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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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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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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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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글자수 :
691,236

작성
23.04.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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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DUMMY

하늘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듯 일부를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 일부는 검은 구름과도 같으나 구름이 아니라고 주장하듯 보는 이로 하여금 불길함을 느끼게 했다.


그 불길함은 그것이 땅에 접하는 순간 그 정체를 드러냈다.


“땅이......죽었어?”

“이게 무슨......”


신전 기사들은 멍하니 떨어져 내리는 구름들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구름이, 연기인지 구름인지 모를 물체가 지면에 닿은 순간 그 땅은 그대로 생기를 잃고 모래만 남았다.


풀이 있다면 풀은 시들어 재가 되고 비옥한 흙이 있다면 한순간에 말라 모래가 되니 자갈이나 돌멩이조차도 그 생기를 잃고 색이 변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는 이 광경에 말을 잃고 충격을 받았다.


다만 그 가운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충격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아비톨람.”

“하, 하하. 세상이 아비톨람이 된다고?”

“그립긴 하지만 이건......”


아비톨람에서 온 이들은 그 황무지가, 생기를 잃은 땅이 익숙했다.


그들이 평생을 보아온 땅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이 현상이 범상치 않으며 크나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챘다.


“주블랑 대장!”


아비톨람 기사 케르뷜은 그 심정을 담아 그들을 이끄는 대장을 찾았다.


본래 이끌던 사람이 마티언이었고 주블랑이 한번 폭주하여 기사에서 제명되었던 이라는 건 이제, 아니 전에도 그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막아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그, 그건.......”


근본적인 물음에 케르뷜은 허둥거리며 입을 오물거렸다.


그에 주블랑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몸으로 막아보기라도 할 생각이냐?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겁니다!”

“응?”

케르뷜은 주블랑이 하는 말에 크게 소리 지르더니 앞뒤 가리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수들하고 같으면 우리 몸에 깃든 이적, 나누어 받은 이적으로 구름을 막을 수 있겠죠!”

“야!”


다소 날고 있기는 하지만 말은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에 본인의 안전은 도외시 되었기에 주블랑은 기겁하며 그를 막으려고 소리쳤다.


허나 그 저돌적인 면에 따라가듯 속도 역시 범상치 않았던 케르뷜은 주블랑이 제대로 말로 막기 전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구름 바로 아래에 있었다.


“흐압!”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무기를 휘둘렀으나 그것은 본질 자체는 정말로 구름이라고 하듯 그대로 무기를 통과시켰다.


“제길!”


동시에 이적에 반응하지 않음을 알았으나 케르뷜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몸이지!”


저 검은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떨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마수들은 그 힘을 잃었고 로앙 기사들은 그 역리를 더는 행사하지 못하고 땅에 다시 몸을 누였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으니 케르뷜은 그대로 무기를 던지고 양팔을 벌려서 구름을 안으려고 했다.


그리고 구름을 안은 순간, 케르뷜은 구름이 멈추는 걸 보았다.


“멈췄, 커억!?”


하나라도 제대로 먹힌 것을 기뻐하기도 잠시, 구름은 그 무게를 급속히 늘리며 케르뷜을 짓눌렀다.


이대로는 구름에 깔려 죽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구름은 그 무게도 형체도 사라졌다.


“허억, 허억.”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가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보았으나 구름도 없고 무게도 느껴지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지면이 여전히 그 생명력을 잃지 않았음이 보였다.


“아자! 이러면 됩니다!”

“터무니없어. 그리고 엉망이야.”


케르뷜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주블랑은 고개를 흔들며 혹평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주블랑은 결연한 얼굴로 무기를 던지고 외쳤다.


“들어라! 아비톨람은 아비톨람 하나면 충분하다! 몸을 던져서 세상을 구하는 게 우리일찌니!”


오오!!!



***



“오래 가지 못해. 방법을 찾아야 해. 저걸 없애든, 아니면 떨어지지 못하게 하든 말이다.”


아비톨람 기사들을 시작으로 당장 떨어지는 구름들을 막을 방법을 찾은 대신전 소속 사람들은 신전 기사와 신전병을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가벼이 막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고통 끝에 막는 것이니 하나둘 상대적으로 체력이 소모되거나 부족한 사람부터 점차 쓰러져가고 있었다.


그러한 양상을 쉬이 깨달은 마티언이 다른 수호자들에게 충고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의 대답지 않았다.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써도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야 끝낼 수 있는지, 그도 아니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정말 수가 있을까요.”

“아레타?”

후배이자 그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이끌 이의 자신감을 잃은 목소리에 마티언은 크게 당황했다.


“선배님은 이미 막았고, 저는 그 막은 방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할 수 있어.”

“정말입니까? 저희는 이미 전에 치렀던 성전처럼 하지 못했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한 아레타는 멀리 보이는 믹카타스트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싸울 겁니다. 그것이 끝이라도, 마지막이라도.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 이곳에 남아서 저것을 상대하는 건 저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벌컥 화를 내며 개입한 것은 팰론이었다.


팰론은 성큼성큼 아레타에게 다가가서 멱살을 잡았다.


“강고한 자, 그 강고함은 몸이 아니라 정신에 이른다고 들었어! 그리고 네가 되었을 때 과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나약한 말은 뭐냐!”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나 저놈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새겨보면 저놈이 나타난 후 우리는 시험과 시련을 통과하려는 자들과 같았어. 놈이 즐기기 위해서, 아니 마치 그러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처럼.”

“그건......”


차마 부정하기 어려운 말에 팰론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내가 본 광경, 과거에 이긴 방법은 저런 게 나오기 전에 의식을 방해하고 비보를 부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 그럼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대항하고 있으나 그 상황은 점차 저항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그러면 이다음은?”

“이다음?”

“......마수, 죽은 자가 마수로 부활,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수, 생기를 앗아가는 구름. 재앙은, 아니 현상은 우리가 나아가고 싸울수록 나빠지고 험해지고 있습니다.”


아톨란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어 말하니 팰론은 물론이고 마티언 역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것으로 끝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하시는 거죠? 아레타 선배님.”


확인하듯 물으니 아레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니 주변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리발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저기, 그러면 여기서 싸우면 싸울수록 상황이 더 힘들어진다? 뭐 그런 말이오?”

“아마도. 이것이 끝이고 이제 저 거체를 쓰러트리면 끝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도 내게 그런 보장을 하지 않았다고.”

“이런 젠장.”


아레타가 하는 말이 일리가 있음을 안 리발은 벌레 씹은 얼굴로 멀리서 여전히 하늘로 검은 기류를 뿜어내는 믹카타스트로를 보았다.


그러던 중 리발은 무심코 돌이 된 늑대 머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순간 머릿속에 소리가 울렸다.


-시련의 시대를 끝낼 수 없다면 기다리는 건 멸망이다.


“흐헛!?”

“혀, 형님?”

“레, 렉스?”


화들짝 놀라서 두어 걸음 물러나니 렉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너, 너 저 늑대 머리랑 시선을 맞춰봐!”

“예에!? 그런 무시무시한 짓거리를 대체 왜 합니까?”

“어서!”


리발이 독촉하니 렉스는 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늑대 머리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딱히 별다른 느낌이 없던 중 렉스는 무심코 그 옆에 있는 머리, 상어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넷은 하나, 하나는 무리가 되어야 하리라.


“어?”

“뭐가 들렸지? 그지?”

“어, 그렇긴 한데 저는 늑대가 아니라 상어하고 마주쳤을 때......”


렉스가 어리둥절하여 말하니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아레타가 눈을 빛내며 두 사람과 믹카타스트로를 살폈다.


이윽고 직감적으로 깨달은 아레타는 입을 열어 외쳤다.


“아톨란! 솔개와 눈을 맞춰라!”

“예?”

“무슨 일인지 모르나 석상을 부순 자들은 저것과 교감이 된 모양이다! 뭐라도 좋아! 단서를 잡아!”


아레타가 윽박에 가깝게 이르니 아톨란은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돌이 된 가운데 여전히 살아있는 솔개와 눈을 맞췄다.


-오늘 시대의 종말과 시작을 정하라.


“!?”


갑자기 머리에 울리는 소리에 아톨란은 당황하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무엇을 들었지?”

“모, 못 들으셨습니까?”

“여기서 들리는 건 세 사람, 그것도 하나에 하나만이야.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말이지.”


아레타가 하는 말에 아톨란은 당황하며 들은 말을 입에 담았다.


“오, 오늘 시대의 종말과 시작을 정하라고 했습니다.”

“네놈은?”


아레타가 이어서 리발에게 물으니 리발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시련의 시대를 끝낼 수 없다면 멸망이다, 그렇게 말했다.”

“저, 저는 넷이 하나? 그리고 하나가 뭐더라? 아, 하나가 무리가 되라!”


렉스가 허둥거리며 기억을 짜내 말하니 아레타는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사실들이 맞춰져 가는 걸 느꼈다.


-우리와 비슷한 이들이 수도 없이 있는 걸 보았을 뿐이야.


“신전병의 비기.”

“뭐? 너 설마......”

“무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넷이 하나가 되는 건 명백하지. 그리고 우리도 방법은 알아.”


팰론이 기겁하며 물으니 아레타는 담담하게 그가 생각한 바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버티고 해낼 수 있는 건 강고한 자다.”

“실패하면 우리는 너를 잃는다. 그건 성전 내내 이어진 전통이 깨지고 그로 인해 사기가 저하할 수 있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후배, 이미 전례는 깨진 지 오래다. 이미 저런 걸 상대한 일은 없고 이곳에서 보인 일들은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들뿐이야.”


팰론이 우려하여 말을 내니 마티언이 착잡함이 담아 말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아레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할 수 있나?”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습게도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저것은 우리를 상대로 즐기고, 시험하고, 일어나도록 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건 단순히 거대한 마수나 그 모체가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미 저건 현상이라 하기에 마땅합니다.”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건 다시 말해 너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걸세.”


마티언이 걱정을 가득 담아서 말하니 아레타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이 어찌 현상이 됩니까. 하지만 저는 몰라도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시련의 시대라, 정녕 그런 시대는 끝을 보았으면 싶고 더는 없었으면 하는데 말이지.”


마티언은 한탄하듯 말하며 몸에 담긴 이적을 남김없이 아레타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 모습과 이적이 움직이는 감각에 다른 두 수호자, 팰론과 아톨란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레타에게 손을 댔다.


“이게 맞기를 바란다.”

“후회하는 일은 아직도 많으나 그 일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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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종장 위대한 기사 (1) 23.05.22 27 1 13쪽
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1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3 1 12쪽
11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3) 23.05.01 39 1 13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4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6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40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8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4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1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7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40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8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3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40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5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2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8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8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5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3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2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6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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