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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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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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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글자수 :
691,236

작성
23.03.1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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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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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DUMMY

공기를 울리는 목소리가 태초의 비보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퀜달렌은 그대로 땅에 몸을 대고 엎드렸다.


“위대한 야성이시여, 때가 왔나이다.”


퀜달렌이 한없이 공손하게 말하니 태초의 비보가 덜덜 떨리더니 그를 향해 빛을 내었다.


아주 작은 빛, 그러나 확실하게 일직선으로 뻗은 빛은 그대로 엎드린 퀜달렌의 정수리에 닿았다.


“커헉!?”


그러자 퀜달렌이 돌연 괴로운 소리와 함께 몸을 떨었다.


다행히 이는 오래가지 않아 빛은 도로 태초의 비보를 향해 거둬들여졌다.


[오래된 맛이야. 대적하는 뒤틀린 사도, 네가 결국 성공했구나.]


목소리는 그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감미로웠다. 그러나 퀜달렌이나 팔레삭이나 그런 일에 이상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옳으며, 이것이 가장 강한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내 다른 조각이 느껴지지 않는군. 나만 남았나?]


“그러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날은 수천, 수만 년을 둘러보아도 찾기가 힘든데 말이지.]


마치 자신이 풀려난 것보다 더 즐겁다는 반응이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나 퀜달렌은 그걸 이해했다.


그러나 굳이 그걸 입에 담지 않고 나직이 말을 고했다.


“위대한 야성이시여, 성력의 시대를 끝내실 때가 왔나이다.”


[끝낸다? 그러긴 하겠지. 언제나 그렇듯, 너는 참 날 웃게 한단 말이지.]


퀜달렌의 말에 다소 아리송한 말을 낸 존재는 서서히 태초의 비보를 중심으로 그 모습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모이며 모인 형상은 인간형, 그러나 더욱 구체화되어서 드러난 형상은 인간으로 보기 어려운 형상이었다.


중앙에는 늑대의 머리, 왼쪽에는 솔개의 머리, 오른쪽에는 상어의 머리.


상체는 곰이며 하체는 코끼리 그리고 꼬리는 뱀.


동물들을 마구 합쳐서 만든 거 같은 그 형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형상이었다.


[아주 좋아. 여기에는 나 믹카타스트로가 제힘을 발휘하기 충분한 기운이 있어.]


만족스러운 음성과 함께 퀜달렌과 팔레삭의 앞에 모습을 보였던 이형의 존재는 그 크기를 조금씩 키우기 시작했다.


사람 정도로 보이던 그 크기는 점차 커지더니 이내에 사람보다 반 배가 되었다.


그것으로 한참 부족하다고 하듯 더욱 크기를 키운 존재는 그 머리가 천장에 닿았다.


이제는 공간적 제약에 마주했으니 그쳤는가 싶으나 감정을 드러내는 세 야수의 얼굴, 늑대와 솔개와 상어의 얼굴은 진득하게 웃으며 천장을 비웃었다.


쩌저적



***



가장 먼저 상황을 깨달은 사람은 이러한 진동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아레타였다.


“땅이 흔들리고 있어? 거대한 것이 오는.....거랑은 조금 다른데.”

“아레타!”


멀리서 그를 부르는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마티언을 필두로 세 사람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들을 눈에 새긴 아레타는 돌연 말이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이 자리에서 멀어지고 싶어 하고 있다.’


말이 본디 겁이 많은 동물이라고 하지만 신전 기사들이 쓰는 말은 훈련으로 그걸 극복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음에도 이곳을 피하려고 하니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건 나도 느끼고 있지.’


피부를 저릿하게 자극하는 이 따끔한 느낌.


거부감과 적대감 그리고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 드는 감각에 아레타는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마하난 평원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르군.”


마티언이 다가와서 하는 말에 아레타는 그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겠다 싶어서 물었다.


“땅이 진동하고 있습니다. 거암 마수와 같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는 걸까요?”

“그거랑은 느낌이 달라.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이건 누르는 진동이 아니야.”


거암 마수와 같은 존재가 있을 경우 땅을 울리는 진동은 그 특유의 묵직함이 있었다.


그러나 마티언이 말한 것처럼 지금 울리는 진동은 그런 것과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있었다.


‘마티언 경께서 말씀하신 대로야. 내리누르는 묵직함보다는 마치, 마치......’

“화산지대 근처와 비슷하군요.”


어렴풋하여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아톨란이 입을 열었다.


그에 세 사람의 시선이 아톨란에게 향했는데, 갑자기 주목을 모으게 된 아톨란은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그, 예전에 어린 시절에 형님을 따라서 여행을 갔다가 운 없이 화산이 터지는 걸 구경했습니다. 아니, 일찍 터진 걸 보고 멀리서 보기만 했으니 오히려 운이 좋았군요.”


아톨란이 하는 말에 아레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것을 기다렸다고 하듯 지면을 타고 그들이 서 있는 장소로 균열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면이 무너진다!?”

“아레타, 물러나야 해! 내가 알기로 레이한드로 성채 아래는 공동이다!”


팰론이 외친 말에 아레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균열이 사방으로 퍼진 게 아무래도 이대로 돌입하다가는 사이좋게 그대로 꺼진 땅속으로 떨어질 거 같았다.


“공동이라. 그래, 그런 말도 들었지. 이랴!”


히이잉!


당장이라도 도망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던 말들은 제지하던 주인들의 손길이 이제는 움직이라 독촉하니 주저하지 않고 움직였다.



***



“레이한드로 성채가......”

무너지고 있다.


알톤이, 로앙 기사단이 모든 걸 붓고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은 성지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것도 허망하고 허망하게 말이다.


“기사들을 죽이고, 이제는 성지를 빼앗는다. 그래,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텅터덩


들고 있던 철봉을 내던진 알톤은 이를 갈면서 사방을 살폈다.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사방을 살피는 그에게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하나는 철봉이 아닌 다른 무기, 확실하게 사람을 죽일 무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무기를 휘둘러 대가를 치르게 할 대상이었다.


전자는 수월하게 찾았다.


벽에 장식삼아 걸어둔 초대의 철봉이 보인 것이다.


철봉이라고 하나 끝부분이 꼬챙이처럼 생긴 물건으로 전쟁의 흔적이 남은 것이었다.


송곳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팔각 송곳 철봉을 벽에서 꺼낸 알톤은 그 날을 살폈다.


“이걸로 다시 시작하겠다.”


이미 버린 것, 잃은 것은 더 가치가 없으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로서 새로이 시작할 거라 마음을 먹고 팔각 송곳 철봉을 들고 바깥을 살폈다.


마침 이 레이한드로 성채를 무너트린 근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알톤은 그 존재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대단하고 혐오감이 있고 자시고 그런 건 관심 없었다.


대신전에서 알아서 막을 것이고 저들이 막지 못하면 그저 나중에 로앙을 재건하여 그마저 처단하면 그뿐이었다.


“거기에 있었나.”


백색 교단이 그토록 바라던 존재로 보이는 것이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곁에 퀜달렌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훌륭하게 들어맞았다.


여기에 더해 형편 좋게도, 이형의 존재에게 이끌려 모습을 드러낸 퀜달렌은 그가 있는 곳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첨탑에 내려섰다.


뿌드득


“나는 이루지 못했다. 네놈은 이루었지. 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건 너나 나나 같을 거다.”



***



지면을 부수고 레이한드로 성채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그 모습을 사방에 드러냈다.


특유의 혼합적인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지면 위로 그 거체를 드러낸 존재, 믹카타스트로는 느긋하게 사방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바깥 공기가 신선하군. 구역질 날 정도로 신선해.]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거 같은 감미로운 목소리는 이곳에 있는 이들 전체에게 들렸다.


다만 그 대상은 살아있는 자들로 한정되었으니 죽은 로앙 기사단과 백색 교단 사람들은 들을 수 없었다.


전자라면 저도 모르게 황홀함을 느끼었을지도 모른다.


후자라면 아마도 이 상황에 감개하여 이마를 땅에 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에 속하는 이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는 그런 것에 굴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후자에 해당하는 이들 가운데 남은 두 사람은 이미 충분히 감격하였으니 지켜보는 것을 우선하였다.


이제 이들을 제하면 남은 이들은 오로지 대신전에서 온 이들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은 이 감미로움에 홀리거나 감동하기는커녕 거부감과 위기감을 느꼈다.


자연스레 그들은 무기를 쥐고 적대할 의사를 보였는데, 이에 위대한 야성 가운데 하나인 믹카타스트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익숙함이 있군. 무지를 향한 적의, 어리석고 부질없는 반항 말이야.]


“조준!”


믹카타스트로가 웃으며 보는 것에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네올 기사단을 필두로 화살을 겨누기 시작했다.


[하하, 환영 잔치인가? 좋지. 역시 인간들이라는 건 예의를 알아.]


비웃는다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나 비웃음은 그 목소리에 담겨 있지 않았다.


진심으로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을 반기는 기색에 신전 기사들은 한순가 자신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건가 착각에 빠졌다.


“집중해라! 놈을 노려!”


네올 기사단 단장 시오르의 외침에 사람들은 정신이 확 드는 걸 느끼며 저마다 이를 악물었다.


“쏴라!”


호령과 함께 화살들이 아직 그들의 몸에 남은 이적을 깃들이고 허공을 갈랐다.


하늘을 쏘는 기사는 네올 기사에 한정되지 않았으며, 그 노림은 상대가 거대하니 다양하였다.


또한 각각 애용하는 것에 따라 장궁에 실려서 허공을 가른 화살이 있는가 하면 쇠뇌에 올려져 목표를 향해 비행한 화살도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이 노린 다양한 화살은 그 다양한 목적지에서 모두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따끈하군. 그리고 더럽구나.]


화살들은 제각각 그 자리에서 불을 피워올렸으나 믹카타스트로는 그 표면 가죽이나 털 하나 타지 않았다.


“괴물이 따로 없군.”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그 말에 공감했다.


혹여 자신이 하고 두려움에 말한 것을 잊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심정 그대로인 말이었으니 말이다.


[멸망은 가장 신실한 자들부터라고 했던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믹카타스트로는 그렇게 말하며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손을 뻗었다.


곰의 팔이 움직이니 그제야 사람들은 그 손끝은 곰의 발이 아니라 원숭이의 손임을 깨달았다.


[가라.]


끼긱


그 손에서 나직한 원숭이 소리가 나더니 거기서 신전 기사들에게도 익숙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떨어져 내렸다.


“동물 마수, 아니 마수 기사?”

“제길, 저건 막기 힘든데.”


손에서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그것들을 보며 눈썰미가 좋은 이들은 자신의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응? 뭔가 이상하군.]


그러던 중 믹카타스트로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시선을 발치로 향했다.


가만히 발치를 살피던 그는 뒤늦게 알았다는 듯 웃었다.


[흐하하하! 내 뒤틀린 사도가 건네준 기억을 깜박했구나! 가장 맛있는 걸 놓칠 뻔했어!]


즐겁게 웃은 믹카타스트로는 곧장 발치를, 코끼리의 발 한쪽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맛있는 걸 먼저 먹지.]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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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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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3) 23.05.01 38 1 13쪽
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2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5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39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7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2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0 1 11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6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39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7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2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39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3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0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7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7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4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1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1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5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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