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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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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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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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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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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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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DUMMY

김도곡 선수가 공에 맞았다.

심지어 머리였다.

의료진이 달려 나가고, 다들 놀라서 눈만 땡그랗게 뜨고 있는데······.

정작 공에 머리를 맞은 김도곡 선수는 괜찮다면서 씨익 웃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사람에 공에 맞은 건 처음 봐서인지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경기장으로 들어오려던 구급차가 다시 돌아서 나가고, 김도곡 선수는 1루를 밟고 다른 선수로 교체되었다.

투수도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맹한 얼굴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도곡 선수의 뒤에 대고 연신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공을 던지기 전 무시무시했던 표정이 언제였냐는 듯이 순하디순한 인상이었다.

사람 표정이 저렇게 바로 바뀌다니.


[고의사구라더니, 공을 왜 사람 머리에 던져?! 미친 거 아니야?]


이백수 선수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상대 더그아웃에서 고의사구를 선택했다는 것도 완전히 까먹었을 터였다.

투수 쪽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수석코치님이 나를 툭툭 쳤다.

응?

보니까 상대 더그아웃에서 뭔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뜻인 듯했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더그아웃에서는 고의사구라고 한 걸 투수가 못 본 게 아닐까?

“형! 병원 안 가셔도 돼요? 연세도 있으신데.”

“야, 인마. 죽을래? 연세는 무슨······.”

김도곡 선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면서 여유만만이었다.

“저 괜찮습니다, 감독님!”

내가 쳐다보니까 나도 안심시켰다.

“걱정 마세요. 내일 낮에 검사받고 오라고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수석코치님이 그렇게 속삭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사고도 당일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아플 수도 있는 거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는······.

내가 공에 맞은 것도 아닌데, 괜히 내 팔에 소름이 다 돋았다.

시안즈는 그런 사고가 있는데도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프로다, 이건가?

투수는 순하디순했던 그 표정 대신에 다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었다.

원 아웃이고, 1루와 2루에 선수가 있으니까······.

다음 타자가 치고 나가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었다.

2점 이상 내자!

속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어째······.

“투수 흔들리네요.”

표정은 똑같이 무시무시한데,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안 들어갔다.

투수는 연달아 볼을 4개 던졌고, 우리 타자는 방망이 한 번 안 휘두르고 1루로 나갈 수 있었다.

공을 제대로 못 던진다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물론, 반대로 우리한테는 완전 기회였고.

만루!

나는 다른 의미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아웃이 하나니까 희생 플라이를 하나 치면 1점을 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또 박호승 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만루의 남자.

역전 그랜드슬램.

미튜브에서 봤던 그 영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4점이었고, 여기서 박호승 선수가 만루홈런을 치면······.

진짜로 역전!

역전 만루홈런!

“투수 바꾸네요.”

때마침 수석코치님이 그렇게 말했고,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 그거요! 그거 할게요! 대타!”

“예?”

“박호승 선수를 내겠습니다. 만루의 남자!”

모 아니면 도!

박호승 선수의 타율이 너무 낮아서 기록을 자세히 본 건 아니지만, 근수가 그때 말하지 않았던가.

이상하게 꼭 만루에 홈런을 친다고.

나는 믿어보기로 했다.

“호승이가 만루에 성적이 좋긴 하지만, 몸도 안 풀었는······.”

수석코치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호승 선수가 벌떡 일어났다.

“나갈 수 있습니다!”

“나갈 수 있다고?”

허락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박호승 선수가 후다닥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수석코치님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뭔가를 결심한 듯이 말했다.

“오늘은 감독님의 운을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 어차피 8회 말이고.”

눈치껏 타격코치님이 박호승 선수의 귓가에 또 뭐라 뭐라 속삭였고, 수석코치님이 직접 심판을 향해 뭐라고 전했다.


[호승아, 병살은 안 된다······.]


이백수 선수는 걱정이 되는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기 하는 동그라미 안에서 무심하게 방망이를 붕붕 휘두를 뿐이었다.


[제발 플라이 하나만 쳐라. 뒤에는 형이 어떻게든 해 볼게.]


속마음은 걱정이 가득한데, 정작 표정은 무심해 보였다.

바뀐 투수는 아까 나왔던 투수보다는 평균자책점이 높았지만, 1.23이었다.

직전에 올라갔던 우리 팀 정시우 선수가 45.0인 걸 생각하면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였다,

물론!

정시우 선수는 단 1점도 주지 않았지만!

힐끔 투수 대기실을 보니, 정시우 선수가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여기서 점수 나서 따라갈 거 같으면 투수 아영이로 바꾸겠습니다.”

“손아영 선수요?”

투수코치님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오케이 했다.

내 감이 맞는다면, 여기서 박호승 선수가 무조건 홈런을······.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초록 불이 3개 들어와 있었다.

노란 불은 하나도 없었고.


[걸어 나가는 것도 좋아. 치지 마, 치지 마, 치지 마, 치지······.]


이백수 선수가 치지 말라고 중얼거리다 말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오진다.]


나도 깊게 공감했다.

박호승 선수는 정말 오졌다.

“갔어어어어!”

“우와아아아악!”

“으아아악! 호승아아아아아!”

“미치이이이인!”

선수들도 난리가 났지만, 뒤에 있는 팬들이 더 난리법석이었다.

폭죽이라도 터트리는 건지, 뭐가 팡팡 터지는 소리가 났고.

노래를 마구 불러댔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경기장에 있던 선수가 한 명씩 돌아올 때마다 북 치듯이 차례로 모자를 통통통 두드려댔고.

이백수 선수가 칠 순서였건만, 다들 신이 나서 관심도 주지 않았다.

점수는 8 대 7.

이후로 안타가 더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이기기에는 충분했다.


* * *


손아영 선수가 9회 초를 삼자범퇴로 순식간에 마무리하고.

우리는 2연승을 달성하며 기쁜 마음으로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나는 수훈 선수 인터뷰를 흐뭇한 눈으로 조금 지켜보다가 후다닥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방송국 관계자한테 붙잡혔다.

그리고 팔자에도 없던 방송국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대본 같은 거 없나?!

속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화면에 모르는 아저씨들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우선,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첫 멘트는 무난했다.

-오늘 엔트리에 관해 먼저 여쭙고 싶은데요. 다소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선발 라인업 짜실 때 특히 염두에 두신 점이 있을까요?

전문용어를 쓰면서 멋지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다가도······.

나는 그냥 사실대로 실토했다.

“타율과 출루율 기준으로 코치님들이랑 상의해서 정했습니다.”

-확실히 오늘 새로 기용하신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거든요. 타자들도 그렇지만, 정시우 선수. 이야, 저는 다시 봤습니다. 지난 등판 경기도 제가 해설이었어서 봤는데······.

더 연세가 있어 보이는 남자분이 열심히 투수와 관련된 단어들을 나열하셨다.

패스트볼이 직구 맞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구속이 157이 어마어마한 속도라는 거 정도?

모르는데도 알아듣는 척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옆의 젊은 남자분이 화제를 돌렸다.

-아, 그리고 이동민 선수가 오늘 멀티 히트 쳤잖아요. 매번 대타로만 나오다가 과감하게 선발로 쓰셨는데, 오늘 결과가 좋았잖아요.

-그쵸. 게다가 오늘 8회 말에 나온 박호승 선수. 크, 정말 대단했는데요. 쓰리 볼에서도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렀어요. 자기 스윙 가져간 거죠.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잘 쓰신 거 같아요.

나한테 질문하는 건지, 둘이 감상평을 말하는 건지.

두 사람은 한참을 떠들다가 난데없이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면서 마쳤다.

나는 헤드폰을 벗어서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돌려주고 돌아가려······.

“으아악!”

차가운 액체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

위를 올려다보니까 한민찬 선수가 빈 페트병을 들고 웃고 있었다.

곧이어, 정체 모를 차가운 액체들이 눈도 못 뜰 정도로 여기저기서 날아왔다.

선수들이 뿌리는 거였다.

아니, 감독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코치님들한테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냈더니만, 아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단체로 씨익 웃으면서 내게 달려왔다.

이거 이지메 아니야?!

멀리 도망가려 해도 소용없었다.

나는 일반인이고, 선수들은 운동선수들이다 보니까 금방 따라잡혔다.

특히 정시우 선수!

내 옷을 잡아서는 등줄기에 이온 음료를······.

속옷에 신발까지 다 젖은 건 그렇다 쳐도, 엉덩이 사이가 끈적거리는 게 제일 소름이 끼쳤다.

오늘은 무조건 감독실에서 샤워해야 할 것 같았다.

축축한 상태로 택시 타면 민폐니까.

우리가 이렇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팬들이 웃음꽃을 피웠다.

겨우 선수들에게서 해방된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감독실로 튀려다가······.

“잠시만요, 감독님!”

네이비즈TV 피디님과 마주쳤다.

카메라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부탁하시는데, 이 꼴로 해도 될까?

주저하고 있었는데, 허락으로 아셨는지 피디님이 마구 질문했다.

오늘 라인업을 짤 때 고려한 점, 위기 상황에 구원 투수로 정시우 선수를 올린 이유, 1사 만루에 박호승 선수를 올린 이유까지.

같은 질문이지만, 어째 대답하기 더 편했다.

“타자 라인업이랑 만루에 박호승 선수 같은 경우는 기록을 기준으로 했고, 정시우 선수는······.”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한 번 대답을 한 적 있어서 생각이 정리된 영향도 있을 터였다.

“투수코치님께 맡겼는데, 최근 가장 직구가 좋은 선수라고 하셔서 믿고 맡겼습니다. 본인도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고요.”

내 말에, 피디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내일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까지 하고 나서.

드디어 나는 감독실로 피신할 수 있었다.

으, 진짜 끈적거려······.

밝은 곳에서 보니까 이온 음료만 뿌린 게 아니었는지, 유니폼에 초코 우유도 묻어 있었다.

세탁 맡기기 죄송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해야지.

유니폼은 내가 직접 세탁하는 게 아니라 벗어서 맡기면, 세탁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었다.

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속옷 안 챙겨왔으면 오늘 진짜 큰일 날 뻔했다.

한민찬 선수까지 나한테 그럴 줄은 정말 몰랐는데.

다들 안 그런 척해도 장난기가 어마어마하다니까.

김도곡 선수는 머리에 공까지 맞은 환자면서도 입이 찢어지게 웃으면서 나한테 물인지 이온 음료인지를 뿌려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절로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스스로 연구해서 짠 라인업에 대타까지.

이기니까 짜릿했다.

다들 왜 야구를 보는지 오늘 알 것 같았다.

모두가 같은 이유로 야구를 보지는 않겠지만, 나는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 포인트였다.

경기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회상하며, 뜨끈한 물이 펑펑 나오는 샤워실에서 팍팍 씻고 나온 나를 기다리는 건······.

“면담 신청합니다.”

내가 오늘 라인업에서 제외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온 상태긴 해도 다행히(?) 옷도 입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유니폼도 안 갈아입고 바로 온 것 같은데······.

나랑 면담하는 게 의미가 있나?

그래도 왔으니까 나는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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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 전지적 겜알못 시점 (6) 24.06.20 19 0 13쪽
32 032 : 전지적 겜알못 시점 (5) 24.06.19 19 1 13쪽
31 031 : 전지적 겜알못 시점 (4) 24.06.18 21 1 12쪽
30 030 : 전지적 겜알못 시점 (3) 24.06.14 35 1 13쪽
29 029 : 전지적 겜알못 시점 (2) 24.06.13 40 1 12쪽
28 028 : 전지적 겜알못 시점 (1) 24.06.12 47 0 12쪽
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5 0 12쪽
26 026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8) 24.06.10 44 0 12쪽
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50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7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49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49 1 13쪽
21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4 0 12쪽
»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24.05.31 57 1 12쪽
19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24.05.30 63 0 12쪽
18 018 : 나 혼자 야구 바보 (9) 24.05.29 63 0 13쪽
17 017 : 나 혼자 야구 바보 (8) 24.05.28 62 0 13쪽
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4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6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6 0 12쪽
12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73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80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05 0 12쪽
9 009 : 이혼(?) 후 각성 어쩌고 (9) 24.05.16 1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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