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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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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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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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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작성
23.02.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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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DUMMY

공기를 울리는 긴장 속에서 하루가 지났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경계함으로 하루를 보내니 레이한드로 성채에 있는 이들과 대신전에서 온 이들이 그저 사이 나쁜 이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그렇게 말랑하지 않았다.


뻔함을 말하자면 사이 나쁜 이웃보다 뻔하나 그 관계는 더욱 격렬한 사이, 대적이었으니 말이다.


“드디어 시작이군.”


락번 기사단 단장 로우마로 락번은 사람 머리 하나는 가볍게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전투 망치를 들고 중얼거렸다.


그가 하는 말에 다른 락번 기사들 역시 전의를 다졌다.


“전대 수호자는 우리 락번 기사단에서 나왔다. 라렉시안 락번, 우리가 항상 기억하고 배우는 이름이지.”


로우마로가 하는 말에 락번 기사들은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전투 망치를 세웠다.


그들이 기리는 방식이었다.


이윽고 모두가 도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로우마로는 몸을 돌려서 말에 올랐다.


다른 이들 역시 그를 따라 말에 오르니 그들이 준비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을 뒤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부우우우---


전투 준비를 뜻하는 나팔 소리를 들으며 로우마로는 입꼬리를 올렸다.


“가자. 오늘 우리는 신전 기사로서, 라렉시안 경의 후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싸울 것이다.”



***



“선봉은 락번 기사단. 하지만 첫 공격은 우리가 한다.”


네올 기사단 단장 시오르 피니언 네올의 말에 네올 기사단은 다들 둘러맨 장궁을 확인했다.


장궁을 확인한 후에 그들이 한 것은 말에 걸어둔 쇠뇌들이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했다.


이 모든 확인을 마치니 가장 선두에 있는 네올 기사가 크게 외쳤다.


“적을 가장 먼저 찌를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다른 신전 기사들도 쇠뇌 정도는 쓴다.


하지만 그들이 아닌 다른 기사들에게 쇠뇌는 보조 무기에 그칠 뿐이었다.


네엘 기사단은 반대로 접근전은 최소로 하고 장거리 무기에 집중하는 기사단이었다.


그러니 선봉은 락번이되 가장 먼저 적을 쓰러트리는 건 네엘이었다.


“우리는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는 돌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많은 적을 쓰러트린다!!!!!]


“좋아.”


네엘 기사단 전체가 호응하는 소리에 시오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부우우우---


나팔이 울리며 그들에게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나팔 소리를 들으며 구호는 곧 사실이 되리라 생각한 시오르는 손을 들었다.


“네엘 기사단, 자리로. 이제부터 전쟁이다.”



***



부우우우---


락번과 네엘 두 기사단을 시작으로 대신전에서 온 이들은 제각각 자리로 향했다.


바이울 기사단, 자말 기사단, 소록 기사단, 데이엄 기사단, 그리시토 기사단, 토로아 기사단, 케탈라 기사단, 무이어 기사단 등등 이곳에 있는 수많은 기사단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대신전에서 직접 방어전을 치렀던 기사들, 케텔과 펠사는 가장 중앙에 있었다.


각각 기사단마다 그 주력이 되는 무기를 들고 있었기에 구분은 용이했다.


그런 와중에 약간 이질적인 집단이 있으니 아비톨람 기사단이었다.


“많군.”


신전 기사단을 의미하는 깃발이 여기저기에 있는 걸 보고 중얼거린 케르뷜은 이곳저곳을 보더니 이내에 묘한 얼굴이 되었다.


“되게 묘한 기분이 드는 걸.”


케르뷜은 사방에 각각 다른 무기를 보면서 익숙함과 동시에 거리감을 느꼈다.


사실 이게 처음도 아니긴 했다.


아비톨람은 시작의 땅이며 첫 대신전이 있었던 장소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의미가 변하기는 했으나 아비톨람 기사단 역시 본래는 시작의 기사단, 가장 먼저 창단된 기사단이다.


그렇기에 아비톨람 기사단은 신전 기사로 취급되지 않으며 그 무기도 제각각이었다.


이런 와중에 자신들로부터 하나씩 파생되었다는 신전 기사단을 하나씩 눈에 새기니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케르뷜, 마티언 경께서 우리를 부르신다.”

“어? 아아.”


멍하니 있던 그의 어깨를 동료 하나가 툭 치며 말하니 케르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몰았다.


이윽고 아비톨람 기사단 전원이 어제 들은대로 도착하니 그곳에는 네 사람이 말에 올라 눈을 감고 있는 게 보였다.


철봉을 쓰는 사람이 셋에 방패와 채찍을 사용하는 한 사람.


이들 가운데 가장 강하며 중심이 되는 이들, 수호자들이었다.


“왔냐. 알고 있겠지만 너희는 우리와 함께 안으로 향한다.”


그들 가운데 가장 익숙한 마티언 로앙이 눈을 뜨며 말하니 케르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것으로 끝이나 이제 아비톨람은, 아비톨람 기사단은 오늘을 끝으로 다르게 될 거다.”


다르게 된다.


마티언이 하는 말에 아비톨람 기사들이 하나 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마티언은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말을 덧붙였다.


“앞장서서 싸우고 가장 위험한 곳으로. 너희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가장 영광스러운 일을 맡을 거다. 그리고 이 전쟁 후 너희는 예전과 달리, 아니 예전처럼 다시금 시초의 기사단이 될 거다.”


마티언이 하는 말에 아비톨람 기사들은 가슴 깊숙한 곳에 열기가 솟는 걸 느꼈다.


그러나 몇몇은 그러지 않았는데, 그 적은 몇몇에 케르뷜이 속해있었다.


‘그것이 중요한가?’


진심으로 그런 허명, 케르뷜은 필요 없었다.


사람이 죽어야 얻을 수 있는, 그것도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죽어야 얻을 수 있는 명성이라니 그에게는 참으로 보잘 것이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잘 들어라. 죽지 마라. 언제나 그렇듯 성전 막바지에는 수호자들도 아차 하면 죽어 나갈 정도로 위험이 산재해있었다. 나 역시 저번 성전을 치르며 마하난 평원에서 잃은 동료 다수가 수호자였다. 그러니 이걸 기억해라.”


마치 케르뷜의 마음을 안다고 하듯 말하는 마티언의 말에 그는 멍하니 시선을 집중했다.


이는 그의 동료들도 같았다.


“죽지 마라. 목숨을 아껴라. 살아서 놈들을 저지해라.”


마티언은 비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살아서 누리고 살아서 돌아가 자랑해라.”


부우우우---


이동할 것을 뜻하는 나팔에 이어서 두 번째 나팔이 울었다.


이에 마티언은 아비톨람 기사단에게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아비톨람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영광을 누리라는 말보다 훨씬 가슴에 박히는 말에 케르뷜은 아니 영광이라는 단어에 취했던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정렬했다.


이런 모습을 말없이 보고만 있던 아레타가 말을 몰아 그들의 앞에 서더니 그대로 등을 보였다.


이에 맞추어서 마티언과 펠론 그리고 아톨란 역시 아레타 곁에 서서 등을 보였다.


“시작합니다.”



***



“두 번째 나팔이라. 곧 오겠군. 준비는?”

“만전입니다!”


로앙 기사단 단장 알톤이 묻는 말에 부단장 페사알리는 기합이 가득 들어차서 크게 대답했다.


“좋아. 여기서 우리가 이기고 나면 최강은 우리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이 하잘것없는 것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


알톤은 그렇게 말하며 성채 아래에 있는 마수들을 경멸하듯 내려다보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진정한 로앙이 고작 마수에 기대어서 이겼다는 말을 들을 수야 없지. 대신전에서 온 자들을 물리치고 나면 다음은 백색 교단이다. 그들이 그 염원하던 존재를 불러내면 아주 더할 나위 없지.”


알톤은 자신만만하다 못해 오만한 눈으로 사방을 훑었다.


“각자 건투를 기대하지. 로앙은 최강이다.”

“물론입니다!”



***



“아, 오만함이란.”


멀리서 알톤이 하는 말을 전해 들은 퀜달렌은 즐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라는 건 항상 그래. 오만하고 뜻대로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치울까요?”


퀜달렌이 중얼거리는 말에 팔레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물음에 퀜달렌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아주 고맙게도 저들을 물리치고 난 다음에나 한다고 하지 않느냐. 거기에 위대한 야성께서 내려온 후에 이길 생각이고 말이다.”

“......혹여 다른 생각을 품고자 하면 위험합니다.”

“다른 생각? 아아, 저들이 이 일을 미리 방해할까봐 그러냐?”

“예.”


묻는 말에 팔레삭이 숨김없이 대답하니 퀜달렌은 자못 즐거운 듯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솔직히 그렇게 해주는 것도 좋다.”

“예?”

“알지 않느냐. 이제 준비가 되었어. 어느 쪽이 이기든 강림은 확정이다.”


퀜달렌은 즐거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에 비치한 태초의 비보에 다가갔다.


“위대한 야성이시어. 부족하여 한 번에 다룰 힘을 잃었으나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곳에 가득하게 차오를 사기가 있으니 그 사기와 감정 그리고 모든 원한을 품고 강림하소서,”


그가 하는 말에 반응하듯 태초의 비보가 일렁였다.


내부에 있는 사기가 아니라 비보 그 자체가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흔들리고 일그러진 것이다.


“오오오......”


그걸 본 팔레삭은 그대로 몸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이제, 이제 정말 머지 않았군요.”

“구원과 마지막이 곧이다. 팔레삭, 이 세상의 끝으로 우리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눈앞까지 다가온 위대한 목표에 퀜달렌 역시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한번 실패한 적이 있었기에 한 걸음이 아니라 반걸음 앞이라고 해도 목적에 도달하기 전에는 의미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퀜달렌은 그를 자극하는 기분 나쁜 느낌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시작되었군. 모든 교단원을 모아라. 전투가 겪해지고 강림이 확정될 때까지 이곳으로 수호자를 한 사람이라도 들여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



수호자 네 사람에게서 이적이 흘러나와 점차 대신전 사람들의 몸을 채워갔다.


몸이 단단해지고, 불이 몸에서 피어나며, 시야가 밝아지고, 마음이 굳세어졌다.


“이것이 마지막이자 시작의 나팔입니다.”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맡겨진 일, 전투 개시를 의미하는 나팔을 부는 일을 하기 위해 나팔을 천천히 들었다.


그러면서 아레타의 시선은 멀리 있는 레이한드로 성채를 향했다.


‘저곳에 가길 원했고 동경했었지.’


견습 시절 한번 보고 외직이 되었을 때 한 번 더 보았다.


처음은 동경이, 두 번째에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쨰 보는 아레타의 마음에 있는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로앙의 잘못은 로앙의 손으로. 신전 기사단의 잘못은 신전 기사의 손으로.”


각오를 다지듯 중얼거린 아레타는 강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도 속죄도 아니다. 저들을 막아 세상을 지키는 것. 우리는 종말을 막고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아직 종말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들었을 뿐이기에 저들이 성공하면 전 세계에 마수가 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대단치 않은 상상력이었으나 아레타가 생각하기에 그것만으로도 저들은 막아야 했다.


“세상을 위해.”


부우우우---


세 번째 나팔 소리, 전투 개시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레이한드로 성채 주변을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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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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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40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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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41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9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3 2 11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41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5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2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8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8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5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3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3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6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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