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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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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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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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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좋은 이야기(2)

DUMMY

1장 좋은 이야기(2)


자신을 리발이라고 밝힌 사내의 말에 아레타는 천천히 그를 살펴보았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아주 잠깐 살핀 것으로 판단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고 할지 모른다. 허나 조금 더 살핀다고 해서 리발이라고 하는 이,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렉스라는 이에 대해서 뭔가를 더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잠시 살펴보았지만 두 사람은 무언가 타인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오, 하고 드러낼 법한 특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것이라면 그들이 몸 대부분을 가린 외투를 입었으며, 그 외투가 대다수의 여행자가 사용하는 모포 겸용이라는 점뿐이었다.


‘여행자는......아니겠지.’


평상시라면 잠시 살피고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려니 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아레타의 과민반응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과한 의심이라 일축하며 넘기기에는 신관장의 당부와 조금 전에 이곳으로 오기 전에 보았던 또 다른 야영지 터 불빛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허참, 무슨 좋지 못한 일이라도 겪으셨나 봅니다.”

“이 밤중에 저희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저라도 저런 표정을 지을 거 같은데요.”


아레타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 의심을 본 리발은 넉살스러운 어투로 의심을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내부의 적이나 다름없는 렉스의 초치는 말에 그대로 무산되었다.


“좀 닥쳐달라고 말한 지 5분도 안 지난 거 같다만.”

“5분은 지나지 않았을까요?”

“이......!”


일일이 신경을 건드리는 대꾸에 리발은 한순간 미간에 가득 주름을 잡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나중에 왔으면 도움이라도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다행이구나. 가서 불을 피울 나뭇가지 좀 가지고 오렴.”

“예?”


리발이 웃으며 그리 말하자 렉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날이 그리 차지도 않았고, 빛이라면 아레타가 가진 등불로도 충분했다. 도움이라면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식량을 나누던가, 아니면 불침번 같은 걸로 하는 게 조금 더 나은 선택이었다.


“저, 형님 그거 말고......”

“다녀와라.”

“아, 알겠습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냉기를 가득 품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리발의 모습에 렉스는 반론할 생각을 접었다.


“이거 못난 꼴을 또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동생 녀석이 상당히 눈치코치가 영 없어서 말입니다.”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곳을 누군가와 함께 쓸 생각이 없습니다. 저쪽으로 가면 다른 야영지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주지 않겠습니까?”


렉스를 자리에서 치운 리발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지만 돌아온 것은 아레타의 완곡하면서도 단호한 거절이었다. 그에 리발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수염은 없었지만 상당히 잘 어울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제법 자주 하는 행동, 다시 말해 습관인 모양이었다.


“이런, 매정한 분이시로구만.”

“......”

“신전 기사에게서 이런 매정함은 보기 힘든데 말이야.”

“......크흠.”


순간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미안하다고 하며 사정을 조금이나마 입에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에 그 말을 삼켜버리고는 침묵을 지키며 눈짓으로 떠나갈 것을 종용했다.


‘쩝.’


아레타의 반응에 속으로 혀를 찬 리발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잠시라는 표정도 아까울 정도로 짧은 순간만 나타났을 뿐이었다.


‘쉽게쉽게 가는 게 제일이지.’

‘음!?’


한번 고개를 내저은 후 리발이 품에 손을 넣는 것을 본 아레타는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뭔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그대로 손을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리발이 꺼내든 물건을 본 순간 당황으로 바뀌었다.


‘돌? 수정? 저게 대체 뭐야?’


리발이 꺼낸 물체는 회색빛에 매끄럽고 육각기둥 모양을 한 물건이었다. 기둥이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평평한 위아래를 가진 그 물체를 아레타에게 겨누듯이 내민 리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먼저 자리하신 분이 불편해하니 물러가는 것이 좋을 거 같군요.”

“......그래주시면 매우 고맙겠습니다.”


리발의 말에 아레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긍정했다. 그러자 리발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딱, 한 가지. 한 가지만 묻고 나면 렉스 놈이 돌아오는 대로 떠나겠습니다. 대답해주시겠습니까?”


한 가지 질문에만 대답해주면 떠나겠다. 뭔가 기이하면서 의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품고 있는 긴장감과 경계심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상함을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때문에 아레타는 리발에 말에 대답하기를 주저하며 그를 살폈다.


허나 그저 웃고만 있는 그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기란 어려웠고, 결국 아레타는 아무런 단서도 없이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야 했다. 물론 여기서 그가 정할 것은 대답할지 말지가 아니었다. 그가 정해야 하는 일은 리발의 제안을 듣고 물러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확실한 방법을 쓸 것인지였다.


“......좋습니다.”

‘성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여기서는 넘기자. 거기에 아무래도 내가 걱정한 부류의 인물들도 아닌 거 같으니 함부로 손을 쓰면 신께서도 좋게 여기지 않으시겠지.’


고심하던 아레타는 결국 리발의 제안을 받기로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성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가급적 피를 보는 걸 자제하고 싶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리발이나 렉스가 그가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이들이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대화만 나누며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을 거 같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리발이 질문을 던진 순간 바로 깨어졌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하나 묻겠습니다. 메리멀 신관장이 맡긴 물건, 당신이 가지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내가 메리멀 신관장께서 맡기신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이게 무슨!?”

“역시 이게 빠르다니까.”


리발의 질문에 아레타는 크게 놀랐다. 걱정했던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하나, 그리고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나왔다는 점이었다.


“네놈!”


부웅!


“어이쿠.”


아레타가 놀라건 말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리발은 아레타가 휘두른 철봉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머리끝을 스쳐지나간 철봉의 궤적에 앞머리가 흔들렸다. 이 모습만 보면 마치 간발의 차로 목숨을 부지한 것 같았지만, 리발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면 우습게 여기며 놀리는 거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여기서 빠르게 네놈을 처리하고 다시 떠난다!’


조금 전에 자신을 대답하게 만든 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리발이 자신보다 강한지 약한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레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죽어!”


퍼억!


“커헉!?”


철봉을 휘두르며 그 기세로 몸을 돌려서 발차기를 날리는 아레타의 일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리발은 가슴을 부여잡고 뒹굴었다. 방금 전까지 보여줬던 여유로움이 거짓말 같이 느껴질 정도로 어이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레타는 그런 것을 일일이 생각하며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의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그 감정이 지금 당장 그가 해야 할 일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이름은 기억해주마.”

“자, 잠깐!”


재빠르게 다리를 움직여서 리발의 가슴에 발을 올린 아레타는 냉철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손을,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에 든 철봉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리발은 사색이 되어서 입을 열었지만 아레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려던 일을 행했다.


파각!


“후우.”


리발의 머리를 말 그대로 박살내어 놓은 아레타는 기분 나쁜 감촉을 떨쳐내듯 철봉을 한쪽으로 털어냈다.


“승냥이 같은 놈들. 덕분에 잠은 다 잤군그래.”


경멸하는 시선으로 리발의 얼굴이 있었던 곳을 내려다본 아레타는 그대로 짐을 챙겨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걱정하던 부류가 따라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성일까지 도착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슬슬 틀어지는 기분이네. 아니, 그보다 이제 잠은 다 잔 셈인가? 하아, 적어도 마을 같은 곳은 안전하길 바라는데.”


소소하다면 소소한 소망을 입에 담은 아레타는 이내에 고개를 저었다. 이런 부류에게 시간과 장소는 그리 대단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젠장, 제일 가까운 형제들이 어디에 있더라? 가능하면 중간에 누군가 도와줄 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네. 아니면 안전한 장소라도.”


낮에 산 아래 마을에서 알아보았던 것과 본인이 아는 것을 조합하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던 아레타는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았다.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남은 일정을 떠올리자니 한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서둘러야겠어.”


한탄과는 별개로 부지런히 손을 놀린 아레타는 짐을 거의 정리해서 다시 떠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내려놓았던 등을 드는 것으로 모든 짐을 챙긴 아레타는 등불을 조금 더 키워서 앞쪽이 조금이라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하며 야영지를 떠났다.



***



“형님, 이 정도면 충분하죠? 형니임?”


아레타가 야영지를 서둘러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뭇가지를 주우러 떠났던 렉스가 돌아왔다. 양팔에 한 무더기씩 나뭇가지 묶음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열심히 주웠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노력을 칭찬하거나 해줄 이의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얼레? 여기가 아닌가?”


대답도 없고, 떠나기 전에는 확실히 보였던 등불 빛이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렉스는 한순간 자신이 길을 잃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내에 떠나기 전 나무에 직접 새겨놓은 표식을 달빛에 의지해 발견하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내가 새긴 표식이 맞는데? 둘 다 어디에 간 거지? 리발 형님! 먼저 계시던 분!”




“뭐야 이건?”


모아온 나뭇가지 더미를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야영지 터를 돌아보던 렉스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처음에는 통나무 같은 건가 싶었지만 떠나기 전 한번 둘러본 야영지에는 이렇게 발에 걸릴 만한 물체가 없었다.


“설마......”


스윽


자신의 발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확 하고 감을 잡은 렉스는 천천히 몸을 굽혀서 발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의 생각대로 누군가 사람으로 생각되는 물체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이런.”

잠시 쓰러진 이를 살핀 렉스는 그게 리발이라는 것과 머리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는 걸 알아보았다. 헌데 렉스의 말과 표정은 조금 이상했다.


그는 그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 놀람이나 안타까움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이어진 행동은 기묘함을 더욱 증폭시키는 행동이었다. 렉스는 리발의 시신을 수습할 생각은 일절 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자리에 앉아 불을 피울 준비를 시작할 따름이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지만 누구든 이걸 본다면 기묘를 넘어서 기괴하다고 할 광경이었지만 렉스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렉스는 불을 피우고 적당한 곳에 앉아서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또 성급하게 나서신 건가? 나참, 매번 그러다 이러면서도 질리지도 않으시나 보네. 어디보자,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시려나? 하루? 이틀?”

“고작 대가리가 깨진 걸로 무슨 하루씩이나 걸려 임마.”


놀랍게도 대답을 요구하지 않은 질문에, 그리고 대답이 돌아올 리 없는 상황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담력이 약한 이라면 대번 놀라며 벌벌 떨 일이었지만 렉스는 익숙하다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기는. 몰라서 묻냐? 오랜만에 머리 한번 제대로 깨졌지. 젠장, 신전 기사라는 놈이 뭐 이래? 성질은 급하고 손속은 잔혹하고.”


렉스의 질문에 대답하며 투덜거리는 이는 바로 조금 전에 아레타에게 머리가 박살 나 죽은 것이 분명해 보였던 리발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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