 (3) 24.06.14 35 1 13쪽
29 029 : 전지적 겜알못 시점 (2) 24.06.13 41 1 12쪽
28 028 : 전지적 겜알못 시점 (1) 24.06.12 47 0 12쪽
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5 0 12쪽
26 026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8) 24.06.10 44 0 12쪽
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50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7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49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50 1 13쪽
21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4 0 12쪽
20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24.05.31 57 1 12쪽
»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24.05.30 64 0 12쪽
18 018 : 나 혼자 야구 바보 (9) 24.05.29 63 0 13쪽
17 017 : 나 혼자 야구 바보 (8) 24.05.28 62 0 13쪽
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4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7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6 0 12쪽
12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73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80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0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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