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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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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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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글자수 :
691,236

작성
23.02.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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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DUMMY

“보인다. 레이한드로 성채야.”


행군 중 누군가 한 말이 아비톨람 기사 케르뷜의 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따르듯 케르뷜은 가만히 시선을 들어 멀미 보았다.


“저게 레이한드로 성채.”


말로만 들었지만 보이기 시작한 성채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성채의 모양만이라면 말이다.


“저게 설마 전부 마수인가?”


성채 아래, 마치 사람의 접근을 불허하듯 검은 물결이 있었다.


그로 인해 마치 성채가 검은 바다 위에 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끔찍하군.”


그러나 그것은 그저 끔찍할 뿐, 케르뷜에게 그 어떤 긍정적인 놀라움을 주진 못했다.


또한 이는 수호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



“끔찍하군. 마치 예전 마하난 평원을 다시 보는 기분이야.”

“.....마하난 평원이라. 그곳에 있는 분지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만.”

“분지?”


아레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던 마티언은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말을 덧붙였다.


“아아. 그건 전쟁 중에 생긴 거야. 내가 말하는 건 평원 전체를 덮을 정도였던 마수 떼를 말하는 걸세.”

“그건......끔찍하군요.”


상대하기 편하고 쉽다고 그게 잔뜩 있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당장 벌레 한 마리나 두 마리,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짓이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벌레가 한가득 있으면 누구나 기겁한다.


하물며 그 벌레가 몸이 약한 이들을 죽일 맹독을 품고 있다? 그러면 그건 정말 끔찍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었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거리를 두고 진을 치는 게 좋겠습니다. 당장 싸우는 걸 두려워하진 않으나 역시 잠시 잠깐 정도는 쉬는 게 더 났겠죠.”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아레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마티언이나 말하는 내용은 전혀 달랐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야. 백색 교단, 지금까지 활동이 없었지 않은가.”

“맞습니다.”

“저들의 전력이 줄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아레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이어서 아톨란이 슬쩍 끼어들어서 물었다.


그 말에 마티언은 그립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하, 나도 예전에 자네처럼 말했었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아니라고 말한 마티언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레이한드로 성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목적이 이루어지기까지 절대 쉬지 않아.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면 돌 중 하나지. 하나는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이미 목적을 이루고 그것에 매진 중이라는 것. 맞습니까?”

“정확해.”


아레타가 심각한 얼굴로 말을 받으니 마티언 역시 비슷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하는 말들을 듣고 있던 펠론은 천천히 입을 열어 두 사람에게 동감을 표했다.


“맞는 말입니다. 기록을 살피면 저들이 잠잠한 후에는 반드시 큰일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성전 중에는 잠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드시 일이 터졌죠. 무언가 있을 겁니다.”

“그, 그럼 어떻게 합니까?”


아톨란이 묻는 말에 펠론은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간단하지. 준비가 되는 대로 전투를 벌일 거야. 마지막 전투를 말이지.”


마지막 전투.


그 말은 여러모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특히나 이미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두 번째 경험을 하고 있는 이에게는 여러 감정이 들게 했다.


“마지막이라. 정녕 그리되겠는가?”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펠론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아레타가 나서서 한점 미혹도 없이 말하니 마티언은 빤히 그를 보다가 웃었다.


“하하, 언제나 그렇지만 강철의 수호자는 참으로 대단해. 그 이명, 견고한 자나 강고한 자라는 말은 그저 그들의 육신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지.”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된 마티언은 세 사람을 차례로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마지막이 될 거야. 나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니 자네들은 두려워 말게.”

“두려움을 거절하진 말고 먹히지 말아라.”

“교전에 나오는 말이군.”


아레타가 하는 말을 듣고 마티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아레타는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까지 온 사람들 전체를 보았다.


“그럼 준비하자. 사람들을 소집하자고.”



***



“살면서 저런 징그러운 광경을 볼 줄이야. 저런 걸 보고 있으면 먹는 게 먹는 거 같지가 않단 말이지.”


말에 거짓이 없다고 하듯 펠사 기사단 소속 신전 기사 가르섹 펠사는 성채를 뒤로 하고 엄지로 그곳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어쩌다 보니 그와 마주 앉게 된 케텔 기사단 소속 신전 기사 프라놀 케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해는 하는데 굳이 몸을 비켜서 나한테 보여주는 건 대체 무슨 심보야.”

“음? 아아, 미안.”


미안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가르섹은 검집을 바닥에 꽂고 바닥에 깔았던 천을 그 위에 걸었다.


임시로 생긴 가림막을 손으로 툭툭 친 가르섹은 프라놀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되나?”

“없는 것보다는 낫네. 언제 돌입할 거 같아?”

“길어야 내일이겠지.”

“내일? 제법 길게 봤는데.”


의외라는 얼굴로 말하며 먹던 빵을 마저 한입 베어 물은 프라놀은 우물거리며 삼킨 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당장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던데. 특히 우리 단장,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직접 로앙 기사단장 목에 자기 창을 꼽자 주겠다고 했거든.”

“아톨리우스 단장 성미가 그런 거 모르는 사람도 있냐. 하지만 다른 이들이 그걸 전부 따르겠어. 하물며 이곳에 우리 쪽 단장만 있으면 모를까, 수호자가 넷에 다른 곳에서 온 기사단장도 십수 명이라고.”


멀리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을 보며 가르섹은 말을 덧붙였다.


“거기에 신관대도 붙었어. 그 사람들이 모두 한결같이 돌격을 외치지 않는 한 내가 보기에 전투는 내일이야.”


가르섹은 그렇게 말하며 마저 음식을 먹으려던 찰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피식 웃었다.


“하하, 프라놀.”

“왜?”

“재밌지 않아?”

“재미? 어디 아프냐?”


가르섹이 하는 말에 프라놀은 진심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에 가르섹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만 해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뭐였지? 나는 노상강도고 너는 말 도둑이었어.”

“.....그랬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프라놀은 최근에 추가로 밝혀진 사실을 떠올리며 안색을 찌푸렸다.


‘로앙 놈들, 설마하니 그런 짓도 하다니.’


예전에 벌어진 대규모 도적 습격, 그것이 로앙에서 손을 쓴 결과라는 걸 안 순간 프라놀은 왜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했는지 한탄했다.


덕분에 가르섹도 제법 곤궁에 처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여러 의미로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동화 속 악당을 상대로 대규모 전쟁을 벌이고 있어. 그리고 그 가운데는 전에 함께했던 형제가 있지.”

“......그렇군.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흐하하, 그랬지.”


가볍게 웃은 가르섹은 어느새 음식을 다 먹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이한드로 성채를 바라보았다.


“좋은 경험이지만 더 이상은 사양이야. 나는 노상강도나 걱정하던 때가 좋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보다 더 전이 좋은데. 그냥 단장이 화나는 걸 걱정하면서 말이나 돌보던 때 말이야.”


프라놀이 투덜거리는 말에 가르섹은 한 방 맞았단 얼굴로 벙찌더니 이내에 웃었다.


“하하, 확실히 그렇군. 강도 놈들 걱정하는 생활보다는 멀리 가는 일을 걱정하고 사람들 명부나 들여다보는 생활이 더 좋아.”


레이한드로 성채와 그 주변에 있는 마수의 물결을 똑똑히 눈에 새긴 가르섹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오늘, 그리고 내일. 그걸로 끝나길 기도하자고.”



***



“퀜달렌님. 대신전 무리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늦었군. 최대한 전력을 끌어모은 건가?”

“성도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신전 기사가 있는 듯합니다.”

“대신전장이 노력 좀 했군그래.”


퀜달렌은 마치 손자가 시험에서 받아온 점수를 자랑하는 걸 본 할아버지와 같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이쪽은 어떻지?”

“로앙 녀석들에 대한 시술은 모두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다만......”

“다만?”

“최근 깨달은 것인데 그들은 이제 사실상 유사 마수 기사라 할 수 있습니다.”


팔레삭이 하는 말에 퀜달렌은 멀리 보던 기특한 시선을 그에게 향했다.


그 시선에 팔레삭은 송구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나중을 생각하면 이것이 나쁘지 않다 생각하나 당장은 오히려 좋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왜, 저들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서?”

“......알고 계셨습니까?”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퀜달렌의 말에 팔레삭은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자 퀜달렌은 굳이 숨길 생각이 없다고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부족한 게 있지.”


퀜달렌이 그렇게 말하며 비보를 가리키니 팔레삭은 대신전에서 미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음을 떠올렸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프레이뮬이 생각보다 영악한 탓이지. 아니면 수호자의 탓이라 하는 것이 나은가? 아무튼 나는 대안을 찾았다.”

“대안이요?”

“그래.”


팔레삭에게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준 퀜달렌은 몸을 돌려서 비보를 보았다.


“그 힘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하지만 부족하지. 위대한 야성께서 강림하시기에는 부족하고 부족해.”

“......”


덤덤하나 광기가 느껴지는 말에 팔레삭은 저도 모르게 반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제 조건이 달라졌다. 아니, 내가 조건을 바꾸었지.”


퀜달렌은 비보에서 눈을 떼고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창을 통해 내다본 곳에는 철봉을 휘두르며 연습하는 로앙 기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요새를 둘러싼 물결과도 같은 마수들이 보였다.


“이미 대지는 물들었다. 남은 건 그 대지에 뿌려질 사기 그리고......강한 신체뿐이지.”


누군가를 주목하여 만족스럽게 본 퀜달렌은 고개를 돌려 팔레삭을 보았다.


“팔레삭,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라.”

“알겠습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나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 했다.


팔레삭의 인생은 오로지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교단이 명령하고, 퀜달렌이 명령하는 것을 지킨다.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이 일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혹시나 그것이 교단이나 퀜달렌으로 인한 죽음이라 하더라도 그는 단순히 궁금함에 그 이유를 물을지언정 따르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기대가 되는구나. 저들이, 대신전에서 전투를 시작하는 때가 진정 우리가 바라던 그때가 될 것이다.”


싱글거리며 웃던 중 퀜달렌은 선심 쓰듯 말을 덧붙였다.


“그래, 하나 더 있군. 저들이 공격하는 날은 우리가 바라는 날이자 저들 역시 바라던 날이 될 것이야.”


창에서 걸음을 옮겨서 원래 앉았던 자리에 앉았던 퀜달렌은 노인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오수를 즐기듯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을 덧붙였다.


“드디어 이 기나긴 투쟁이 끝나는 날이 될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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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2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39 2 11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4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1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7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7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4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2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1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5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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