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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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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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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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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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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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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DUMMY

“뭔가 달라.”


지금까지와는 너무 다르다.


여러 동물이 섞인 믹카타스트로의 모습도 그러하지만 보여준 힘도 분명히 말해서 통상적인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한층 더 이질감이 들었다.


“......그렇군. 이름에 어울리지 않아.”


가만히 상대를 보던 아레타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야성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었던 것과 달리 기계적이며 무감각하다.


말하는 머리도 지금까지는 세 머리가 한꺼번에 말했는데 지금은 하나가 입을 열면 다른 둘이 반드시 입을 다문다.


이러한 사실들을 자각하니 아레타는 더욱 긴장감이 들었다.


“마치, 마치 현상이 된 거 같습니다.”

“현상이라.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네.”


아레타가 중얼거리는 말에 마티언 로앙이 호응했다.


그 말에 수호자들은 일제히 그에게 시선으로 대답을 요구하니, 마티언은 가리지 않고 말을 꺼냈다.


“오기 전에 여러 말을 대신관장님과 프레이뮬 신관께 들었네. 그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저들이 불어내고자 하는 것, 그건 단순히 커다랗거나 강력한 마수가 아니라고 했네.”


당장 저것을 상대하며 그런 생각으로 상대하고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던 아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팰론과 아톨란 역시 자신들이 그런 생각으로 싸웠다는 걸 자각하곤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니 마티언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들 이상하게 여길 거 없어. 말을 들은, 아니 마하난 평원에서 마지막 결전을 겪었던 나도 저놈을 조금 크고 강력한 마수라고 생각했었거든.”


조금 크고 강력한 마수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여러모로 상식을 벗어난 존재였으나 마티언의 표현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저건 대체 뭡니까?”

“자네가 말한 것처럼 현상이지. 태풍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들어맞을 거라고 들었네.”


태풍과 같다.


그 말에 아레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그들은 이미 패배한 셈이었다.


인간은 자연 현상을 상대로 이길 수 없으며,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피하고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건 좀 받아들이기 어렵군요.”

“나도 마찬가지야.”


아레타가 그 심정을 담아서 말을 내니 마티언 역시 동감이라는 얼굴로 말했다.


“자연 현상과 같은 정도로 강하다고 하지만 저것 역시 살아있지 않습니까. 이적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함께 할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퍼엉!


팰론에 이어서 아톨란이 굳은 각오로 말하니 호응하듯 신전병들이 불꽃을 날린 게 믹카타스트로의 상어 머리에 닿으며 터졌다.


연기가 일어서 머리 하나가 보이지 않게 된 믹카타스르토를 보면서 아톨란은 채찍을 다시 잡았다.


“선배님들, 갑시다. 우리는 이길 수 있어요.”

“아톨란, 피해!”


기세 좋게 하는 말도 잠시, 아레타가 외치는 말에 아톨란은 등골이 쭈뼛 서는 걸 느끼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쿠웅


[빠르구나.]

[그러나 부족하다.]

[시작되었다.]


연이어 들리는 기계적인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며 아톨란은 자신이 피한 장소를 살폈다.


그곳에는 솔개 머리가 새겨진 바위기둥이 있었는데, 그 기둥 중간에는 노인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어딘가 익숙하고 거부감이 드는 노인의 모습에 아톨란은 갑자기 기억이 솟는 걸 느끼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백색 교단의 노인?”

“그자가 맞아. 대체 왜?”


아톨란의 말에 팰론이 호응하여 맞다고 이야기해주자 다시금 위에서 기둥 둘이 더 내리꽂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 물러나!”

“어서!”


아레타와 마티언의 급박한 외침에 팰론과 아톨란은 더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재빨리 몸을 뒤로 뺐다.


다행히 늦지 않게 몸을 빼냈으나 아레타와 마티언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그들은 안심할 틈도 얻지 못했다.


“단장?”

“백색 교단을 지휘하던 그놈이 왜?”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에 팰론과 아톨란은 뒤늦게 다시 떨이진 기둥들을 살폈다.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그 기둥들에 새겨진 기사와 젊은이가 그들이 말한 것처럼 각각 알톤 그레이엄 로앙과 팔레삭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투둑


단순한 부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듯 기둥에 새겨진 존재들은 마치 기둥에서 해방되는 것처럼 그곳에서 몸을 빼어내며 지면에 하나둘 내려섰다.


그들이 나온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겠다고 하듯 퀜달렌의 가슴에는 솔개가 새겨져 있고 알톤의 가슴에는 늑대가 새겨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팔레삭의 가슴에는 상어가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같은 자들만이 꺾을 수 있다.]

[그대들 중에는 한 사람만 해당한다.]

[찾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마치 수수께끼라도 되는 듯한 말에 아레타는 물론이고 수호자들은 전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자는 짓이지?”


[시간이 없음을 기억하라.]

[이제 기다려줄 시간은 없다.]

[나아갈 것인가, 야성으로 퇴보할 것인가.]


경고하듯 하는 말에 호응하여 믹카타스트로가 몸에서 내던 검은 연기가 한층 강렬해졌다.


그에 맞추어 당연하다는 듯이 하늘이 더욱 검게 변했는데, 그것만이 아니라고 하듯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까아악-


“하, 하늘에서 마수가!?”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순간 아레타는 하늘에서 마수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입으로 내어 표현하기 무섭게 재앙이 되어 사방을 덮쳤다.



***



“장전, 쏴!”

“방진, 방진으로 대비해라!”

“함부로 나서서 돌출되지 마라!”


하늘에서 시커멓게 떨어져 내리는 마수들이라는 건 수호자들보다는 나설 기회가 없다고 여기던 기사단들을 더 크게 위협했다.


물론 그들도 눈이 있고 생각이 있으니 보는 순간 대비하기는 했다.


처음에는 얼추 잘 맞아 싸운 듯했으나 그도 잠시, 그들은 곧 희생자를 내게 되었다.


“으, 으아악!!!”

“네온!”


하늘에서 떨어진 마수들이 힘을 모아서 사람을 하나 잡아채니 그대로 끌려간 그는 버둥거리며 저항하다가 어느 순간 풀려났다.


지면이라면 그건 다행스러운 일이겠으나 안타깝게도 그가 풀려난 위치는 사람 열은 일렬로 서도 될 높이였다.


퍼컥


“네, 네온---!!!”

“이탈하지 마! 더 끌려간다!”

“물러나! 놈들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움직여!”



단장들이 그나마 나서서 지휘하니 혼란은 생기지 않았으나 그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진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마수가 너무 많았다.


이적은 저들에게 통해서 한 사람이 여전히 마수 열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을 해치우면 스물, 스물을 해치우면 서른이 달려드는 물량에는 그들도 힘에 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호자들은!”

“이상한 기둥에서 나온 녀석들에게 막혀 있어!”

“저들에게 지원이 필요해!”


아래쪽 상황을 살핀 그들은 곧 뜻을 모았다.


그들은 물량으로 저들을 이기기 어렵다.


그러니 할 일은 오직 하나, 수호자들을 보내서 근원을 쳐야 한다.



***



신전 기사단 단장들이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 바로 조금 전.


그들과 같은 결론을 한발 먼저 앞서서 내린 사람이 있었다.


가장 먼저 활동하고 경험을 쌓아 이 자리에서 그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 강철 신전병대 대장, 호붼이었다.


“신전병대, 여기가 목숨을 걸고 방패가 될 장소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이적으로 이어진 신전병들은 조금 특별하기에 모두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린다.”


그 말을 끝으로 호벤은 창을 쥔 손에 힘을 주고 가장 먼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신전병대, 신관대. 전진. 우리의 생명을 불태워서 수호자님들을 돕는다.”


호붼의 말에 신전병과 신관을 가리지 않고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의 말은 말 그대로 그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말이었으나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았다.


이것은 성전, 그저 말뿐인 성전이 아니라 진정 살아남기 위한 성전이었다.



***



카각


“다시 재생. 재료는 흙과 돌. 정말 거지 같군.”


철봉으로 한 팔을 시원하게 날려버렸음에도 무심하게 다른 팔에 든 거대 송곳 철봉을 휘두르며 재생하는 알톤 석상을 보며 아레타는 한쪽 팔로 그걸 막았다.


퍼걱


돌로 이루어진 석상의 송곳 철봉은 아레타의 이적에 담긴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먼지가 되러 흩어졌다.


그러나 날려버린 팔은 물론이고 흩어진 철봉도 금세 재생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이걸 끝낼 수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까아악-


“걸리적거린다.”


위협적으로 지면으로 하강하는 마수가 울었으나 아레타는 귀찮다는 얼굴로 팔을 휘둘렀다.


온몸에 충만한 이적은 마수와 닿자마자 그걸 그대로 연기로 화하게 하니 정말 그에게 있어서 마수는 걸리적 거리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다른 수호자들도 같았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 석상을 상대하는 일이 지난함 역시 같았다는 거였다.


“아톨란, 먼저 앞으로 가서 놈을 막아! 마수들의 상대는 괜찮으니까!”

“예!?”


약간의 충격만 주변 얼마든지 떨쳐낼 수 있는 마수라고 하나 그 숫자가 적지 않아 아레타, 마티언, 팰론 세 사람은 각각 석상을 하나씩 맡아서 상대하고 있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아톨란은 마수들이 다가오는 걸 막는 일을 전담하였는데, 그의 채찍이 옛 수호자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신축자재라는 걸 생각하면 적절한 분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절한 분담이건 말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아레타는 다른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이대로면 우리는 몰라도 신전 기사들이 위험해! 거기에 신전병들도 우리보다는 이적의 힘을 받, 제길!”


공유하는 이적 가운데 하나, 시간 수호자의 이적이 1초 후 미래를 보여주니 아레타는 분노에 차서 팰론을 불렀다.


“팰론!”

“젠장, 이번에는 신전병이 당했, 그러지 마!”


팰론 역시 이적의 주인으로서 아레타가 본 것을, 아니 그 이상을 보며 외쳤다.


“......해버렸군.”


아레타 역시 조금 늦게 팰론이 본 것이 무엇인지 알고 탄식했다.


신전병들이, 신관대가 동행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이유가 그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아톨란!”

“예!”

“작전을 바꾼다! 가서 신전병들을 무사히 이 자리로 데려와! 최종 수단을 썼어!”

“.......예!”


최종 수단.


신전병들은 이적을 일순간 생명력을 이용해서 크게 증폭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양날의 검이니, 한번 시작하면 끝내기까지 말 그대로 수명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다들 마하난 평원의 노병들처럼 아끼고 살기 바랐는데.”


씁쓸함을 담아서 중얼거린 아레타는 아톨란이 달려가는 길에 퀜달렌의 석상이 가로막는 게 보였다.


“어?”


마티언이 저것을 막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다니, 아레타는 한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황하여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걸 느끼며 주변을 살피니 아레타는 그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마수들!”


아톨란이 몸을 빼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수 무리가 다가와서 마티언을 노린 것이었다.


그는 불꽃으로 다가오는 마수를 족족히 태워버리고 있으나 끝없이 몰려드는 마수에 전진하지 못했다.


“아톨란!”

“하압!”


다급한 부름에 다행스럽게도 아톨란은 상황을 눈치채고 몸을 돌려서 채찍으로 퀜달렌의 석상을 부수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갈 일이 아니라고 여긴 아레타는 당장에 그를 도와야겠다고 여겼으나 이어서 보인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일어나지 않잖아?”


쩌적

파칵


균열이 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솔개 머리가 새겨진 기둥이 붕괴하고 있는 게 보였다.


동시에 하늘에서 쏟아지던 마수들 가운데 일부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불타올랐다.


[제법이군.]

[허나 시간은 계속 가고 있으니, 이기지 못하면 그대들은 야성으로 퇴보할 것이다.]

[보아라, 그대들의 미래를.]


미래라는 말이 끝난 순간, 아레타는 무언가 지면에서 몸을 일으키는 걸 보았다.


“안식은 저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건가?”


탄식하듯 중얼거린 말에 응하듯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릉


싸우러 나왔던 배반자들, 로앙 기사들이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땅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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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종장 위대한 기사 (2) 23.05.29 26 1 13쪽
122 종장 위대한 기사 (1) 23.05.22 27 1 13쪽
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1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3 1 12쪽
11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3) 23.05.01 39 1 13쪽
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4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6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41 1 12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40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6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2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8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41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9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4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41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6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2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8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8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5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4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3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7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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