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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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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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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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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글자수 :
691,236

작성
22.1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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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장 로앙의 이름 (7)

DUMMY

“준비가 끝나는 대로 이곳을 버리고 대신전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는 나와 강철 신전병들이 여러분을 지킬 겁니다.”


사람들이 얼추 모이자 아레타는 간단명료하게 말하고는 볼을 긁적였다.


예전에 단상에 올라간 이들이 길게 말할 때는 그저 지루하게만 보았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서니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언가 말하자니 떠오르는 것이 마땅히 없었던 아레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식료와 생필품을 실어 왔습니다. 배급은 이후 저녁 시간에 행하겠습니다. 그리고......이상입니다. 무언가 이상한 일이 있다면 신전병 가운데 누구에게든 알려주시길.”


짜내고 짜낸 말치고는 참 변변치 않았으나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아레타는 그대로 단상을 내려갔다.


모이는 시간에 비해 대단할 거 없는 말에 견습 기사들은 누구 하나 할 거 없이 당황했다.


그러다가 이내에 이게 굳이 나쁜 일은 아니라 여긴 그들은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최고였다.


“이얏호!”

“대신전으로 간다!”

“거지 같은 여기랑은 이제 끝이야!”

“우하하하!”


저마다 기쁨을 드러낸 견습 기사들은 바로 짐을 싸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자신이 말한 게 부족하지 않을지언정 나쁘지 않았다 느낀 아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아레타는 다른 견습 기사들과 달리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서 있는 견습 기사를 보았다.


“묻고 싶은 거라도?”

“히익!?”


가볍게 뛰어서 다가가니 견습 기사는 크게 놀라며 주저앉았다.


수호자가 된 후에 여러 일이 가벼워지고 쉬워지긴 했으나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잊고 있던 참에 이 반응은 좀 새로웠다.


“진정하시죠.”

“아, 아닙니다! 전 못 봤어요! 살려주세요!”

“못 봤다?”


무언가 이상한 말에 아레타는 눈앞에 주저앉은 견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저와 따로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 한번 말씀해보시겠습니까?”



***



“급한 일로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소란스러운 다른 견습들이 너무 흥분해서 일을 벌이지 않게 남은 조장들과 함께 주의를 시키러 간 것도 잠시, 미가로스는 신전병이 그를 찾아와서 한 말에 놀라서 급히 돌아왔다.


“급한 일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감은 그렇게 말하긴 하네요. 이 사람에게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아레타가 가리킨 방향을 본 미가로스는 뒤늦게 벌벌 떨고 있는 유리스를 발견하고 당황했다.


최근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다소 과민하게 변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추궁을 당할 친구는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유리스, 대체 무슨 일이야?”

“미, 미가로스 형. 나는......”


친근함과 존경심을 모두 품은 대상이 물으니 덜덜 떨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유리스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엄청난 걸 봤어. 그리고 나는, 나는 이 사람들이 그 처리와 임막음을 위해서 온 건 아닐까 걱정했어.”

“뭐?”


뚱딴지같은 소리도 이만한 게 있을까 싶은 말이었다. 당황한 미가로스는 자신의 귀가 이상한 건 아닐까 여기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처리와 입막음이라. 짐작 가는 점이 없지는 않군요.”

“예?”

“로앙 전체가 이반했다는 건 말했었죠?”

“......예.”


혼란을 우려해서 단상에서 공표하진 않았으나 미가로스와 조장들은 들어오면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들었다.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으나 동시에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딱 맞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들은 금단의 비술을 행했습니다. 또한 그 비술은 수 대에 걸쳐서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연구 대상은 무엇이며, 어디서 구했을까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비술의 실험대상을 어디서 구하는가.


미가로스는 그 말을 듣고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 로앙의 이반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유리스 견습. 어디서 발견했습니까?”

“후, 훈련장 교관실 가장 안쪽에 책장 뒤에 통로가 있습니다.”

“의외로 상세히 아는군요?”


기대 이상으로 자세한 대답에 아레타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유리스는 잠시 주저하다가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내직으로 내정된 친구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그리로 가는 걸 보았습니다.”

“내직으로 내정된 녀석들이 떠나기 전에 들렸어? 그러면 넌 그 녀석들이 떠나는 걸 알았다는 말이야?”


연이어서 예상치 못한 말은 들은 미가로스는 답지 않게 흥분하며 유리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에 유리스는 눈알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모, 몰랐어! 하지만 그날 이후 사라졌길래 혹시 그곳에 비밀통로가 있나 해서 가봤는데......”

“.......하.”


얼추 유리스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짐작한 미가로스는 맥이 풀린 얼굴로 손에서 힘을 풀었다.


“정보 수집 혹은 시설 파괴. 어느 쪽도 필요한 일입니다. 함께 가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됩니까?”

“나야 이 일과 관련이 없으니까요. 로앙이라는 이름만 받은 건 나나 당신들이나 같습니다.”


아레타의 말에 미가로스는 살짝 위안받은 기분이 들었다.


“몇몇과 함께 가겠습니다. 유리스, 너도 간다.”

“나, 나도?”

“안내할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어.”

“으, 으응.”



***



“무슨 일이야?”

“바깥 사정은 우리 가운데 네가 가장 잘 아니 무엇을 봐도 놀라지 않겠지.”


함께 유리스가 본 것을 확인할 몇몇에 포함된 레반트의 물음에 딱딱하게 대답한 미가로스는 더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에 레반트는 물론이고 그나마 남은 조장 가운데 실력이 뛰어나다 할 수 있는 바돌레인과 나렘이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갑시다.”


그러나 아레타의 명령에 그들은 잠시 의문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지금은 잘 가지 않는 장소인 교관실 앞에 당도한 그들은 영문 모를 기분이 더 커지는 걸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우욱.”

“유리스?”

“어이, 상한 거라도 먹었어?”


갑자기 구역질을 하는 동료의 모습에 바돌레인과 나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레반트 역시 걱정했지만 두 사람과 달리 유리스가 하는 행동이 단순히 상한 음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안에서 대체 무얼 봤길래?”

“직접 확인해보죠.”


끼긱



“문이 좀 약하네요? 기억하던 거랑 다르니 당황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좀 더 뭐라고 해야 하지? 아, 그래.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두꺼운 쇠문을 밀어서 열기는 했는지 밀리는 방향이 경첩이 달린 방향이 아니라 그대로 바닥을 향했다.


이건 아레타 역시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나 이를 보는 이들만큼 당황스럽진 않았다.


“철문이?”

“와.”

“사람인가?”

“크흠. 책장이라. 저건 내가 있었던 때에도 있었죠,”


견습들의 말에 민망함을 느꼈는지 아레타는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서 책장을 잡은 아레타는 앞뒤로 흔들었다.


“......비었어. 신전병 이발트.”

“예, 수호자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가서 그 세 사람을 불러와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라는 말에 바로 누구를 뜻하는지 알아차린 이발트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바깥으로 나갔다.



***



“우리를 찾으셨다고?”

“그렇습니다. 솔직히 당신은 여전히 내게 있어서 껄끄럽긴 한데, 이런 방면은 전문가니까요.”

“누가 누구보고 껄끄럽다고? 내 사정도 좀 신경 써 주지 그래?”


아레타의 불편함이 가득 담긴 말에 리발 역시 불편함을 가득 담아서 대답했다.


이에 렉스와 자르달은 무어라 하기 힘든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솔직히 신전 소속이 아닌 두 사람이 보기에 둘은 똑같이 괴물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느끼지 못하겠군요. 이쪽 뒤에 공간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전문가다움을 발휘해주시죠.”

“하.”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으나 거절하지는 않은 리발은 곧장 책장을 옆으로 밀어내려다가 멈추었다.


“간단하군. 렉스, 좀 도와라.”

“옙!”


리발의 부름에 바로 옆으로 온 렉스는 책장을 살피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대로 단순하네요. 이거, 형님 혼자서도 가능하지 않나요?”

“너 혼자서도 가능하지.”

“......예?”

“알잖아. 함정 여부.”

“에엑!?”


리발의 말에 렉스는 당황하며 책장에서 손을 땠다.


“그런 거면 형님이 미는 게 맞지 않나요? 저는 목숨이 하나인데요!”

“나도 하나야.”

“거짓말!”

“진짠데.”


연이은 말에 렉스는 당황하면서 불신의 눈길을 보냈는데, 그걸 본 자르달이 한마디 보탰다.


“목이 반절 날아가고 머리가 깨져도 멀쩡한 놈은 목숨이 하나라고 안 하지.”

“히익!?”

자르달의 말에 생뚱맞게도 근처에 있던 유리스가 놀라서 물러났다.


“아, 나 말고 저 자식!”

“히익!?”

“좀 진정하시죠. 리발, 당장 여세요. 장난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알았어.”


아레타가 강하게 말하니 그제야 리발은 렉스를 물리며 책장을 밀기 시작했다.


“렉스, 신경 기울여. 아픈 건 질색이니까.”

“처음부터 좀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어디 덧납니까?”

“시끄러.”


기기긱


녹슨 것을 엇물리는 소리가 나며 책장이 밀려난다 싶더니 책장 뒤에 있는 공간이 함께 옆으로 밀려났다.


“아우, 묵직하기도 하다.”

“함정은 없는 거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렉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리발은 주머니에서 작은 돌을 꺼내더니 허리에 맨 허리띠 한곳을 세차게 긁었다.


화륵


마찰로 미미하게 열을 발하기 시작한 돌을 한번 눈으로 확인한 리발은 그걸 안으로 힘껏 던졌다.


통통


“그냥 통로? 아니, 미미하게 경사가 있네. 반지하 구조려나. 확실히 함정도 없는 거 같네.”

“그럼 저와 당신으로 앞장서지요.”

“뭐?”

어느새 들어갈 생각으로 다가온 아레타의 말에 리발은 질색이라는 듯이 한 걸음 물러났다.


“저도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과 저는 무엇이 있어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네 신전병이라는 자들도 마찬가지잖아?”

“참고로 거부권은 없습니다.”

“제길.”


아레타의 말에 리발은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 둘 다임을 떠올리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면 스틸롱 그 자식에게 더 요구하고 만다.”

“잘은 모르지만 그쪽 사정은 그쪽이 알아서 하시고.”


아레타가 그렇게 말하며 팔을 잡아당기니 완력에서 밀리는 리발은 싫으나 좋으나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렉스.”

“뭡니까?”

“나만 그러냐? 리발이 끌려가는 꼴을 보니 재밌는데.”

“아, 안심하세요.”


자르달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묻는 말에 렉스는 싱긋 웃더니 말을 덧붙였다.


“저도 그러니까.”

“그거 다행이군.”

“하지만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이상하다? 뭐가?”


자르달의 물음에 렉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슬쩍 주변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형님이 좀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본래 리발 특유의 느긋함과 능글맞음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은 조금 이상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기 어려웠던 자르달은 이내에 생각을 그만두었다.


“에이, 내가 궁리해서 뭐하겠어. 형 잘 챙겨라.”

“......에휴. 기대한 건 아니지만 좀 상냥한 말은 없습니까?”

“없어. 그럼 우리도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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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0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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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2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5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39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7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2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0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5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39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7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2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39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3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0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7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7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4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1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1 3 12쪽
»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5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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