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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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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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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작성
22.12.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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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장 로앙의 이름 (6)

DUMMY

“일이 복잡해졌군.”


그간 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보였던 마수들이 무슨 종잇장처럼 날아가고 쓰러지는 모습에 말토로니 로앙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복잡하긴. 여전히 할 일은 단순명료해.”

“어디가?”


마글리언의 말에 말토로니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하며 멀리서 전장을 제압하고 있는 아레타를 지켜보았다.


“수호자가 온 이상 이미 단순한 일이 아니야.”


고작 훈련장에 남은 비밀 시설을 정리하는 임무, 말토로니에게는 쉽디 쉬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맡았던 일들의 연장이라 할 수 있으니 익숙한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숨기거나 남을 앞세워서 못마땅한 일 처리를 두고 보고만 있을 필요도 없었다.


이제 비원의 시술도 받아 두려울 것도 없으니 훈련장에 있는 떨거지 로앙 견습들이야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이 동행한 마글리언이 무슨 생각인지 마수들을 이용해서 조금씩 견습 기사들을 위협하고 조여댔다.


악취미라고 생각했지만 내키지 않아도 백색 교단과는 당분간 동맹 관계니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좀 그랬다.


그러니 적당한 선까지는 두고 보자 생각했고, 그 적당한 선으로 내심 정해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운도 없지.’


고개를 흔들어서 자신이 운 없다 여긴 말토로니였지만 이내에 그는 그게 아님을 알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너무 나태했어. 이런 장난은 하루 이틀로 끝내고 바로 일을 마쳤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러면 난 반대했겠지. 내가 바란 건 이거거든.”

“뭐?”


마글리언의 말에 말토로니는 철봉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오, 진정해. 당신들이 가진 비술은 분명 훌륭해. 그리고 퀜달렌님의 대체품 역시 아주 훌륭하지.”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괜한 짓은 사양하지.”


조금이라도 허튼 말을 하면 단번에 철봉을 내질러 머리를 부술 생각하던 말토로니를 보며 마글리언은 피식 웃었다.

“괜한 짓이 아니야. 당신들이 대체품으로 비술을 다른 방향으로 완성하게 도움을 줬잖아? 그러면 우리도 그만한 득이 있어야지.”

“모두가 단장 수준인 불사의 초인 기사단으로 부족한가?”

“그건 언제까지고 우리와 함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 너희가 대체품으로 완성한 것처럼 우리도 대체할 전력을 시험해야 할 필요가 있어.”

“......구체적으로는?”

“조금 더 개량된 마수 기사의 시험으로 저만한 상대가 없지.”


못마땅한 얼굴로 마글리언을 살피던 말토로니는 잠시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고서 내렸다.


“실패는 용납하지 않아. 그러니 시험은 마음대로 해라. 나는 싹수가 있는 것들을 데리고 대안을 실행하겠다.”

“그거야 어렵지 않아.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게 서로 목적을 이루기에 좋겠어.”

“흥.”


마치 어린아이를 칭찬하는 듯한 말에 말토로니는 몸을 돌려서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즐겁게 보던 마글리언은 고개를 돌려서 얼마 남지 않은 마수들을 정리하는 아레타를 바라보았다.


“아주 좋아. 우린 뭔가 인연이 있는 모양이야. 그 인연의 끝이 내 바람대로면 더 좋겠어.”



***



“피해자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이곳 책임자, 이름이 뭐라고 했죠?”

“미가로스입니다. 경.”


마수를 거의 홀로 쓸어버리다시피 한 아레타의 물음에 미가로스는 군기가 바짝 들어서 대답했다.


“그럼 미가로스 경.”

“저는 아직 견습이라 경이라는 칭호는 받을 수 없습니다.”

“견습들도 서로 존중하는 의미로 그리 부르지 않습니까?”


아레타가 자신이 직접 겪은 훈련소 시절을 떠올리며 물으니 미가로스는 눈알이 요동하며 대답을 찾았다.


“들었겠지만, 나도 로앙입니다.”

“예, 외직이시라고요.”

“그러고 보니 외직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늦추던 걸 보았습니다. 내직 예정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에 없습니다. 저것들이 나타나기 전에 모두 사라졌죠.”


사라졌다.


그 말에 아레타는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더 상황을 자세히 듣고 살필 필요가 있겠군요. 호붼 대장, 이곳 수비는 부탁하겠습니다. 저는 신전병을 다섯 정도 데리고 안을 살피겠습니다.”

“맡겨주십쇼.”


아레타의 말에 호붼은 곧장 신전병 가운데 몇몇에게 손짓했다. 딱히 부르지 않아도 이미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안 신전병들은 재빨리 호붼 앞에 와서 섰다.


자신의 앞에 선 신전병들을 살핀 호붼은 한 사람을 가리켰다.


“이발트, 네가 선행대장이다.”

“.....예? 저요?”


호붼의 말이 이발트는 당황하며 주변에 선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당황한 건 그 혼자만이라고 하듯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았다.


“어......”

“그럼 갑시다.”


무어라 더 말하고 싶어서 입을 열고 말끝을 흐렸지만 아레타가 손짓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이발트는 군말 없이 호붼이 말한 것처럼 선행대장을 맡아서 아레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뭐, 기분은 나쁘지 않네.’


이유는 잘 몰라도 인정받은 기분이라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이발트는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사람들에게 할 말이 늘었다 여겼다.


‘할아버지는 뭐라고 하시려나?’


예전에 신전병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무어라 생각하시려나 하는 궁금함이 들었으나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발트는 나중에 가서 할 일 목록에 한 줄을 채우며 안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로앙 기사단 훈련장 안쪽을 본 이발트는 당황했다.


“결투장?”


안쪽의 풍경은 가운데 공터가 있고 그걸 원형으로 둘러싼 건물이 있으니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결투장과 비슷하게 보였다.


“결투장이라. 적당한 비유군요. 사실 이곳은 오래전에 결투장으로 쓰였던 장소를 로앙에서 개조해서 쓴다는 소문도 있었죠. 지금에 와서는 사실인지 놀리기 위함인지는 잘 모릅니다만.”

“아, 그렇군......시, 실례했습니다!”


자신에게 대답해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중 이성이 그 목소리는 수호자 아레타의 것임을 알려주었다.


뒤늦게 머리로 이를 인지한 이발트는 몸을 두어 걸음 뒤로 떨어트리고 몸을 크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습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결투 노예도 아니고 말입니다.”


괜찮다고 말하던 중 아레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사방을 살폈다.


“아니, 어쩌면 그랬을지도.”

“결투 노예라니, 저희는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았고 그걸 구경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레타의 중얼거림에 그와 함께 걷던 미가로스가 반발했다.


도움을 주고 강한 힘을 보여서 존중은 하나 그와 별개로 자신이 그간 고생한 일들을 고작 결투 노예가 할 일로 치부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로앙 기사단은 등을 돌렸고, 그 근간에 신앙이 아닌 뒤틀린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냥 예전처럼 볼 수가 없네요.”

“뒤틀린 목적이요?”

“불멸의 육체를 얻는 거지.”


미가로스가 물으니 누군가 불쑥 끼어들어서 대답해주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보니 거기에는 아무리 봐도 신전 기사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셋 보였다.


‘이런 사람들이 같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나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던 미가로스는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아 미안함을 담아서 물었다.


“저, 누구신지?”

“......에휴.”

“뭘 그런 걸로 한숨을 쉬십니까. 저희는 원래 알려지는 게 더 이상한 놈들이라고요.”

“렉스 말이 맞아. 우리가 무슨 저 사람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고 신전 기사처럼 용맹을 보일 놈들이냐?”


렉스라 불린 이에 이어서 투덜거림을 더한 사내는 그렇게 말하더니 슬쩍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도적놈들이 이런 곳에 있는 것도 이상하잖아.”

“도적?”

“아, 그게 그러니까......”


미가로스가 이상한 얼굴로 물으니 자르달은 말이 궁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를 대신해서 나선 건 처음에 미가로스에게 대답해주었던 리발이었다.


“우리는 성도 뒷골목을 주름잡은 도적 조합 소속이오.”

“하?”


무슨 설명이 들으면 들을수록 의문만 늘어가는지 이상한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미가로스에게 아주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들려왔다.


“그들은 이번에 성전에 공을 세워 회개하길 바라는 자들입니다.”

“과연.”


도적들이라고 해서 무슨 관계인지 잘 알기 어려웠는데 아레타가 하는 말을 들으니 이해하기 쉬웠다.


‘징벌 부대 비슷한 친구들이군. 태도도 그렇고 고생 좀 했겠지?’


잘은 모르지만 바깥에서 그들 견습 기사들을 노리던 것들과 싸우는 일에 도움을 주었다면 어지간히 고생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박에 동정으로 물든 미가로스의 얼굴을 보며 세 사람은 뭔가 엇물렸다 느꼈으나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알아서 이해한 거 같은데 미주알고주알 떠들어서 굳이 더 귀찮고 피곤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면 딱 좋겠군요.”


안으로 들어와 걷던 중 교관이 견습들을 모아서 아침에 특이사항에 대해 알리던 단 위에 선 아레타는 곧 그 위에 서서 손짓했다.


그에 신전병들이 따라올라갔고, 미가로스와 견습 기사들은 심리적 저항감 때문에 주저했다.


“사람들을 모아주시겠습니까? 상황을 알리고 조사를 좀 해야될 거 같습니다.”



***



“집합! 집합!”

“연단으로 모두 집합!”


각 조장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니 견습 기사들이 하나둘 불안한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또 누가 죽었나?”


상황을 아직 알지 못하는 견습들은 불안한 얼굴로 저마다 입을 열었다. 개중에는 이미 사라진 이들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그놈들처럼 도망칠걸.”

“내직 예정이라고 하더니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네. 그래서 뽑힌 건가?”

“그런가? 내가 그런 게 좀 많이 부족하긴 한데.”

“넌 조금이 아니잖아.”


이들이 하는 말은 사실상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하는 말에 가까웠다.


허나 그런다고 불안이 쉬이 가시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놀랄 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잡답은 그만하고 어서 가! 대신전에서 사람이 왔다고!”

“대신전에서?”

“진짜? 진짜로?”

“드디어 왔구나! 이제 살았어!”


어느 조장의 외침을 듣고 불안해하던 일이 거짓말같이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 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헝클어진 머리로 덜덜거리며 불안을 덜듯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유리스, 들었어?”

“드, 들었어.”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그, 그래?”


덜덜거리며 되묻는 말에 말을 걸었던 동료는 측은한 얼굴로 유리스를 보았다.


그간 다들 크고 작게 불안에 시달렸고, 마수들이 습격한 이후로 그 불안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유리스는 그보다 전부터 심히 겁을 먹고 두려워하고 있었고,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 정도가 심해졌었다.


이제는 일이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 여긴 견습 기사는 유리스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나가도 함께 설 일은 없겠지.’


사람은 좋았던지라 아쉬움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자. 돌아가서 기사가 되야지.”

“......그래.”


유리스는 간신히 떨림을 멈추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불안한 상상이 다시 피어오른 그는 연단으로 가면서 걱정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입막음이 아니길, 입막음이 아니길, 입막음이 아니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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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종장 위대한 기사 (5) 23.06.19 19 1 12쪽
125 종장 위대한 기사 (4) 23.06.12 25 1 15쪽
124 종장 위대한 기사 (3) 23.06.05 30 1 12쪽
123 종장 위대한 기사 (2) 23.05.29 25 1 13쪽
122 종장 위대한 기사 (1) 23.05.22 26 1 13쪽
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0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2 1 12쪽
11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3) 23.05.01 38 1 13쪽
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2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5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39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7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3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0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6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39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7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2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39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3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1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7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7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4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1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1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5 3 12쪽
»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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