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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 3세 야알못 감독의 우승 필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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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온리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23:36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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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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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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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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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DUMMY

첫 안타가 나온 건 좋았는데, 1회 말은 그걸로 끝이었다.

2번 타자가 병살타를 쳐서 한 번에 빨간 불이 두 개 들어왔고, 3번 타자가 다시 안타를 쳤지만, 4번 타자가 뜬공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수첩에 저런 거나 끄적이고 있었다.

적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한데, 가만히 보고만 있기는 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난 관객이 아니라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니까.

선발 투수 딘 알렉슨과 포수 ‘이백수’ 선수가 2회 초를 맞아 다시 경기장으로 나갔고, 나는 다시 글씨 쓸 준비를 했다.

공격은 우리 선수들 결과를 썼는데, 수비는 상대 선수들 기록을 적어야 하나?

딱!

시안즈 4번 타자가 딘이 처음으로 던진 공을 쳤다.

공은 저 멀리 부웅 날아갔고, 나는 우리 더그아웃 눈치를 쓱 살폈다.

타자가 공을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닌······.

어라?

담장을······?

천천히 부웅 날아간 공이 담장을 넘었다.

그런데 어째 전광판에는 노란색 스트라이크 불이 하나 들어올 뿐이었다.

선수들과 우리 팀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지 하고 있는데, 누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파울입니다.”

“아, 네······.”

들은 적 없는 목소리인 것 같아서 뭐지 하고 있는데, 아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나만 일방적으로 아는, 아니, 저 선수도 내가 감독이니까 나를 알긴 알겠지만.

딱!

시안즈 4번 타자는 한 번 더 열심히 공을 때렸다.

이번에도 담장을 넘겼지만 ‘파울’이었다.

전광판에 노란색 불이 두 개 들어왔다.

아마 좌우 담장 근처에 있는 저 노란 기둥을 기준으로 파울과 홈런을 나누는 듯했다.

그럼, 저 막대보다 높이 올라가서 막대 위를 넘어가면?

쓸데없는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하.

계획대로 은비랑 첫 직관을 갔으면, 이런 건 다 은비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을 텐데.

착잡해진 와중에, 다시금 귓가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파울 홈런 뒤에는 삼진이에요.”

촙!

때마침 공이 포수 장갑 안으로 들어갔고, 심판이 주먹을 쥐었다.

정말로 삼진이었다.

빨간 불이 하나 들어오고, 딘이 세리머니를 했다.

나는 신기해서 뒤에 앉은 박호승 선수를 돌아봤다.

“왜 그런 거예요?”

“네?”

“왜 파울 홈런? 그거 다음에는 삼진이에요?”

박호승 선수는 내 질문에 눈만 깜빡였다.

그나저나 얼굴이 진짜 TV에서 본 거랑 똑같이 생겼다.

만루의 남자.

솔직히 실물이 더 잘생겼다.

댓글에서 왜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자주 보였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정시우 선수도 그렇고, 왜 은비가 야구 선수랑 결혼한다고 했, 아니, 이제 그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는데.

“홈런을 치고 싶어서 스윙이 커지거든요. 팬들이 탐욕 스윙이라고도 해요.”

내가 물어본 건 박호승 선수였는데, 대답은 그 옆의 선수가 했다.

음, 이 선수는 이름이 뭐더라?

눈을 마주쳤는데도, 어째 자동으로 이름이 뜨지 않았다.

별로 중요한 선수가 아니다, 뭐, 그런 건가?

안 그래도 아까 이백수 선수랑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도 이름이 안 떴다.

포수가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근수의 말을 떠올리고 따로 기억해 둬서 아는 거지만.

설마 아는 사람은 안 뜨는 건가?

하지만 나는 이 사람 모르는데.

“근데 감독님, 정말로 야구 하나도 모르세요?”

잠시 딴생각에 잠겼던 나에게 찬물을 확 붓는 듯한 발언이었다.

“야, 미쳤어?”

“농담이지, 농담. 설마 모르시겠어. 우리 체크하시는 거겠지.”

안색이 허옇게 질리며 코치님들 있는 쪽을 살피는 박호승 선수와 달리, 볼이 여드름으로 울긋불긋한 옆자리 선수는 여유만만이었다.

“그렇죠, 감독님?”

놀리는 게 분명했다.

이 자슥, 내가 이름 꼭 기억해 둔다.

나는 힐끔 유니폼을 살폈다.

18번.

번호도 꼭 본인 같은 걸······.

내가 둘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2회 초가 끝났다.

아, 기록하고 있었는데.

상대 팀 결과를 적으려고 했는데, 완전히 텄다.

그럼, 뭐, 수비는 안 적는 걸로.

다시 공격에 들어가는 거라, 적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보세요, 감독님!”

언제 왔는지 투수코치님이 손가락으로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공 20개도 안 던졌습니다.”

전광판 속 숫자는 18.

1회 초에 8개 던졌으니까 2회 초에는 10개를 던진 셈이었다.

4번 타자를 삼진 잡았을 때 3개 던졌고······.

보통 공 3개 정도면 결과가 나오는 건가?

투수코치님이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길래, 나는 일단 칭찬부터 던졌다.

“네, 진짜 멋지네요.”

“그렇죠? 제가 꼭 데려오자고 했던 선수입니다. 지난달에는 부침이 조금 있었지만, 점점 몸이 풀려서 우리 리그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오······.’하고 호응하고 있는데, 투수코치님은 말이 참 많았다.

나 우리 공격 어떻게 흘러가는지 수첩에 마저 적어야 하는데.

“저는 내년, 내후년을 넘어서 장수 용병으로 우리 딘이가 잘하면 좋겠, 아, 꼭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봤던 선수라서는 아니고요.”

“미국에서요?”

“아, 그, 인맥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같은 팀에 있었을 뿐이고, 그······.”

단순한 질문인데, 갑자기 투수코치님이 당황한 듯이 동공지진했다.

내가 이상한 질문을 한 건가 싶어서 빤히 올려다보고 있던 그때.

사람들이 ‘와아아!’ 했다.

옆에 있던 선수들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랬다.

자연스레 나는 경기장을 바라보았고······.

우리 팀의 5번 타자가 경기장을 크게 달리고 있었다.

1루와 2루를 거쳐, 3루와 홈을 밟은 선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한민찬 선수는 그에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형을 안겨주었다.

아니, 저걸 인형이라고 해도 되나?

정확히는 남색의 야구 방망이 모양 쿠션이었다.

위쪽의 관객석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경기장으로 나갔던 6번 타자는 다시 우리 더그아웃 앞으로 돌아왔다.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 나온 누군가가 투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기뻐하는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얼른 전광판을 살폈다.

1.

점수판에 1이 있었다.

홈런이었던 모양이었다.

오호라, 홈런 치면 이런 분위기구나?

조금 전에 심판이 검지를 펴고 빙글빙글 돌리길래 저게 뭔가 했더니······.

나는 수첩 한쪽에 ‘검지 빙글빙글=홈런’이라고 적어뒀다.

안 까먹을 것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기세 더 가져와! 가져와!”

“연승 이어 가! 이어 가!”

“점수 더 낼 수 있어! 있어!”

왜 뒷말을 반복하는 걸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그러나 내겐 그런 걸 물어볼 만한 선생님이 없었고, 튜페는 잠수 중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2회 초 공격에서 총 3점을 냈고, 공격 내내 우리 팀 선수들은 ‘으허!’라든가 ‘으하앗!’이라든가 ‘됐다!’ 같은 말을 많이 썼다.

“충분해! 충분해!”

“가자! 우리 1 선발!”

“고! 알렉슨!”

분위기는 좋았다.

어떤 상황인 건지 잘 모르는 나도 어깨가 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특히 응원가 덕이 컸다.

공격하는 내내 끊임없이 선수단 응원가가 나왔는데, 그건 수비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우리가 수비니까 공격 때처럼 계속 나오는 건 아니었고, 우리 선수가 수비한다고 공을 잡으면 공을 잡은 선수의 응원가를 막 틀었다.

삼진을 잡으면 삼진 노래가 나왔고.

천장에 가려 보이지 않아도, 소리만으로도 우리 팀 관객들이 얼마나 신이 났을지 알 것도 같았다.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어마어마했다.

나도 속으로 우리 팀 선수들 응원가를 흥얼거리면서 하던 대로 수첩에 결과를 적고 있는데, 한참을 나와 내외하던 투수코치님이 5회 말이 끝나고 슬쩍 내게 다가왔다.

“그, 감독님,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 거지만, 저는 ‘강추’한 거지 다른 건 전혀 없습니다.”

“네.”

오해할 게 뭐가 있지?

난 정말로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에서 봤던 선수가 잘해서 강력 추천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실제로 잘하고 있고.

잘하는 선수 뽑은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야구도 모르면서 난데없이 감독 자리에 앉은 내가 나쁜 거지.

절로 한숨이 나올 뻔한 걸 꾹 참고, 나는 입을 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없습니다. 그, 투구 수를 보니까 오늘 완봉도 노릴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6회에 상황 보고 7회부터 애들 몸 풀라고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누구누구 준비시킬까요?”

드디어 위험한 질문이 들어왔다.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답했다.

“보는 눈이 좋은 코치님께 일임하겠습니다. 오늘 컨디션 좋은 투수로 부탁드려요.”

떠넘기는 건데도, 투수코치님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기뻐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투수코치님이 어디로 가 버렸고, 나는 경기가 잠시 중단된 김에 선수 기록표를 펼쳤다.

왜 경기가 중단이냐면, ‘클리닝 타임’이라는 거랬다.

선수들이 경기를 뛰느라 이리저리 흐트러진 흙을 평평하게 정리하는 시간인 듯했다.

음, 우선 등번호 18번 정체부터······.

나는 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선발에 이름을 못 올린 걸 보면, 그렇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타율 0.400?

전광판에 있는 선수들이 0.2대인 걸 보면, 거의 두 배인 건데.

왜 안 쓰는 거지?

4할이면 10번 중 4번 안타를 친다는 거잖아.

혹시 튜페가 나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뺀 건가?

나는 이따가 튜페를 보면, 꼭 내가 알아낸 이 사실을 당당하게 지적하기로 했다.

설마 그래야 게임의 재미가 어쩌고 하면서 앞으로는 자동 말고 내가 직접 짜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무조건 그럴 거 같은데?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우승해야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자동에 기대는 것보다야 스스로······.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잖아.

남들 몇 년 공부한다는 공시도 한 번에 붙은 암기력인데.

해 보자.

나는 이참에 선수 기록표를 다 보고, 기록을 아예 다 달달 외우기로 했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선수들이 내게 ‘첫 승’을 주겠다며 죽기 살기로 경기를 뛰고 있는데 딴짓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의미 없이 수첩에 기록을 작성하는 대신에 선수 기록표를 분석하는 걸 택했다.

그래야 내일 직접 선발 라인업을 짤 게 아닌가.

“감독님, 투수 교체하겠습니다.”

“네네.”

4할 타자는 기회가 많이 오는 게 좋으니까 1번으로 넣고······.

나는 타율로 타순을 정했다가 중요한 걸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비 포지션!

“감독님, 투수 교체하겠······.”

“네네, 바꾸세요.”

다음 장으로 넘긴 나는 다시 선수들을 정리했다.

먼저 수비 포지션별로 분류하고, 거기서 제일 잘하는 선수를 남겨서 다시 작성했다.

휴.

이거 은근히 어려운 작업이었잖아?

내가 열심히 딴짓하는 사이에, 우리 투수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우오오오오!!!”

저쪽에 앉아 있던 딘 알렉슨이 포효하면서 경기장으로 튀어 나갔다.

나는 코치진을 따라 경기장으로 나가서 팬분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최종 결과는 4대 0.

야구는 9회까지 있으니까 회당 1점씩만 내도 9점인데, 4점이면 평균보다 좀 못한 건가?

괜히 물어봤다가 좋은 분위기 망칠까 봐 가만히 있었다.

점수를 좀 덜 냈으면 어때? 이겼잖아.

나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야, 그보다, 감독이 하는 거 별로 없잖아?

경기는 다 선수들이 하는 거고.

선발 라인업 잘 짜고, 투수 교체만 신경 쓰면 되는구나?

나는 그게 이길 때만 해당되는 거라는 걸 전혀 몰랐다.

당연했다.

나는 야알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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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 : 전지적 겜알못 시점 (6) 24.06.20 19 0 13쪽
32 032 : 전지적 겜알못 시점 (5) 24.06.19 19 1 13쪽
31 031 : 전지적 겜알못 시점 (4) 24.06.18 21 1 12쪽
30 030 : 전지적 겜알못 시점 (3) 24.06.14 3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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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 : 전지적 겜알못 시점 (1) 24.06.12 47 0 12쪽
27 027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9) 24.06.11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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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7) 24.06.07 49 0 12쪽
24 024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6) 24.06.06 47 0 12쪽
23 023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5) 24.06.05 49 0 12쪽
22 022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4) 24.06.04 49 1 13쪽
21 021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3) 24.06.03 54 0 12쪽
20 020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2) 24.05.31 56 1 12쪽
19 019 : 포수가 속마음을 숨김 (1) 24.05.30 6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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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 나 혼자 야구 바보 (8) 24.05.28 62 0 13쪽
16 016 : 나 혼자 야구 바보 (7) 24.05.24 63 0 12쪽
15 015 : 나 혼자 야구 바보 (6) 24.05.23 67 1 12쪽
14 014 : 나 혼자 야구 바보 (5) 24.05.21 66 0 12쪽
13 013 : 나 혼자 야구 바보 (4) 24.05.20 66 0 12쪽
» 012 : 나 혼자 야구 바보 (3) 24.05.19 73 0 12쪽
11 011 : 나 혼자 야구 바보 (2) 24.05.18 80 0 13쪽
10 010 : 나 혼자 야구 바보 (1) 24.05.17 10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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