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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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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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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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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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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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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종장 위대한 기사 (3)

DUMMY

와아아아!!!

위대한 신전 기사 아레타 경과 그 동료들에게 영광을!!!


“이거참. 이곳에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먼저 시작해버린 모양입니다.”


대신관장이 하는 말에 클레하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얼굴에 슬픔이나 분노 혹은 아쉬움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 얼굴에는 안도와 기쁨이 있었다.


클레하스는 저들이 돌아오기 전에 승리를 알았으나 그 승리감을 맛보기에 앞서서 상실감을 맛보았다.


이어서 성전을 치르러 떠난 이들이 승리하였음에도 귀환이 늦어지고, 그 이유가 수호자 가운데 가장 단단하며 으뜸이라 치는 강고한 자 아레타가 크게 부상하여 의식불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돌아오는 이들 가운데 몇몇 얼굴이 더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머리로는 아나 이제 그 실감을 하니 참으로 늦다 싶었던 클레하스는 그날부터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 걱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외침이 들리니 식순이 어긋나고 그간 준비한 것들이 어색하고 아깝게 되었음에도 클레하스는 개의치 않았다.


“예, 기쁜 일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승리의 주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러 간다, 그것도 좋지 않습니까?”


클레하스가 하는 말에 대신관장은 잠시 놀란 얼굴이 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안식을 치르고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이 자리에 앉아도 될 거 같군요.”

“.......예!?”

“농담입니다.”


기겁하여 되물으니 대신관장은 가벼이 웃으며 미리 준비했던 단에서 내려왔다.


그 언행이 클레하스가 시원섭섭함을 느끼며 따르니 대신관장은 느긋하게 말을 흘렸다.


“그러면 과하지 않게 식순을 변경해서 이쪽에서 개선식 경로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아직 몇 년은 거뜬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 대신관장님!?”

“하하하.”


이번에는 농담이라 말하지 않고 걸어가니 클레하스는 화급히 따라가며 물었다.


“농담이시죠!?”



***



“이제 좀 실감이 나. 전에도 그랬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마티언이 말하니 수호자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제 좀 끝났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들이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래,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나?”

“앞으로?”


아레타가 그 말을 읊조리니 마티언은 무얼 당연한 걸 묻냐고 하듯 말을 덧붙였다.


“이제 이런 일은 없다고 여겼던 나도 수십 년이 흘러 다시 성전에 참가했네. 전에 없던 일이지. 그전에는 아비톨람에서 세월을 보내기도 했었고. 알겠나?”


마티언은 그렇게 말하더니 세월이 느껴지는 말을 입에 담았다.


“성전은 끝났어. 하지만 우리 인생은 여기가 끝이 아니지. 심지어 이렇게 늙은 나라고 해도 말이야.”


연장자가 건네는 충고에 아레타를 비롯한 수호자들은 물론이고 근처에서 그 말을 들은 이들은 그 맡은 일이나 소속을 가리지 않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런, 내가 그렇게 하게 해두고 좀 그렇지만 생각들은 잠깐 미뤄야겠어. 대신관장님이 오신다.”

“아무래도 저희가 식순을 조금 뒤섞어 버린 모양입니다.”


대신관장이 오고 있다는 말에 아레타는 멀리 시선을 주더니 그것이 사실임을 알고 말에서 내렸다.


자연스레 행렬은 멈추고 모두가 말에서 차례로 내리니 대신관장은 다다와서 미안한 얼굴을 보였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인데 이래서야 제가 더 주목을 받지 않습니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나 대신관장은 아레타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식으로 알고, 눈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위해서 오래도록 그 몸을 지상에 묶어두었던 이가 떠났다.


대신관장은 이제 볼 수 없는 프레이뮬 신관의 거친 언행과 그 얼굴을 떠올리며 포근하게 웃었다.


“성전을 치른 이들이여, 이제 성력의 시대를 열어 성기사가 된 이들을 우리는 경애하고 축복합니다. 그대들의 앞길에 정의와 사랑과 영광이 가득하길.”


축복의 말이 내어지니 대신관장은 그것이 다가 아니며 말로 때울 생각이 없다고 하듯 그대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따라온 이들도 다 같이 그를 따라 하니 아레타는 가장 앞에서 대표로 받는 처지가 되어 당황했다.


“대, 대신관장님!?”

“이것은 우리를 위해 피 흘리고 싸워 이긴 신의 사도들을, 성기사들을 위한 예의 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대신전은 그 체제를 바꿀 것입니다. 클레하스.”

“예.”


부름에 바로 뒤에 있던 클레하스가 일어나 종이를 펴고 크게 외쳤다.


“수호자, 신전병, 신관대, 신전 기사단. 이 모두가 함께 하여 이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니, 새로이 성전 성기사단을 조직한다! 그 영예로운 이름과 단장직은 예전에 그러했듯 앞장서서 싸운 이들의 것이 되리니, 그 이름은 아레타, 마티언, 팰론, 아톨란이 될 겁니다!”


옛일을 따라 선포하는 일을 들은 수호자들은 각각 묘한 얼굴이 되었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그들 모두 성정이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누군가 무어라고 말하기 전에 사람들이 그에 응해 함성을 지르고 신전병대를 중심으로 성력을 허공에 쏘아 축하하니 이 사실은 곧 현실이자 역사가 되었다.


와아아아!!!


성전 성기사단, 만세!


“자, 다들 가시지요. 맞이하기 위해 나왔으나 축하연은 여전히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생각지 못한 영광과 선포가 있었다.


그리고 성대한 축하연이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축하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였으나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신전 기사들이며 신전병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은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시간이 한 달가량 흘렀다.



***



“이제 가십니까?”


성도에서 아비톨람으로 향하는 방향 성문으로 나온 아레타는 아쉬움을 담아서 물었다.


그에 마티언은 씩 웃더니 그와 함께한 이들, 이제는 감독관이니 아비톨람 기사니 하는 구분이 무의미해진 이들을 보며 말했다.


“아비톨람 성전 성기사단. 멋지지 않나?”

“멋집니다.”


선포는 그렇게 되었으나 마티언은 자신이 이름이 남는 것을 사양했다.


그러나 그를 단장으로 삼는 기사단 창설 및 재편은 거절하지 않았으니, 이제 아비톨람 기사단은 그 명칭을 아비톨람 성전 기사단으로 바꾸었다.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그들은 이제 아비톨람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곳이 그들이 살던 곳이고, 돌아가야 할 곳이었으니까.


“최초의 기사단, 수용소 간수 기사단에 이어서 이제는 첫 성전 성기사들 가운데 하나. 한 이십 년 정도 살면 뭐가 되었든 하나 정도는 더 붙을 거 같은데.”

“그럴지도요.”


마티언이 하는 말에 아레타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마티언은 마주 웃으며 물었다.


“그래, 이름은 정했나?”

“아직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름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나는 그것만이 아니지만 그것이 이유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물으면 차마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


쓰게 웃은 마티언은 복잡한 감정이 담아 중얼거렸다.


“이름을 남기고 유지를 남긴 결과가 후신들이 비뚤어지고 돌아섰다. 하물며 그 마지막은 덧없고 허망하게도 제물. 난 내 이름을 가진 것들이 그렇게 하여 나중에 다가올 새 시대를 어지럽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신할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지고 있는 것이 없으니 아마도 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이름이야 지금도 강철이니 금석이니 불리고 있으니 의외로 어찌 되든 좋을지도 모르지.”

“그럴지도요.”


마티언이 하는 말에 동의한 아레타는 성도 안쪽에서 두 사람이 말을 달려 이쪽을 향하는 걸 보고 웃었다.


“왔나 봅니다.”

“지각이나 하고 말이야.”


가벼이 웃으며 투덜거린 마티언은 손을 들어서 외쳤다.


“지각한 것들과는 길게 말할 시간 없다! 보고 싶으면 아비톨람으로 찾아들 와라!”


마티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진심이라고 하듯 말머리를 돌리고 외쳤다.


“아비톨람 성전 성기사단, 집으로 돌아간다!”



***



“아니, 진짜로 가시네?”

“그러게요.”


손을 흔드는 것을 보며 마주 흔들었던 팰론과 아톨란은 기가 찬 얼굴로 멀리 시선을 던졌다.


이미 멀어지기 시작한 아비톨람 성전 성기사단은 작정하고 달리지 않으면 따라붙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온 보람도 없이 말이야.”

“작별에서 보람을 찾으면 조금 이상하지 않아?”


아레타는 가벼이 농담과 같은 말을 하며 말머리를 돌렸다.


오늘은 아직 떠날 이들이 남았으니, 그 일을 위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가자고. 다른 형제들이 돌아가는 걸 배웅해야지.”


아레타가 하는 말에 팰론은 이곳이 아닌 다른 성문에서 또 다른 이별이 예정되어 있음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럼 가볼까. 전우고 형제들이니 배웅해야지.”



***



“전원, 수호자님들께 경례!”


대표로 나선 사람, 이발트의 외침에 오늘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일제히 세 수호자에게 군례를 올렸다.


“그대들이 있었기에 싸웠고, 이길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 아레타는 가만히 신전병들을 살폈다.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희색이 만연했다.


그런 이들을 보며 아레타는 제 일처럼 즐거워하며 웃었다.


“불꽃 신전병들은 이별식을 두 번이나 하게 되니 영 이상하긴 하군요.”


아레타가 던진 말에 신전병들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 말대로 오늘 떠나는 일정이 겹친 마티언은 어제 따로 불꽃 신전병들 하나하나와 작별을 나눈 참이었다.


그 자리에 참가했던 아레타는 다시 한번 하더라도 하나하나 이별을 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말에서 내렸다.


이에 팰론과 아톨란도 말에서 내려 마찬가지로 신전병 하나하나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고마웠습니다.”

“이런 부족한 수호자를 위해 따라와 줘서 고맙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누구도 이를 지겹거나 쓸데없다고 여기지 않았다.


이윽고 모든 사람과 세 사람이 작별을 나누니 아레타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언제라도, 혹은 자손들이 성기사가 되고 싶다면 다들 찾아오세요. 그것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라도 최초의 성기사단들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며 갑옷에 넣고 성전이 끝나기까지 한 번도 빼지 않았던 성표를 매만졌다.


같은 것이 떠나는 이들에게도 있으니 실로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대들의 여정을 신께서 돌보실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아레타가 고개를 숙였다.


그에 팰론과 아톨란도 따라 고개 숙이니 신전병들도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성력 아래 하나입니다.”


아레타가 고개를 들며 전하는 말에 신전병들은 조금 눈시울과 콧가가 시큰거리는 걸 느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레타는 이발트를 불렀다.


“이발트.”

“.......예!”


감정을 누르며 대답한 이발트는 곧장 몸을 돌렸다.


“전원, 고향으로 진군!”


사전에 정한 구호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달가우면서도 돌리기 힘든 발걸음을 움직이며 천천히 멀어졌다.


느릿하며 되돌아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걸음은 멈추지 않으니 아레타, 팰론, 아톨란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서 지평선의 점이 되었을 때에야 아레타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가자, 오늘은 특별했지만 아직 우리는 할 일이 많아.”


아레타가 하는 말에 팰론과 아톨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세 사람은 한번 신전병들이 떠난 방향을 힐끗 보고는 그대로 말에 올라 성도 안쪽으로 향했다.


아레타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할 일이 많았다.


그렇게 바쁨 속에 날이 흐르고 흘러 그들이 여유를 찾게 된 것은 그로부터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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